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794화 (1,704/2,000)

34권 35권

지성체가 죽은 이후의 사후를 중앙신계가 완전히 장악한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주해적들의 운명이 결정된 순간이었다.

우주해적을 실은 감옥선을 인도받은 중앙신계의 인공자아는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초월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초능력자으로서 영웅동맹의 교육대상이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기록을 보면 신계의 구성원으로 부적합함.

일단 용자동맹의 철의 요새로 보내야 함.”

인공지능의 의견을 보고받은 삭월의 시즈지는 아무런 고민 없이 승인했다.

평범한 귀족의 아내였던 그녀로서는 항상 영역을 어지럽히던 우주해적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개인훈련에 바쁜 아이언에게 모든 권한을 받은 그녀는 바로 결심을 한다.

“지옥의 철의 요새로 보내서 교육하게 하라.

교육상태를 봐서 영웅동맹의 빛의 요새에서 이동시켜 교육한다.”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쿠쿠쿵-!

중앙신계의 통제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지옥에 도착한 감옥선은 우주해적들의 동면장치가 배출하고 바로 되돌아갔다.

얼마 후 깨어난 우주해적들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우하하하! 우린 살았다!”

“카하하하! 에메랄드 공주가 두목과 우리를 절대 안 버릴 것이라고 내가 말했지!”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강제로 동면 되기 전에 우려하던 공개처형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딘가의 개척행성인가 보군.”

“사형장이 아닌 것만도 어디야.”

아무것도 황량한 광경을 보면 개척행성으로 보기에 이상했지만, 강력한 초능력자인 그들에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개척장비까지 많이 놓여있었다.

“오! 발전설비다.”

“자동차도 있다.”

그렇게 살아서 새로운 시작을 기뻐하는 우주해적들에게 커다란 음영들이 드리워진다.

후우우우우우!

급작스러운 그늘에 우주해적들은 하늘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기계인간을 수십 배로 확대한듯한 인형병기들이 어느새 자신들을 포위한 것이다.

“!!!”

“!!!”

수백 명의 우주해적을 일백 미터가 넘는 인형병기로 제작된 기계신체와 융합한 수천 명의 일반 용자들이 둘러싼 상태였다.

‘인형병기!? 아무런 기척도 없이 어떻게 움직였지?’

‘저 금속얼굴들은 도대체 뭐야?’

‘기계인간보다 표정이 더 자연스럽다.’

그들은 중앙신계로부터 상황을 듣고서 나타난 일반 용자들이었다.

수준이 아직 낮다고 판단되어 원정에 배제되어서 대기 중이었는데 갑자기 새로운 신병을 보냈다는 말에 공간이동을 해온 것이다.

오래간만에 온 신입을 둘러싼 그들의 눈빛은 반짝였다.

단지 약간 문제가 있었다.

“응? 진짜 초능력자들이잖아?

그것도 강력해.”

“개조인간으로 운영되는 용자동맹에 초능력자가 배속이 왜 되었지?”

“중앙신계가 우주해적들이라서 신계에 절대 충성을 바칠 가망성이 없어서 그렇게 결정했다는데?”

“우주해적들은 모두 엄청나게 강력한 초능력자들 아냐?

이거 방심하면 개망신을 당하겠다.”

개조인간 용병 시절에 가장 힘든 임무가 우주해적 토벌이었으니 나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어디에도 무서워하는 구석은 없었다.

반강제로 동맹 교육기관에 입학했을 때와 기계신의 신체를 받아서 융합된 지금은 격이 너무나 달랐다.

“후후후후! 긴장들 해라.”

“킬킬킬킬! 여기 오기 전의 먼 과거라면 그렇기는 하겠지.”

지금은 아니잖아.”

기계신체와 융합하여 고위신의 힘을 능가한 용자동맹의 일반 용자들에게는 초능력자는 손가락 하나로 눌러 죽일 수 있는 약한 존재였다.

