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838화 (1,748/2,000)

34권 35권

해적두목이 부하들이 제공한 자료를 기초로 지금 자신이 있는 지옥의 구조를 예상해서 그려본다.

그것은 하나의 종이와 같은 구조였다.

“둥근 행성의 형태가 아니라면 이렇게 면이 될 수밖에 없다.

어떤 탐색기를 보내도 끝을 확인할 수 없으니 아마도 확장하고 있을 것이다.”

해적두목은 초능력을 발동해 눈을 빛내면서 컴퓨터를 조작해 종이를 점차 늘린다.

스스스스스-!

지옥의 악령이 늘어남에 따라서 확장되는 지옥의 구조를 생각하면 맞는 구조였다.

그런데 해적두목은 화면은 종이를 세웠다.

“계속 확장을 한다면 당연히 두께는 얇아질 수밖에 없지.

즉 출구는 반대편에 있다.”

그 말에 해적들의 눈빛도 변했다.

‘그럴듯해.’

‘어차피 하늘과 땅 위로는 탈출할 수 없다면 땅을 파는 수밖에 없기도 하다.’

성질 급한 해적 중 하나는 탐색기에 달린 지진파 기계로 땅속을 조사하고 외쳤다.

“확실히 땅속에 큰 공동이 있습니다!

이건 하늘 같군요.”

다른 해적들도 다수의 탐색기를 조종해서 지진파를 발사하니 어느 정도 파고들더니 돌아오지 않는다.

이것은 반대편은 비었다는 뜻이었다.

“지표 속 온도 측정을 해보니 표면과 똑같습니다.”

“반대편까지 추정되는 깊이는 어느 정도이지?”

가장 중요한 자료였는데 의문 표시가 뜬다.

무엇인가 땅속 중간에 있는 거대한 물체로 인하여 정확한 측정이 안 되고 있었다.

“이게 뭐지?”

우주 해적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한 물체가 지옥 지하에 있다니 이해가 안 되었다.

그러나, 모두 의욕이 돌아왔다.

“그래도 한번은 시도해볼 만합니다.”

“합시다! 두목!”

행성을 관통하는 구멍을 뚫는 것은 은하계를 횡단하는 초과학문명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용자동맹은 우주해적들에게 강제로 교육하지 않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필요한 부품과 지원을 잘해주었기에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그렇게 해적들이 모두 몰려가서 지옥의 땅을 관통할 굴착함을 만들기 시작하는데 막상 제안한 해적두목은 남아서 잡음이 가득한 지진파 영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지지지지! 지이이이지직!

악령을 피해서 저공 비행하는 탐색기에서 계속 광역으로 발산된 지진파는 땅속에 묻힌 거대한 물체의 윤곽을 흐릿하게 보여준다.

“이게 뭐지?

뭔가 굉장히 불길한데?”

고민에 빠졌던 해적두목은 탐사선들이 보낸 지진파 사진을 종합해서 연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회의실과 주변 통로에 잠금장치를 걸고서 자신의 초능력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츠츠-!

그러자 화면에 거대한 물체가 인영의 모습으로 드러났다.

“일백 킬로미터가 넘는 크기의 인형병기?”

해적두목의 초능력은 아주 특별했다.

아직 개척되지 않는 지역도 자신의 집처럼 다닐 수 있게 해 준 그의 초능력은 하나를 보고서 전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

어떤 고사에서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지고 각자 뱀이나 기둥과 같다고 잘 못 묘사했다고 하는데 그는 털 하나로도 전부를 알 수 있었다.

‘행성을 보면 항성계를 알 수 있고, 영상을 보면 모든 것을 파악하다.’

그의 초능력이 확인한 자료 영상은 여성의 형상이었다.

“이…이건? 퀸 엘리자베스호?”

그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실루엣이어서 바로 알아보았다.

‘미녀가 엎드려있는 형태의 우주함은 은하계를 통틀어도 그것 단 한 척이다.’

지금은 은하계 전부를 다스리는 에메랄드 여왕의 전용함이 엄청난 크기로 확대되어서 지옥의 지하에 묻혀있는 것이다.

“이…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저 크기는 또 뭐야?”

그런데 더욱 강하게 발동된 그의 초능력이 이상함을 파악한다.

지진파가 보내온 영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는데 다른 해적들은 잡음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눈에는 아니었다.

“장갑 표면이 약간씩 진동한다!

호흡하고 있다!

이건 전함이 아니야!

생명체다!”

경악한 해적두목이 탐사선이 보내온 자료에 일부로 전부를 알 수 있는 자신의 초능력으로 영상을 세밀하게 보강한다.

그러자, 나온 영상은 퀸 엘리자베스호와 같은 양팔을 모아서 턱을 바친 자세로 엎드려있는 푸른색의 갑옷을 입은 여전사였다.

“진짜 여거인이라고?”

일백 킬로미터가 넘는 여거인이 갑옷을 입은 채 땅 속에 있다니 황당하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불가사의한 존재라고 초능력이 경고한다.

그리고, 탐사선이 보내온 흐릿한 영상을 초능력으로 정밀하게 조사하는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

“저 여거인의 밑에 또 뭐가 있다!”

