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신벌의 발동에 아무런 저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한 그는 거침이 없었다.
부우우우우우-!
수많은 천사가 다시 나타나서 나팔을 불자 하늘에서 혜성이 쏟아지고, 광선이 작렬한다.
땅은 화산이 터지고, 신에게도 치명적인 극독을 가진 독충들이 기어 나와서 모든 공간을 뒤덮었다.
구구구구궁-! 과과과과과-! 파파파파파-!
하나만으로 치명적인 신벌이 모두 발동이 되어서 도전자들을 덮치는데 이번에는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이상했다.
도전자들은 침착하게 신왕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허가하신다고요?
알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이제 더는 비밀도 아니니 뜨거운 맛을 보여주라고요?
감사합니다.”
아사신족의 최종병기인 비다르가 대홍수 신벌을 마셔서 없애버리는 순간 다른 신왕들도 모두 도전자들에게 걸려있던 제약을 해제한 것이다.
‘이대로 지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이 행성에서도 못 나가간다.’
‘반드시 신황님의 눈에 들어야 해.’
신왕들의 허락 때문에 과거에는 죽는 순간까지 걸려있던 봉인이 풀린 도전자들이 신벌들을 노려본다.
전부 광역권능에 지성체와 하위신을 상대로 하는 광역 신벌이었다.
아홉 명의 도전자들이 눈빛을 서로 나누고 일제히 권능을 발동시킨다.
“이런 광역 신벌로 우리를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가 만만해 보이는가?
사라져라!”
위이이이이이이잉-!
도전자들의 병렬신력연결로 인하여 혜성의 하강은 역중력이 발생해서 원래의 장소로 되돌려버려진다.
보기만 해도 소금기둥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열량을 자랑하던 광선포는 거울이 만들어지면서 반사되었다.
화산은 거대한 빙산으로 변해서 얼어붙었고, 공간을 가득 메웠던 독충들은 모두 불에 타서 재가 된다.
쩌어어어엉-! 후하하하하하-!
제약이 풀려버린 도전자들이 발동하는 각자의 권능이 신벌들을 완전히 분쇄한다.
이 반격으로 신벌을 발동시켰던 천사들은 모두 비명도 못 지르고, 죽어버렸다.
구구구구구구궁! 두두두두두둥!
천사의 환영이 사라지며 신벌들이 분쇄되는 굉음은 지옥도를 뒤흔든다.
그리고, 바로 드러난 광경에 가나안 신족의 신왕은 전율했다.
도전자들은 아무런 피해가 없는데 신벌을 발동시킨 고위 천사들만 전멸해버린 것이다.
“이…이럴 수가?”
각 일족에서 뽑은 최강의 투신이라는 도전자들이 힘을 합친 위력은 행성을 멸망시킬 수 있는 가나안 신족의 신벌을 아득하게 웃돌고 있었다.
‘저은 이미 하나의 일족으로는 막을 수 없는 전력이구나.’
고래의 환영으로 대홍수에게 보호받는 삼손을 둘러싼 도전자들은 하늘의 빛을 쳐다보면서 외쳤다.
“우리의 승부를 방해하지 마시오.
가나안 신족의 신왕이여.”
“계속 직접 개입하시겠다면 당신의 도전자부터 처단할 것이오.”
“!?”
삼손이 아무리 강해도 비슷한 강자인 아홉 명의 도전자의 합공을 받으면 순식간에 패배할 것이 당연했다.
‘이러면 패배는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가장 먼저 탈락하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무적이라고 자랑하던 광역 신벌이 통하지 않는다.
거기에 도전자인 삼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겠다고 협박을 받고 있었다.
‘강자를 우대한다면 약자에게는 가혹할 수밖에 없다.
기회를 준다는 명분으로 가나안 신족과 삼손에게 엄청난 시련을 내릴 것이다.
아마도 창조신계의 징계 따위는 우스운 수준이겠지.’
무슨 일이 발생하면 신벌로 쓸어버리면서 해결했다.
누구도 찾을 수 없는 은폐 권능의 덕으로 이렇게 곤란한 경우는 처음이라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부들부들 떠는 가나안 신족의 신왕이었다.
그리고,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
“전력으로 너의 최종 오의를 사용해라.
반드시 바로 부활시켜주마.”
도전자들에게 포위당한 삼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입술을 꽉 깨물고서 자신의 양쪽에 세워놓은 투기 기둥을 밀어버렸다.
꽈꽈꽈꽈꽈꽈꽈과꽝-!
하늘이 무너지는 굉음과 함께 땅이 위로 치솟는다.
중력이 거꾸로 작용하는지 하늘에 있던 모든 것이 땅으로 떨어지고, 대지의 모든 것이 하늘로 쏘아졌다.
“블레셋의 붕괴!”
삼손의 최종 오의는 하늘과 땅을 뒤집어서 서로를 향해 충돌시킨다.
