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두려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동맹계약을 관리당하게 된 치우가 울화를 터트리며 공격하려는데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쇠사슬로 몸이 묶여버리는 강제력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이이이익! 우우우웅!
“으으으윽! 이건?”
어느새 나타난 황금빛 양피지가 환인을 공격하려던 치우의 움직임을 구속한 것이다.
설마 카르마 계약서가 치우의 움직임까지 이렇게 막아버릴 줄 몰랐던 환인은 극도로 만족하며 웃었다.
“후후후하하하하! 동맹계약 상대에게 적대행위 금지는 기본이지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제약이 작동할 수 있다니?
역시 신황님의 권능계약서답게 터무니없이 비싼 값어치를 확실히 하는군요.”
“너…너어!”
“어디 보자.
화를 내실 것으로 생각해서 여기 준비한 보상이 있습니다.”
더욱 흥분하여 미쳐 날뛰려는 치우의 분노를 풀어줄 대가를 환인은 꺼냈다.
방금 사용한 것과 똑같은 백지 카르마 계약서였다.
“필요할 데가 있을 것 같아서 백지 카르마 계약서 한 장을 더 사 왔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드릴까요?
참고로 배달신족의 경제 사정으로는 절대로 못 사십니다.
이번 일을 용서해주시려면 가져가십시오.”
저 무서운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권능계약서에 묶여버려서 울화통이 터지기 직전인 치우는 황금빛 백지계약서를 바라보다가 살기를 줄였다.
자신조차 구속하는 권능계약서가 탐이 난 것이다.
“알았다.
이번에는 넘어가 줄 테니 내놔라.”
“여기 있습니다.”
환인이 공손하게 두 손으로 내미는 백지 카르마 계약서를 낚아채서 뚫어지게 쳐다본 치우는 나직한 음성으로 물었다.
“확실히 발동하기 전에는 이렇게 무서운 권능계약서인 줄은 도저히 모르겠군.
이렇게 은밀하다니 굉장한 신기야.
이걸 다른 신족에게 팔면 얼마나 받겠냐?”
“….”
협박으로 지원을 받았어도 여전히 궁핍하기 짝이 없는 배달신족의 신왕다운 생각이었다.
이미 어느 정도 치우의 성격파악이 끝난 환인은 당황하기보다 냉정하게 가치를 생각한다.
‘신왕의 행동까지 제약하는 권능계약서의 가치는 중요한 계약이나 협정에서는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계약하는 당사자에 따라서 아무런 쓸모가 없을 수 있었다.
‘제약할 수단이 많은 신왕 이하의 신족에게 팔아보았자 원가도 안 나온다.
아무것도 없기에 협상할 건수 자체가 없는 배달신족에게도 거의 의미가 없다.
대부분 평화조약이나 요구하겠지.
치우는 전쟁의 신이시니 받아들일 수 없는 계약이라서 쓸모가 없구나.’
잘 팔아도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지불한 대가를 생각하면 실로 우스운 액수가 나왔다.
‘나처럼 신왕을 계약에 묶는 용도가 아니면 무조건 적자지.’
그렇다고 사실은 말해질 수 없기에 헛기침을 하면서 대답한다.
“험험! 팔지 마시고 나중에 사용하시지요.
투기장에서 반드시 사용하실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군.
육도윤회 투기장에서 다른 도전자에게 지금의 너처럼 교활하게 사용하란 말이지.”
욕설 비슷하게 한 말이지만, 환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이제야 말이 통한다는 표정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하면 경계해서 안 통하겠지만, 순수한 전신으로 통하는 조상신님이라면 절대로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 역시 그런가?
이런 교활한 후손이 신왕이 되다니 배달신족의 피도 다 망했구나.”
“제가 신왕이 된 덕분에 환단신족은 배달신족 역사상 최고의 성세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조상님과 제가 둘이 합쳐야 승산이 있는 것이지요.”
“하-! 정말 그럴지는 앞으로 두고 보겠다.”
서로 꿍꿍이가 가득한 대화를 나누면서 중앙신계의 정문으로 날아가는 두 신왕을 바라보는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무수한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서 보고한다.
‘상황이 변동되었습니다.
단독 도전에서 이제 도전자 두 명이 합동공격을 할 모양입니다.
지시를 바랍니다.’
