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신왕이 직접 지배하는 신국을 다시 만들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는 가나안 신족 신왕의 선언에 통신망은 욕설로 뒤덮였다.
“뭐야?
신국이라고?”
“이 멍청이!
지금 상황에서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는가?”
신왕의 위엄 따위는 안 통하는 똑같은 위치였기에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 신왕들의 통신을 중앙신계에서 차원권능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잔 다르크 천사와 용자동맹은 씁쓸한 기분이 되었다.
‘행성의 지성체와 생명체만이 아니라 신족까지 소멸시키는 대홍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이제는 신이 직접 다스리는 신국까지 언급했는가?’
‘누구 마음대로 직접 다스리겠다는 것이냐?’
‘이건 신황님에 대한 반역이다.’
아직도 깊은 사색에 빠져있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를 확인한 초사자왕 울트라 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말한다.
“강자는 힘에 굴복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다.
약자에게 잔혹한 강자에게 무상의 정의의 철퇴를 내린다.”
현세계에서 벌어졌던 혁명에서 초월자와 신족을 가리지 않고, 지성체를 학살하는 모든 존재를 똑같이 말살해왔던 용자동맹이 움직이려 한다.
다른 용자왕들도 침묵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확인하고서 하나둘씩 일어선다.
“지성체를 하찮게 여기는 정신체는 필요가 없다.”
아직 인간으로서 감성이 남아있는 잔 다르크 천사는 이번 일은 막기가 어려웠다.
아직 경험이 적으니 자신을 조종사로 선택한 영웅왕에게 묻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나요?’
‘용자동맹과 충돌해서는 안 된다.
영웅동맹은 신계만을 수호한다.
신황님의 명령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수행하지만, 지시가 없으니 이 일에 개입할 수 없다.’
‘….’
용자동맹은 지성체를 구원하고, 영웅동맹은 신계를 수호한다.
명확한 임무 분담이었고, 서로의 충돌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허락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이었다.
용자왕들이 모두 출전 출비를 하자 초사자왕의 명령이 떨어진다.
“신계 자아! 가나안 신족으로 가는 차원문을 열어라.”
가나안 신족의 신계가 강력한 은폐 권능으로 보호되고 있어서 명확한 위치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행성의 지성체를 전멸시킬 수 있는 대홍수를 가동한 가나안 신족을 저지하기 위해서 모든 신족과 신왕이 나서서 찾았어도 사십일이나 넘게 숨어있게 하여준 은폐 권능이었다.
‘용자왕의 탐지장치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대단한 은폐 권능이다.’
중앙신계의 차원권능이 발동되자 단숨에 가나안 신족의 신계가 확인된다.
파파파파파-!
과학문명의 산물인 용자왕의 탐지장치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시간과 공간의 융합권능인 차원권능 앞에서는 쓸데없는 짓이었다.
우우우웅-!
행성 규모의 신벌을 남발하는 신족의 신계답게 위성 궤도에 떠 있었다.
인식방해 권능에 의해서 아주 흐릿한 그림자만이 보였으나 용자동맹에게는 그걸로 충분했다.
“드디어 출전이다!”
근거리이니 차원문을 통할 필요가 없어서 바로 주신전 밖으로 나가서 날아가려 한다.
“이 세계에도 무상의 정의가 확립될 것이다!”
다시 구현한 용자왕의 조종사들이 환호하면서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영웅왕들은 막지 않았다.
오직 사색 중인 차원창세신 코아를 쳐다보면서 명령을 기다릴 뿐이었다.
과연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울린다.
“멈추어라.
아직 용자동맹이 나설 때가 아니다.”
차원권능의 발동과 함께 외부에 이상이 있음을 파악하여 깨어난 그의 말과 동시에 영웅왕들이 움직였다.
주신전 문을 막 나서려는 모든 용자왕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파-! 구구궁!
아무 말 없이 자신들을 막아선 영웅왕을 쳐다본 용자왕들의 눈빛에서는 투기가 일렁거린다.
