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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소름 끼치게 강한 수십만의 기계신 군단도 무서운데 육도윤회 투기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도전자란 주신들도 엄청나게 강한 것이다.
여기에 신족이 규합되면서 중앙신계에서 급속하게 늘어나는 신력과 권능은 이미 과거 창조신계에 비견될 정도로 성장한 지 오래였다.
‘열개의 은하계에서 거두어들인 허신들을 모두 중앙신계의 강화에 투입하고 있다.’
‘이 중앙신계가 더 강해지면 정말 난공불락의 요새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토벌은 지금 해야 해.’
겨우 은하계 중앙신계이면서 삼천 명의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없었다면 공략하지 못했을 창조신계 이상의 방어력을 갖출 징조가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현황을 막 보여주는데도 자신들의 처지가 워낙 급하니 애써 외면한 황금 청혈일족들은 본격적으로 사업 이야기로 들어갔다.
“정확하게 우리에게 의뢰 하고 싶은 의뢰가 뭐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
정식으로 신명을 불러서 협상의 대상자로 인정한다.
그들에게 동족의 운명보다 자신이 빨리 벌레 모습에서 벗어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후후. 넘어왔군.
지금 상태를 타개할 유일한 창조신을 무시할 수는 없지.’
탱! 탱!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장난처럼 정기동전을 하늘로 튕기며 모든 청혈일족에게 시선을 맞추면서 말한다.
“잡초와 해충제거라고 할까요.
이성이 돌아올 가망성이 없을 정도로 완전히 미친 청혈일족의 처리를 맡기고 싶군요.”
이건 부드러운 분위기의 존댓말로 할 말이 아니었다.
‘아무리 미친 파괴신이 된 초월자라고 해도 같이 혁명을 했던 동지다.’
그런 존재들을 처단해서 가져오면 정기로 바꿔주겠다는 말에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화면에 비추어주는 정제소에 끝없이 투입되어 분해되는 청혈일족을 보는 순간 의도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진짜로 미친 청혈일족을 모두 갈아서 정기로 치환할 생각이다!’
‘끔찍하군.’
‘그런데 왜 이렇게 직설적이지?
‘협상을 원하면 이런 일은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가가가가-!
은빛 청혈일족과 청동빛 청혈일족이 정제소에서 분쇄되어서 거대 행성으로 뿌려지는 광경을 배경으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앉아있었다.
병력으로 보면 압도적으로 자신들이 상위인데 언제든지 쳐죽일 수 있다는 기백이 밀려오니 참으로 두렵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창조신답게 부드러운 미소를 띠면서 편한 어조로 말하는데 하는 짓은 마신족보다 더하다.’
‘어디서 이런 미친 창조신이 튀어나왔지?’
‘현세계인가?’
‘그럴 리가 있나?
우리가 잠들기 전에 그곳은 아직도 개발만 계획 중이었다.’
‘정체된 신족은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이 정도 창조신은 못 만들어.’
황금 청혈일족들이 나름대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정체를 유추하는데 느긋한 음성이 들린다.
“후우우우! 정확하게 말하겠습니다.
미친 청혈일족을 잡아서 시체를 저에게 넘겨주시면 중앙신계에서 정제하여 일정한 분량의 정기를 지급해드리지요.
은빛 이상의 고위 청혈일족은 되도록 살려서 넘겨주었으면 합니다.
생포가 힘들면 저희가 힘을 보태겠습니다.”
정말 미친 벌레 파괴신들을 전부 갈아서 외계를 복원할 생각임을 확신한 황금 청혈일족들은 묻는다.
그들로서는 생각이 복잡했다.
‘상대의 강함을 추측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런 짓을 태연히 하는 것을 보니 정상적인 창조신이 아니다.’
‘전투는 피해야해.’
거기에 아쉬운 쪽이 자신들이니 말이 곱게 흘러나왔다.
“왜 위험을 감수하고 고위 일족을 생포하시려는 것이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수월하게 흘러가는 협상에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원탁을 담뱃대로 가리키면서 말한다.
“후후! 저기 보십시오.
거의 이성이 퇴화하기 직전의 상태였는데 보시는 대로 치료하면 아주 쓸만합니다.
역시 지배자급 초월자다운 권능이군요.
그래서 치료하여 이성이 돌아오면 좋고. 아니더라도 권능핵으로 만들어 중앙신계의 권능에 조력을 받을 생각입니다.”
그 말에 원탁의 주신 자리에 앉아서 서서히 의식을 되찾는 여초월자를 모두가 쳐다본다.
‘아직 쇠사슬에 구속되어있지만 확실하게 중앙신계와 연결되어서 가동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고위 청혈일족을 생포하려는 이유를 설명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느긋하게 담뱃대를 물면서 말했다.
