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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785화 (1,695/2,000)

34권 35권

갑자기 화살로 강제로 변화되어서 정문에 처박힌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비틀거리던 치우였다.

그러나, 환인의 말에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더니 진짜로 바닥을 굴러서 들어간다.

데구루루루루루-!

이제까지 보였던 용맹하고 고고한 전신의 모습은 사라졌다.

마치 통나무처럼 몸을 굴려서 정문 안으로 필사적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사자왕의 기계신체도 일순 동작이 멎었다.

‘이건 예상외의 사태다!

이대로면 통과를 허용한다!’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신왕으로서 자격이 없는 존재가 육도윤회 투기장에 도착하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얼마나 분노를 터트릴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경악한 사자왕의 기계신체가 힘겹게 굴러가는 치우를 저지하려 몸을 날린다.

“멈춰라!

이런 통과는 용납할….”

그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환인이 영창과 함께 다시 활시위를 당긴 것이다.

“나의 눈은 허점을 놓치지 않는다.”

진심이 가득 담긴 영창과 함께 날려진 투기의 화살은 사자왕의 기계신체의 뒷머리를 강타한다.

퉁-! 슈하하하하하하-!

위력을 강화한 투기의 화살이 쏘아지는 소리와 공간을 가르는 굉음 속에서 환인은 나직하게 의지를 보낸다.

“비겁하다고 말하지 마라.

전장에서 방심한 놈이야말로 진짜 멍청이다.”

카아아앙-!

무방비가 된 뒤통수를 화살로 적중당한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정문을 지킨 이후 처음으로 고통의 신음을 질렀다.

“커-!”

특수장갑을 파고들려는 투기 화살이 가진 엄청난 위력에 그대로 고개가 앞으로 젖혀진다.

꽝-! 투뚝-! 우둑!

주신의 공격 정도로는 상처하나 입을 수 없는 기계신체가 뒤틀리고 있었다.

‘별조차 관통할 정도로 강력한 투기 화살인가?

거기에 가장 장갑이 얇은 뒷머리 부위에 적중했다.

역시 저 주신은 창조신 이상의 궁신으로 판정해야 한다.’

전력을 기울인 회심의 일격을 가장 약한 부위에 적중시켰으니 당연히 화살이 파고들 줄 예상한 환인이었는데 곧 눈을 크게 떳다.

“맙소사!”

쨍강-!

장갑을 파고들려던 화살촉이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울리면서 투명한 빛의 파편이 되어서 휘날린다.

‘내 전력의 투기 화살이 상처조차 내지 못하다니?

무슨 장갑이 저렇게 강한가?

약점을 파악하는 권능으로 가장 약한 부위라고 판단된 부위를 최대 위력으로 확실하게 적중시켰다.

그런데 화살이 파고들다가 장갑의 방어력을 못 견디고 파괴되어버린 것이다.

‘저러면 약점이 약점이 아니군.’

효과는 있었다.

화살촉이 박혔던 뒷머리의 검은색 도색이 작은 점만큼 벗겨지고, 움푹 파이면서 찬란한 황금빛이 드러난다.

도색이 벗겨지고 약간 들어간 흔적이 최대 출력으로 쏜 투기 화살이 만든 결과였다.

‘관통되지 않고, 찍힌 흔적만 남았다.

내 전력공격의 피해가 겨우 저거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방어능력을 가진 장갑이다.’

도전 안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문 안으로 굴러가는 치우를 쳐다보았다.

악착같이 몸을 굴린 치우가 중앙신계의 정문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모양은 아주 안 좋지만,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일단은 통과시켰다.

그러나, 과연 이게 정답일까?’

환인은 불안한 표정으로 중앙신계를 쳐다본다.

‘창조주님을 모실 신왕이라면 저렇게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데 말이야.’

치우가 정문 안으로 들어가자 허탈한 표정이 된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뒤돌아보았다.

‘이 궁신의 수준이면 처음 도전할 때에 통과자격이 되었다.

부족한 신력이나 신격은 중앙신계에서 부여하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자신은 왜 통과하지 않고, 부적합한 주신을 통과시켜준 것이냐?’

충분히 자력으로 합격할 능력이 되면서 치사한 방법으로 다른 부적격자를 보낸 환인에 대한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너만은 곱게 보내지….”

그런데 환인은 이미 없었다.

약점에 적중된 투기의 화살이 관통을 하지 못하자 미련 없이 떠나버린 것이다.

휘이이이이이잉-!

“….”

뜻밖의 도주에 멍해진 사자왕의 기계신체였다.

그렇게 세계수의 줄기를 타고서 행성으로 떨어지는 환인의 얼굴은 뜻밖에 밝았다.

‘저 기계신은 돌발상황에 대처가 늦다.

아마도 조종사가 없어서 자료를 검색해서 대응하는 탓이겠지.

절반의 성공이지만, 저 기계신들의 약점을 확인했으니 만족이다.’

환인이 치우에게 말하지 않은 진짜 계획은 이러했다.

‘먼저 치우의 화신체 군세로 싸워서 사자왕의 기계신체의 방심을 끌어낸다.

‘당연히 패배하면 포기하고, 떠나는 척을 하다가 치우를 화살로 바꾸어 기습적으로 정문 안으로 쏘아서 통과시킨다.’

‘그러면 당연히 당황할 것이니 약점을 화살로 노려서 기능 불능으로 몰아넣는다.’