“….”
“….”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앞이기에 동맹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서로를 노려본 그들은 다시 원탁으로 돌아와서 앉는다.
중앙신계가 차원권능의 탐색권능을 사용한 덕분에 은하유성 아이언의 황금 권능만을 삼킬 방안을 마련하는 깊은 사색에서 돌아온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면서 말했다.
“흐음! 역시 황금 권능인가?
쉽지가 않겠어.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짧은 물음이지만, 바로 의미를 파악한 잔 다르크 천사는 대답했다.
“도전자들의 승부 중에 가나안 신왕이 지원만이 아니라 직접 개입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홍수의 발동으로 전멸 위기입니다.”
“그런가?”
대홍수로 채워지는 육도윤회 투기장을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우왕좌왕하는 도전자들을 보면서 혀를 찼다.
“쯧! 새로운 창조주님을 모셔야 할 개조행성의 신왕들이 겨우 과거 신왕의 권능 때문에 전멸의 위기라니?
어중이떠중이만 보냈나 보군.
이렇게 되면 이번 시도는 끝났다.”홍수에 체력과 신력을 흡수당해서 점점 바다와 가까워지는 도전자들을 지극히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본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심각한 어투로 말한다.
“그렇게 많이 투자했는데 실패를 하는가?
재활용이 쉽지가 않아.
행성 안에서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신족들에게서 신황급의 강자가 쉽게 나타날 리는 없지.”
그렇게 말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지시를 내린다.
“저렇게 도전자들이 시련을 못 이기고, 전멸하면 이번 도전은 무효로 한다.
육도윤회 투기장에 도전할 새로운 도전자를 보내라 하라.”
지극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추가로 말한다.
“약속대로 도전자 부활과 소모된 경비는 두 배로 지급한다.”
이어서 단호한 평가가 떨어진다.
“이렇게까지 지원을 해주었는데 신왕의 신벌조차 이겨내지 못한다면 더 강해질 가망이 전혀 없다.
도전자가 신벌조차 이기지 못하고 죽는다면 두 번 다시 허락하지 않겠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결정은 신계 자아에 의해서 도전자들과 신왕들에게 전달된다.
육도윤회 투기장에서 싸울수록 급속하게 강해지는 사실을 파악한 도전자들에게는 대홍수보다 더한 날벼락이었다.
‘이 안에서는 어떤 수단을 써도 오르지 않던 경지가 상승한다.’
‘그런데 신왕의 신벌을 이기지 못하면 쫓겨난다고?’
‘영원히 도전 기회를 박탈하신다니?’
대홍수 신벌의 무서움과 명문신족의 신왕을 거역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아는 도전자들이 망설일 때 젊은 도전자 하나가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우아아아아! 도저히 못 참겠다.
다음 단계가 보이는데 여기서 쫓겨날 수는 없어!”
대홍수의 바다에 빠지면 주신이라고 해도 정기가 급속히 흡수당하다가 신체가 용해된다.
그런데도 아무런 두려움이 없이 그대로 다이빙을 하면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 오딘이시여!
지금 최후의 봉인을 푸는 것을 용서하소서.”
그 말에 아스신족의 신왕인 오딘이 외눈을 번쩍이면서 외쳤다.
그도 도전자들이 대홍수를 못 이기면 모두 포기한다는 통보를 받았기에 불안에 떨던 중이었다.
‘소모한 경비는 두 배로 보충해주신다고 하시지만 이러면 큰일이 난다.’
‘다시는 우리 일족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지 몰라.’
‘그 정도로 끝나면 다행이지!’
‘신국을 만들어서 독립하겠다고 설치는 신왕이 나왔으니 처분까지 걱정해야 한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이상하게 행성인류를 손을 대지 않는다.
하지만, 청혈 일족과 싸우면서 지역우주를 통째로 소멸시키고 신령과 영혼을 수집해온 모습이 생생했다.