“좋게 생각하시지요.
세계의 위기라는 비상신호가 울렸는데도 이성이 돌아오지 않고서 포식하면서 날뛰는 미친 청혈일족은 가망이 없습니다.
이제 완전한 파괴신이 되었으니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습니다.
세계에 정기가 없으니 무엇이든 포식하려드는 최하의 파괴신입니다.”
입에 물고 있는 담뱃대를 뺀 그는 나직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그들의 희생으로 외계는 정기가 충만한 세계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청혈일족에게 의뢰하는 파괴신 토벌요청입니다.
이 일의 대가는 본래 모습으로 복귀와 부귀영화입니다.”
“….”
미쳤지만 같은 동족을 사냥하라는 의뢰였다.
‘그 대가로 정기와 벌레 형태를 고쳐주겠다는 말하는가?’
‘계약관계를 유지한다면 원래의 정기가 풍부한 세계를 안겨주겠다는 뜻이군.’
감정상으로는 당연히 거부해야 하는데 다음 경고에 멈칫했다.
“미친 청혈일족들이 언제인가는 자신들의 은하계를 통째로 포식하고 다른 은하계를 노릴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언제인가는 그들이 외계 전부를 먹어치우는 일이 실제로 벌어집니다.”“!!!”
이미 절반 이상 먹혀버린 은하계도 있으니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심각한 표정이 된 황금 청혈일족은 갈등했다.
“타락하여 벌레 모습을 영원히 살아야 하는 형벌을 받은 옛 동료에게 세계에 이바지할 마지막 기회를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제시한 그럴듯한 명분에 황금 청혈일족은 모두 한동안 말을 잊었다.
“….”
“….”
“….”
과거 동료를 사냥하여 정기로 바꾸어서 부귀영화를 다시 누린다.
이런 제안은 곤충인간의 추한 모습과 벌레 괴물이 되었어도 명령을 따르는 부하들만 아니라면 생각해 볼 가치도 없었다.
그런 고민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해가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용병계약이 이루어진다면 계약금으로 푸른 피를 제외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정기동전을 하나씩 지급하지요.
그리고, 이 의뢰를 수행하는 동안 지성체를 직접 포식한 필요가 없을 정도의 순도 높은 정기도 제공하겠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이성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으음!”
황금 청혈일족들은 지성체와 함께 행성까지 통째로 삼키는 포식을 제정신으로는 허락할 수 없기에 부하들을 묶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슬슬 굶주림에 지친 하위 청혈일족이 통제력을 벗어나서 날뛰려는 징조가 슬슬 보여서 고민하는 중이었다.
이런 사실을 파악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토벌의뢰를 수행하면 최소한의 보급을 유지해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고위 청혈일족을 생포한다면 그 숫자만큼 은빛 청혈일족이 본신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정기동전을 제공하겠습니다.”
이제는 필사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려는 구속된 황금 청혈일족의 조언으로 얻은 정보로 추가로 말한다.
그 조건에는 다른 세계에서 온 창조신과의 협상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던 은빛 청혈일족들도 반색했다.
‘우리도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단 말인가?’
곤충인간이 될 수 있는 금빛 청혈일족과는 달리 위성 크기의 벌레가 본신이 되어버린 은빛 청혈일족은 복귀를 포기한 지 오래였다.
‘너무 신체변화가 큰데 가능할까?’
‘창조신으로는 불가능해.’
그런 불신의 기미를 읽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이런! 이런! 처음이다 보니 믿음을 주기 위해서 손이 많이 가는군요.
그럼 시범을 보여드리지요.
제압한 은빛 청혈일족을 비추어라.”
중앙신계가 처분을 준비 중이던 은빛 청혈일족을 비추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기동전을 그쪽으로 던졌다.
파-! 파파파파파파파팦파-!
정기동전에 맞은 위성 크기의 청혈일족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인간의 형태로 변해간다.
불만과 불신의 기색이 가득하던 은빛 청혈일족의 입에서는 탄성이 흘러나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오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들 역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갈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불만세력을 없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나른한 기색까지 보인다.
“통제가 가능할 정도로 이성이 남은 청동 청혈일족을 본래로 되돌릴 정기동전은 사체를 가져오시면 지급해드리지요.
여기 세부적인 계약서입니다.
확인해보시지요.”
“….”
“….”
청혈일족은 현재 벌레 상태를 벗어나기를 무엇보다 갈망했기에 결론이 이미 나와 있는 협상이었다.
비상신호를 받아서 이성이 깨어난 황금 청혈일족은 화면에 띄워진 계약서를 보고서 한숨을 쉬었다.
“하아. 트집을 잡을 구석이 전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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