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당장 저 괘씸한 것들부터 처단할까 생각했는데 얼굴에 주먹이 꽂힐 때마다 천둥이 울리는 소리가 동작을 멎게 한다.
투학! 퍼어억!
단순한 주먹질인데 어찌나 강력한지 주변의 허신들이 여파를 못 견디고 날려지고 있었다.
이미 힘의 신으로 최고의 경지에 오른 헤라클레스와 삼손의 완력이 열 배로 증폭된 이상 그 앞에서 견딜 주신은 없다고 보아야 했다.
‘무…무식한 것들이 완력 금고아를 완벽하게 운용하고 있어.
한 대라도 정통으로 맞으면 진짜 죽겠다.’
그런 강대한 힘에 안면을 무방비로 허용하면서 코피조차 흘리지 않는 모습에 은근히 기가 질리는 손오공이었다.
‘저 사자왕에 비할 수 없지만, 어마어마한 완력에 방어력이다.
분신이나 여의봉으로 쳐보았자 이빨도 안 들어가겠어.’
법술 금고아 덕분에 억이 넘는 중화신족의 법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손오공이었다.
‘금고아를 통해서 창조신을 넘보는 도전자들에게 통하는 법술은 거의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역시 나만의 법술을 만들어야 해.
패배자의 권능의 일 할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해주는 이 육도윤회 투기장은 절호의 장소다.’
가장 먼저 강화할 법술은 역시 백만 분신술 이었다.
그리고, 싸워야 할 상대도 정해져 있었다.
‘화신체 분신을 다루는 치우부터 찾아서 권능을 흡수한다.
하위신인 분신들을 중급신으로 올리는 순간 최후의 승리자는 바로 나다.’
헤라클레스와 삼손 같은 투신들은 주변을 생각하지 않고 무식하게 싸운다.
그런데 치우는 전황부터 살피는 전신답게 화신체 군세를 숨기고서 지옥도의 어딘가로 숨어든 지 오래였다.
‘화신체 군세는 너무 눈에 띄기에 집중공격을 우려해서인지 바로 피했다.
어디 있지?’
백만 분신을 풀어서 지옥도를 샅샅이 찾고 있는데도 치우가 발견되지 않자 손오공은 초조해하면서도 전황을 살핀다.
‘모두 이미 상대를 정했다.
치우도 내 백만 분신술을 노리고 올 것이다.’
칠십이 개의 주신급의 화신체는 같은 주신을 상대로는 필승이나 초월신기의 힘으로 창조신을 넘보는 도전자들을 이기기는 역부족이었다.
‘치우는 주신격인 화신체의 신격을 더는 높일 수는 없다.
수를 늘려야 한다.
다른 도전자들의 권능을 차근차근 흡수해서 숫자를 증가시켜야 한다.
그럼 내 백만 분신술 이상의 권능은 없지.
반드시 나부터 치려 할 것이다.’
전신으로서 감각이 지금은 누군가 허점을 보이기를 기다려야 할 때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 신왕 결정전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많은 도전자를 쓰러트린 존재가 범접할 수 없는 강자가 된다.
그러니, 싸우면서 상처를 입어서는 안 돼.
바로 다른 도전자의 먹이가 된다.
이건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 될 것이다.’
가장 손쉬운 상대인 치우를 찾는 손오공에게 이제 왼손으로 상대의 머리를 잡고 오른손으로 안면을 강타하기 시작한 삼손과 헤라클레스가 보였다.
꽝-! 꽝-!
마치 용서할 수 없는 원수를 공격하는 모습에 머리를 저었다.
‘앞뒤 생각하지 않고 싸우는 저 미친 투신들은 맨 나중이다.’
두 힘의 신은 서로의 얼굴을 노려보다가 약속이나 하듯이 서로의 왼손마저 풀어준다.
그리고, 왼손으로 서로의 뒷머리를 잡아서 고정하고 얼굴을 향해 무자비한 주먹을 내질렀다.