그렇게 용자동맹의 인형병기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우주해적들은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이 인형병기들은 다 뭐야?’

‘제국의 비밀무기 실험장인가?’

초능력을 사용해서 도주하려고 해도 초능력 교란 장치를 사용하는지 아예 발동되지 않는다.

우주해적의 의문이 깊어졌지만, 지옥이라는 정답은 당연히 몰랐다.

다만 수만 대가 넘는 인형병기가 기계인간처럼 보이는 표정을 바꾸는 금속 얼굴로 나누는 대화에 불안에 떨 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삭월의 시즈지는 크롬 여왕이 한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아이언님의 변화로 인해서 저희의 모든 것은 바뀌었어요.

하위의 지성체일수록 더욱 운명의 변화폭이 커요.

문제는 이미 몇 번이나 그런 과정을 반복한 것 같군요.’

우주해적들은 원래 흐름에서는 원인불명의 사고로 전멸했고, 지워진 흐름에서는 미개발지역에 알몸으로 보내져 원숭이들의 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수정된 흐름에서는 지옥의 용자동맹에게 보내졌으니 참으로 엄청난 등락이었다.

‘더욱 강해지거나 흐름을 타지 못하면 우리도 영문조차 모르고 저렇게 된다.’

한편 우주해적들을 어떻게 할지 대화를 끝낸 일반용자들은 제안을 시작한다.

“용자동맹의 철의 요새에서 초능력자에게 따로 가르칠 것은 없다.

그러니 너희 개조인간이 되어라.”

“!!!”

제국이나 연합이나 개조인간은 완전한 기계인간이 될 돈이 없거나 극심한 부상을 잃으면 되는 존재다.

그런데 상위로 인정되는 초능력자의 신체를 개조인간으로 만들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이다.

하지만, 대표로 나선 선임 일반 용자는 진중한 어조로 말한다.

“기계신체와 완전히 융합한 우리의 힘은 단지 조종할 뿐인 영웅동맹을 능가하니 나쁜 제안이 아니다.

공짜로 멋지게 개조해줄게.”

기계신체의 융합비율이 조금 부족하여 남겨진 일반용자들의 선임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원래대로라면 교육과정을 완전히 이수해야 기계신체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초능력자 개조인간은 굉장히 드물지.

너희가 기계신체와 융합하면 어떤 위력을 보일지 기대가 되어서 하는 제안이다.”

“….”

일백 미터가 넘는 인형병기의 금속얼굴이 심각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 하는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우주해적들은 결정을 내린다.

사방으로 도주하는 것이다.

‘산개하라!’

‘일단 포위를 벗어나고 다시 모인다.

공간이동은 불가능했지만, 신체 강화의 초능력은 멀쩡했기에 빠르게 흩어진다.

후다다다다다다다-!

쥐새끼처럼 발밑을 뛰어서 달아나는 우주해적들을 일반용자들은 잡지 않았다.

끝없이 도망을 쳐보았자 이곳을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이녀석들은 아직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군.’

‘여긴 지옥이다.’

‘물도 먹을 것도 쉴 곳도 없다.’

‘공간은 끝이 없고, 있는 것은 악령뿐이지.’

유일하게 보급이 되는 곳이 철의 요새이니 도망쳐도 제 발로 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힘든 훈련기간 동안 몇 명이 탈주했다가 거의 미이라가 되어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너희가 초능력자라고 해도 살아남을 방법은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발 사이를 빠져나가려는 초능력자들을 막지 않고, 철의 요새가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우리 주둔지는 저쪽이다.”

“개조인간이 순순히 될 생각이 들면 찾아와라.”

아주 멀리 산처럼 아주 어렴풋이 보이는 반구형의 요새를 우주해적들이 확인하는 모습을 보자마자 용자동맹의 일반 용사들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도 없이 복귀한다.

희생을 각오하고, 어떻게든 도주하려던 우주해적들로서는 허망하기까지 했다.

“….”

“….”

