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하도 기가 막혀서 조사를 해보니 하계에서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만화책이 북두신군(北斗神君) 비전서의 정체였다.
‘권능의 설명이나 오의의 해설 없이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에 불과한 만화책을 저들은 비전서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강해지는 모습이 뚜렷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과거에 화형당한 성녀였다가 천사로 부활하고, 영웅왕의 조종사로 선택을 받아서 원탁의 자리에 있는 그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잔 다르크 천사가 혼란스런 표정으로 있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후훗! 아직 힘을 부여받기만 한 너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겠구나.”
권도(拳道)의 수준만 보면 최고위 주신들이 지성체 애들이나 즐겨보는 만화책을 보면서 강해지는 현상은 고위 정신체가 아니면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앞으로 시작님을 잘 모시고, 중앙신계를 운영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질 너에게 이 정도 도움은 괜찮겠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옆에 서 있던 잔 다르크 천사의 허리를 손으로 감아서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스으으으으-!
“어멋!”
용자왕들과 다른 고위천사들이 보는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허벅지 위에 앉혀진 잔 다르크 천사는 얼굴이 노을처럼 붉어졌다.
그리고 기대에 빠진다.
‘이…이번에는 무엇을 알려주실까?’
이렇게 신체 접촉을 해올 때마다 막대한 지식과 권능이 신체로 흘러들어왔기에 자신도 모르게 밀착하고 있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품에 안겨든 그녀의 신체로 무수한 정보들이 전해진다.
‘아아아-!’
그것은 우주가 폭발하면서 확장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드러난 수많은 정신체들을 보면서 설명이 이어진다.
“창조주님께서 세계를 창조하시고, 그 안을 채우기 위해서 정신체들을 창조하셨다.
최초에 창조된 정신체들은 모두 세계에서 성공이자 걸작이라고 인정받은 존재로서 원형 혹은 오리진이라고 부른다.
원형들은 창조주님과 똑같이 자신들의 부분을 복제하거나, 자신들이 기억하는 성공작들을 찍어내듯이 만들어서 세계에 뿌렸다.
더없이 넓은 우주와 세계를 채워야 했기에 같은 존재가 중복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각자 다른 은하계 단위로 나누면서 성장환경의 차이로 각자 다르게 변화했기에 상관이 없었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잔 다르크 천사의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어간다.
“성공적인 원형들을 무수하게 복제한 존재들로 채운 은하계를 다시 복제하여 세계는 일차적으로 채워진다.
세계의 초창기에는 바로 옆의 은하계나 다른 세계에 가면 서로 같은 존재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환경이 다르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존재로 진화해간다.
그렇게 세계를 자신들의 복제와 성공작으로 채운 그들은 자신들의 정보를 원형의 별을 선택하여 저장한다.
그리고, 다른 세계의 창조를 기다리기 위해 행성 자체에 융합된다.
정보의 보호를 위해서 행성의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는 그들의 보조 저장장치가 된다.
원형의 별에 태어난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들은 무의식에 모든 원형의 정보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아! 내 눈에도 보여.’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야기가 모두 영상으로 펼쳐지면서 이해를 돕고 있었다.
“원형 행성과 지성체, 정신체의 무의식 속에 남은 강대한 오리진들의 정보는 과학 문명이 극에 달하고, 인구가 늘어나면 저런 창작물의 형태로 표출된다.
무수한 지성체들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원형들의 정보를 보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물론 비전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 자격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파악할 수 없다.
이런 정보를 모르거나 익힐 수 있는 재능이 없다며 단순한 그림책이나 만화책이지.”
점점 농밀해지는 자극에 아랫입술을 꼭 깨물면서 새빨개지는 얼굴을 다른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대충 이해했음을 깨달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용자동맹을 내려보면서 말하다.
“초사자왕 울트라 가이가 얻은 북두의 오의도 아마 현세계에서 만화책과 비슷한 형태로 존재했을 것이다.
너는 북두(北斗)의 원형의 복제나 혈족이 아닌데도 용케도 이어받았구나.
놀라운 일이야.”
용자동맹의 기계 몸은 욕망을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잔 다르크 천사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몸에서 몸부림을 쳐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고서 대답한다.
“핫! 쉽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복사된 기억에 불과하나 어려웠던 습득과정을 떠올리는 초사자왕 울트라 가이였다.
‘십만 명의 용자들이 모여서 북두(北斗)의 힘을 가진 기계 투신체(機械 鬪神體)를 겨우 완성했다.