“죽어보자-!”
머리가 고정되어서 젖혀지지 않는다.
그러니 신체를 가격한 것이 아니라 마치 종을 때리는 것과 같은 굉음이 지옥도를 뒤흔들었다.
꽈아아아아아아앙-! 꾸우우우웅-!
그제야 충격을 받은 힘의 신들의 입에서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컥-!”
“억-!”
힘의 신으로서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은 무적의 장갑과 완력을 가진 사자왕에게 영감을 받은 그들은 방어력과 근육을 한계까지 강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이제 주신의 공격에 안면을 당했어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는데 만만찮은 타격을 받자 서로에게 웃어주었다.
“하하! 머리카락이 길어졌다고 징징거리더니 제법이다.”
“후후! 아랫도리 봉인을 당하고도 꽤 하구나.”
서로의 상처를 헤집는 말에 상대의 머리와 하체에 용서 없는 공격을 퍼붓는다.
“이 초월자 새끼가!”
“반쪽짜리 신족 주제에!”
꽝-! 퍼어엉-!
완력 금고아의 파괴를 노린 공격이었는데 신황이 만든 초월신기답게 역시 아무 소용이 없자 헤라클레스는 살벌한 표정으로 변하면서 외쳤다.
“초월자에 겨우 선지자인 넌 내 상대가 안 돼.
난 십삼주신이다!”
신왕 제우스의 반신이자 영웅신인 헤라클레스와 초월자였던 선지자 삼손의 신격의 차이는 컸다.
상위 존재에게 하위 존재의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헤라클레스의 승리는 확실했다.
‘지금도 타격은 삼손이 더 받고 있다.
내가 이긴다.’
서로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고도 멀쩡하자 다시 양팔을 잡고서 힘겨루기를 하는데 서서히 삼손이 뒤로 밀렸다.
푸하하하하하-! 지지지지-!
헤라클레스의 등 뒤에 전력으로 전개된 열세 쌍의 빛의 날개가 추진체처럼 밀어붙이는 탓이었다.
“순순히 패배해라.
그럼 이인자의 자리를 보장해주마.
그러나, 계속 끝까지 버티면 내가 신왕이 된 다음에 죽도록 부려먹어주마.”
완력이 대등할지라도 신격의 차가 크니 쉽게 이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삼손이 만만치 않았다.
더욱 완력을 키우면서 뒤를 밀려가는 속도를 늦춘다.
구구구구구구궁-!
그런데도 후퇴가 멈추지 않았는데 삼손은 갑자기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나를 이길 수 있다고?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 뭔가?
설마 십삼주신의 신격을 가졌다고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 완력 금고아 머리띠를 원한다고 했지.
푸후후후! 줄 것 같은가?”
삼손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금고아 머리띠를 감지했다.
‘비밀을 이야기하면 계속 머리를 길게 해서 절망을 주던 완력 금고아 머리띠가 육도윤회 투기장에 도착하자 전부 수납해주었다.
이건 진짜 보물이다.’
더는 머리카락이 길어질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삼손은 나직한 음성으로 헤라클레스에게 말한다.
“세계는 창조주님이 만드신 미약한 정기가 가득 차서 일정한 흐름으로 흐른다.
그 안에 행성과 같은 물질들이 떠다니고 있지.
그런데 물질을 유지하게 해주는 세계의 정기는 천천히 흐르면서 서서히 감소하다가 결국은 소멸한다.
물질도 그 순간에 같이 사라지지.
그걸 막기 위해서 약한 세계의 정기를 받아서 증가시키는 존재가 바로 지성체다.
지성체가 사랑이나 증오와 같은 극심한 감정의 요동을 보이거나 단련을 하면 흡수한 세계의 정기가 몇 배로 늘려진다.
전기로 비유하자면 지성체는 세계의 약한 정기인 전류를 받아서 강한 전압을 일으키는 작은 발전기이자 축전지이다.”
