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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공성 병기가 된 듯이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서 돌진하는 손오공과 여유롭게 방어를 준비하는 사자왕의 기계신체의 전투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관객들이 있었다.
더욱 치열해진 선조신들의 방해를 뚫느라 엉망이 되어서 중화신족의 천막신전에서 휴식 중인 육마왕이었다.
기대하던 장엄한 신전은 아니지만, 급속한 성장과 치유를 돕는 천막신전에 만족하면서 장시간 이어지는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손 아우가 고전하는군.
아니 이제 손 장군님이로군.
여기서 싸우신 시간이 며칠째지?”
육마왕은 제천대성부에 받아들여져서 손오공을 보호하며 최선을 다해서 여기로 돌파한 덕분에 탈진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체력과 신력을 온전하게 보존하고 올라온 손오공이 사자왕의 기계신체와 벌이는 접전을 쳐다보면서 분석하는 중이었다.
옆의 천막신전에 누워있던 붕마왕은 시간을 확인하며 대답한다.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대형.”
“법술 공격만 하다가 이제 육탄전이라니?
일억이 넘는다고 자랑하시던 법술은 다 쓴 모양이군.”
그동안 본 전투는 절망적이었다.
‘손오공이 부리는 중화신족의 모든 법술이 사자왕의 과학무기에 간파되고 파괴된다.’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된 백만 분신조차 총탄의 폭풍에 휘말려서 소멸하여 폭주를 선택한 손오공의 모습이 딱해 보일 지경이었다.
“저 폭주마저 안 통하면 더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 기계신은 행성신의 본체조차 완력으로 이겨내지 않았는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 철 인형은 아직도 전력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손 장군님은 이미 한계인데 그렇다면 승산이 전혀 없군.”
우마왕의 예상대로였다.
거대한 철 기둥을 들고서 정문으로 돌진하는 손오공의 앞에서 더 큰 철 기둥이 모습이 드러낸다.
그런데 그것은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터무니없이 거대한 포신이었다.
오른손으로 방아쇠와 연결된 쇠사슬을 쥔 사자왕은 돌진해오는 손오공에 외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인류의 지혜와 용기의 정화!
인류 최대의 거포를 구현한 구스타프 매그넘이다!”
“!!!”
거대화한 여의봉보다 거대한 원통형 철 기둥 안에서 심상치 않은 신력이 응집됨을 파악한 손오공은 폭주 중에서도 멈칫했다.
‘대포인가?
주신의 신격에는 물리 공격은 거의 통하지 않는데 저건 심상치 않다!
이대로 가면 또 죽는다.
그러나, 피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일족의 신뢰를 배신하면 어차피 머리가 터져 죽으니 어떻게든 속도를 더 높여서 가속하려는 손오공의 눈앞에서 발사명령이 울렸다.
“이 대포를 견딘 주신은 아무도 없다.
어지간한 창조신도 피를 토하고 도주했지.
화이어-!”
“뭐? 창조신조차 못 견디는 대포라고?!”
거대한 포신 안에서 폭발하는 천지가 뒤흔들리는 굉음과 화염이 중앙신계를 뒤흔들고, 여의봉과 손오공을 집어삼켰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파가가가가가가가-!
여의봉을 산산조각내는 구스타프 매그넘의 탄환에 휘말린 손오공은 흉포화가 강제로 풀리면서 날려진다.
주신의 신격으로 만든 방어막이 포탄에 실린 신력에 의해 분쇄되면서 바로 뚫고 들어온 포탄에 실린 엄청난 물리력은 당해낼 수가 없었다.
“커어어억! 비…비겁하다!
총이 안 통하자 대포라니?”
팔다리가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손오공의 외침에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구스타프 매그넘의 포신을 아공간으로 집어넣으면서 외친다.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어떤 상대라도 전력으로 상대하면 정정당당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거둔 승리야말로 정의다!”
“자…자랑이다.”
그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었는지 손오공의 말은 없었다.
휘이이이이-!
그대로 중앙신계의 바닥을 뚫고서 낙하를 시작한다.
그 모습을 본 우마왕과 육마왕은 화살처럼 뛰어나갔다.
“빨리 잡게! 아우님들!
잔뜩 독이 오른 선조신들과 다시 싸울 수는 없네.”
“예-! 알겠습니다.”
중화신족만이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서 과거의 배신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하지 않았기에 선조신들의 분노는 상상 이상이었다.
더구나, 전력이 집중되어서 힘을 합친 육마왕도 목숨을 걸어야 돌파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또 행성으로 떨어지려는 손오공을 받기 위해서 부랴부랴 달려가는 육마왕의 머리 위로 두 명의 도전자가 날아서 지나친다.
파아아아아! 솨아아아아-!
환단신족의 신왕 환인과 배달신족의 신왕 치우였다.
일주일 동안 벌어진 손오공과 사자왕의 기계신체와의 정면승부를 지켜보다가 결말이 나자 나선 것이다.
