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쿠쿠쿠쿵! 파파파파팟-!
갑자기 일어난 회오리치는 폭풍과 같은 바람은 분신들을 날려버리고, 바위를 관통할 기세로 내리는 폭우는 소리까지 지워버린다.
치우의 양옆에 나타난 반투명한 바람의 신과 비의 신이 전력을 발휘한다.
투하하하하하하! 케에에에에엑!
안개를 비로 만들던 응룡이 바람과 비의 신의 집중공격을 당해서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지자 황제는 벌떡 일어서며 외친다.
“풍백우사(風伯雨師)가 드디어 나왔다!
멍청한 놈! 적진에서 날뛰기만 하는 단세포 기질은 여전하구나.
이제 내 화신을 사용하라.
태양의 힘으로 폭풍우를 제압하는 것이다!”
법술 금고아로 곱게 차려입은 아리따운 태양의 여신의 모습이 전달되었지만, 손오공은 다급하게 외쳤다.
“너의 화신이라고?
그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도 못하는 태양의 권능이잖아?
사용하면 적만이 아니라 구현자조차 태운다.”
“그래도 이동은 가능하니 사용해!”
법술로는 법왕이라고 말할 정도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손오공은 바로 분석해서 외쳤다.
“너도 감당이 도저히 안 되어서 버린 태양의 화신체가 맞구나!
일단 발동되면 주신도 가까이 가지 못할 정도로 뜨겁다며?
언제 어떻게 회수했어?”
“천천히 자연적으로 식기를 바랐는데 결국에는 회수하지 못했다.
부활하니 미가동상태로 같이 있었다.”
어떤 봉신신기도 녹여버리는 열기를 발산하는 화신체였다.
그래서, 땅에 묻었다가 식으면 회수하려했는데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어서 골치 아팠던 과거를 떠올린 황제였지만 바로 말했다.
“일단 너에게 통제권을 넘기겠으니 바로 써라!”
“이걸 사용하면 나도 너처럼 골골거리는 것 아냐?”
치우와의 힘겨운 싸움으로 엄청난 소모를 한 황제가 너무나 빨리 신왕의 자리에서 물러났던 사실을 떠올린 손오공의 질문에 신경질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써도 안 죽는다.
그리고, 치우에게 지금 지는 것보다는 낫다.”
“빌어먹을! 나는 치우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과도 싸워야 한단 말이야.
녹초가 되면 절대로 못 이겨!
저 자식들이 안 보여?”
손오공의 시야 공유로 뼈 갑옷을 입은 삼손과 황금빛을 발산하는 헤라클레스의 무시무시한 육박전을 본 중화신족의 주신들은 질렸으나 황제는 바로 소리쳤다.
“나중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풍백우사(風伯雨師)를 발동한 치우를 봐라!
너의 백만 분신술로 구현한 신해전술(神海戰術)이 모두 흡수되면서 해제되고 있다.”
그 말대로였다.
지옥도를 집어삼킬 기세로 커진 치우의 폭풍우가 그대로 손오공의 분신을 집어삼킨다.
이제 흐릿한 안개만을 두른 치우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푸하하하하! 응룡(應龍)은 약하고, 신해전술(神海戰術)은 털로 만든 분신이라서 그런지 약하구나.
너무나 가벼워!
내 풍백우사(風伯雨師)의 절호의 먹잇감이다.”
비의 신과 바람의 신이 힘을 합쳐 만든 엄청난 폭풍우가 회오리가 되어서 손오공의 분신들을 빨아들인다.
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우끼끼끼끼끼끼끼-!
얼마나 다급하지 원숭이의 비명을 지르면서 소용돌이 안으로 사라지는 분신들을 본 손오공은 기겁해서 물었다.
“주신급의 화신체를 칠십이 개를 불러서 지휘한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데 행성 규모의 기상현상까지 마음대로 조작하다니?
저런 괴물을 어떻게 이긴 거야?”
