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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790화 (1,700/2,000)

34권 35권

궁신이 원거리 공격을 맡겠다는데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더구나, 사자왕의 기계신체에 유일하게 상처를 입힌 도전자가 환인뿐이니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다음 말에는 의문이 생긴다.

“치우님과 손오공님은 지원진이 저희를 도와주시고, 다른 분들은 근접전을 맡아서 견제를 부탁드리오.”

신격이 낮은 분신과 화신체가 사자왕의 기계신체에 아예 안 통하니 보조가 당연하다.

다만 방식이 의문이었다.

‘분신술이 장기인 나보고 어떻게 도우라는 것인가?

궁신을 도울 방법이 있나?’

‘또 생각이 있는 모양이군.’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었으나, 지금 대화를 기계신들이 들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에 침묵한다.

그러나, 일단 최전선에 서게 된 헤라클레스는 달랐다.

‘또 저 기계신과 힘으로 싸워야 한다고?’

힘으로는 져본 적이 없었는데 얼마 못 견디고, 무참하게 뼈와 근육이 산산조각이 난 충격은 컸다.

‘완력 금고아를 사용하면 버티는 시간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패배한다는 결과는 바뀌지 않아.

일단 전투상황을 보아서 나 혼자서라도 돌파해야 한다.’

그런 생각에 손을 들고서 제안을 한다.

“나도 신궁(神弓)이라고 불린 몸이오.

원거리 공격진에 참가하고 싶소.”

뒤에 있던 아테나와 아레스는 헤라클레스의 뜻밖의 발언에 흠칫 놀랐으나 히드라를 잡으면서 보였던 활 실력을 알기에 가만히 있었다.

‘히드라와 싸우면서 동시에 아홉 발의 화살을 쏘아서 모두 명중시킨 활 실력을 갖췄었지.’

‘완력보다 부족하지만, 활의 신이라고 불릴만하다.’

분명 접근전을 피하려는 의도가 확실한데 환인은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묻는다.

“오-! 올림푸스의 새로운 십삼 주신이 완력만이 아니라 활에도 능할지는 몰랐소.

원거리 공격진을 강화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오.”

이렇게 헤라클레스가 빠지면 사자왕의 공세를 직접 감당할 숫자가 줄어들게 된 다른 도전자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러나, 실제로 활 실력이 뛰어나다는 추가보고를 받고서 가만히 있었다.

일단 후방으로 빠져서 빈틈을 노리려는 자신의 의도가 먹히자 기쁜 헤라클레스는 바로 장담을 했다.

“나는 아홉 개의 움직이는 뱀의 눈을 동시에 쏘아서 맞힐 수 있소이다.

원거리 공격도 결코 피해가 되지 않을 것이오.”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근접전을 맡기는 싫지만, 힘 이외에 다른 재주가 없는 삼손이 추궁하듯이 묻는다.

“반신 시절에 히드라를 잡았던 일인가?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이후로 활을 썼다는 말은 전해진 적이 없는데 정말 자신이 있는가?

마지막 도전기회라는 점을 명심해라.”

“조금만 연습하면 열 개도 명중시킬 수 있어!”

호언장담하는 헤라클레스를 쳐다보는 환인과 대별, 소별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의지를 교환한다.

‘화살 열 발을 동시에 발사하고 명중시키면 신궁이라고 하는가?

농담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버님처럼 특수한 화살로 쏘았던 모양입니다.”

‘다른 신족에게 특수한 화살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시험해보아야 하겠구나.

대별아. 너의 만력궁(萬力弓)을 헤라클레스 님에게 잠시 빌려줄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환인은 손바닥을 가볍게 쳐서 주의를 이끌었다.

짝짝!

자신에게 시선이 모이자 굳은 얼굴로 말한다.

“일단 진형을 정하기 전에 가볍게 자신의 수준을 알려주도록 합시다.

원거리 공격진과 지원진, 접근을 막기 위한 근접 진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져서는 실패요.”

“당연한 일입니다.”

