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창조주만을 받들던 신족의 창조신을 전멸시켰으니 반란군과 같았으니 토벌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확률은 희박했다.
“신족들이 창조주님 몰래 창조신계에 비축했던 정기를 몽땅 들고 갔는데 말이냐?”
“정기를 빼돌린 상황에서 이미 신족이 반역자다.”
창조신계를 점령하고 발견한 정기는 몇 개의 세계를 만들 정도로 막대했다.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희희낙락해서 은하계를 전부 자신에게 나누어주고서 창조주와의 협상을 낙관할 정도였다.
그리고, 아무리 영원체인 창조주가 상대라도 당할 정도로 그들이 약하거나 숫자가 적지도 않았다.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와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존재들이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다.”
“그 숫자가 삼천 명인데 어떻게 패배할 수가 있지?”
“불가능해.”
“분명히 정기만 챙겨서 다른 세상으로 도주했다.”
다른 황금 청혈일족의 반박에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의 편을 들었던 부류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가장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은 개인적으로는 더없이 강력했지만, 혼자라는 점이었다.
초월자 중에서 특출한 강자들만을 모아서 만들어진 특수부대가 시작이었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지지세력이 없었다.”
“막대한 정기가 생겼으니 다른 세계로 넘어가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겠지.”
숫자가 적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나 삼천 명이 넘어서자 그 힘은 창조신계를 멸망시킬 정도로 커져서 통제 불능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세계를 직접 지배하기를 원했지만, 아무런 세력이 없으니 불가능했지.’
‘대부분의 하위 초월자는 기존에 세력을 가지고 있던 우리의 통제만을 따르게 되어있다.’
‘그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창조신계를 흉내 낸 위원회를 만들어서 자리를 만들어주고 침묵시켰다.’
‘명목상의 지배층이 되었지만 만족한다고 하더니 설마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황금 청혈일족들의 의지와 권능은 폭주하듯이 강화되면서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창조신계의 정기를 빼돌려서 도주했다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럼 추적해서 회수해야 한다.”
“이대로는 이 세계는 가망이 없다.”
“그들이 가지고 떠난 정기의 양을 생각하면 아직도 이 세계가 유지되고 있는 일이 신기할 정도다.”
세계는 같은 가능성을 가진다.
그 말은 가진 정기도 똑같다는 의미이다.
“반드시 회수해야 해.”
“그것만 있으면 단숨에 벌레 모습에서 전부 벗어나고, 원래의 세계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다.
원시적인 벌레 형태로는 세계를 넘는 권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꼴로 어떻게 말이냐?”
“통신망도 겨우 가능한데 무슨 수로 다른 세계로 추적을 간단 말인가?”
“으윽!”
신령만 넘어가서 다시 신체를 구축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해서 잡을 수 있는 약한 존재들이 아니었다.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은 겨우 삼천 명으로 창조신계와 신족을 멸족시켜버린 강자들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가 자신들의 이성을 깨운 문제를 다시 제시한다.
“그보다 신족이 다시 점령한 은하계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기 생성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분명 굉장히 강력한 창조신이 신황으로 등극하여서 신족을 부흥시키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상태가 이 꼴이니 본격적인 발전궤도에 오르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
그 말에 모든 황금 청혈일족은 신음을 질렀다.
“끄으으응-! 골치가 아프군.”
“으으으윽-! 신족이 부흥하기 전에 되도록 빨리 처단해야 하는데 갈 방법이 없다.”
오래간만에 깨어나니 상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해 있었다.
“창조신들을 몰살시킨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우리를 배신하고 다른 세계로 넘어간 것이 확실하다.”
“창조신계의 정기를 회수해야 하는데 추적할 방법이 없다.”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가지고 떠난 정기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추적해 회수하면 해결된다.
그런데 지금 다시 나타난 신황이 벌리는 일도 참으로 난감했다.
“새로운 창조신이 나타나서 세계를 재편하고 있다.”
“정기가 소멸한 이 세계에 다시 부흥이 시작된다.”
“저 주변 은하계를 담당하는 황금 청혈일족의 신호가 완전히 끊긴 것으로 보아서는 만만치 않은 강적이다.”
“완전히 정기가 고갈된 이 세계를 기이할 정도로 빠르게 복구하고 있다.”
위협적인 강적이 분명하니 당장 쳐야 한다.
그런데 곤충인간의 형태인 자신의 본신과 위성 크기의 벌레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하들의 모습이 눈에 한가득 들어왔다.
기기기기기기기기-!
괴물 벌레들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면서 꿈틀거리는 모습은 너무나 끔찍했다.
자신들의 통제력에 의해서 모여있지만, 제약이 풀리는 순간 다시 은하계를 떠돌면서 행성과 지성체를 포식할 것이 당연했다.
죽어도 이 꼴로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창조신장급의 고위 창조신이다.”
