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드디어 신왕이 되었다고 근엄한 표정을 짓는 손오공을 미묘한 미소를 지으면서 쳐다본 환인은 백지 권능계약서에 내용을 확인한다.
정문돌파의 협력 외에 누가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어도 다른 도전자들에게 어떤 사적인 원한으로 복수하지 않으며 공정하게 지배한다는 내용이었다.
‘신황님께 바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신황의 의도를 파악하면서 움직이고 있는 환인으로서는 가장 바라던 계약이었다.
‘과거의 원한을 생각하면 지금은 이 정도로 만족해야 하겠지.’
카르마의 계약이 어긋나면 당장 손오공과 싸우려는 치우를 쳐다본 환인은 자신의 이름을 적어간다.
‘환단신족 신왕 환인, 궁술 금고아, 제약은 선공 금지.’
도전자들은 모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투기장에서 비장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개조 금고아의 권능과 제약을 공개해버린 것이다.
‘궁술 금고아면 지금 가진 궁술을 강화를 시킨다는 뜻이다.’
‘초월 신기이니 지금의 위력에서 열 배로 증폭된다.’
‘원거리에서 난사를 하면 아주 끔찍하겠군.’
궁술 금고아가 가진 제약이 선공 금지라는 점에서 안도했다.
‘먼저 적대하지만 않으면 최소한 저격을 당할 염려는 없다.’
투명한 투기 화살의 은밀성과 위력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 도전자들은 추가 대책을 생각한다.
‘투기장에서 부딪친다면 최대한 거리를 좁혀서 싸워야 한다.’
‘저 정도의 궁신을 이기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지.’
환인은 왼쪽 손목의 황금빛이 찬란한 원형의 팔찌를 드러내며 신력을 집중시킨다.
파-!
순간적으로 팔찌는 활의 모습으로 변화하며 왼손에 쥐어졌다.
“이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께서 저의 취미를 아시고 내려주신 궁술 금고아입니다.
제약은 선공 금지이며 저에게 적대를 선언하지 않은 상대를 먼저 쏘면 팔목이 잘립니다.
외팔이가 되고 싶지 않으면 궁술 금고아로 먼저 쏘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그 말대로 궁술 금고아는 활로 변했지만, 여전히 팔목을 가느다란 금실로 두르고 있었다.
활을 다시 팔찌로 되돌린 환인은 미소를 지으면서 도전자들을 둘러보면서 말한다.
“일단 이렇게 서로의 금고아와 제약을 공개하여 신뢰부터 쌓지요.
작전 공개는 그다음입니다.”
환인이 저 기계신들을 처리할 수 있는 어떤 복안이 있음을 파악한 도전자들을 계약 내용을 확인하고서 서명을 시작한다.
가장 먼저는 이미 거의 공개된 손오공이었다.
변화가 무쌍한 변신술로 유명한 손오공의 법술을 열 배로 강화를 시켜주는 법술 금고아였다.
‘중화 신족 제천왕(齊天王) 손오공, 법술 금고아, 제약은 신뢰 준수.’
제멋대로 살면서 여기저기 사고를 치기로 유명한 손오공에게 걸린 제약이 신뢰를 준수하라니 황당한 표정을 지은 도전자들이었다.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면서 무척이나 씁쓸한 표정이 된 손오공은 진짜 왕관이 된 법술 금고아를 톡톡 치면서 말한다.
“이제는 저를 믿어도 됩니다.
신뢰를 배신하면 머리가 터집니다.”
“허어?”
“으음!”
머리 파괴는 불사불멸(不死不滅)이 걸려있는 행성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치명적인 제약이었다.
‘엄청난 제약이니 약속만 잘하면 믿을만하겠군.’
그렇게 손오공에 대한 평가를 고친 도전자들은 치우가 적는 내용을 보았다.
‘배달신족 신왕 치우, 필중 금고아, 제약은 협상 우선.’