과거의 힘겨웠던 치우의 전투를 회상한 황제는 양손을 꽉 움켜쥐고서 지시했다.
“일단 도망쳐.
저 상태의 치우와는 단기전의 정면 승부는 승산이 없다.
어떻게든 장기전으로 끌어들여서 지치게 하여야 한다.”
“제길! 치우의 필중 금고아에게서는 어떤 변신술로도 도망을 못 쳐.
너처럼 숨을 수가 없단 말이다!”
“으윽! 어떻게든 도주해.”
직접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르는 강적에게 말을 제대로 안 듣는 손오공을 지휘하는 황제는 답답해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설마 치우가 초월신기로 강화되어서 나올지는 몰랐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나설 것을 잘못했다.’
수억이 넘는 중화신족의 저력을 생각하면 누가 나서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도전자를 외면했던 과거를 후회한 황제는 바로 지시를 내린다.
“치우의 단점은 장기전 하나다.
저 정도 권능들을 동시 사용하는 이상 곧 정기고갈이 온다.
최대한 버티면서 신해전술(神海戰術)로 계속 쳐라.”
눈을 빛내면서 치우와 화신체 군세의 안개 유동을 파악하면서 다시 지시를 내렸다.
“우리에게는 십삼억이 넘는 정기보급원이 있다.
치우는 겨우 이천오백만이다.
결국, 이기는 것은 우리다.
백만 분신술로 진격을 저지하면서 후퇴해.”
“알겠다!”
손오공은 다시 불러들인 백만 분신들이 모두 소용돌이에 빨려드는 꼴을 보면서 재빨리 근두운으로 도주하기 시작한다.
치우가 이미 근접전을 할 만큼 접근한 것이다.
‘이런 제길! 다시는 이렇게 도망갈 생각은 없었는데 이게 무슨 수치냐?’
옥황상제의 긴급 요청을 받고 온 창조신의 손바닥 위에서 제압당한 아픈 기억을 떠올린 손오공이 치를 떨었지만, 이 방법이 맞았다.
공격목표를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인지 방해 권능을 쓰는 주신과 주신급 화신체 칠십이 개의 합공에 휘말려 들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거기 서라! 지나신족의 신왕!
네놈들은 도주가 주특기냐!”
“작전상 후퇴다!”
더욱 강한 회오리를 일으킨 치우가 도발하며 추격해왔지만, 손오공은 신경 쓰지 않으며 백만 분신술을 다시 발동시킨다.
파파파파파파! 쿠와아아아아앙!
회오리에 분신들이 빨려 들어가 소멸했지만, 확실히 전진속도는 늦출 수가 있었다.
열세를 파악한 중화신족의 고대신왕인 삼황오제들인 모두 나서서 조언과 지원을 시작한다.
“좋아! 기동력은 네가 위다.”
“도주하면서 백만 분신술의 신해전술(神海戰術)로 공격해서 정기를 고갈시켜.”
“그런 방식으로 백번만 하면 된다.”
“뭐야!?
이 짓을 백번?”
백만 분신술을 고유권능으로 삼아서 부담은 적다.
그러나, 초월권능은 확실하기에 세 번째인데도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소모한 손오공이 열이 받아서 소리를 질렀다.
“이 늙은이들아-! 백만 분신술이 쉬워 보여?”
중화신족의 총사령관 제천왕(齊天王)의 직위는 옥황상제 다음이었다.
명목상 상급자였기에 과거 신왕이었으나 은퇴한 삼황오제들은 불쾌한 기색을 참고서 말을 시작한다.
“막대한 희생이겠지만, 어차피 분신이다.”
“정기는 얼마든지 보내주겠다.”
“저 치우만 잡을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전투다.”
거기까지 말한 삼황오제는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면서 말한다.
“개조행성의 신왕이 못 되어도 뭐라고 하지 않겠다.”
“투자한 것이 아깝지만, 상황이 이렇다면 어쩔 수가 없지.”
