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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860화 (1,770/2,000)

34권 35권

누군가 중얼거린 한마디는 모든 정치가와 사업가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주공간으로 돌아온 용자동맹은 자축을 하는 중이었다.

“우리도 할 수 있잖아!”

무사히 행성을 정화하면서 오염원도 전부 없애버렸고, 거기에 용자동맹을 상위 지배층으로 각인시키면서 간이 신계를 설치했으니 더없는 성과였다.

“다른 행성도 이 기세로 나아가자!”

일반 용자들이 축제 분위기였는데 용자왕들은 굉장히 불편한 얼굴이 되어있었다.

사자왕 가이가 하도 감이 안 좋아 중앙신계에 자신들이 한 일의 결과를 문의했더니 황당한 예측을 보내온 것이다.

‘기존 시설을 일 년 이내에 복구하지 못하면 일백 년 이내 인구가 구할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

자연환경을 최선을 다해서 복구해서 지성체가 살 수 있는 최상으로 만들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 예측이었다,

그런 데 따라오는 원인분석은 할 말을 잃게 했다.

‘물자 부족으로 인한 세계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구할 이상.’

‘삶의 질 저하로 인한 불만 폭주로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구할 이상.’

‘비료 및 농약의 부재로 인한 농업의 생산성 구할 이상 저하.’

‘의약품 부족으로 질병 사망자 다수 발생.’

오염물질을 쏟아내어 행성과 지성체를 파멸로 이끄는 공장과 발전소를 처리하기만 했는데 보기만 해도 끔찍한 예측결과였다.

그리고, 결론은 간단했다.

‘인구 유지를 바란다면 중앙신계를 동원한 즉각적인 대규모 지원이 필요함.’

독립영역을 가진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중앙신계에 손을 벌리란 말이었다.

지성체들이 환호할만한 좋은 일을 했다고 좋아하는 용자들에게는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환경을 정화한 일이 장차 구십억의 인류를 죽인다고?’

‘이게 사실일까?’

‘혹시 빚을 지우기 위해서 최악의 결과로 말한 것 아니야?’

그런 의문까지 들었으나 수많은 지성체 행성을 관리한 경험을 공유한 중앙신계의 신계자아의 판단은 너무나 정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급자족은 되어도 대규모 지원을 할 만한 여력이 없는 용자동맹이 할 수 있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침통한 표정으로 비밀 연락실로 들어간 용자왕들은 화면에 나타난 아름다운 여성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보고한다.

“용자동맹의 맹주이신 청춘의 환상 크롬여왕님.

용자왕들이 인사드립니다.”

용병으로서 잔뼈가 굵은 자신들의 수장으로서 왜 제국의 후계자였던 크롬공주가 맹주로 임명되었는지 몰랐던 그들은 이제야 이유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집단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다.’

‘지도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재능처럼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구나.’

‘우리는 유능한 전투 지휘관은 될 수 있어도 지도자는 못 돼.’

‘그러나, 제국의 완벽한 후계자라 불리시던 크롬여왕님이시라면 충분하다.’

‘용자동맹이 진정한 지배세력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크롬여왕님이 필요하다.’

이번 일로 자신들에게 무엇이 문제인지 절실하게 깨달은 용자왕들은 진심으로 굴복했다.

중앙신계에 문의를 한 이상 모든 일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용자왕들은 더욱 고개를 숙이면서 외친다.

“너무나 경솔하였습니다.”

“저희의 잘못으로 행성에 큰일이 벌어지려 합니다.”

“부디 지원을 바라옵니다.”

물자가 부족해서 발생하는 이번 사태는 자급자족만 가능한 용자동맹의 힘으로는 막기가 무리였다.

그렇다고 공장과 발전시설을 원상복귀를 시켜 다시 오염을 시킬 수 없는 그들로서는 지원요청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영웅황제의 조종실에서 용자왕들의 보고를 듣던 청춘의 환상 크롬은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알겠습니다.

용자동맹의 맹주로서 지원을 바로 보내도록 하지요.”

그녀의 말과 함께 하나의 기관차에 수천 대의 화물 객차를 연결한 거대한 차원열차들이 비춘다.

지름이 일 킬로미터가 넘는 거대 차원열차들이 중앙신계의 공장에서 생산된 헤아릴 수 없는 보급물자들을 빨아들이듯이 실기 시작했다.

“오오-!”

행성 하나가 아니라 은하계 전부를 먹여 살릴 수 있을 기세로 초고속으로 생산되는 물자와 그것들을 한없이 빨아들여 적재하는 차원열차의 화물객차는 끝이 없었다.

뿌우우우우우우웅-!

힘찬 기적 소리와 함께 용자동맹이 있는 은하계 이동을 하기 시작한 차원열차들을 바라보는 용자왕들은 시름을 잊을 수가 있었다.

“세계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보급입니다.

그리고 정책을 실행하면서 항상 반작용도 염두에 두세요.

장단점을 저울질해서 이익이 된다면 진행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구십억의 인구가 사라질 위기를 면한 용자동맹은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했다.

독립영역을 받으면서 벌였던 과거의 실수와 기억을 떠올린 초사자왕 울트라 가이는 고개를 흔들었다.

‘겨우 실수를 만회했다.

그런데 그것이 고생의 시작인 줄은 설마 상상도 못 했다.’

기록을 되새기면 기계신체에 존재할 리가 없는 위에서 신물이 넘어오는 감각이 전해져올 지경이었다.

