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프롬 여왕을 내려놓으면서 이미 이런 사태를 예상하던 아이언은 복제 에반젤리의 권갑을 꽉 움켜쥐었다.
‘역시 이렇게 되나?
어떻게든 돌파한다.
황금 권능을 익히기 위해서 마도와 흑염권능을 거의 수련하지 않았는데 최상층 앞에서 물러설 수는 없다.’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할 결심을 하는 아이언을 지켜보는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의 표정이 더욱 부드러워졌다.
‘후후! 밝혀진 대부분의 황금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황금 책탑에서 나와 싸울 생각을 하다니 무모하구나.
아니 이건 용감한 것이겠지.’
이 어린 소년신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환하게 알고 있으니 편하게 묻는다.
“쫓아내기 전에 왜 황금의 권능을 선택했는지 말해줄 수 있겠느냐?”
“황금이 최강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다른 무엇을 택합니까?”
아이언의 당돌한 대답에 더욱 환한 웃음을 지은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그런가?
일족의 멸망을 막지 못한 나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아직도 최강이었던 말이지.”
“단 한 번도 정점에서 내려오신 적이 없습니다.”
“하하하! 그것은 참으로 부끄럽군.”
반영원체인 진리에 의해서 황금의 권능이 한번 무너졌지만, 그것은 너무나 규격 외의 힘이라서 그런 것이었다.
모든 공격의 피해를 받지 않으면서 무력을 최강의 수준으로 만드는 불변(不變)의 황금 권능이 최강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다.
‘진리님이 절대계의 창조주가 된 이후에도 황금 권능을 서열 일위에 유지해놓았다.
이 사실이 세계의 정점임을 입증한다.’
아이언의 단언에 한참을 만족스럽게 웃은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는 에반젤리의 깃발을 창대에 말아서 수납했다.
휘리리리리리-!
“이리로 와라.
이야기를 해보자.”
후궁들의 도움으로 황금 후계에 도달했으니 자격 미달로 강제로 쫓아내지 않겠다는 표현이었다.
어느새 나타난 원탁 의자에 앉으며 말한다.
“너는 참으로 운이 좋다.
다른 책탑이라면 무조건 추방이었다.
그런데 넌 아직 어리고, 황금 권능이기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언을 탐색하는 황금 태양의 눈동자는 더욱 진한 빛을 발산한다.
신체와 권능만이 아니라 본질까지 파악을 당하는 느낌에 아이언은 흠칫 놀랐지만 그대로 두었다.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놀랍구나.
강력한 후궁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지만 아직 성장기인 소년신에서 황금 후계에 도달했다.
그리고, 신령에 아직도 여유가 있으니 황금 권능을 익히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단지 재능 부족이 문제구나.
상위 존재가 깔끔하게 정리를 해준 것 같은데 아직도 부족해.”
황금 태양의 눈동자가 더욱 빛을 발산하면서 아이언의 존재 깊숙이 파고든다.
그리고, 신령의 비밀정보까지 확인한다.
“원래는 마도신인가?
잡스러운 권능과 마도를 많이 이어받았는데 기억을 초기화하면서 신체를 새로 만든 이후로 과감하게 포기했구나.
수련을 통해서 황금 권능으로 강화한 신체는 순수한 황금의 권능으로 가득 차 있다.
그 덕분에 후궁들의 권능지원이 아무리 강해도 신계 주신의 그릇이 약하면 활용할 수 없는데 모두 받아낼 정도로 강해졌다.”
현세계에서 최고의 물리력을 발휘하는 바늘 기둥의 집합체인 수련행성을 통해서 수없이 벌집이 되었던 기억과 신체의 상황을 읽어낸다.
“여기에 이런 수련까지 거쳤느냐?
바늘 기둥으로 이루어진 수련 행성이라니?
나를 맹신했던 황금족의 전사 중에서도 이렇게 가혹하게 수련한 존재는 없었다.”
거기까지 확인한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는 기특하다는 듯이 말한다.
“무척 노력했구나.
그러나, 다른 십중심의 책탑에서 이렇게 했어도 재능 부족으로 추방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희생과 노력도 재능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
실망을 숨기지 않는 아이언에게 다음 설명이 이어진다.
“정점에 서기 위해서는 재능이 가장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존재가 각 계열에서 성공하고 맨 위에 선다.
그러나, 그들조차 태어날 때 정해진 그릇과 재능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신기로 권능을 늘리고, 가호를 받아도 소용이 없다.
재능에 의지한 존재는 재능의 벽에 막히면 끝장이다.
아무리 수련을 하거나 배워도 원래의 그릇으로 돌아오고 만다.
하지만 황금 책탑은 다르다.
나는 재능은 기본에 불과하고, 더욱 필요한 것은 노력이라고 보았다.
재능은 약간 부족할지라도 너 정도의 노력이라면 언제인가는 황금의 절대자가 될지도 모른다.”
전혀 뜻밖의 말에 아이언이 놀라는데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는 황금 눈동자를 빛내면서 추가해설을 해준다.
“지성체가 육체의 한계를 넘을 수 없는 것처럼 정신체도 분명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다른 계열은 그릇의 크기와 재능을 중시한다.