그 사이에 있는 모든 물질과 존재가 소멸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이었으나 여기 있는 도전자들은 그 범주에 들지 않았다.
“쯧!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꽤 위력적이다만 우리 수준에는 안 통해.”
이미 도전자들은 신왕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런 강자들이 병렬신력연결을 통해서 서로의 권능을 공유하고 있는 이상 주신의 오의와 권능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이다.
구궁! 구궁!
가볍게 들어 올린 도전자들의 손이 하늘의 추락과 땅의 붕괴를 막는다.
다곤 신족의 주신과 무수한 신들을 쓰러트린 오의가 효과가 없자 경악한 표정이 된 삼손이었다.
“이럴 수가!?”
사용하면 구현자조차 파멸시키는 막강한 오의가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해서 당황하는 삼손에게 지금까지 싸워온 헤라클레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너 지금 뭐하나?
여기 있는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을 광역권능은 왜 쓰지?
이럴 힘이 남았다면 차라리 덩키 자우본으로 다시 덤벼들어라.”
어떤 도전자도 블레셋의 붕괴에 상처를 입지 않자 삼손은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여기 있는 도전자들은 모두 육도윤회 투기장에서 주신의 한계 이상으로 강해졌다.
그래서 어지간한 권능은 모두 무시한다.’
그 증거로 다손 신족의 신왕을 포함하여 고위신들을 거의 전멸시켰던 블레셋의 붕괴가 도전자들의 손아귀에서 허무하게 사라진다.
그것은 여기 있는 모두가 어지간한 일족의 신왕 이상이라는 증거였다.
‘그럼 통하는 것은 오로지 혼신의 일격뿐이다.’
삼손의 최종 오의마저 안 통하는 결과가 나올지 몰랐던 가나안 신족의 신왕은 추가로 명령한다.
“싸…싸워라!
단 하나라도 죽여야 한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일을 벌였는지 짐작하는 가나안 신족의 신왕은 필사적이었다.
‘이건 각 일족의 서열을 결정하는 평가이기도 하다.
서열 일위는 개조행성의 개발권을 얻어서 도약할 것이고, 최하위는 처분된다.
절대로 꼴등만은 해서는 안 된다!’
신왕의 지시를 받았으나 직접 싸워야 하는 삼손으로서는 암울하기만 했다.
금지된 가나안 신족의 광역 신벌 발동으로 단단히 화가 난 다른 신족의 신왕들이 도전자들을 자신에게만 몰아붙이고 있으니 집중공격을 각오해야 했다.
‘헤라클레스 한 명도 벅차다.
그런데 비슷한 경지의 도전자 아홉 명과 동시에 싸우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헤라클레스를 이겨서 권능을 흡수한 다음이라면 모르지만, 지금은 승산은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항복할 수 없는 삼손은 긴 숨을 몰아쉬면서 영창을 시작한다.
“후우우! 덩키 자우본.
최후까지 가보자.”
그도 막혔던 성장을 돕는 이 육도윤회 투기장에서 쫓겨나기는 싫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최대한 강해질 생각이었다.
우지지지지지직!
삼손의 피부를 뚫고서 솟아 나온 뼈가 다시 갑옷으로 입혀진다.
덩키 자우본은 처음의 투박했던 모습과는 달리 이제 완벽한 전신 갑옷처럼 보이며, 양손에는 뼈 가위가 날카로운 날을 빛내고 있었다.
구구궁! 우지지직!
삼손의 전투태세에 그를 포위하면서 가나안 신족의 신왕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던 도전자들은 눈빛이 빛난다.
“호오? 이런 상황에서도 도주하지 않고 정면에서 싸우려 하는가?”
“그것도 혼자서 말이지.”
여기서 가장 좋은 전투방법은 포위망을 뚫고서 하나하나 대결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모처럼 신벌을 보여서 권위를 높이려다가 망신을 당한 가나안 신족의 신왕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 하나라도 죽여버려라!
가장 먼저 탈락만 아니라면 용서하겠다.”
승산이 없는 사투를 부추기는 어리석은 지시였지만, 삼손은 묵묵히 따랐다.
과거 신왕의 지시를 거부한 선지자들이 어떤 운명을 당했는지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주의 명령에 따르오리다!”
삼손이 달려들려 하자 도전자들도 신기를 들어서 준비한다.
“자신의 신왕이 저렇게 나오면 방법이 없지.”
“우리에게 나쁜 상황은 아닌데 참 딱하군.”
죽음을 각오한 삼손과 이 기회에 꼴등을 벗어나려는 도전자들이 결투를 시작하려는 그때 박수 소리가 들린다.
짝짝짝!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박수였다.
광역 신벌을 모두 막아낸 도전자들의 권능이 만족스러운 그는 로브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행성 관리단계의 신족도 쓸만하군.
봉인을 푼 진짜 모습을 보니 좋구나.
아주 잘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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