일단은 안전한 지원진으로 빠진 손오공이 맞장구를 치자 다른 도전자들도 동의했다.

힘의 신으로 유명한 주제에 갑자기 활의 신이라고 빠져나가려는 헤라클레스가 못마땅했다.

‘활로 아홉 개의 머리를 가진 불사의 히드라를 잡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먼 과거다.’

‘보나 마나 근접전을 하기 싫은 핑계겠지.’

‘나도 아무리 쳐도 상처 하나 안 나는 기계신과 싸우기는 싫다.’

‘그렇다고 저렇게 도망치면 안 되지.’

‘시험은 당연하다.’

자신을 노려보는 심상치 않은 도전자들의 표정을 읽은 헤라클레스가 나섰다.

“쓸만한 활만 주면 바로 내 활 실력을 증명해 보이겠소.”

신궁이자 활의 신이라고 자처하면서 신기조차 없다니 비난받을 일이다.

하지만, 기다리던 반응이 나오자 환인은 대별에게 말한다.

“대별아. 너의 활을 빌려드려라.”

“예! 여기 있습니다.”

거의 이미터에 가까운 각궁이 대별에서 헤라클레스에게 넘어간다.

시위를 살짝 당겨본 그는 얼굴이 긴장으로 굳었다.

‘무슨 시위가 이렇게 강해?

이게 정말 사용이 가능한가?’

과거 자신이 쓰던 어떤 활보다 강력한 탄성을 가진 신기라는 사실을 알자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골탕을 먹이려고 주인을 가리거나 사용할 수 없는 활을 넘겨준 것으로 의심이 되었으나 그럴 이유는 없었다.

‘이건 아무런 자아나 권능이 없이 무식하게 탄성이 강한 단단한 활이다.’

이것만 특별한 것인가 생각해보아도 전장에 나설 대별이 다른 신기를 안 가지고 있으니 아니었다.

그리고, 소별도 비슷한 각궁만 메고 있으니 그럴 리가 없었다.

‘이런 강한 활을 정말 사용한단 말인가?

환단신족은 신체는 호리호리하면서 완력이 엄청나구나.

잘못하면 개망신을 당한다.’

시위를 담기는데도 전력을 다해야 할 판국이라서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완력 금고아를 가동한다.

지이이이-! 휘이이이이잉-!

‘으으! 이건 정말 익숙해지지 않는가?’

완력 금고아가 성기를 끊을 듯이 바짝 조이는 느낌에 저절로 신음이 났지만, 수월하게 활시위를 당길 수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환인에 비할 수 없지만, 투기의 화살 아홉 개를 만들어서 하늘을 향해서 쏘았다.

투투투투투투퉁-! 슈슈슈슈슈슈슉-!

천막 주신전의 천장에 아홉 개의 구멍이 정확한 원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투기 화살이 정확하게 노린 목표를 관통했음을 나타내는 증거였다.

도전자들은 천장에 뚫린 화살 구멍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오-! 대단하군.”

“자신할만한 실력이다.”

오래간만의 활쏘기라서 내심 긴장했지만, 원하던 결과가 나와서 안도의 한숨을 쉰 헤라클레스는 대별에게 만력궁을 넘겨주면서 말한다.

“아주 좋은 활이오.

예비가 있으면 빌려주었으면 좋겠소.”

올림푸스 신족보다 약하지만 나름 만만치 않은 규모인 환단신족의 후계였기에 존댓말을 써준다.

의아한 얼굴로 일단 만력궁을 넘겨받은 대별은 환인의 뒤에 서서 의지를 보낸다.

‘아버님. 궁술만으로는 방금 시범이 전력이었습니다.

정말 저 정도가 다른 신족의 신궁 기준이 맞는 모양입니다.’

‘그럴 리가 있나?

이건 겨우 활에 입문한 수준이다.

일반 병사가 아닌 군관에 뽑히려면 저 정도는 기본이지 않으냐?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별아.’

군대를 맡은 환단신족 총사령관인 소별도 당황해서 대답한다.