완전히 자신들을 무시하면서 용건만 말하고 돌아가는 인형병기의 무리에 해적두목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저것들은 조종사가 탑승해서 움직이는 인형병기가 아니다.

기계인간을 확대하고 강화한 무엇인가다.’

일백 미터가 넘는 엄청난 무게를 가진 금속 거체가 움직이면서 어떤 소음도 없고, 진동조차 느껴지지 않으니 당연한 결론이었다.

그리고, 풀조차 없는 사막과 같은 주변을 보면서 당황했다.

‘저 요새 외에는 산도 계곡도 없다.

여기는 정말 제국의 비밀기지인가?’

행성의 표면으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평평한 지형에다가 하늘에도 이상한 검은 구름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태양이 없는데도 밝다.

지금이 낮인가?

밤인가?’

공간 자체가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공간이 아니었다.

‘땅을 파도 물이나 광물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밀려온다.

여기서 우주선을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군.’

에메랄드 공주의 성향을 보면 원시행성에 버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개발장비는 충분하고, 비상식량과 음료수 생성장치도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일단 상황부터 파악하자.”

“알겠소. 두목.”

우주해적들은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피곤해진 몸을 음식을 먹으면서 회복하는데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여기 도대체 어디야?’

‘에메랄드는 왜 우리를 여기에 보냈지?

성질이 화급했지만, 동료애가 넘치던 에메랄드다.

더구나, 제국의 공주였기에 잡혔어도 별다른 걱정을 안 했는데 이상한 주변경관을 보니 격렬하게 불안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곰곰 생각해보니 아까 보았던 인형병기의 금속 얼굴 중에서 낯익은 개조인간의 얼굴이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내었다.

“아가 상당히 유명한 개조인간 용병의 얼굴도 있었지.”

“내가 그 녀석과 몇 번 싸우기까지 했으니 확실해.”

서로 대화하면서 인형병기들이 개조인간 용병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파악한 우주해적들은 서서히 몰려오는 검은 구름을 올려보면서 중얼거렸다.

“구름이 심상치 않다.

우리가 갇혀있는 동안 뭐가 어떻게 바뀐 거야?”

“여긴 도대체 어디야?”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풍경은 저절로 신세 한탄이 나오게 한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그런데 유일한 풍경의 변화였던 검은 구름 속에서 불길한 진동이 울린다.

“!!”

“!?”

구름이 점점 자신들을 향해서 몰려오자 위기감을 느낀 우주해적들은 다급하게 초능력 방어막을 발동시켰다.

“제길! 저건 구름이 아닌 모양이다.”

“뭔가가 잔뜩 모여있어.”

“우리를 향해 온다.

전투준비해!”

아까 인형병기들이 있을 때는 작동하지 않던 초능력이 정상임은 파악한 그들은 바로 전력으로 대비한다.

구구구구구구궁-!

하늘 높이 소용돌이처럼 치솟던 검은 구름은 지옥에서 정기를 강제로 추출 당하고 있던 악령의 집합체였다.

갑자기 나타난 우주해적들을 탐색하던 악령들은 정체를 확인하고 바로 커다란 원망의 의지를 토해낸다.

‘이 지옥에 떨어질 우주해적 놈들!

드디어 여기서 만났구나.’

수많은 음성이 모여서 한꺼번에 외치는듯한 소리에 우주해적들은 기겁했다.

“이건 또 뭐야?”

그러자 검은 구름은 커다란 얼굴 형태로 변하면서 외치기 시작한다.

“나다!

너희가 약탈한 요새의 사령관이었던 나를 벌써 잊었느냐?”

“총독까지 올라갔던 내가 너희에게 당하고 나서 자결할 수밖에 없었다.”

“내 함대의 원수를 갚아주겠다.”

“!?”

검은 구름이 만드는 얼굴은 우주해적들의 기억에 뚜렷한 제국과 연합의 악질적인 거물들이었다.