필중 금고아는 제어가 힘든 화신체의 통제력을 높여서 거의 본신과 같은 위력으로 어떤 상대라도 반드시 집중공격으로 타도한다.
그런데 전쟁의 신으로 유명한 치우에게 걸린 제약이 협상 우선이란 말에 역시 당황한 표정이 된 도전자들이었다.
치우는 위협하듯이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오른쪽 눈에 외눈 안경처럼 올려진 필중 금고아를 가리키면서 말한다.
“제약을 어기면 난 영원히 장님이 된다.
그러면 화신체의 군세는 통제 불능이며 폭주 외에는 쓸 수 없다.
쓸모없는 파괴신이 되겠지.”
분신이나 화신체는 눈으로 확인해야 제대로 제어할 수 있으니 맞는 말이었다.
이제야 치우가 왜 성전(聖戰)을 들먹이면서 무상원조를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협상을 하려 했는지 이해한 도전자들이었다.
‘무리한 협상을 걸어서 필중 금고아의 제약을 풀려고 했구나.’
‘정말 상종 못 할 전신이로군.’
‘일단 협상을 유지하면 전쟁을 시작하지 못하니 다행이다.’
진행되는 상황을 보고 있던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차례가 오자 이름을 적어간다.
“올림푸스 신족 십삼주신(十三主神) 헤라클레스다.
완력 금고아, 제어는….”
잠시 멈칫거린 헤라클레스는 욕망금지라는 말을 써넣으며 길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완력 금고아의 제약은 올림푸스 신족 내부에 이미 소문이 날 대로 났으니 숨길 수도 없었다.
“휴우우우우-! 욕망 금지다.
통제하지 못하면 거기가 잘린다.”
“….”
이 말에는 도전자들은 모두 딱딱하게 굳었다.
바로 이어서 헤라클레스의 하체를 모두 주시하면서 딱한 표정을 짓는다.
‘지독하게 걸렸군.’
‘행성신들과 직접 싸우기 싫다고 반신을 양산하다가 신족의 명예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더니 꼴좋다.’
‘그래도 조금 심한 것이 아닌가?’
올림푸스 신족이 얼마나 난잡한지 모두가 알기에 정말 치명적인 제약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착용 여부는 헤라클레스 뒤에 대기하고 있는 완전 무장을 한 아레스와 아테나의 존재가 알려주었다.
‘올림푸스 신족의 전쟁신들이 뒤에 있다.’
‘그럼 이미 사용했다는 말이군.’
신족이나 마신족이든 어떤 종족도 약자를 강자들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니 같은 주신인 정예들까지 이끌고, 이 자리에 올라온 이상 완력 금고아를 착용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아마도 발기하면 조이다가 자르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머리가 터지는 제약을 받은 손오공조차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고생이 참으로 많으시오.”
신뢰만 지키면 아무런 이상이 없는 법술 금고아도 지독한데 욕망을 일으키면 성기를 잘라버리는 금고아가 있다니 끔찍하기 짝이 없었다.
헤라클레스도 답답한지 한탄을 늘어놓는다.
“법술 금고아의 머리가 부서지는 제약이 차라리 백번 낫소.
나는 매일 아침에 비명을 지르면서 일어난다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걸 차라리 죽여버릴까 고민 중이오.”
“!?”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자신의 하체를 쳐다보는 헤라클레스의 눈에는 진심이 담겨있었다.
잠시 섬뜩한 느낌을 받은 도전자들은 다음 순서를 쳐다보았다.
헤라클레스에게 뒤지지 않는 근육질의 거한은 머리카락이 질질 끌릴 정도로 긴 흑발을 가지고 있었다.
무척 가려운지 머리를 긁적이면서 적는다.
‘가나안 신족 선지자 삼손, 완력 금고아, 제약은 비밀 준수.’
회의장에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아서 모두가 궁금해하던 도전자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중화 신족과 세력을 양분하는 명문인 가나안 신족의 도전자였군.’
