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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826화 (1,736/2,000)

34권 35권

회색 데이터 나이트가 회색의 절대자의 성격과 자료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사실을 잘 아는 황금 데이터 나이트의 날 선 비판에 곤란하다는 어조의 대답이 돌아온다.

“으음! 현자인 내가 판정해도 보기 좋은 것은 아니군.

그런데 여기 있는 나의 목적은 ‘제로 원’의 완성이 아니야.

유능한 고위현자 양성이 전부이니 비판만 할 수 없지.

일단은 마도를 사용하는 존재를 혐오하는 너의 황금 책탑에서 거의 최상층까지 왔다가 혼자 힘으로 살아나가지 않았는가?

어떤 존재가 그럴 수가 있지?”

“으으윽!”

재빠르게 황금 책탑을 빠져나가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본 회색 데이터는 담담하게 말한다.

“저런 방식은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에게 막대한 손해가 온다.

그런데도 강행하다니 참으로 현자로서 부끄러우면서도 부럽군.

황금 책탑에 오를 정도의 고위존재가 저렇게 자신을 내던져서 결과만을 바란다면 못할 일이 없겠어.

그래서 우리를 복사해올 수도 있었겠지.”

십중심 책탑은 정보행성 이데아가 만들고 있는 가상세계를 현실에 실체화시켜서 기존 세계를 집어삼키는 ‘제로 원’에 뒤지지 않는 중요한 계획이다.

다른 존재의 열람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회색의 절대자에게서 훔쳐서 통째로 복사해서 재구현하다니 십중심도 불가능한 업적이었다.

“재능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꽤 쓸모가 많겠어.

보아하니 내 책탑에도 올 것 같으니 기대가 되는군.”

“….”

회색 데이터 나이트의 후한 평가에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속이 뒤틀리고 머리가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역시 마도를 익히고 마력을 사용하는 존재는 음흉하고 사악해.

절대로 가만두지 않겠다.’

자신의 경험은 아니지만, 고위 마도를 익힌 존재들이 앞장서서 황금족을 타락시킨 기억이 뚜렷한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다음에 오면 소멸시킬 생각을 굳힌다.

그런 의도를 눈치를 챈 회색 데이터 나이트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한다.

“너는 최상층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은가?

왜 그렇게 도전자들에게 가혹하게 대하지?”

회색의 절대자가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를 걸어놓은 봉인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책의 탑의 통과자가 많을수록 서서히 풀리게 되어있었다.

‘십중심이 될 수 있는 존재를 만들수록 활동영역이 늘어나는 구조다.

봉인에 절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지.

그런데 그게 가능한 일이 아니다.

십중심이 될 재능있는 존재가 그렇게 많을 리가 있나?’

황금 데이터 나이트가 보기에 통제할 수 있는 십중심급 강자들을 양산하는 목표로 세워진 십중심 책탑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그리고, 자신이 내리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으니 당당하게 말한다.

“황금권능을 익히려면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다.”

“후후! 오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해가 되니 할 말이 없군.

그러나, 될 수 있는 대로 좋게 가르치는 것이 어떤가?

도전자가 언제 올라올지 모르는데, 소문까지 나쁘게 나면 안 좋아.”

십중심 책탑에 오르려는 도전자가 많을 리가 없는데 올라갈 때마다 소멸의 위기를 겪는다면 당연히 급감하는 것이다.

그러나,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남의 책탑에 관여하지 마라.

교육은 내가 알아서 한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으면 황금권능이 아니다.”

“황금일족의 부흥이 아닌 교육으로 목적이 바뀌어도 황금의 절대자는 여전히 오만하고 완벽주의자로군.

이건 우리가 잘 만들어졌다는 증거이겠지.”

“어중간한 결과물을 만들어서 성과만 채우느니 차라리 없는 것으로 하겠다.”

“완벽을 추구하는 의도는 잘 알겠지만, 분명히 경고하겠네.”

회색 데이터 나이트의 눈동자가 황금 데이터 나이트를 직시한다.

그리고, 계약서를 잃듯이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도전자들을 절대로 소멸시키지는 말게.

황금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도 멀쩡하게 살려서 내보내서 다른 책탑에 도전하게 해주기를 바라네.

황금권능에 도전할 정도라면 그대의 눈에 부족해도 다른 책탑에는 귀중한 재원이니 이런 낭비는 용납하기가 힘들군.

이건 황금 책탑을 제외한 모든 책탑의 의지라는 점을 명심하게.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모두가 나서서 그대의 책탑을 제재할 수밖에 없어.”

“….”

회색 데이터 나이트는 그 말과 함께 자신의 책탑으로 사라진다.

자신을 포위하듯이 방향을 돌린 다른 책탑들을 본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나직하게 혀를 찼다.

“쯧! 역시 되다만 놈들! 실패작들을 거두어서 무엇에 쓰겠다는 거냐?

