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십중심 책탑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다가 외계로 추방한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분노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플 지경이었다.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미래에도 멀쩡하게 존재한다.
이렇게 여기저기 뿌린 사실을 알면 더욱 분노하겠지.
후환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나?”
투덜거리면서 여성의 체형과 발끝까지 내려오는 아주 긴 머리카락을 보고서 대충 짐작을 해낸다.
“청춘의 환상 크롬인가?”
자신이 아이언이던 시절 그렇게나 적대적이던 프롬여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프롬여왕은 크롬여왕의 모친으로서 외형은 많이 닳았기에 현세계에서 가장 오래 같이 있으며 그나마 좋은 친분을 쌓았던 크롬여왕을 떠올린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크롬여왕과 정기교류 중인가?
황금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도 어차피 나지만 기분이 참 더럽네.’
정확한 얼굴이 파악되지 못할 정도로 흐릿한 인영이었지만, 지금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흐릿한 얼굴윤곽과 적극적으로 아이언을 받아들이는 몸짓을 보면 의무적이며 수동적이었던 자신과 너무나 비교되었다.
‘젠장! 어차피 관여할 수도 없다.
안 보는 것이 낫겠어.’
서로 얽혀있는 흐릿한 아이언과 프롬여왕의 모습을 보고 인상을 굳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불타는 시선으로 황금 책탑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용무는 은하유성 아이언의 확인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황금권능을 알아야 대책이 나온다.
황금권능이 마도의 상극이지만 더는 피할 수 없다.”
황금권능의 불변은 현실을 왜곡하는 마력과 마도 자체를 부정한다.
‘마도신이니 시도는 가능하다.
그런데 신력과 마력을 공존시키는 것과는 격이 다른 난이도다.
마력을 익힌 존재가 황금권능을 익힌다는 것은 태양 속에 빙산을 넣어서 공존시키는 것과 같다.’
억지로 익히게 되면 더욱 불안정해지겠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내 흐름 중 하나가 황금후계가 되었다.
그럼 나도 황금권능을 어느 정도는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롬여왕과 정기교류를 하느라 정신이 없는 은하유성 아이언을 지나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황금책탑을 홀로 오르기 시작했다.
“황금권능을 익혀서 황금후계에 대한 대책을 만든다.
바로 이게 나의 해답이다!”
패기가 넘치는 외침과 함께 상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기 위해 발을 올리는 순간 폭음이 일어난다.
꽝-!
계단에 깔린 황금권능과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마력이 반응하여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쳇! 역시 반발력이 엄청나군.’
은하유성 아이언은 마력과 투기를 사용하지 않을 각오로 봉인하여 수월하게 통과했지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내 본신신력과 능력수준이 십중심의 책탑에 단독으로 오를 수 있는 최저 수준이다.
마력과 투기를 봉인했다가는 바로 쫓겨난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반발력으로 엉망이 된 발바닥을 바라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를 악물었다.
“으득! 역시 마도의 천적인 황금인가?
쉽지는 않구나.”
처음 계단부터 이 정도이니 상위로 올라갈수록 어떤 문제가 더 발생할지 예측하면 끔찍했다.
그러나, 바로 걸음을 옮긴다.
꽝-! 꽈꽝-! 꽝-!
마력에 반발하는 폭음이 연속으로 일어나면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하체를 피로 물들게 한다.
그렇게 창조력과 마력, 투기를 총동원하여 치료하면서 황금 책탑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이언처럼 후궁을 임명하여 데려오면 조금은 수월하겠지만, 그럴 상황도 성격도 아니었다.
“으드드드득! 내가 외계의 누구를 믿을까?
그리고, 십중심의 책탑을 더는 외부로 유출할 수는 없다.”
십중심의 권능을 배울 수 있고 가르칠 수 있다는 십중심의 책탑의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 사실은 방금 직접 확인했다.
‘내가 소년의 시절이면 청춘의 환상 크롬은 단지 초능력자여야 한다.
그런데 방금 본 존재감은 분명 중급여신이었다.
굉장한 발전속도에 존재감도 비약적으로 올랐다.’
어떤 존재라도 입문만 할 수 있다면 절대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십중심 책탑이다.
효과를 알아가면 알수록 왜 일대 회색의 절대자가 그렇게 자신을 소멸시키려 했는데 파악한 그는 홀로 올라간다.
“하복부 신력의 원을 통해서 책의 탑에 입문하고 저렇게 강해졌다.
저런 방식으로 다수가 익히게 되어서 잘못되는 날이면 세계의 우선순위가 뒤바뀐다.
그러면 어떤 혼란과 파괴가 일어날지 모른다.
차원창세신 코아로서 힘은 거의 되찾았고, 외계의 새로운 창조주가 될 시작을 모시는 영광스러운 입장이 된 그는 사명감과 의욕을 되찾았다.
“세계의 흐름이 역류한다.
진정한 창조주이신 진리님의 대리인 내가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꽈꽝-! 쿠쿠쿠쿵-!
상층부에 올라갈수록 더 강해지는 반발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그의 마도신의 상징인 흑금발이 더욱 찬란한 빛을 뿌렸다.
화르르르르ㅡ!
계단에서 일어나는 충격과 뿌려지는 붉은 피를 압도할만한 흑염의 투기가 거세게 타오른다.
꽝! 꽈꽝! 꽝!
황금권능이 마력에 반발하여 발생한 폭발이 그의 발을 상하게 하여 흘려진 피는 그대로 피의 도장이 되어서 황금책탑의 계단에 점점이 찍힌다.
마력과 흑염권능을 총동원해도 발의 부상을 막을 방법이 없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큭큭! 단지 익히려는 시도만으로 내 마력과 신령을 분쇄한다.