엎드려있는 여거인 밑에 조금 작은 크기의 무엇인가가 안겨있는 것이다.

마치 서로 껴안은 형태였는데 다시 정밀하게 조사를 하려 하자 영상은 거기서 끊긴다.

파지지지지지-!

더는 허락하지 않는다는 듯이 초능력의 발동이 방해되면서 탐사 영상에 잡음이 가득해진다.

굴착선을 만든다고 모든 해적이 몰려나간 이후에 초능력으로 혼자 영상판독을 했던 해적두목은 정신이 멍해졌다.

‘지옥의 땅속에 거인들이 묻혀있다니?

도대체 저것들은 뭐지?

숨을 쉬고 있는 것을 보니 시체는 절대로 아니다.’

일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인들이 있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살아있기까지 했다.

더구나, 정밀 조사를 하려 하면 측정 장비가 먹통이 되는 현상도 더욱 황당했다.

‘저 거인들이 기계장비의 이상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지진파가 탐지한 자료를 내 초능력으로 분석한 결과로는 가장 얇은 두께의 지반을 저 거인들이 막고 있다는 점이었다.’

탐사선이 보내온 자료를 초능력으로 종합하니 마치 암반에 뚫린 커다란 구멍처럼 저 거인들이 있는 곳만 움푹 파여서 부드러운 흙에 덮여있었다.

다른 지역은 암반의 단단함도 강하지만, 두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두꺼웠다.

‘이걸 어쩐다?

저기를 파 내려가야만 하나?

위험하지만, 그래야겠지.

다른 곳은 깊이 파악조차 잘 안 돼.

그리고, 다른 쪽은 탈출방법이 없다.’

부분으로 전부를 파악하는 초능력으로 미지의 은하계를 자기 집처럼 돌아다녔던 해적두목이었다.

그래서 공간과 물질에 대해서 파악하는 초능력은 누구보다 강해서 탐사선의 제한된 자료만으로 지옥의 구조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결과이다.

‘보기만 하면 항성계조차 파악할 수 있는 내 초능력인데 하늘의 높이가 측정이 안 된다.

이 땅의 넓이도 추측이 불가능해.

역시 지옥답게 특수한 공간인 모양인데 땅만 정상적이다.

그런데 왜 저런 괴물 같은 크기의 거인들이 저기에 묻혀있는 거야?

설마 지옥의 수문장 같은 것은 아니겠지?’

옛날이야기 속의 무시무시한 지옥의 수문장들을 떠올린 해적두목이 고민에 빠질 때 건물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두목! 굴착함의 설계도가 완성되었소.

같이 점검합시다.”

“음!? 알았다!”

해적두목은 자신이 초능력으로 보완한 탐사자료와 거인들의 영상을 싹 지워버렸다.

그가 가진 부분으로 전부를 파악하는 초능력은 굉장히 유용성이 커서 위험했기에 동료들에게도 비밀이었다.

‘나의 초능력만 있으면 어떤 미개척지역이라도 항로를 찾아서 개척할 수 있다.

제국이나 연합이 알면 당장 잡혀서 개척함에서 평생을 살아야 했겠지.

그래서 미지의 항로를 잘 찾아도 단지 운이 굉장히 좋거나 현명한 선장으로 소문이 냈었다.’

회의실의 잠금장치를 풀고 나서면서 고민에 휩싸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거인들은 위험해.

그런데 지금 우주해적들이 너무 안전해서 무료하기 짝이 없는 생활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굴착이 유일한 희망인데 포기할 수는 없다.’

잘못하면 용자동맹이 추천하는 대로 기계 몸을 받은 개조인간이 되어서 조종사가 되겠다고 할지도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리고, 세부사항을 어떻게 알았는지 설명하려면 지금까지 비장의 수단으로 숨겨왔던 자신의 부분으로 전체를 아는 초능력을 공개해야 했다.

‘만약 땅 밑에 이런 괴물들이 있는 것을 알면 굴착을 아예 할 수 없다.

강요할 수는 없지.

그렇게 하면 반란이 반드시 일어난다.’

다행히 지반 암반에 구멍이 뚫린 구멍은 거인들보다 훨씬 컸다.

그 사이로 간다면 피해갈 수 있기에 그렇게 굴착 계획을 짠 해적두목은 세심하게 자신이 보완한 탐색 영상을 복구할 수 없도록 지워버렸다.

그런데 그 장면을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

회의실에 비밀리에 연결된 영상장치가 지금까지의 장면을 제국의 본성의 황궁으로 보낸다.

비잉! 비잉!

지켜보는 존재는 우주해적들을 지옥의 철의 요새로 보내서 용자동맹의 후보생이 되는 것을 찬성했으나 걱정이 되어서 주시하고 있던 에메랄드 여왕이었다.

항상 우주해적들이 어떻게 생활하나 보면서 아이언의 유모 자격으로 필요한 것을 적극적으로 보급하게 했던 그녀는 탄식하고 있었다.

“휴우-! 용자동맹의 후보생이 되면 앞으로 은하계의 지배층이 되는데 끝까지 탈출이라니?

