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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이 파악하려던 청춘의 환상 크롬이 갑작스럽게 닥쳐온 두통에 그대로 시야에 움켜잡았다.
그녀의 차원권능과 회색권능으로는 시공회랑을 타고서 과거에서 현재로 다가오는 존재를 더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 이상으로 파고들 때마다 연산력과 분석력이 부족한지 튕겨 나가고 있어.
여기가 나의 한계야.’
다시 차원권능으로 분석한 결과를 재보고를 받은 삭월의 시즈지는 긴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아아. 갈수록 아이언님의 위기가 빨라지며 위험해지고 있다는 말인가.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는 뜻이구나.”
아이언과의 인연이 얼마나 유모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지 잘 아는 삭월의 시즈지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워진 흐름보다 더욱 강해진 그녀들이지만, 정신체로서 진정한 영원히 삶을 손에 넣은 지금은 강해질수록 좋은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었다.
“예. 삭월의 시즈지.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면 저희는 어떻게든 더 빨리 더욱 강해져야만 해요.”
“그런데 아직도 아이언님의 초월자 승급 허가가 나오지 않았단다.
지성체로는 더는 강해질 수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최상급 여신을 바라보는 삭월의 시즈지조차 아직은 지성체에 속했다.
분류가 무의미할 정도의 강대한 초능력자가 되어서 초월자로 전직해야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아이언의 고집 탓이었다.
“기초를 최대한 키우고 성을 쌓아야 거성이 된다.
부정할 수 없는 올바른 주장이지만 더는 성장이 안 되니 답답하기는 해요.”
유모들의 성장은 지성체로서 한계에 도달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거의 오르지 않는다.
이제 정신체로 진화하면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데 황금후계가 된 아이언의 눈에는 한없이 부족해 보이기에 허가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 용자동맹의 패배는 아이언에게 바로 보고되었다.
황금후계로서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 맹훈련 중이었지만, 신계자아는 위급사태라고 판단한 것이다.
“용자동맹이 흑염군단에 졌다고?
그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모처럼 놀란 그의 눈에 용자동맹의 기계신체가 무참하게 파괴되는 모습이 보였다.
쿠쿵-! 파캉-! 쿠쿵-!
흑염군단의 신기가 직격만 되면 용자동맹의 기체가 무조건 박살이 난다.
버틸 수 있는 것은 용자왕 정도였지만, 겨우 다섯 명으로는 일천 명의 영웅신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
침묵하면서 몇 번이나 전투 영상을 돌려보는 아이언 앞에는 긴급호출된 용자왕들이 엎드려있었다.
절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데 아이언을 보자마자 저절로 시행한 것이다.
‘우…우리가 왜 이러고 있지.’
‘모…모르겠다.’
‘기계 몸에 힘이 안 들어가!’
‘고장은 아닌데 움직이지 않는다.’
‘패전에 대한 처벌인가?’
‘처분되는 것은 아니겠지?’
특별한 조작이 아닌 투기와 신력으로 기계신의 경지에 도달한 기계 몸이 아이언의 황금후계의 신격에 압도당한 결과였다.
그리고, 흑염군단에 패배하고 돌아온 죄가 있으니 침묵하면서 지시를 기다리는데 강대한 존재감에 감탄만이 나온다.
‘참으로 대단한 존재감이구나.’
‘과연 은하계 신계주신이신 은하유성 아이언님이다!’
어떤 상대에게도 기가 죽지 않던 용자왕들이 꼼짝하지 못한다.
그러니 개인 수련을 하느라 거의 나타나지 않는 은하유성 아이언이 실질적인 이 은하계의 주인임을 용자왕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흑염군단에 형편없이 당해서 꺾였던 투지가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흑염군단의 누구보다도 강하시다.’
‘현세계의 최강자라는 샤이니와 브라이트보다 확실히 위이시다.’
‘이 분이 앞장서신다면 우리의 패배는 설욕할 수 있다.’
영웅황제를 조종하는 크롬여왕이 맹주로서 부족한 것이 아니다.
지원 임무에 특화되었기에 후방지원을 주로 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최전방에서 적을 압도할만한 강자가 없는 것이 이번의 최대 패인이었다.’
‘이렇게 강대한 아이언님이 앞장서서 싸워주신다면 이길 자신이 있다.’
그렇게 용자왕들이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언은 다시 전투 영상을 분석하면서 생각에 빠진다.
‘흑염세력이 놀라울 정도로 전력이 상승하여있다.
그리고, 이 신기와 전신갑옷은 분명히 내가 만든 것이다.
다만 지금의 나보다 창조력 수준이 훨씬 높은 것을 보니 다른 선택을 한 과거의 누군가이다.’
황금 책탑에서 시간대가 달라서 인지만 했던 자신을 위협하던 또 다른 자신의 소행이 분명해 보였다.
‘다른 시간대에서 십중심 책탑을 획득한 내가 분명하다.
이쪽은 창조력과 마력을 강화했는가?
이런 신기를 양산 가능했다니 참으로 대단하군.’
용자동맹의 특수장갑을 파괴할 수 있는 초월 신기를 일천 벌이나 만들어서 지급하다니 지금의 자신으로는 벅찬 일이었다.
‘그렇다고 현세계 황금후계가 된 내가 흑염군단에 질 리는 없다.
내가 나서면 아무런 부상 없이 하루면 전멸시킬 수 있다.
그런데 흑염군단은 불리해지면 차원권능으로 바로 도망가겠지.