신계의 비밀을 술술 이야기하는 삼손에게 헤라클레스는 어이가 없었다.
‘이놈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야?
결투와 무슨 상관이 있나?’
십삼 주신의 신격을 완전히 개방한 헤라클레스는 많은 선지자에 불과한 삼손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세가 전혀 죽지 않은 삼손은 세상의 비밀을 더욱 풀어놓는다.
“정신체는 지성체들이 만들어낸 강한 정기를 받아들여서 더욱 승압함으로써 권능까지 사용할 수 있는 대형 축전지이자 발전소이다.
어떤 정기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신족과 마신족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지성체들의 긍정적인 감정의 요동은 신력의 근원이 되고 부정적인 감정은 마력의 근원이 된다.”
파아아아아-! 우지지지지-!
삼손의 완력금고아가 찬란한 황금빛을 발산한다.
그리고, 헤라클레스와 맞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이…이놈이!’
십삼 주신의 신격발동에 마구 밀리던 삼손의 몸이 서서히 멈추었다.
지직! 지직!
거의 후퇴를 멈춘 삼손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면서 더욱 떠벌리기 시작한다.
“지성체도 한계를 넘어서 단련하면 더욱 자신의 용량을 높일 수 있다.
세계의 정기를 육체의 힘인 투기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다가 한계를 초월하면 자신을 위해서 법칙까지 고쳐 쓸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초월자다.”
여기까지 삼손이 이야기하자 헤라클레스는 묻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다.
너 무슨 생각이냐!?
비밀을 떠벌려서 머리카락을 조금 길게 해서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무리 머리카락이 길어질수록 강해진다고 하지만 주신의 한계가 있었다.
그다음에는 권능과 신기, 전투경험과 상성에서 승부가 결정되는데 헤라클레스는 어떤 분야에서도 삼손의 상위에 있었다.
그러나, 삼손은 더욱 투기를 피어 올리면서 외쳤다.
“어떻게라도 널 이길 생각이다.
모든 도전자 중에서 한계가 정해진 너는 가장 손쉬운 상대다.
너의 힘만이 아니라 완력 금고아를 빼앗아서 내가 새로운 세계의 신왕이 되고 말겠다.
이 싸움은 다음 시대의 지배자들을 결정하는 자리란 말이다!”
그 말과 동시에 삼손의 완력 금고아의 머리띠가 더욱 빛나면서 길어진 머리카락이 튀어나면서 바닥을 쓸 정도가 되었다.
슈하하하하하-!
신왕 도전자의 목적을 파악한 삼손의 비밀 폭로에 금고아 머리띠가 반응한 것이다.
머리카락이 길어진 만큼 삼손의 힘도 증가했기에 후진은 완벽하게 멈추었다.
“넌 처음 싸울 상대를 잘 못 골랐어.
내 무한의 머리카락과 무한의 힘을 걸고서 박살을 내주지.”
“제길! 비밀을 떠벌릴수록 강해진다 이거냐?”
“그래! 내가 아는 비밀이 떨어지는 순간까지 나의 힘은 무한히 증가한다.
이것이야말로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내리신 내 완력금고아의 진정한 사용법이다.”
그 말을 하는 순간 삼손의 힘이 더욱 강화되어서 헤라클레스를 몰아붙인다.
드드드드드드!
십삼주신의 신격을 전부 개방한 상태인데 양손을 맞잡은 상태에서 거꾸로 밀리자 헤라클레스는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불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제길! 비밀을 폭로하면 머리가 길어져서 강해져?
그래서 일부러 떠벌린다고?
뭐 이딴 신기의 사용법이 다 있어?”
지지지지지-!
이제 우세하게 된 삼손은 헤라클레스를 서서히 뒤로 밀면서 놀렸다.
“너의 완력 금고아는 욕망을 제한한다고 하던가?
끊을 듯이 조이는 역경을 참고서 한번 끝까지 세워 보지그래?
혹시 아나?
더욱 강해질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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