이것이 모든 권능의 정점인 황금권능인가?”
창조력으로 바로 재생하지 않았으면 산산이 부서져서 소멸할 판국이었다.
꽝-! 쿠쿵-!
걸음을 옮길 때마다 지뢰처럼 발을 파괴하는 황금권능이 갈수록 위력이 더해가자 아직 한없이 남은 황금 책탑의 위를 쳐다보았다.
“아직 초입인데도 회색후계에 도달한 내 신령이 견디지 못하려 한다.
최악의 상성이다.
미친 회색이 황금에게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어.”
전능의 휘에게 패배한 자신의 소멸을 결정한 것은 이대 황금의 절대자였다.
이대 흑염의 절대자는 단지 스스로 나서서 집행했는데 원수로 낙인을 찍어버린 이유를 깨달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를 악물고서 걷기 시작한다.
구구구구구-! 퍼어억-!
발바닥이 반발력에 으깨지고 재생되는 과정을 반복하는 그의 전진은 결국 중층부에 도착했다.
계단의 중앙에 꽂혀서 도전자를 시험하는 복제 에반젤리가 그를 막아선다.
후우우우우우우웅-!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마력에 반응하여 건들기만 하면 폭발하겠다는 삼엄한 경고를 보낸다.
그런 모습을 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는 한숨을 쉬었다.
“자력으로는 여기까지인가?”
황금권능의 천적인 마력을 발동시키면서 황금 책탑을 절반이나 올라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위업이었다.
발밑에서 터지는 반발력을 흑염권능으로 억누르고, 근원의 재생력으로 회복하면서 올라온 덕이었다.
구구구구구궁-!
은은하게 울리는 폭음과 함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발밑에는 계속 피가 흐른다.
올라온 계단을 보면 피의 발자국과 함께 피의 흔적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잠시 뒤를 돌아본 그는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역시 황금후계가 된 나의 덕을 보는군.
용케 여기까지 왔어.”
중간계단을 막고서 순수한 황금 깃발을 휘날리는 에반젤리의 모습을 보면서 손을 내민다.
“마력을 가진 채로 잡으면 바로 끝장이 나겠군.
그러나, 빈손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손해를 보았어.”
에반젤리의 창대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이 가까워질수록 격렬한 반발력이 일어난다.
파파파파파파파-! 퍼퍼퍼퍼퍼-!
황금권능과 반발하여 폭발한 마력으로 손바닥의 피가 끓어오르고, 피부가 터져나간다.
자신을 건드리면 바로 소멸시키겠다는 듯이 더욱 강대한 황금권능을 발휘하는 에반젤리를 쳐다본 그는 웃어주었다.
“킬킬! 그렇게 마력을 가진 내가 싫은가?
미안하지만 이대로 내려가면 나도 끝장이라서 말이야.”
은하유성 아이언은 창을 뽑는 것을 시험으로 했지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잡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려움 없이 손을 내민 그는 마침내 깃발 창의 창대를 잡았다.
착-! 퍼어어어억-!
잡는 순간 오른팔이 산산조각이 나서 휘날린다.
황금권능의 여파만으로 피부가 터져나갔는데 직접 접속하자 근육이 못 견딘 것이다.
뼈다귀만 남은 오른손을 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불평을 늘어놓았다.
“큭-! 이것 참 차별이 너무 심한데?
가는 길이 달랐어도 어차피 똑같은 내가 아닌가?”
은하유성 아이언이 아무리 변했어도 같은 존재였다.
에반젤리 정도의 절대기라면 모를 리가 없는데 전혀 용서하지 않았다.
“내 마력이 문제인가?
그럼 너를 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니 여기를 통과시켜주는 것이 어떤가?
나는 최상층까지 가기만 하면 된다.
감히 정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이번 시련에서 가장 난관인 황금권능을 파악하여 살아남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치 애완동물을 달래듯이 말하는데 에반젤리의 거부반응은 거세질 뿐이었다.
파아아아아아!
찬란한 태양처럼 달아오르는 에반젤리를 쳐다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뼈만 남아있는 오른손을 재생시키면서 말한다.
“사실 위로 가는 것을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내가 원한 것은 바로 너를 보고 만지는 것이었으니까 말이야.”
회복을 완료한 오른손에 황금빛이 일렁거리면서 긴 봉이 드러난다.
우우우웅-! 파아아앙-!
빛의 봉에서 황금의 깃발이 생기면서 휘날린다.
위이이이잉-!
자신과 동등한 절대기가 나타나자 놀랐는지 에반젤리가 진동한다.
자신의 손에 쥔 복제 에반젤리를 휘두르면서 깃발을 창대에 감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미련 없이 발을 돌렸다.
“후후후후후! 좋은 것을 얻었어.
이 정도로 만족할까?
복제이지만 충분한 위력을 발휘하겠군.”
다시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려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마치 에반젤리가 들으라는듯이 설명을 한다.
“역시 내 생각대로다.
창조 이후에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어서 그런지 뜻밖에 복사하기가 쉽군.
십중심의 책탑에 구현된 모든 것은 정보이니 복사하면 그대로 위력이 나온다.
창조력과 분석력이 부족하지 않으면 그 이상도 가능해.
그런데 영원히 고정되어있다니 이거 절대기가 맞아?”
그 말을 들은 에반젤리의 창대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완전히 뒤돌아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놀리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이것이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인가?
만들어진 이후로 변화와 발전이 없는 절대기가 정점이라니?
절대기의 순위도 바뀔 때가 되었어.”
파아-!
바닥에 박혀있던 에반젤리의 창대의 끝이 솟아오르면서 하늘로 떠오른다.
‘멈추어라.
그 폭언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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