사자왕의 기계신체가 받은 명령은 단독으로 도전하는 신왕 도전자들은 모두 격퇴하라는 지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명이 동시에 도전할 모양이니 인공지능이 판단을 유보하고, 추가 지침을 바란 것이다.
잠시 후 답변이 돌아온다.
‘초월신기를 가지고도 저렇게 약한 주제에 아직도 따로따로 노는군.
저래서는 최하위 청혈의 일족 하나로도 고전한다.
시작님을 모실 신왕으로서는 지독하게 수준 미달이다.
지침대로 탈락시켜라.’
‘하!’
이런 의지 교환을 모르는 치우가 불러들인 칠십이 개의 주신급의 화신체가 사자왕의 기계신체에 일제히 덤벼온다.
“가자-! 내 형제들아!”
쿠쿠쿠쿠쿠쿵-!
손오공의 분신과는 격이 다른 주신급 화신체의 신격 앞에서는 빗발치는 총알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차차차차차차-! 우오오오오오오옹-!
화신체들이 각자 가진 여섯 개의 팔이 신기들을 휘둘러서 탄환을 튕겨버린다.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은 치우의 화신체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면서 사자왕의 기계신체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본신인 치우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서 신체를 변형하여 맨 선두에 서서 신기로 맹공격을 가했다.
전력을 다해도 쉽게 이길 수 없는 강적을 상대로 하는 오래간만의 전투에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 내가 바로 대륙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치우다!”
“겨우 대륙?
난 세계 전부를 무상의 정의로 떨게 했던 용자동맹의 최강이 용자왕 사자왕이다!
먼지보다 못한 명성을 가지고 떠벌리지 마라!”
“크아아아아아아-!”
처음부터 전력전개인 본신을 칠십이 개의 치우의 화신체들이 따른다.
수십 개의 인영이 맹렬하게 사자왕의 기계신체를 포위하면서 공격하기 시작한다.
“칫-! 쓸데없는 짓이다.”
한 손이 두 손을 막기는 힘들다.
그러니 칠십이 개의 화신체가 여섯 개의 손으로 동시에 휘두르는 신기들은 사자왕의 갑옷과 충돌하여 불꽃을 토해낸다.
꽝-! 파가가가가가가강!
그런데 부서지는 것은 신기뿐이며 갑옷에는 도색조차 벗겨지지 않았다.
저 기계 몸에 어떤 신기 공격도 통하지 않는 사실을 이미 몇 번이나 경험한 일이기에 치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으윽! 제길!”
계속 쳐서 밀어라! 형제들!”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중앙신계의 정문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목적이었다.
우오오오오오오-!
화신체들도 신기를 쥔 손에서 피를 흘리게 하는 지독한 반탄력을 억누르면서 사자왕의 기계신체를 충격을 주어서 정문에서 밀어낸다.
기기기기-!
치우와 화신체들의 맹공에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서서히 정문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정문을 막은 이후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사자왕을 옆으로 조금이나마 이동시킨 치우는 함성을 지르면서 더욱 힘을 가한다.
“차아아아-! 부수지 못한다면 밀어버린다!”
그러나,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침착했다.
“겨우 주신급 화신의 군세인가?
초월권능으로 보기에는 부족하군.
화신의 신격을 더욱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너는 가망이 없다.
도전 포기도 좋은 방법이다.”
“으아아아-! 닥쳐라!”
치우와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받으면서도 말로써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화신체들은 필사적으로 부상을 각오하면서 사자왕의 기계신체를 연속적으로 강타했다.
가가가가가가-! 구구구구구-!
갑옷에 충돌하자마자 박살이 나는 신기를 바꾸어가면서 파도처럼 쏟아지는 화신체들의 연속공격에 점점 밀려나기 시작하는 사자왕의 기계신체였다.
이제까지 언제나 활짝 열려있었지만, 어떤 도전자도 보지도 못한 중앙신계의 내부가 보인다.
겨우 통과할 공간이 생긴 중앙신계의 정문을 쳐다본 치우는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움직이지 못한다!
어서 너부터 가라!
썩어빠진 후손아!”
“예! 고맙습니다!”
화신체들의 군세로는 견제가 최선이었다.
여기서 자신이 빠지거나 공격을 늦추면 손오공처럼 당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치우는 환인부터 보내려 했다.
주신의 신체까지 강제로 제약하는 카르마의 계약서가 있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둘 중에 하나만 통과하면 된다!’
파파파파파파-!
