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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과 동시에 상황을 보고 있던 최고위 신들 앞에 유사한 전신갑옷이 나타난다.
주신이 되기를 열망하던 가문의 원로들인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똑같이 손을 대고 착용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이번에는 가슴부위에 기도하는 신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열 배 이상으로 폭증한 기세를 본 주신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전부 열 배로 능력을 끌어올리는 초월신기로군.”
“삐-! 신격에 따라서 각각 제한이 있지만 그렇습니다.”
구매하려면 신계를 주어도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가치를 가진 장비와 신기들이었다.
이런 것을 하사하면서 무엇을 바라는지 슬슬 불안해지고 있었다.
‘이만한 힘이 필요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자신만이 보이는 화면에서 반짝이는 글자가 흐르기 시작한다.
거기에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임무와 필수임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군부에서 쓰이는 명령서의 형식으로 짜인 내용은 간단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께서 내리신 첫 임무는 이것인가?
은하원정군 사단장들만이 읽게 되어있군.’
사단장들의 이름에 자신의 신명까지 적혀있으니 이제 중앙신계에 완벽하게 속해진 느낌을 받은 주신은 천천히 읽어내려간다.
“일단 주변 은하계에 있던 중앙신계의 흔적을 찾는 정찰인가?
은하계를 넘나드는 초장거리 공간이동과 통신을 만들려면 당연한 일이다.
나머지는 초장거리 공간이동을 위한 중간 신계를 세울 거점 확보로군.”
정말 과거 신족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은하원정군이 되었다는 감각이 점점 명료해졌다.
그런데 마지막 줄에서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청혈일족의 개체 생포!?”
상위종이라면 별의 파괴도 견디는 껍질을 가진 위성 크기의 벌레 괴물을 생포해오라는 명령이었다.
‘창조신마저 전부 삼켜서 창조신계를 소멸시켰다는 괴물들을 잡아 오라는 것인가?
겨우 주신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지?’
차원창세신 코아가 엄청난 위력의 권능과 마도로 이 은하계의 청혈일족을 쉽게 쓸어버렸지만, 거기에서 악착같이 버티던 청혈일족의 무서움은 잘 알고 있었다.
‘우리라면 아마도 일격에 전멸이었는데 세 번까지 견디어냈다.
그런 강한 개체를 산채로 끌고 오라니?’
이건 영웅동맹의 영원의 충성 갑옷과 변신전함을 받지 않았다면 절망할 정도의 난이도였다.
그러나, 마지막 추신에 적힌 한마디에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은하원정군이 실패하거나 거부하면 용자동맹의 기계신들에게 이 임무를 부여한다.
그렇게 된 이후로는 은하원정군은 용자동맹의 통제에 따라서 작전을 수행하라.’
한 줄의 감정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무감정한 명령문인데 받는 느낌은 지독했다.
‘잘못하면 기계신 따위에게 지휘를 받아야 하는가?
그것도 조종사가 없는 단순한 인공지능이라던데?’
시선을 상공으로 향하니 중앙신계의 정문에서 수십 일 동안 이어지는 치열한 전투의 모습이 보인다.
조종사도 없는 상태에서 각자의 권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특별한 초월신기를 가진 도전자를 마구 몰아붙이는 사자왕의 기계신체가 인식된다.
지금 도전자인 손오공이 최후의 수단으로 일백만의 분신을 불러내어 숫자로 밀어붙여 오자 노여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이따위 잔재주를 부리면 통과시켜주지 않겠다!
이거나 먹어라!”
인간 크기의 기계신체의 주변에서 갑자기 수많은 총구가 나오더니 사방을 휘몰아쳐 간다.
그것은 탄환의 폭우였다.
투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신력과 마력을 머금은 총탄 수백만 발이 동시에 발사된 위력은 손오공의 분신을 일순간에 처리해버렸다.
파파파파파파파파-!
숫자는 많으나 하위신의 신격을 가진 손오공의 분신들이 견디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진다.
분신들을 미끼로 던지고, 파리로 변해서 지나가려던 손오공은 탄환의 폭풍에 휘말려서 만신창이가 되어서 본모습으로 되돌아왔다.
“크하하하하하학-! 이건 신력과 마력을 담은 마탄인가?
거대 인형병기와 무장 컨테이너가 없으면 단순히 완력만 발휘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저…저건 또 뭐야?”
사자왕 기계신체의 주변 공간을 가득 메우면서 나타난 총구들이 자욱하게 연기를 내뿜는다.
손오공의 진실을 보는 눈은 안 보이는 아공간 속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총신과 산처럼 쌓여있는 탄약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앞에서 공장들이 수를 지금도 늘려가고 있었다.
“아공간에 무기제조공장?
신력으로 재료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무기와 탄약을 무한대로 만들고 있다고?
뭐 이런 사기가 다 있어?”
철 인형이라고 애써 무시하던 기계신이 주신에게도 힘든 공간권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었다.
며칠이나 싸우면서 무기와 탄약의 소모를 노리던 자신이 바보 같았다.
