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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들은 칭찬에 각 일족의 신왕들은 떨렸던 마음을 겨우 달랜다.
그들도 지배자였기에 지금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휴우! 살았다.’
‘이걸로 무능하다고 숙청되는 신세는 면했군.’
그리고, 땀에 젖은 손을 꽉 쥐었다.
그들의 주먹 안에는 중앙신계에서 방금 도착한 주머니가 쥐어져 있었는데 겉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신왕 결정전 경비 보상.’
그 안에는 도전자들을 투기장으로 올려보내기 위한 모든 경비의 두 배가 넘는 막대한 정기가 동전의 형태로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달랑 이것으로 끝이라는 점이었다.
지시사항은 물론이고, 명세서도 없었다.
‘이게 중앙신계에서 신왕들에게 보내는 정식 공문인가?’
‘어이가 없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불편한 심사를 반영하듯이 중앙신계에서 내려오는 지시가 갈수록 짧아지다가 이제는 아예 사라졌으니 너무 불안했다.
‘도전자들이 신벌로 인해 전멸하려 하자 내려진 명령서는 달랑 주머니에 정기동전 하나만 있다.’
‘그 분노의 결과는 짐작할 수 없다.’
‘이 정기동전은 중앙신계답게 무시무시할 정도로 정기의 농도가 높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아?’
‘이건 마치 죽기 직전에 주는 특식 같군.’
이런 상황이니 신왕을 능가할 수 있어서 걸었던 제약마저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경우는 벗어난 것 같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칭찬으로 신왕들이 안심하는데 가나안 신족의 신왕의 살기는 더욱 강해진다.
‘신벌로 도전자들을 죽여서 가나안 신족의 가치를 보이려 했다가 분쇄 당했다.
이러다가 꼴찌를 하는 날이면 최악이다.’
그는 무능하고 말을 안 듣는 존재는 지성체와 정신체를 가리지 않고 쓸어버리고, 신계에 고위신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
아무리 보아도 비슷한 독재자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에서 이렇게 끝이 났다가는 정말 후계에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밀려온다.
“한 명이라도 잡아라! 삼손!
네가 누구의 선지자인지를 잊지 마라!
지원이라면 얼마든지 해주겠다!”
도전자들의 반격에 사라졌던 천사들의 환영이 다시 지옥도의 하늘을 채운다.
그러자 삼손의 분위기도 결사적으로 바뀌었다.
“최후의 끝까지 싸우겠나이다!”
절망적인 전투라고 해도 신왕의 성향을 보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그런 것인데 전혀 의외의 일이 벌어진다.
도전자들의 바로 앞에서 거대한 손가락 하나가 나타나더니 큰 구멍을 뚫는다.
뽑-!
“응?”
“뭐지?”
뚫린 구멍 너머를 보니 가나안 신족의 주신전 안이었다.
영광의 의자에서 어서 처단하라고 외치던 가나안 신족의 신왕과 말리는 후계의 모습이 바로 보였다.
그들도 갑자기 벌어진 차원문에 경악하여서 입을 딱 벌리며 도전자들을 쳐다볼 뿐이었다.
“헉-!”
“이런-!?”
어떤 신족도 발을 들여놓지 못한 주신전의 권능방어가 너무나 쉽게 뚫린 충격은 컸다.
그리고, 도전자들이 신왕을 능가하는 전투력을 갖추었음을 파악했는데 바로 쳐들어오는 길이 열려버렸으니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한다.
‘나로서는 도전자들을 전부 감당할 수 없다.’
자신의 신계에 광역 신벌을 남발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내 신계가 날아간다.
내가 이걸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럴 수는 없다.’
주르르르르-!
태어난 이후 처음 겪는 위기임을 파악한 가나안 신족의 신왕은 다급하게 후계에 의지를 보낸다.
‘만약 도전자들이 주신전 안으로 쳐들어오면 신계는 끝장이다.
선지자들을 당장 주신전으로 집합시켜라.
넘어오기 전에 막는다.’
후계는 이 대책에 부정적이었다.
‘선지자들은 많지만, 삼손 만한 영웅신은 거의 없다.
선지자들은 신계가 아닌 외부에 마련된 천국에 있어서 주신전으로 불러올 시간이 부족해.
그리고, 이렇게 주신전의 권능방어막이 뚫렸으니 다른 곳으로 침투를 막을 수가 없다.’
냉정하게 지금 전황을 계산한 후계는 고개를 저었다.
‘대응할 전력과 시간이 없습니다.
천사들로는 주신을 이길 수 없습니다.
선지자들은 원칙적으로 신계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신계의 법칙을 모두 뜯어고쳐야하는데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으으윽! 전부 내 탓이란 말이냐?’
고위신의 반란을 우려하여 순종하는 천사들만을 키운 문제가 드러난 셈이었다.
‘현재 신계 전력 전부가 모여도 주신 이상으로 강해진 도전자 셋 이상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건 해서는 안 될 전투입니다.
무엇보다 왜 차원문이 열렸는지 알아야 합니다.’
‘으으으으으윽!’
갑자기 뚫린 차원문으로 신왕과 후계가 다급하게 의지를 교환하는데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도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갑자기 가나안 신족의 주신전 안으로 열린 차원문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게 뭐지?’
‘어떻게 하라는 것이지?”