환인과 공간이동과 초고속 이동을 반복하면서 흐릿한 잔상만 남기면서 빠르게 이동한다.
자신을 스쳐 가려는 환인을 본 사자왕의 기계신체의 눈빛이 번뜩였다.
“너희는 못 간다.
창조주님을 모실 신왕으로서 수준이 너무나 부족해.”
이제까지 간간이 막아왔던 화신체들의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면서 오른손을 서서히 들어 올린다.
사자왕의 기계신체의 손목에서 튕기듯이 작은 막대가 튀어나온다.
기기기기기기-! 탕-!
화신체들의 저지를 견디며 작은 막대를 손으로 잡은 순간 치우와 환인은 지독한 위기감을 느꼈다.
“헉-!”
“윽!?”
이 지역에서 피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는 섬뜩한 예감을 느낀 두 명은 필사적으로 중앙신계의 반대쪽으로 공간 이동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을 살린다.
작은 손잡이를 쥔 사자왕의 기계신체의 입에서 기합이 터져 나온다.
“사자참마신검(獅子斬魔神劍)! 무상천하(無償天下)! ”
차갑게 빛나는 하얀 빛줄기가 손잡이에서 솟구치면서 대검의 형태를 만들어간다.
슈가가가가가가가-!
오른손에서 쥐어진 빛의 대검은 중앙신계의 정문 앞의 영역을 난자해 버린다.
“분배난무(分配亂舞)!”
주변의 모든 공간을 난자해 버리는 광역 검기(劍技)의 발현이었다.
가가가가가가가가-!
용자왕 기계신체의 무지막지한 완력과 인공지능의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밀한 재현으로 구현한 위력은 조종사가 없어도 충분히 대단했다.
놀랍게도 그 수준은 주신을 능가하는 검신(劍神)에 도달해 있었다.
“카-!”
“크-!”
분배난무(分配亂舞)의 검기를 미처 피하지 못한 화신체들이 전부 조각나서 휘날렸다.
위기를 느끼고 피했으나 화신체의 전멸에 막대한 타격을 전달받은 치우는 그대로 피를 토하면서 쓰러졌다.
“커어어어어-!”
“조상신님!”
급히 치우를 부축한 환인의 눈에는 중앙신계의 정문을 가릴 정도로 커다란 검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변을 위압하는 맹수의 울부짖음이 섬뜩하게 들려온다.
으르르르르릉-!
사자왕의 가슴에 있던 포효하는 사자의 머리는 검의 손잡이로 이동해서 어마어마한 신력과 마력, 투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본색을 드러낸 맹수의 왕의 위협하는 외침이 공간을 진동시킨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슈하하하하-!
대검에는 날카로운 칼날 대신에 맹수의 이빨과 같은 톱날들이 있었다.
각자 마력과 신력, 투기를 머금은 이빨들이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섬뜩한 굉음을 울린다.
카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라-!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톱날 대검의 정체를 확인한 환인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신력과 마력, 투기의 이빨로 연속적으로 갉아내어서 주신급의 화신체를 공기처럼 베어낸다.
무서운 절삭력을 가진 대검이군.’
사자왕은 맹렬하게 톱날의 회전을 시작한 대검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잡아서 치우를 부축한 환인을 겨냥하면서 외쳤다.
“이것은 지성체의 적이 된 신과 마신을 베는 사자참마신검(獅子斬魔神劍)이다.
인류의 갈망이 집결한 무상(無償)의 힘 앞에 고위 존재일수록 타격을 받는다.
이렇게 회전을 시작한 이상 어떤 존재라도 견딜 수 없지.”
칼날 격인 맹수의 이빨들이 더욱 맹렬하게 회전하면서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만들어낸다.
“이제까지 나의 검에 잘리지 않는 인류의 적은 없었다.
파악이 끝났으면 이제는 와라! 신족의 투신이여!
내게 아직 싸움을 걸지 않은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사자왕의 외침에 환인의 표정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검의 위력을 다시 확인한다.
‘저 기계신이 나를 관리신이 아닌 투신으로 부른다.
내 신격은폐가 아예 안 통하는군.
나보다 월등하게 존재가 높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저 대검도 심상치 않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마력과 신력, 투기로 회전하는 톱날 앞에서는 주신의 몸이라도 잠시도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환인은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저는 무리입니다.
다음에 뵙죠.”
“또 물러나는가?
그것도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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