정말 갈수록 실망스럽군요. 당신.”

크롬여왕은 에메랄드여왕의 원래 운명을 알기에 세심하게 설득했다.

‘첫 번째 너의 운명은 영원한 미망인이었어.

아이언 혹은 어마마마에 의해 저 사람을 잃고서 수백억 년을 슬픔에 싸여서 명복을 빌었지.

전 우주를 검은 상복을 입고 다니며 평생 그의 전생을 찾아 떠돌고, 복수를 위해 살았단다.

다시는 그렇게 살아서는 안 돼.’

그러다 잘 통하지 않자 정보행성 코아에서 획득한 그녀의 모든 흐름을 알려줘 버렸다.

물론 에메랄드여왕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원래 흐름에서 나는 아직 초능력자지만 성인이 된 아이언에게 강제로 능욕당하면서 결국 초월자가 되어서 허수아비 여왕의 자리에 앉혀졌다.

이런 비참한 운명이 원래의 나라니?’

해적두목의 죽음과 아이언의 소멸 이후에도 분노하여 검은 상복을 입고서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광경을 보니 황당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영화처럼 보여주는 원래 운명의 모습이 지나치게 생생했다.’

이어진 지워진 흐름에서 본 두 번째 운명은 그나마 나았다.

‘두 번째 운명은 비록 절반이나 은하계의 여왕으로 정상적으로 등극했단다.

그러나, 과거의 동료인 우주해적들에 의해서 권위를 의심받아서 내려놓게 되었지.’

우주해적들을 모두 잡았는데 과거 동료라서 죽일 수가 없어서 독단으로 풀어주었더니 은하제국 반란세력의 중핵으로 활동해버린 것이다.

‘내가 여왕이 되었으니 결코 학살이나 약탈은 없다고 약속했다.

제국의 귀족이 되라고 설득했는데 그들은 거부하고 해적질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혼란의 책임이 나에게까지 몰려와서 스스로 유폐해야만 했다. ’

배신감에 떨면서 거짓이라고 말하기에는 크롬여왕과 프롬여왕의 표정은 엄숙하기까지 해서 부정할 수 없었다.

‘우주해적단의 난동을 수습해준 것은 초능력자가 아닌 신계주신이 된 아이언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대응도 달라졌어.

지워진 흐름에서는 신계주신이 된 아이언에게 은하제국은 큰 의미가 없어서 인구수만 늘어나면 관여를 안 했다.’

지워진 흐름에서 아이언은 소년의 모습이었지만 초능력자가 아닌 신계주신이 되어서 강자로서 여유롭게 활동했다.

‘은하계의 지성체 관리를 전부 여왕에게 넘겨주고 대가를 받으면 활동하는 동맹으로 남았다.

그래서, 도와준 것이란다. ’

아이언의 도움으로 우주해적들을 다시 잡아서 비개척 행성에 알몸으로 유폐했는데 바로 원숭이들의 신이 되어서 탈출준비를 하는 장면도 보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주해적들을 탈출할 수 없는 지옥의 철의 요새로 보낸 것이다.

‘지금도 저러면 우주해적들은 도저히 구제할 수 없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가?

필요에 따라서 대우도 달라지는가?

아이언도 지워진 흐름에서 나를 억지로 범해서라도 강하게 하려 하지도 않고 내버려 뒀었지.

은하제국이 큰 의미가 없어서였겠지.

지금도 같다.

아니 오히려 내 존재를 아예 잊어버린 것 같아.’

사랑하는 사람이 우주해적 두목인 에메랄드 여왕에게 아이언의 무관심이 나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좋은 일이나, 크롬여왕과 프롬여왕은 심각한 어조로 경고했다.

‘모든 흐름에서 지금의 내가 제일 약해.

이대로면 초월자가 되는 것도 위태롭단다.’

세계의 항상성은 큰 변동을 용납하지 않고서 강제로 조정한다고 한다.

그 기준에서 크롬여왕이 읽은 에메랄드여왕 운명은 너무 약해서 나쁜 쪽으로 크게 기울고 있었다.

‘나의 원래의 흐름은 현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초월자다.

그런데 이렇게 약한 상태가 계속되면 초월자가 되지 못한다.

그럼 내 존재 자체가 위험해진다니?

이게 사실일까?’

강제로 초월자로 만들기 위해서 간단한 기억조작부터 시작해서 심하게는 신체조작을 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다른 존재로 역할을 대체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해적으로 방황하던 자신을 여왕으로서 임명해준 프롬여왕과 순순히 후계자의 자리를 양보한 크롬여왕을 의심할 수 없었다.

‘지금 은하제국의 여왕으로 만족하면 내가 내가 아니게 된다.

사라질 수도 있다.

그걸 막는 방법은 아이언과 정기교류를 통해서 초월자가 되는 것뿐이다.’

몇 번 보지도 않는 꼬마인 아이언과 강제로 결혼식을 올린 기억이 떠올린 에메랄드여왕은 고개를 흔들었다.

‘정기교류라고 하지만 결국 섹스잖아!

그런 꼬마와 어떻게 그런 짓을 하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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