‘당당하게 나도 통과한다.’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두 번째 단계에서 일부러 쉽게 피할 수 있게 날린 치우 화살을 사자왕의 기계신체가 손으로 튕겨내면서 궤도를 바꾼 순간부터 꼬인 것이다.

‘정문 안이 아닌 옆벽에 꽂힌 치우가 타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해서 결국 도와야 했지.

상당히 안 좋은 모습으로 들어간 것도 마음에 걸린다.’

이 전투가 앞으로 창조주님을 모실 신왕의 선출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

‘일단 치우는 안으로 들여보냈으니 내 역할은 다 한 셈이다.

나는 다른 수단을 취하자.

일단 드러난 약점을 공략할만한 방법을 찾아보아야 하겠군.

이제 같은 수법은 안 통하니 다른 도전자들 규합해야 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깨끗이 포기하고 도주한 환인의 빈자리를 본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 이게 얼마만의 실수인가?

그런데 상대가 지배자급 초월자나 고위 창조신이 아니라 주신이 상대라니 어처구니가 없군.”

임무를 실패한 용자동맹이 해야 하는 행동수칙을 떠올린 사자왕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용자동맹에 실패와 패배는 있을 수 없다.

하나가 진다면 둘이 가서 이긴다.

둘이 무너진다면 넷이 간다.

이길 때까지 두 배의 병력을 동원하여 반드시 승리하라.

이것이 설사 억지라도 상관없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무상의 정의를 위해서 용자왕들은 집행하라-!”

그 말과 동시에 중앙신계의 정문 안에서 커다란 외침이 울렸다.

“꺼져라!

이런 추한 결말은 나 거상왕(巨象王)이 용서하지 않는다.”

퍼어어어어억-!

거대한 뭔가가 무엇을 들어박히는 소리와 동시에 중앙신계에 막 들어간 치우가 비명을 지르면서 튕겨 나온다.

“커어억-!”

피를 토하면서 저 멀리 날아서 행성으로 떨어지는 치우에게 정문 안에서 나타난 새로운 용자왕은 선언했다.

“이건 신황님의 명령으로 용자동맹이 주관하는 전쟁이다.

오로지 정정당당하고 명예로운 승부만을 인정한다.

여기에 창조주님을 모시는 신왕은 어떤 전투나 전쟁에서도 정의로워야 한다.

그러니 정면에서 힘으로 돌파해라!

그 외는 전부 무효다.”

“말…말도 안 되는….”

“어떤 주장도 관철할 힘만 있으면 된다.”

땅을 구르는 치욕을 감수했는데도 쫓겨난 치우는 억울해서 미칠 것만 강했다.

의식이 멀어지는 치우의 눈에는 방금 자신을 날려버린 용자왕이 정문을 가로막는 모습이 보였다.

가슴의 장갑에는 두 개의 커다란 상아가 달린 코끼리가 흉흉한 투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이제 코끼리인가?

별 이상한 짐승이 다 튀어나오는구나.’

그렇게 치우가 나가 떨어지자 민망한지 살짝 고개를 돌린 사자왕이었다.

“흠! 빨리 나서주어서 고맙군.”

“네가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서 이렇게 될 거로 생각해서 순서를 정하고 있었다.

하여간 적이 이길 수 있는 허점을 남기는 나쁜 버릇은 변하지 않는군.”

“그것이 세계를 제패한 우리의 유일한 낭만이 아니던가?

그래야 적도 희망이 있어야 덤빌 것이 아닌가?

무엇보다 위기가 없는 완전한 승리만큼 재미없는 전투도 없지.”

과거를 회상하는 사자왕의 기계신체를 노려본 거상왕은 차갑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지배세력이 아니다.

합당한 조종사가 없어서 전력 또한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신황님의 밑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 낭만을 버리고, 우리의 대표인 사자왕으로서 완벽한 임무 수행을 바란다.”

“명심하지.

앞으로 여유는 없다.”

그렇게 사자왕과 대화를 마친 거상왕(巨象王)은 이제 방심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듯이 정문을 닫는다.

기기기기기기기-! 쿵-!

중앙신계의 정문이 완전히 닫혔다.

여기에 정문을 통째로 막을만한 성벽과 같은 커다란 방패를 꺼낸 거상왕(巨象王)이 이중으로 막아서는 모습이 치우가 본 마지막 모습이었다.

‘역시 갈수록 방어가 강화된다.

추가 전력은 아직도 많이 기다리는 중이다.’

중앙신계 안에서 대기 중이었던 무수한 기계신을 떠올린 치우는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다.

‘다음에 못 뚫으면 진짜로 가망이 없다.’

그런데 반갑기도 하고, 지긋지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치우가 떨어지자 바로 되돌아온 환인이었다.

“조상신님! 역시 쫓겨나셨군요.

세상에 도대체 뭐에 당하셨기에 성한 곳이 없습니까?

전신골절에 전신파열이라니?

코끼리에라도 밟히신 모양이군요.”

환인이 하는 말을 들은 치우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이를 갈면서 말했다.

“이 빌어먹을 후…후손 놈! 지금 코끼리에 밟혔냐고 했느냐?

억지로 들어가면 이렇게 될 줄 전부 사전에 알고 있었구나.”

“불확실한 예측이었습니다.

정문을 쳐다보니 코끼리 머리를 단 기계신이 맨 앞에 서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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