그걸 막기 위해서 차호님이 시공회랑을 준비하고, 그들이 포기할 수 없는 파호톤을 가진 내가 나서는 순간 끝장이 나는 운명이다.’
설사 흑염군단이 이 사실을 알아도 흑염의 광기를 통제하는 절대기인 파호톤은 포기할 수 없는 미끼였기에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아이언은 이제 상대도 되지 않는 흑염군단의 영웅신들과의 싸움에는 관심이 없었다.
‘흑염군단의 운명은 내가 쓰러트리면 차호님이 칭호로 바꾸어 회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내가 이 시련을 이긴 다음에 나타날 실체화될 진정한 적인 또 다른 나를 상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마력과 창조력을 강화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황금 권능이 마력의 상극이기에 패배할 리는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다음의 미래였다.
‘황금 데이터 나이트님에게 더욱 인정을 받아야 한다.
아무것도 없다던 최상층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진정한 황금의 절대자가 되어서 현세계를 지배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적하신 약점을 전부 없애야 한다.’
황금후계가 되면서 오른쪽 약지에 생긴 신체의 약점은 보강했다.
그러나, 외부 신력 운용에 생긴 바늘과 같은 구멍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했던 수련보다 더한 단련이 필요함을 알고 있는 아이언은 마음이 급했다.
‘흑염군단은 지금처럼 창조신계와 여왕이 이끄는 용자동맹에게 맡기면서 하는 견제로 충분하다.
지금은 나의 수련이 더욱 중요해.’
지워진 흐름의 아이언이었다면 직접 나서서 용자동맹을 수련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황금의 절대자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수련이 너무 많은 지금은 더는 신경을 쓰기 못하는 상황이었다.
‘기계신과 초월자의 융합인 용자동맹은 흑염군단의 가능성을 웃돈다.
가야 할 길만 인도해주면 스스로 극복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보행성 코아에서 수십 권의 책을 복사하여 엎드린 용자왕들에게 던져주면서 말한다.
“특별히 내가 아끼는 자료를 내려주마.
이걸 참고하여 각자 기계신체를 개조하고 각자 수련해라.
그럼 흑염군단은 너희의 적이 아니다.”
그렇게나 바라던 현세계 최강으로 보이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도움이었다.
모든 용자왕들이 기뻐하면서 굳었던 기계 몸을 억지로 움직여서 자신들의 앞에 놓인 책을 든다.
중요한 자료가 확실한지 금장에 글씨도 번쩍이는 책들을 들어 올린 사자왕 가이는 제목을 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North Star Fist God.’
‘South Star Fist God.’
척 보기만 해도 심상치 않은 제목에 자료라서 급하게 펼쳐본 순간 사자왕 가이는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이거 뭐야?
이건 아이들 그림책이잖아!’
아무리 들추어보아도 그림과 설명으로 만들어졌지만, 해석이 붙어있으니 분명히 비급서가 맞기는 했다.
그런데 세부적인 설계는 전혀 없고, 어떤 형태로 기술이 발동되며 만들어진 배경역사가 그림으로 만들어진 책자였다.
‘아무리 보아도 권능이나 개조 설계도가 아니다.
이게 뭐지?’
다른 용자왕들이 받은 책을 보니 비슷한 아이들 그림책이었다.
이런 그림책들이 정말 흑염군단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스러운 용자왕들은 아직 소년의 모습인 아이언을 올려다보았다.
‘설마 졌다고 우리를 놀리시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황금후계의 완벽한 존재감은 불신을 용납하지 않았다.
마음속에 솟아오르던 의혹은 바로 해결이 되었다.
‘저분이 그럴 리가 없지.’
‘이게 단순한 그림책이 아닌 것 같다.’
‘책에서 신격까지 느껴질 정도이니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어.’
하지만 아무리 조사해도 그림책 이상이 아니었다.
흑염군단을 이길 비책이라고 내려준 자료가 이런 그림책이니 혼란스러워하는 용자들에게 아이언은 설명한다.
“용자왕의 기계신체는 현세계 초과학 문명과 창조력의 융합이다.
변하지 않는 기계 몸이 아니라 너희가 생각하는 대로 개조되면서 무한히 강해지지.
그리고, 너희는 용자왕의 조종사로서 선택된 진정한 용자들이다.
원래 도적단에 불과한 흑염군단에 지지 않는다.”
확신에 찬 아이언의 말은 용자왕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을 완성하라.
그렇게 된다면 흑염군단은 결코 너희의 적이 될 수 없다.
명심하거라.
끝없이 정진한다면 너희는 장차 현세계 최강의 전력이 된다.
흑염군단같은 도적단이 아니라 누구나 인정하는 영광스러운 정의의 수호자가 될 것이다.”
“하-!”
비급서라고 준 그림책들을 소중히 챙긴 용자왕들의 힘찬 응답에 은하유성 아이언은 만족하면서 지옥의 주둔지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삭월의 시즈지와 청춘의 환상 크롬의 대화를 들으면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원래의 내 운명은 폭주한 현세계 마신황제와 공멸이다.
황금후계가 된 지금은 마신황제따위는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흑염군단에 조력한 과거의 내가 적이 되다니?
정상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흐름의 변경이다.
황금후계가 된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던가?’
자신의 오른손에 끼워진 복제 에반젤리 권갑을 쳐다본 아이언은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내가 강해질수록 나의 운명의 시련도 강화된다.
마치 내가 여기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진정 현세계에서 나의 행복은 용납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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