처음에는 나도 그냥 애들 그림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은하유성 아이언님께서 직접 비전서라고 내려주셨다.
북두(北斗)의 피를 약간 이어받은 다른 용자왕들이 그림책에서 신성을 느끼지 못했다면 포기했겠지.’
용자동맹의 조종자들은 초월자 중에서 최고 수준의 재능과 잠재력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황금후계로서 모든 권능을 아래에 둘 수 있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안목과 신계주신의 권능지원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아아아-! 흐흐흥-!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달뜬 비음을 흘리기 시작한 잔 다르크 천사의 봉긋한 젖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용자동맹은 기계 투신으로 변화했는가?
조종사의 투기를 단순한 구조강화와 위력 강화에 사용하지 않고 오의로 승화시켰다면 나쁘지 않은 진화다.
스스로 초사자왕이라고 말할 만하다.”
“칭찬에 감사합니다.”
애무는 갈수록 농밀해졌지만, 욕망을 느끼지 못하는 용자왕들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같은 자리에 있는 여천사들은 사정이 달랐다.
성적인 흥분이 문제가 아니었다.
‘세상에나? 순식간에 저렇게 강해지다니?’
단순한 접촉만으로 잔 다르크 천사의 날개의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더구나, 이렇게 공개적으로 승급시켜주는 의미를 잘 아는 그녀들은 모두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저렇게 아끼는 잔 다르크 천사에게 절대로 도전하지 말라는 뜻이시다.’
‘이렇게 했는데도 지휘문제가 발생하면 공개 처형될지도 몰라.’
신계주신에게 안기는 여천사가 천족의 대표가 되는 일이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에서 부활시켜 천사로 삼은 존재들이 늘어날수록 생기려던 알력을 그렇게 해소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화면에 비추는 북두신군(北斗神君)들을 보면서 말했다.
“신계자아는 죽음의 기운을 적의 약점에 박아넣어 일격필살(一擊必殺)을 구현한 명망 높은 북두일족(北斗一族)의 도전을 환영한다고 나의 이름으로 축전과 정기를 보내라.
저들은 앞으로 다가올 청혈일족과의 종족전쟁에 커다란 승부수가 되어줄 것이다.”
죽음의 기운으로 내부로부터 파괴를 일으키는 북두(北斗)의 힘은 청혈일족에게 상극이다.
청혈일족이 아무리 크기가 크고, 장갑이 단단해도 정신체인 이상 약점에 스며드는 죽음의 기운을 견딜 도리는 없었다.
“북두신군(北斗神君)들이 북두일족(北斗一族)이 되어서 종족전쟁에 참전한다면 승산은 크게 올라간다.
중화신족에게서 독립하여 다시 일족을 부흥시키기를 원한다면 무한대의 지원을 부여한다고 전하라.”
개조행성의 신왕들이 앞으로 다가올 청혈일족과의 종족전쟁에서 최전선에 세워질 것이라는 괴성(魁星) 라오의 예상은 맞았다.
그러나, 그도 설마 창조신계의 붕괴와 함께 망해버린 북두일족(北斗一族)을 다시 만들 정기까지 줄 줄은 몰랐다.
명문일족을 다시 부흥시키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정기와 창조력을 추측한 용자왕들은 감탄하다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위대하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이시여. 실로 자비롭고 관대하신 조치이십니다.
그런데, 묻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익이 있기에 이렇게까지 해주시옵니까?”
외계에 재구현된 이후에 용자왕들은 현상태를 파악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기가 완전히 고갈된 세계가 진짜로 있었다.’
‘그런데 이 중앙신계는 현세계에서도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최고 수준으로 개발되어 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중앙신계를 만들고, 전성기의 용자동맹을 동시에 구현해버리다니 엄청난 창조력이다.’
‘더구나, 이 모든 것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은하유성 아이언이 현세계 최강의 영웅신으로서 기반을 만들었고, 크롬여왕의 지휘로 지배세력의 한 축으로 우뚝 선 용자동맹도 도저히 믿기 힘든 창조력이었다.
‘이 황무지에서 이런 중앙신계를 만드는데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정기와 창조력이 소모되었겠지.’
‘육도윤회 투기장과 개조행성은 투자한 정기와 창조력 일부에 지나지 않아.’
‘도대체 이렇게 해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승급이 힘든 하급자를 위해서 승급전용의 신기까지 만들어주다니 순수한 호의로 하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업적이자 은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직접 묻는 용자왕들에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무감정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무슨 이익으로 이렇게 투자했냐고 물었느냐?