완벽한 강자가 아니라면 쓸모가 없어.”

그런데 갑자기 중성적인 목소리가 울린다.

“후후후후후! 너도 한번은 실패했지 않은가?

황금일족을 망하게 한 원인을 추적해보면 결국은 너다.

정신체를 초월한 황금권능의 가호가 일족 전부를 자신들이 최강이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지.

황금의 절대자를 제외하면 별것도 아닌 주제에 설치다가 패망했으니 너의 책임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소마. 무슨 용무냐?

너도 회색 데이터 나이트처럼 경고하러 왔는가?”

제일 껄끄럽게 생각하는 존재의 음성에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짜증스럽게 묻는다.

“마력으로 황금 책탑을 올라가려 했던 어리석은 도전자가 있다기에 확인해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라니?

왜 소마 책탑에 올라오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다.

네가 보기에는 어떻지?”

“속임수를 쓰고, 약한 척을 했다.

그러니 너의 마력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제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는 탓이겠지.”

간단하게 내뱉은 말인데 굉장히 핵심을 찌르는 대답이었다.

“호호호호! 직접 보니 그런가?

하하하하! 다음에 올라가면 내 소마 책탑으로 던져주었으면 한다.

기합을 넣어주지.”

역시 소멸시키지 말고서 자신의 책탑에 보내라는 말에 약간 화가 치민 황금 데이터 나이트였으나 소마를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기에 응답한다.

“될 수 있는 대로 그렇게 하겠다.

그만 끊겠다.”

“후후. 황금 책탑을 마력으로 올라가고도 살아 돌아가다니 참으로 재미가 있어.

내 소마 책탑으로 보내주면 빚으로 알지.”

“알겠다.”

짧게 대답하고서 대화를 끊었는데 곧 다른 책탑에서도 연결이 왔다.

풍만함의 극치인 몸매를 장막으로 가린 여신의 모습을 본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얼굴의 긴장을 풀었다.

“안녕하신가요. 황금.”

세계를 지탱하는데 가장 귀중한 권능인 창조력의 정점인 대수(大手)는 아무리 황금이라고 해도 막 대할 수 없는 귀중한 존재였다.

그래서, 온화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대수(大手) 데이터 나이트께서 무슨 일이십니까?”

“황금 책탑의 도전자가 에반젤리를 재창조해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어서요.

황금 후계로서 부족하다면 저에게 보내달라고 협조를 부탁드리고 싶군요.”

바로 본론이었지만, 예측했던 사실이기에 바로 응답했다.

“대수(大手) 데이터 나이트께서 원하신다면 어찌 제가 거부하겠습니까.

본인의 의사를 묻고서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대수(大手)의 뒤에 대신과, 일선과 일원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간단한 대화로 협상은 끝났다.

다른 십중심의 탑에 황금 책탑의 도전자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파악한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러면 소멸은 무리겠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자신에게는 가만두어서는 안 될 괘씸한 존재지만 다른 존재에게는 소중한 보물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왜 그런지 이해하지 못하는데 제일 기분 나쁜 존재의 통화에 저절로 눈썹이 하늘로 치솟는다.

“흑염 데이터 나이트. 너까지 뭐냐?

나는 바쁘니 별일 아니면 끊어라.”

삼 미터가 넘는 근육질의 거구에 검게 불타오르는 머리카락을 가진 흑염 데이터 나이트가 영상까지 보이면서 간섭해온다.

“젠장! 너 너무 차별이 심하잖아?

대수(大手)처럼 협조적이면 얼마나 좋아.”

“대수(大手)의 창조력은 나보다 상위라서 존중했을 뿐이다.

너의 무력이 나보다 위라면 그렇게 대해주겠다.”

무시무시한 투기와 살기가 흑염 데이터 나이트에서 뿜어져 나온다.

당장에라도 덤벼들 기세로 으르렁거리면서 말한다.

“흐으으으으! 황금일족의 부흥과는 상관이 없어지니 썩어빠진 엘리트 본성이 그대로 나오는군.

그럼 진심으로 누가 위이고 아래인지 승부를 겨뤄볼까?”

“여기서 해방되고 나서 이후다.

어차피 서열은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 순간을 기대하고 있어도 좋다.

나의 흑염으로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황금에 쓴맛을 보여주지.”

“폭주나 하지 마라.”

할 말이 따로 있었겠지만, 선전포고처럼 끝난 대화였다.

그렇게 대부분의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와 대화를 끝낸 황금 데이터 나이트는 방금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올라왔던 과정을 다시 확인한다.

처음에는 벅차다는 듯이 서서히 왔다가 에반젤리의 시험을 속임수로 통과하고서 거의 최상층까지 왔다가 멍청하게 굴러서 복귀하는 모습을 몇 번이나 확인한다.

“아무리 보아도 꼴불견이군.

이 녀석은 가망이 없어.

그런데 다른 십중심 데이터 나이트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인단 말인가?

이해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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