“저 신황이 잘만하면 다시 세계에 정기가 돌아올 것이다.”
“우리도 언제인가는 벌레의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을 바로 추적할 수 없는 지금은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걸 막아야만 하는가?”
참으로 난감한 일인데 갑자기 이상한 신호가 끼어 들어온다.
“아아. 이제야 연결이 되는군.
참으로 원시적인 통신망이라서 오히려 접속이 힘들어.”
“!!!”
“!!!”
접속코드는 자신들의 것이었으나 강대하면서 충만한 신력이 깃든 신족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신족이 우리에게 접속할 수가 있지?’
‘분명 그 신황이다!’
지배자급 초월자들을 위협할 정도로 강대한 신력과 높은 신격을 가진 신족은 상위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씨를 말렸다.
그러니 현재 세계에서는 저 은하계들을 점령한 정체불명의 신황만이 끼어들 수 있었다.
“이거 목소리만 들리니 불편하군.
더욱 실례하지.”
파파파-!
음성만 전달되던 통신망이 갑자기 화상이 띄워지면서 나타난 회색 로브를 쓴 창조신의 천연덕스러운 자기소개가 들려온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라고 한다네.
현재 이 세계에 신세를 지고 있지.”
그 말에 역시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창조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황금 청혈일족은 각기 소리쳤다.
“은하계를 불법 점령한 신족이 우리에게 무슨 용무냐?”
“이 세계는 초월자의 것이다.”
“당장 은하계를 반납하라!”
날이 선 대꾸였지만, 욕설이나 세계에서 물러나라는 소리는 없었다.
오히려 감정이 상하지 않게 말을 조심하는 모습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그 녀석들 말대로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군.
하긴 벌레로 영원히 살기는 싫겠지.’
이렇게 되면 예상대로의 상황이라서 가늘게 웃으면서 대답한다.
“후후! 이거 실례했군.
여기 도착해보니 온통 벌레 파괴신들밖에 없고 창조주님이 안 계시기에 버려진 세계인 줄 알았네.
내가 처리한 상위 벌레 파괴신들의 일부는 이성이 약간 살아있던데 군세가 통제 불가능이라서 전부 처분할 수밖에 없었지.
본의 아니게 불법점유가 된 점은 사과한다.”
“끄으으으!”
연락이 끊긴 지배자급 초월자들이 역시 이 신황에게 당한 사실을 파악한 황금 청혈일족은 발작하려 했으나 꾹 참는다.
‘이 세계를 복구할 방법이 우리에게는 없다.’
‘그런데 이 신황은 벌써 정상 수준까지 되돌리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창조력이구나.’
‘이렇게 되면 아쉬운 쪽은 우리다.’
은하계를 점유한 지배자급 초월자들은 서로 영역을 가지고 싸우는 경쟁자였기에 목숨을 걸고서 복수를 해줄 의리는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추한 곤충인간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내색이 없이 대화를 걸어오는 창조신은 참으로 드물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는 도발하지 않았다.
유리한 상황에 완전히 여유를 찾아서 담뱃대를 꺼내서 물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긴 황금 연기를 내뿜는다.
후우우우우-!
황금연기를 휘감은 회색 로브를 쓴 창조신이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를 휘날리면서 벌레군단을 내려다보는 모습이 되었다.
상당히 불쾌한 상황이지만 황금 청혈일족은 감내했다.
“대화할 준비는 된 모양이군.
포로에게서 참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서 연락했네.”
“뭐가 흥미진진하다는 것이냐?”
얼굴을 가린 회색 로브의 밑으로 유일하게 드러난 입술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너희가 부자가 되고 싶은 거지라는 것이지.
성공했다가 더 밑이 없는 바닥으로 떨어진 덕분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각오도 되어있단 말도 들었지.”
“….”
지극히 원색적인 평가에 할 말을 잃은 황금 청혈일족에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은 거침없이 이어진다.
“난 이미 혼자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부자라네.
경제에서 말하는 낙수효과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지.”
“너의 밑으로 들어오라는 뜻이냐?”
“그걸 우리가 승낙할 것 같은가?”
“그럴 생각이라면 당장 멸망시켜 주겠다!”
기기기기기-! 기기기긱-!
황금 청혈일족이 투기와 살기를 뿜기 시작하자 벌레의 군세가 흥분해서 괴성을 지른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청혈일족이 기세를 일으키자 세계가 전율하는듯 했으나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위협하기는 한참 부족했다.
“후후후! 이렇게 되면 내가 침략자가 되고, 그쪽이 수호자가 되나?
참으로 고루한 전개로군.
정기가 소멸하여서 아무것도 없는 이 세계가 정신체에게 무슨 가치가 있다고 전쟁을 원하겠나?
기존 지배세력의 반발을 사면서까지 투자하기는 싫군.
그런데 설마 내가 은하계에 투자한 것을 노리나?
피해를 모두 복구하기는 너무 부족하지 않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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