올림푸스 신족의 힘의 신인 헤라클레스가 이기기 위해서 천축신족의 인왕으로 전직했다.
가나안 신족의 선지자는 초월자로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신체변화까지 감수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도전자들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예상 불가능이었다.
‘저들은 이미 신왕 수준이 아니다.’
출전상대도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신해전술이 잘 안 통하는 치우가 출전하다니?’
‘신해전술(神海戰術)을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손오공이 고전할 정도면 승산이 적다.’
삼황오제는 이번 신왕 결정전의 승리를 점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한다.
“무조건 저 망할 괴물 자식을 죽여라!”
“풍백우사(風伯雨師)의 권능을 일 할만 빼앗으면 다음에는 확실히 이길 수 있다.”
치우만 이겨도 남는 승부라는 고대신들과 황제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극단적인 발언을 하면서 살기를 줄기줄기 내뿜는 황제와 고대신들을 확인한 손오공은 어이가 없었다.
‘완전히 이성을 잃었네.
인제 보니 치우 혼자만의 원한이 아니다.
도대체 치우에게 얼마나 당했기에 이렇게 나오지?’
중화신족이 지나신족이었던 먼 과거에 치우에게 희생을 얼마나 많은 치렀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삼황오제의 말처럼 손오공에게는 치우를 죽일 방법이 있었다.
행성신의 본신으로 압살하는 것이었다.
“치이이이-! 여기서 새로운 본신을 드러내야 하나?”
손오공은 중화신족의 제천왕(齊天王)이 되면서 신력과 권능 부족으로 돌로 이루어졌던 본신은 이제 완벽한 신체가 되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정기고갈 상태가 된다.
이겨도 다른 도전자들을 이길 방법이 없다.’
당연히 그러기는 싫었다.
‘삼황오제에게는 다음 승부가 있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번이 최후다.
패배하면 이들 중 하나의 부하가 되어야 한다.’
신왕 결정전의 패배자는 승자의 부하가 된다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명령을 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잘못하면 영구히 부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손오공은 행성신의 본신을 불러들이는 방법을 포기하고 머리를 굴렸다.
‘어떤 법술도 안 통해!
인식을 방해하는 안개와 행성 규모의 기상을 통제하면서 덤벼드는 화신체 군세를 이길 방법이 없다.’
치우의 전투능력도 최상급 수준인데 화신체 칠십이 개의 합공까지 추가하면 단독으로 이길 전신은 드물었다.
슈하하하하하하하하! 우기기기기기-!
애처로운 원숭이 울음소리와 함께 다시 불러낸 백만 분신술이 완전히 소멸하였다.
더욱 기세를 키워가는 풍백우사(風伯雨師)의 회오리를 뒤돌아본 손오공은 결심을 내렸다.
“황제! 군고(軍鼓)와 음부경(陰符經)의 통제권을 넘겨라.”
이 말에는 삼황오제는 매우 놀랐다.
특히 주인인 황제의 놀람이 컸다.
“뭐? 그게 뭔지는 알고서 달라는 거냐?”
화신체 군세를 수족처럼 다루고, 전술능력이 지극히 높은 치우에게 대항하기 위해서 만든 신기라고 알려져있다.
‘연패를 거듭하여 싸울 의지를 잃은 천군의 사기를 강제적으로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군고(軍鼓).’
‘일시적으로 전술지휘능력을 주신의 한계 너머까지 끌어올리는 음부경(陰符經).’
황제는 주신의 능력을 초월시켜주는 강대한 법보를 두 개나 사용하여 겨우 치우를 이겼다.
‘강대한 힘의 사용에는 그만큼의 여파가 온다.
주신조차 감당 못 할 초월 신기의 복수사용으로 황제는 그 이후로 전면전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치우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호전적이었던 황제였는데 최종 전투 이후로 온건과 포용정책만을 하게 된 이유다.