공장과 발전소를 없앤 행성에 차원열차로 옮겨진 막대한 물자를 분배하는 과정부터 더한 난관이 발생한다.

차원열차로 실어온 엄청난 물자를 공평하게 모든 지성체에게 분배한 것이다.

그 사실을 파악한 청춘의 환상 크롬은 놀라서 용자왕들을 불러서 추궁했다.

“이번에 보내준 보급물자를 공짜로 풀었다고요?

그것도 한꺼번에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요?”

“예. 어려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가를 받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국민에게 전부 공평하게 분해했습니다.”

“….”

설마 용자동맹이 이 정도로 멍청할 줄은 몰라서 멍한 표정이 된 청춘의 환상 크롬이었다.

‘이번에 보낸 보급물자는 용자동맹이 일백 개의 행성관리에 실패하면 보충할 물자였다.

그런데 아무런 계산도 하지 않고서 공정하게 분배만 했어.’

그녀의 뇌리로 공짜로 얻은 보급물자로 흥청망청 놀면서 아무 일도 안 하는 지성체들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하나의 행성에 대량의 물자를 한꺼번에 풀었다면 이제 더 큰 일이 벌어지겠구나.’

실제로 평생 먹을 수 있는 보존식품과 의복, 에너지원까지 한꺼번에 얻은 지성체들은 절반 이상이 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이제까지는 일할 수 있는 공장과 돌린 전력이 없어서 곤란했다면 이제 일하는 국민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사업가와 정치가들은 울면서 용자동맹에게 매달렸다.

“우아아아아-! 저희를 도우시겠다는 의도는 알겠는데 제발 가만히 있어 주십시오.”

저희에게 왜 이러십니까?”

“흐으으으윽! 평생 먹을 식량과 물자를 무상분배하시다니요?

배고프지 않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행성 정화나 물자지원을 아무 대가를 받지 않고 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보아도 침략자는 아닌데 더욱 곤란한 상황으로 몰고 갔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저희 인류는 개돼지처럼 게을러져서 전부 망합니다.”

“….”

“…”

지성체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착한 용자동맹이 무조건으로 봉사와 지원을 하였다.

그 결과로 어떤 곤란한 사태가 벌어졌는지 명확하게 깨달은 정치가와 사업가들은 아예 결단을 내렸다.

“차라리 행성을 통째로 점령하시지요.”

“지배를 저희가 돕겠습니다.”

“지금처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용자동맹은 위력을 측정할 수 없는 십 킬로미터가 넘는 우주전함이 수만 대가 넘고, 일백억 명의 인구가 백 년을 지낼 수 있는 물자를 한 번에 무상으로 분배해버렸다.

덕분에 행성의 지성체는 거의 자멸 상태였지만, 헤아릴 수 없는 무력과 생산력에 완전히 반해버린 것이다.

‘아아! 이것도 아닌 것 같다.’

탐욕에 가득 차서 지성체들의 지배권을 통째로 넘기려는 정치가와 사업가를 본 용자동맹은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는 지배 자체가 안되는구나.’

용자왕들은 지금 잘못하면 애완동물처럼 아무것도 안 하는 지성체를 영원히 먹여 살려야 하는 흐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성체들을 도우려고 한 무상분배가 완전히 수렁에 집어넣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용자왕들이 다시 달려간 곳은 역시 중앙신계의 비밀통신실이었다.

“크롬맹주님! 여왕님! 아니 여왕폐하!

무상분배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저희보고 완전히 지배해달라고 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요?”

“….”

용자왕들의 보고를 받은 청춘의 환상 크롬은 이제 머리가 아프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마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부족하면 채우면 된다.

그런데 이번은 과잉 보급이 문제가 되었으니 이제 단순한 물자보급만으로 해결하지 못해.

분배해주었던 물자를 다시 뺏을 수도 없다.’

넘치는 상태에서 빼앗으면 생기는 피지배층의 반발심을 생각하면 이제 그녀로서도 뾰족한 해결수단이 없었다.

‘물자가 넘쳐서 생기는 방만함과 퇴폐는 정치적이나 경제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자연환경은 양호해졌으니 다행이야.

그 외에는 최악이다.’

지배층으로 갖추어야 할 소양이 거의 없는 용자동맹이라면 이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었는데 파국이 너무나 빨리 온 것이 문제였다.

‘저 행성의 지성체들은 끝났어.

유일한 방법은 전쟁을 통한 재건국뿐이야.’

용자동맹이 직접 손을 댄 행성의 지성체들은 과학문명의 정화였던 공장과 발전소를 대부분 잃으면서 최고의 자연환경을 얻었다.

이 상태에서 평생 먹고도 남을 물자를 넘치도록 받아서 나태해진 정신만 개선하면 자연적으로 구제될 수 있었다.

‘전쟁을 통해서 오염된 사상을 완전히 지우고, 나라를 처음부터 만들어야 한다.’

결국은 세계대전으로 귀결되고 있었다.

이렇게 한 달도 안 되어서 거의 무력을 쓰지 않고서 선의(善意)만으로 지성체의 지지를 받으면서 행성 하나를 망하게 하다니 기가 막히면서도 무서울 지경이었다.

‘무상의 정의를 앞세운 용자동맹은 피지배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지배층을 전부 피지배층으로 만들어버리다.

이것이 용자동맹의 진정한 힘이구나.

중앙신계에서 분리되어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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