그런 그들의 귀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가 울린다.
“후후! 육도윤회 투기장에 투자되는 정기와 제물은 강하고 많을수록 좋은 결과가 나온다.
가나안 신족이 이렇게 열렬하게 참전을 원한다면 허락해 주겠다.
싸워서 얻거라.”
“!!!”
“!!!”
한마디로 도전자들이 신벌로 직접 개입한 가나안 신족을 참가자로 인정할 테니 직접 타도하고 흡수하란 의미였다.
경악한 표정이 된 모두에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진심이 담긴 어조로 이야기한다.
“신왕 결정전은 시련만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강자를 위한 축복이며 축제이기도 하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이 강제로 끌려와 정제소에서 분해되고 있는 청혈의 일족에게 향한다.
“이 선발전은 새로운 창조주님을 모시고 청혈일족에게서 세계를 되찾을 강대한 신왕의 탄생을 위한 의식이다.
그래서, 육도윤회 투기장은 현재 내가 가진 모든 것 중 가장 큰 보물인데 허가해주었다.
그러니 모두 즐겨주었으면 한다.”
많은 의미가 담긴 말에 신왕들은 고개를 끄덕이면 수긍했다.
그런데 다음 선언에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청혈의 일족의 싸움을 이끌 진정한 강자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일족 하나 정도는 아깝지 않다.
도전자가 아닌 어떤 신족이라도 좋다.
일족 전부의 명운을 걸고서 직접 참전을 원한다면 모두 허용하겠다.”
한마디로 정식 절차를 걸친 도전자들을 방해하고 싶으면 일족 전부가 목숨을 걸라는 말이었다.
신계의 가장 핵심인 주신전에 바로 침공할 수 있는 차원문이 뚫려버린 가나안신족의 신왕은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부르르르르-!
은폐 권능으로 보호되는 안전한 신계에서 광역 신벌로 쉽게 적을 처리해온 그로서는 도전자들의 살기와 투기는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더구나, 패배하면 승리자의 부하가 되고 권능까지 일할 감소한다는 조건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런데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목소리가 전해진다.
“왜 그러느냐?
네가 원하는 대로 신황으로 가는 출셋길을 열어주었다.
어서 일어나서 도전자들과 직접 싸워 승리하거라.
이것이 가장 빠르며 확실한 길이다.”
“으윽!”
일반 행성의 일만 배가 넘는 크기인 개조행성의 신왕은 신황으로 가는 지름길이 확실했다.
신왕들을 통제하는 신황은 무엇보다 되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쌓아 올린 모든 것을 포기하기 싫었던 그의 귀로 본심을 파헤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개조행성의 신왕이 된 도전자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냐?
아무런 대가나 각오 없이 신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겠지?
그렇다면 어리석다.
조금 더 근신하면서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서면 도전하거라.’
대홍수를 발동시켜 행성을 궤멸 위기로 몰아넣어서 근신처분을 내린 창조신계가 멸망했으나 그 이상으로 강력한 신황의 명령이었다.
‘더구나 더 냉정하고 단호하지.’
다시 개인신전에 돌아가서 수련만을 하는 것은 싫으나 거부하면 차원문을 통해서 쳐들어온 도전자들이 가나안 신족을 멸족시키는 모습이 예상된다.
지분을 나눌 고위신이 없어서 전부 자신의 소유인 신계를 잃을 수는 없었다.
“예….”
힘겹게 대답한 가나안 신족의 신왕은 조용히 자신의 개인신전으로 사라졌다.
옆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던 후계는 재빨리 영광의 자리에 앉아서 신왕의 권한을 위임받고서 재빨리 수습한다.
“가나안 신족은 도전자를 지원하여 승리자로 만들라는 신황님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겠습니다.
선지자 삼손의 직위를 선지자가 아닌 사도로 높이겠습니다.”
“그렇게 하라.”
파아아아아-!
도전자 중 유일하게 부족한 신격으로 허덕이던 삼손의 등 뒤로 신계의 정식으로 소속된 주신의 증거인 열세 쌍의 빛의 날개가 휘날린다.
그리고, 전신갑옷이 된 뼈 갑옷이 급격하게 부풀어 오른다.
우두두두두두두-! 우지지지지직-!
삼 미터가 넘는 체구가 된 삼손이 자신의 등 뒤에서 빛나는 빛의 날개를 보면서 감격에 젖었다.
어떤 공을 세워도 초월자에게 허락되지 않는 고위 신격을 부여받은 것이다.
강대해진 삼손에게 뒤질세라 다른 도전자들의 존재감도 급격하게 상승한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최강의 투신이라는 칭송을 받았으나 신왕들에게 위협이 되어서 각종 제약을 받았던 그들이 처음으로 자유로워졌기에 그 기세는 엄청나게 상승한다.
삼손에 대한 집중공격을 포기하고, 가장 만만한 상대를 찾는 그들의 눈빛이 섬뜩하게 빛난다.
“후후! 이제야 준비가 끝났구나.”
위이잉! 삐이잉!
육도윤회 투기장이 승자가 어떻게 될지 예측치를 뽑아낸다.
그 결과에 만족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크게 외쳤다.
“기뻐하거라!
드디어 육도 윤회장에 충분한 정기와 재능이 모였다.
이 결정전의 최후의 승자는 분명히 창조신급의 강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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