‘무리한 초월신기의 사용으로 신체에 심각한 회복 불가의 타격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좋았지.’
가장 큰 적이자 모두의 공포의 대상이었던 치우를 쓰러트린 황제에게 덤빌 상대는 없었다.
전쟁이 아닌 협상만으로 다른 일족을 흡수하여 순조롭게 중화신족을 만들어서 영광스러운 신왕으로 남은 기억을 떠올린 황제는 다시 확인했다.
“두 법보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겠느냐?”
“감히 누구에게 경고하는 것이냐?
나는 법왕이다!”
손오공은 이마에 찬란하게 빛나는 법술 금고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외쳤다.
“그 정도로 못 견디면 이 법술 금고아를 어떻게 쓰고 있을 수 있겠냐?
얼마든지 감당해줄 테니 빨리 넘겨!”
안개에 휩싸인 치우의 군세가 가까이 오자 더욱 속도를 높인 손오공의 재촉에 잠시 생각한 황제는 허락했다.
“좋아! 치우만 잡아라.”
치우만 탈락시켜 약화를 시키면 신해전술(神海戰術)을 쓰는 중화신족을 곤란하게 하는 신족은 거의 없었다.
‘배달신족은 치우를 제외하면 별 볼 일 없다.’
‘권능을 물려받은 후예도 아직 약하다.’
‘압도적인 병력 차이로 다른 개조행성의 신왕은 모두 우리가 차지한다.’
삼황오제의 허가로 법술 금고아를 통해서 거대한 북과 죽편으로 만들어진 책이 전달된다.
그러자 전장에 북소리가 울린다.
둥! 둥! 둥! 둥! 우릉! 우릉! 우릉!
치우의 귀로 번개가 치는듯한 굉음이 귓가를 어지럽혔다.
‘으윽! 보이지는 않지만 이건 군고(軍鼓)?’
연전연패로 돌격만 하면 무너지던 황제의 천군이 이 소리를 듣자 미친 듯이 달려들던 과거를 기억한 치우가 더욱 속도를 높인다.
‘광전사를 만드는 법보를 다시 사용하다니?
서둘러야 한다.
백만 개의 하위신 분신을 만드는 법술에 광전사의 권능이 더해지면 중급이상이 된다!’
상당히 귀찮아질 것을 예상한 치우가 진군속도를 무리해서 올리자 손오공은 죽편형태의 음부경을 펼쳐서 군고를 휘감았다.
우웅! 둥! 우웅! 둥!
음침한 기운과 함께 울리는 북소리는 이성을 뒤흔든다.
수족과 같던 화신체의 군세의 통제가 뒤틀리는 느낌을 받은 치우는 노해서 소리쳤다.
“큭! 음부경(陰符經)까지 사용하다니?”
군고(軍鼓)와 음부경(陰符經)을 사용한 황제와 최후의 전투는 자신의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그때 동원되었다가 살아남은 천군들이 이 법보의 악영향으로 거의 파괴신 직전까지 갔다는 사실을 떠올린 치우의 분노는 컸다.
“이 간악한 지나신족!
다시는 사용해서는 안 될 저주받을 신기까지 발동하느냐!”
천군이 아닌 분신술을 사용하는 손오공은 망설이지 않았다.
“어떤 힘이든 잘만 사용하면 된다.
백만 분신술!”
파파파파파파팦파파파-!
다시 근접한 치우의 안개를 향해서 다시 발생한 손오공의 분신들이 물밀 듯이 물려간다.
“어?”
그런데 분신들의 상태가 이상했다.
끼끼끼끼끼끼끼끼!
눈에 핏발이 잔뜩 서 있고, 혀를 길게 빼서 침을 질질 흘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광견병이 걸린 개와 같았다.
음부경(陰符經)의 강제 통제능력이 아니었다면 과연 지휘가 될지 의문이 갈 정도로 미친 모습이었다.
‘아 시바! 잘 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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