그리고, 몇 번이나 강조해온 지침이 머릿속에 울린다.
‘내가 바라는 것은 강자.’
‘강자를 배출한 신족만이 번영할 수 있다.’
‘만약 못한다면 숙청한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보낸 도전자가 용감하게 나서자 오히려 잘 되었다는 듯이 오딘은 영광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면서 외친다.
“행성 라그나로크가 없어진 지금은 상관없다!
내가 친애하는 아들 비다르여.
신황님의 앞에서 아스신족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주어라!”
“예-!”
신력을 흡수하여 고위신에게도 치명적인 대홍수의 바닷속으로 뛰어든 아사신족의 도전자의 신체가 갑자기 커진다.
수우우우! 풍덩-!
거인신의 모습으로 변한 젊은 도전자의 몸이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대홍수의 바다로 사라졌다.
이런 상황이 되자 허공에서 버티던 다른 도전자들과 다른 신왕들은 이제까지 정체를 밝히지 않던 아사신족의 도전자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큭-! 아사신족의 비다르라고?”
“신왕 오딘과 거인족 그리드에서 태어난 최종병기가 아닌가?”
“신들의 전쟁을 종결시킬 최후의 투신으로서 애지중지하며 극비로 하던 투신을 여기에 참전시켰는가?”
비다르의 완력은 뇌신 토르의 바로 아래라고 하지만, 이미 그 힘은 오딘조차 넘어섰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비다르는 토르와 오딘마저 쓰러지면 출전하게 되어있는 최후의 투신이다.’
‘오딘보다 약할 리가 없지.’
‘그런데 신족은 강한 존재를 따른다.’
‘그래서 오딘이 봉인을 걸어서 비다르의 힘을 제약했다고 하던데 이번에 풀었다.’
‘최후의 봉인까지 풀었다면 정말 이길 생각이군.’
신왕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은 강대한 투신이 왜 대홍수의 바다에 뛰어들었는지 의문이었으나 곧 알게 되었다.
비다르가 거인신이 되어서 뛰어든 지점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어나면서 수위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모두 마셔주리라!”
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용돌이의 중심에 선 비다르가 입을 벌려서 대홍수를 모두 삼켜버린다.
거인족과의 술내기로 바닷물을 마셔서 수위를 낮추었다는 토르처럼 비다르도 신력을 흡수하는 바다를 통째로 마셔서 없애버리는 중이었다.
“!!!”
“!!!”
몸 내부로 들어간 대홍수의 물은 어떤 작용인지 신력을 흡수하는 권능을 잃고서 오히려 반대로 빼앗기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홍수의 바다가 말라버린다.
슈하하하하하하하하-!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우마저 비다르의 입으로 흡입되어 사라진다.
그리고, 비를 내리던 천사들마저 흡수되려는 기색이 보이자 그들은 다급하게 사라진다.
도전자들을 전멸시키려던 대홍수를 비다르가 마셔져 사라진 모습을 본 오딘은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아사신족의 힘을 잘 보았느냐?
대홍수 따위는 가소롭다.”
“이이이이-!”
가나안 신족의 신왕이 분노하는 소리가 울렸지만, 기분이 극도로 좋아진 오딘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잘했다! 내 아들아!
최후 봉인은 푼 너에게는 이 작은 행성은 좁다.
이대로 전부 이겨서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는 것이다.”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다시 인간 크기로 돌아온 아들을 격려하며 한참을 웃던 오딘은 신왕 통신망의 가나안 신족의 신왕을 비웃으면서 말한다.
“대홍수가 별것이더냐?
결국에는 물이니 마셔버리면 된다.
다른 신벌의 파해법도 이미 만들어놓았다.
어디 더 날뛰어 보시지?”
“으으으으윽!”
회심의 신벌인 대홍수가 너무나 무력하게 사라지자 부들부들 떨던 가나안 신족의 신왕은 결국 폭발했다.
“모든 신벌을 가동해라!
반드시 모든 도전자를 전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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