가지고 있던 함대를 전멸시키고, 재산을 빼앗으니 바로 자멸했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커다란 얼굴들은 수많은 얼굴로 뒤덮이면서 일제히 외친다.

‘내 배를 내놔라!’

‘화물을 돌려줘!’

‘그건 내 목숨이 걸렸던 전 재산이란 말이야!’

분명 죽었던 자들의 얼굴이 보이니 그제야 알 수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악당이 죽으면 가는 지옥에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분노한 악령들이 힘을 합쳐서 우주해적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푸하하하하하하-!

교육생은 건들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지만, 지시를 잘 따르면 악령이 될 리가 없었다.

우주해적들에게 원한이 있는 악령들이 선동하여 수백만이 넘는 악령이 몰려오는 광경을 본 해적두목은 바로 결정을 내렸다.

“모두 저 요새로 간다!”

고위 초능력자는 쳐다보지도 않는 개조인간을 공짜로 만들어준다고 협박하는 인형병기들이 있는 곳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초능력조차 막는 장치를 하고 있고, 요새를 만들어 놓을 정도면 이런 악령에 대한 방어장치도 되어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접촉하면 위험하다!

공간이동 해!”

우주해적들이 빠르게 사라져가는 자리에 악령들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린다.

파파파파파파-! 투하하하하하하하하-!

전부 놓쳤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악령들은 힘을 모아서 한이 서린 음성을 토해냈다.

“내 돈을 내놔라!”

지옥을 울리는 악령들의 목소리는 용자동맹의 철의 요새에 똑똑히 들렸다.

농약에 쫓기는 벌레들처럼 철의 요새로 달려오는 우주해적들을 본 용자들은 활짝 웃었다.

“킬킬킬킬킬! 역시 우주해적들답게 원한을 가진 악령들이 지옥에 넘치는군.”

“그러게 우리처럼 착하게 살아야지.”

개조인간 용병으로서 상대의 원한을 산 적은 많지만, 보수를 받고서 움직이기에 비교적 원한이 있는 악령이 적었다.

전쟁터나 의뢰에서 마주쳐서 적이 되어도 다음번에 동료나 의뢰 주가 될 확률이 있기에 함부로 설치지 않은 탓이기도 했다.

주로 적으로 만나는 우주해적들에 대한 악감정도 당연히 컸다.

“자유로운 영혼의 우주해적이라고?

신계의 경고를 거부할 정도로 원한을 가진 악령이 지옥에 넘치는데 웃기는군.”

“결국은 남은 것을 뺏어서 편히 사는 도적놈이지.”

“저것들은 초능력자 귀족보다 더 악질들이야.”

“초능력을 자기의 감정만을 위해서 사용하잖아.”

이런 사정으로 악령들에게 쫓겨 철의 요새로 도망쳐오는 우주해적들을 즐거운 감정으로 쳐다보는 중이었다.

‘물론 여기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반드시 잘난 초능력자라고 천대하던 개조인간으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저들을 개조할 기계신체는 준비되었나?”

“알아서 잘 준비했겠지?”

일단 용자동맹에 소속되었으니 개조인간으로 반드시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신계와 연락을 담당하는 선임 용자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도 약간 수작을 부리고 싶은데 그러지 말라 하시는군.”

“으응? 왜?”

선임용자는 손가락으로 가장 선두에 도망치는 해적두목을 가리켰다.

“중앙신계에서 이녀석이 아이언님의 유모님이자 은하제국의 지배자인 에메랄드 여왕 폐하의 애인이라고 한다.

그러니 될 수 있는 대로 정상적인 교육을 하라고 통보가 왔다.

용자왕님에게 긴급 문의를 해보니 나중에 어찌 될지 모르니 적당히 괴롭히란다.”

그제야 상황파악이 된 용자들은 못 볼 것을 봤다는 듯이 관심을 끊고서 흩어진다.

용병 시절에 권력자가 연관되어서 좋은 꼴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쳇! 좋다 말았군.”

“개조나 마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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