최대한 빨리 정점에 도달해서 숙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나의 황금 권능의 처음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췄던 황금족의 수장으로서 태어나서 그 한계마저 초월하여 정점에 선 아리오리나 라마세스의 기억과 권능을 그대로 구현한 데이터 나이트는 진심이 어린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소년신으로 이미 세계의 정점이었기에 나는 성인신이 되자마자 정신체의 한계 너머를 보고 싶었다.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겨우 내디딘 한계 너머의 단 한걸음이 나를 최강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초월한 나를 보고서 아홉 명의 강자가 뒤를 이어서 그 영역에 들어섰지.
이것이 영원체를 초월한 십중심의 시작이었다.”
자신의 뒤에 있는 최상층의 문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정신체에게 주어진 재능의 한계를 뛰어넘어 영원체조차 초월한 존재가 십중심이다.
나의 기억과 권능을 데이터 나이트로 정보로 구현한 회색의 절대자라도 자신 이상의 강함을 가진 십중심을 완벽하게 분석할 수는 없다.
그런 이유로 저 문 뒤에는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 정도는 예상하였겠지?”
“예. 그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원탁의 앞에 서서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의 말을 가만히 듣고만 있는 아이언은 최상층 너머가 비었다는 말에 순순히 수긍했다.
‘십중심의 권능을 완전한 자료로 남길 수 있다고는 믿을 수 없다.
만약 십중심을 양산할 수 있는 자료가 실제로 있다면 어떤 존재라고 해도 무사할 리가 없다.
이렇게 유출되어 방치될 리도 없지.
나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회수하거나 소멸시켰을 것이다.’
실제로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십중심의 책탑을 훔친 차원창세신 코아를 어떻게든 잡아 죽이려다가 실패하자 정기가 없는 외계로 추방까지 해버렸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일대 회색의 절대자와 현자의 승부를 겨루면서 얻어낸 자료라는 사실을 모르는 아이언이기에 나온 추측이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아이언의 즉답에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이해가 빠르구나.
이미 일체화된 너의 차원권능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다른 마도와 투기는 모두 포기해라.
그럼 너의 부족한 재능으로도 정신체의 한계 너머에 한발을 디딜 수 있는 가르침을 내려주겠다.”
“!!!”
이 말에는 은하유성 아이언도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나의 차원권능을 활용한 창조력이 대수(大手) 다음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마도와 투기의 조합 덕분이다.
창조력을 증폭시키는 흑마도와 흑염 투기를 포기하면 주신성을 찍어내듯이 양산하지도 못한다.
다른 창조신처럼 하나를 만드는데도 수천 년이 걸린다.’
마도와 투기, 권능까지 모두 활용한 엄청난 창조력을 가졌기에 어떤 피폐한 세계라도 혼자서 구원할 수 있었다.
‘이계도 주신성을 양산할 수 있었기에 아주 쉽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황금 권능을 완벽하게 익히면 내 개인 전투능력은 분명히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다.그러나, 광역적인 측면으로 보면 나는 단지 조금 뛰어난 차원권능을 가진 강대한 창조신이 된다.
이건 안돼.’
어떤 세계에서도 환영받을 수 있는 엄청난 창조력과 다양성이라는 커다란 장점을 포기하라는 말에 거부하려 했으나 여왕들이 떠오른다.
‘나 혼자 전부 할 필요는 없다.
나에게는 대수(大手)의 자질이 있는 삭월의 시즈지와 회색의 자질이 있는 청춘의 환상 크롬이 있다.
그녀들이 지금처럼 잘 도와주면 주신성의 개발 기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황금 후계가 된 은하유성 아이언의 권능과 재능에 직결된 여왕들은 십중심의 후계에 도전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었다.
그것은, 프롬 여왕도 같았다.
멀리 떨어져서 초조하게 쳐다보고 있는 그녀를 웃는 가면의 책탑이 주시하고 있었다.
‘프롬 여왕도 소마(笑魔)의 책탑의 선택을 받았다.
그녀의 마도가 소마 후계에 도달하여 신계에 보충되면 마도신인 나와 다를 바가 없는 창조력을 가진다.
여왕들이 힘을 합친 중앙신계는 충분한 보조역할을 할 것이다.’
황금의 절대자가 되어서 창조주의 진정한 대리인으로 현세계에서 여왕들과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로 한 아이언은 결정을 내렸다.
“그럼 마도와 투기를 포기하겠습니다.”
“꽤 수준이 있는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버리느냐?”
아이언이 익힌 마도와 투기의 수준이 소마와 흑염에 근접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던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는 살짝 놀랐다.
‘망설임이 전혀 없군.’
형형한 눈빛을 빛내는 아이언은 단호했다.
“최강의 황금 권능을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서는 어차피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아이언의 신령에서 마력과 투기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파파파파-! 우우우웅!
흑발이 약간은 섞여 있던 머리카락이 순수한 황금빛으로 변하고, 흑염의 투기 또한 사라졌다.
아무런 보장도 안 해주었는데 바로 행동하는 아이언의 모습에 황금의 절대자의 데이터 나이트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그래! 필요가 없는 것을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구나.
진심으로 가르칠 가치가 있겠어.
그럼 첫 번째 가르침을 주마.”
“경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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