‘이러면 탄약이 떨어지기를 바랄 수도 없다.
그런데 내 늘어난 분신이나 변신법술이 저 철 인형에게는 전혀 안 통해.
무엇으로 변해도 반드시 본체부터 저격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인식체계를 가진 것이지?’
물론 불리하지만은 않았다.
법술 금고아를 받아서 중화신족 천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에 입었던 치명상이 바로 흔적도 없이 치유된다.
치이이이이-!
가느다란 연기가 오르면서 상처가 없는 것처럼 사라진다.
이러니 행성신 시절보다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상대하기가 곤란해져서 어이가 없어진 손오공이었다.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도발하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무상의 정의를 위해서는 당연히 무쌍의 힘과 무한의 보급이 필요하다.
이 정도는 당연하지.
그런데 너에게는 정의와 혼이 없어-!
아주 치사하고 비겁하구나!”
행성신 시절에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완전한 신족으로 돌아온 지금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이런 제길! 나는 겨우 쇠몽둥이다.
그런데 넌 총을 마구 쏴대면서 무슨 헛소리냐?”
기이할 정도로 수준이 높은 과학무기에 손오공은 속수무책이었다.
며칠 동안 계속 싸우며 수많은 중화신족의 법술을 사용해보았는데 저 강대한 기계신체에 타격을 입힐만한 공격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법술의 종류가 많아 보았자 쓸모가 전혀 없다.
남은 것은 여의봉을 통한 타격인데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돌 원숭이 괴수의 본신을 가진 행성신 시절에는 거대 사자왕을 불러서 완력으로 박살을 내더니 이제는 총탄으로 분신들을 쏴서 지워버린다.
철저하게 약점을 노리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약한 것이 아니라 전투방법의 선택에 밀려서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전투경험이 나보다 풍부하다.
저 총탄의 폭풍을 이겨내려면 주신 이상의 신격이나 행성신의 신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지.’
불리하다고 천대받던 행성신으로는 돌아가기 싫은 손오공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의 기대를 배신하는 상황은 이제 그가 가장 미칠 정도로 싫은 상황이 되어간다.
과아아아아아-!
법술 금고아의 제약 발동이었다.
‘머…머리가 조여든다!
또 누가 실망을 했는가?’
허락하지 않은 성전(聖戰)의 시도에 분노한 차원창세신 코아에 의해서 천막에서 생활하게 된 중화신족의 재촉과 기대를 받으며 환호 속에서 출전했다.
그런데 이렇게 밀리고 있으니 누군가 실망을 했는지 서서히 법술 금고아가 압축을 시작한 것이다.
기이이이잉-!
그 고통은 일단 물러나서 다시 물리칠 방법을 찾을까 생각하던 손오공을 당황하게 한다.
‘작전상 후퇴조차 용납하지 않는가?
이건 너무하잖아?’
도주할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거나 한 발짝이라도 뒤로 물러서는 순간 머리가 터져나간다는 사실을 파악한 손오공은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치이이이이-! 천막생활 때문에 모두가 여유가 없어졌다.
지금 내가 몸 성하게 물러나면 실망이 커져서 내 머리가 터진다.’
화려한 개인신전에서 천막신전으로 쫓겨난 중화신족의 원통함과 갈망은 상상 이상이었다.
대표로 출전한 손오공이 물러서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할 정도였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어떻게든 돌파해야 한다.
아니면 만신창이로 당해서 쓰러지든가 둘 중 하나다.’
도주하려다가 법술 금고아의 제약에 다시 덤비려는 손오공의 기세를 읽은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양팔을 활짝 펼치면서 앞으로 나선다.
“좋아! 조금 변했군.
그래야 신족의 주신이지.
비겁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정정당당하게 와라!
나의 무상의 정의로서 너를 신왕의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겠다.”
“크르르르르-! 그놈의 무상의 정의 타령은 지긋지긋하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시험한다는 것인가?”
손오공의 입에서 짐승의 울부짖음이 흘러나오고, 벌려진 입에서 뾰족한 송곳니가 드러난다.
신족의 신체지만, 어쩔 수 없이 행성신의 흉성을 드러낸 다시 손오공이었다.
“카아아아아-! 기억만 가진 인공지능 주제에 닥쳐라!”
부부부부부부붕-!
거대한 철 기둥으로 만든 여의봉을 휘두르다가 양손으로 잡고서 그대로 중앙신계의 정문으로 돌진한다.
그러자 허공에 떠 있던 총구들에서 총알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한다.
타타타타타타타-!
주신의 처지에서는 너무나 느린 탄환들이지만, 너무나 많았기에 피하기는 무리였다.
그래도, 주신의 신격을 가진 신체는 타격은 입어도 무너지지는 않았다.
“쿠오오오오오오! 이거나 먹고 제발 부서져라!
이 지긋지긋한 철 인형아!”
“후후! 주신으로는 무리다.
나의 기계신체를 부수려면 최소한 고위 창조신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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