‘분명 환단신족에게 숙련 병사 수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다른 신족과 오랫동안 싸워보거나 군사교류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수준의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으으음! 평화 시기가 너무 길었구나.’

진짜인가 확인을 하려 해도 감탄을 하는 다른 도전자들을 보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어이가 없어진 환인은 소별을 보면서 말했다.

“소별아. 너의 활 솜씨를 보여드려라.”

“예!”

드디어 자신의 차례가 왔음을 파악한 소별은 기쁘게 화살을 풀어서 활을 천장으로 향했다.

내심 환인의 아들들이 어느 정도의 궁신인지 궁금하던 도전자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경악으로 눈이 커졌다.

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만원처럼 휘어진 각궁에 걸린 투기의 화살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수백 개가 넘는 바늘처럼 가는 투기 화살이 하나의 시위에 걸리면서 활 주위를 가득 메웠다.

모두의 시선이 놀람에 가득 찬 모습을 본 소별은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시동어를 외치면서 쏘았다.

“천력궁(千力弓)-!”

일천 개의 투기 화살이 일제히 발사되는 광경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투퉁! 슈슉-!

화살이 쏘아지는 짧게 울리면서 천장에 집중되는 모습을 본 도전자들은 벌떡 일어선다.

헤라클레스가 뚫어놓은 원 한가운데에 적중한 천 개의 투기 화살이 두 개의 흔적만을 남긴 것이다.

“천 개를 쏘았으면서 적중된 구멍 흔적이 단 두 개라고?”

“맙소사!”

소별은 동시에 투기 화살 천개를 쏘고, 오백 개를 하나의 점에 집중해서 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연속 적중으로 증폭된 위력을 계산한 모든 존재의 등에 써늘한 한기가 흘렀다.

‘이건 맞으면 끝장이다.’

‘어떤 방어막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어서 환희의 표정을 지었다.

‘이 활 기술이면 저 기계신도 관통시킬 수 있다!’

‘드디어 승산이 보인다.’

재빨리 머리를 굴린 손오공은 바로 열렬히 손뼉을 치면서 찬사를 늘어놓았다.

“이것이 진짜 신궁이로군.

환인 부마님은 정말 멋진 아들을 두셨소이다.”

겨우 아홉 개를 동시에 명중시켰다고 신궁이라 자처한 헤라클레스를 돌려서 까는 말이었다.

‘이 돌원숭이가 신왕이 되더니 더욱 교활해졌구나!’

말의 의미를 못 알아들을 리가 없는 헤라클레스의 얼굴이 달아올랐으나, 천장에 찍힌 두 개의 구멍을 보니 할 말이 없었다.

‘이건 내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다.’

다른 도전자들도 진짜 기적에 가까운 활 솜씨에 열렬한 손뼉을 쳐주었다.

모든 신족에서 대표적인 강자인 도전자들에게 환호를 받은 소멸은 기뻐서 더욱 상기된 얼굴로 대답했다.

“부족한 솜씨인데 부끄럽습니다.

대별 형님은 저보다 열 배는 많은 화살을 한 점에 명중시키십니다.

아버님은 그 이상이니 칭찬받을 일은 아닙니다.”

“!!!”

“!!!”

가족을 높이는 소별의 놀라운 대답에 주신전은 침묵에 빠지고, 차가운 냉기가 흐른다.

사아아아아-!

모두가 정문부터 힘을 합쳐서 뚫어야 하나, 지금 여기서 결판을 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이 정도 궁술이면 활을 쏠 기회를 주면 분명히 당한다.’

‘환인은 투기장에 들어가기 전에 탈락시켜야 해.’

그렇게 순식간에 긴장된 분위기에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소별은 당황했으나 환인의 손짓에 바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

환인은 원탁에 놓여있는 모두가 서명한 권능계약서를 살짝 가리키면서 말한다.

“부끄러운 솜씨였소.

그래도 이 정도의 수준이면 원거리 공격진으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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