‘그런데 전혀 어울리지 않은 초라한 복장에 데리고 있는 병력도 없다.’
도전자들의 의문과는 상관없이 진정한 강자가 필요한 환인은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반겼다.
“오! 그 유명한 선지자인 삼손이시로군.
비무장으로 일천 명의 적 투신을 제압했다는 엄청난 무용은 잘 알고 있소.
더구나 완력 금고아를 받았다니 이건 천군만마요.
만나게 되어서 영광이오.”
어떤 강자도 완전무장한 일천 명의 투신을 아무런 신기 없이 이기기는 힘들었다.
그런 위업을 이루어서 신족에서 일기당천의 투신으로서 유명한 삼손이었는데 그는 아공간에서 팻말을 꺼내 들고 급하게 문장을 적었다.
휙휙-!
다급하게 날려쓴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제발 내게 말을 시키지 말아 주시오!
잘못해서 비밀을 발설하면 머리카락이 더 길어집니다.’
삼손이 머리가 길어지면 더욱 힘이 강해진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
즉 장발이 될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완력이 증가하는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일은 제약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왜 저렇게 두려워하지?’
삼손이 앉은 의자의 밑까지 드리운 머리카락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인다.
아주 길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없었다.
‘설마?’
회의장 밖까지 길게 늘어진 삼손의 머리카락을 들고 있는 천사들을 본 모두는 할 말을 잃었다.
회의장 밖에서 고위 천사들이 삼손의 머리카락을 지키고 있던 것이다.
‘도대체 저게 무슨 꼴인가?’
사정을 대충 파악한 도전자들은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머리카락을 자르면 힘이 약해지니 절대로 못 자르게 하는구나.’
삼손은 팻말에 신경질적으로 문장을 적는다.
‘머리가 너무 무겁고 간지러워서 미칠 지경이오.
신왕께서는 절대로 잘라서는 안 되며 아예 말을 하지 말라고……’
거기까지 글을 쓴 삼손은 갑자기 자기 머리를 움켜잡았다.
수우우우우-!
눈으로 보기에도 엄청난 속도로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천사들이 당황해서 수십 명이 추가로 달려들어서 들어올려야 할 정도였다.
드디어 삼손의 입에서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우오오오-! 안 돼!
이건 비밀도 아니지 않아?
멈춰-!”
삼손의 완력 금고아는 머리를 통째로 한번 묶은 머리띠 형태였는데 계속 황금빛을 내뿜으며 길게 한다.
비밀엄수를 어긴 대가로 감당하지 못할 길이의 머리카락을 가진 삼손이 몸부림을 칠 때 헤라클레스가 은근한 어조로 말한다.
“그 완력 금고아가 그렇게 힘들면 나와 바꾸지 않겠냐?”
똑같은 완력 금고아다.
그런데 올림푸스 신족의 완력 금고아는 성기를 잘라 버리는데 저것은 겨우 머리를 자라게 하는 정도라니 너무나 불공평했다.
‘머리카락이 길어지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자신이 있다.
나는 너무 길면 자르면 되잖아?’
머리카락의 길이와 완력이 아무런 상관이 없는 헤라클레스로는 탐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제안에 삼손은 성질이 나는지 소리쳤다.
“머리카락의 제약도 서러운데 이제 거기에 금고아까지 차란 말이냐?
올림푸스 신족은 양심이나 동정심이 없나?”
그러자 삼손의 머리카락이 확 늘어나기 시작한다.
수우우우우-!
또 인정사정없이 길어지는 머리카락에 이제 비명을 지르는 삼손이었다.
“우와아아아아-! 이것도 비밀이었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
“….”
삼손이 발광하기 직전의 모습에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뒤에 있는 아테나에게 의지를 보낸다.
‘누님. 올림푸스 신족은 진짜 양심이나 동정심이 없습니까?’
‘닥치거라!
이 일은 도전자인 너와 아무런 상관없으니 언급조차 하지 마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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