당연히 이익을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저 원형(原型) 행성에만 집착하신다면 큰 손해입니다.”
“개조행성의 밀도도 너무 높습니다.”
“지금이라도 다른 구역으로 개척을 시작해야 합니다.”
원형(原型)의 행성이 정보량이 특별하기는 하지만 생산되는 정기의 양은 일반행성과 같다.
그리고, 이렇게 거대행성이 밀집된 곳에서는 정기의 질을 높일 수 있어도 빠른 확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용자왕들의 조언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볍게 손을 튕기는 것으로 대답한다.
탁-!
중앙신계 주신전의 사방의 벽이 사라지면서 완전무장한 일백만 명의 기계신 군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투명한 액체 속에서 빛의 날개를 휘날리는 황금장갑을 가진 기계신들을 본 용자왕들은 벌떡 일어섰다.
“영웅동맹의 일반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다!”
“그건 미완성일 것인데?”
“우리가 여기 재구현되는 순간까지 대량생산에 실패했어.”
용자동맹이 투기로 오의까지 사용하는 기계 투신체(機械 鬪神體)로 각개전투에 뛰어나게 진화했다면 영웅동맹은 신력을 기반으로 병렬신력연결을 통하여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게 변화했다.
‘기계 투신체(機械 鬪神體)의 놀라운 성능과 가능성을 확인한 삭월의 시즈지님와 모든 여왕님들이 합심해서 영웅동맹을 중앙신계와 은하계를 수호할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로 진화시키려 했다.’
‘은하유성 아이언님의 도움으로 초영웅왕의 시작품은 나왔다.’
‘영웅동맹의 일반기체를 과학문명으로 양산하는 단계로 이행하려는 순간 아이언님이 행방불명이 되셨지.’
여왕들의 권능을 혼자서 집중시킬 수 있는 신계주신 은하유성 아이언의 실종으로 인하여 대량생산에 실패한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들이 일백만대나 늘어서 있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그런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톡-!
자신의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내더니 입으로 불어 날리면서 명령어를 발동했다.
“후우-! 백만분신술.
나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특별한 존재이다.
나의 세계를 여기 구현하니 따를지어다.”
중화신족 법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백만분신술과 고위 마도들이 동시에 발동된다.
“!?”
용자왕들과 천사들이 놀라는 가운데 영웅동맹의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들이 두 배로 순식간에 늘어났다.
파! 파! 파! 파!
복사하듯이 이백만대가 되어버린 영웅동맹의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들을 본 순간 용자왕들조차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저게 분…분신이었어?’
‘그럴 리가 없다!’
‘우리 분석장치는 분명히 실체로 판정하고 있어.’
분명히 분신술로 만들어낸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들의 주변에 소용돌이치며 흡수되는 투명한 액체를 보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주수의 수액!?”
“저 정기로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의 분신을 실체로 만드신 것입니까?”
백만분신술로 기계 전신의 기본구조를 복사하고, 마도로 속을 채웠다.
그리고, 우주수의 정기를 투여해서 완벽하게 실체로 바꾸어버린 것을 눈치를 챈 용자왕들은 순간 동작이 멈출 정도로 경악했다.
‘방금 제작에 일 초도 안 걸렸다.’
‘일 초에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를 일백만대를 생산하는 능력이라니?’
‘이런 창조력이 존재할 수 있는가?’
전성기의 삭월의 시즈지와 여왕들이 힘을 합쳐도 꿈조차 꾸지 못할 무지막지한 대량창조력이었다.
그런데 더욱 무서운 점은 다른 곳에 있었다.
엄청난 창조력을 보여주면서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땀방울 하나 흔들리지 않고서 평온하다는 점이었다.
‘이런 기적과 같은 대량 창조력을 구현하시면서도 아무런 피곤도 안 보이신다.’
‘그러면 우주수의 정기만 충분하면 무한대로 뽑아내실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일 초마다 백만 대의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들이 생산되어서 우주를 휩쓰는 광경을 생각만 해도 오싹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태평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아아! 조종사가 없이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의 대량생산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주수의 정기로도 내 신력을 높이기는 무리지만 권능과 마도 사용에는 충분한 농도이니 말이다.
개조행성에 뿌린 세계수가 잘 성장해서 우주수가 되면 지금 이상의 속도로 만들 수 있겠지.
개조행성의 신왕들이 기대에 못 미쳐서 청혈일족에게 밀린다면 기계 전신체(機械 戰神體)들을 계속 보내서 쓸어버리면 끝이다.
내가 외계에 자리를 잡은 순간에 승부는 끝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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