환인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
“중화신족의 손오공은 결국 졌군요.
주권능으로 선택한 분신은 아무리 많아도 이런 제한된 조건의 결투에서는 허수아비이지요.
그럼 저희 차례입니다.
대륙을 떨게 했던 조상신님의 힘만 믿겠습니다.
가시죠.”
“크흐흐흐흠!”
완전 무장을 한 배달신족의 치우가 불편한 안색을 숨기지 못하고, 헛기침한다.
그는 갑작스럽게 배달신족으로 달려와 어떻게든 육도윤회 투기장으로 가자고 재촉한 환단신족의 환인이 껄끄럽기 짝이 없었다.
물론 이유는 알고 있었다.
‘어차피 거의 기능이 없는 허름한 신전에서 생활했던 배달신족이다.
천막신전으로 개인신전의 통일은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다.
그러나, 기존의 잘 살던 신족은 매우 큰 타격인 모양이군.’
경제적으로 부흥하여 어떤 신족보다 호화스러운 생활을 영유하다가 갑작스럽게 천막생활을 하게 된 환단신족의 모든 신에게 시달린 환인은 결연한 표정으로 품속에서 작은 도장 하나를 꺼냈다.
“육도윤회 투기장에서도 힘을 합치겠다는 계약은 잊지 마십시오.
모두 쓰러트린 다음에는 저희가 싸울 것이 아니라 각자 잡은 도전자의 수로 누가 개조행성의 신왕이 될지 결정합니다.
그래서 쓰러트린 도전자의 수가 부족하여 신왕이 되지 못하면 이인자로 임명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어야 합니다.”
서로 힘을 합쳐서 다른 도전자들을 쓰러트린다.
자신들만이 남을 때까지 싸우지 않고 도전자를 많이 쓰러트린 존재가 신왕이 되고, 차점자는 이인자가 된다는 동맹계약이었다.
‘현재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려고 도전한 주신의 수는 열 명이다.
그럼 다섯만 잡으면 되는군.
이 장사꾼 녀석의 권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화신의 군대를 다루는 나보다 빠를 수는 없지.’
칠십이 개나 되는 화신체의 유지로 많은 신력이 소모되어 지구력이 떨어지는 문제만 해결되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치우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알고 있다!
그만 좀 확인해라.”
거듭된 계약 확인에 짜증을 내는 치우에게 환인은 서류를 내밀었다.
방금 꺼내었던 도장으로 인증까지 끝낸 이후였다.
치우가 처음 보는 황금빛 양피지였는데 권능계약서의 일족으로 보였다.
“그럼 여기에 서명하십시오.”
“허! 너는 참 못 말리겠구나!”
분명 제약이 있음이 분명한 황금빛이 찬란한 양피지 권능계약서를 본 치우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계약을 어기면 귀찮아지겠군.’
읽어보니 방금 서류의 내용이 이야기한 그대로였기에 두말하지 않고 서명해주었다.
스스스스-!
계약은 되도록 지킬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는데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겨우 권능계약서 따위가 신왕이 될 정도로 강대한 주신에게 무슨 효력이 있는가?
인제 보니 어리석은 녀석이로군.
어겨도 조금 아프면 끝이다.’
현존하는 어떤 권능계약서도 신왕이 된 주신에게 큰 악영향을 줄 수 없음을 잘 알기에 하는 행위였다.
그런데 환인은 치우가 서명하는 순간까지 긴장하다가 마치자 바로 환희의 표정을 지었다.
‘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밝혀졌다.
파파-! 푸하하하하하-!
양피지에서 황금빛이 휘몰아치면서 강대한 의지를 뿜어낸다.
‘여기에 공정한 계약이 확인되었다.
어기는 존재에게는 나의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끔찍한 살기와 익숙한 신력 파동에 치우가 입을 딱 벌렸다.
‘이…이 신력 파동과 의지의 목소리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다!
그런 이 계약서는 그분의 것인가?’
황금빛 계약서가 그대로 빛으로 변해서 중앙신계로 날아가는 모습에 억지로 입을 닫으면서 묻는다.
“너…너 이것이 뭐냐?”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께서 주관하시는 카르마의 계약서란 것입니다.
벌써 필요하냐고 아주 귀찮아하셔서 비싸게 보상을 드리고 사 왔습니다.”
“허어어억!”
환인의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에 분노가 터진 치우였다.
감당하기 힘든 힘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서 무서울 것도 없는 치우에게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대였다.
그런데 환인은 이제야 안심이 되는지 친근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멍청이가! 신황님의 무서움을 전혀 모르는구나!”
“잘 압니다.
그러나, 너무 강하기에 어떤 제약도 상관하지 않는 신왕 사이의 계약을 무조건 지키게 만들 수 있다면 아주 싼 대가이지요.”
“이 빌어먹을 후손 자식이 나를 함정에 빠뜨렸어!
너부터 박살을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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