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776화 (1,686/2,000)

34권 35권

과거처럼 치우가 혼자서 날뛰기에는 법술 금고아를 완전히 사용하게 된 손오공이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한편이 되리라 믿었던 환단신족의 신왕이 경제와 무역을 이유로 중립을 표방하면서 압력까지 넣자 치우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복수는 뒤로 밀어야겠군.

내가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면 황제는 반드시 잡을 수 있다.’

그래도 고대하던 복수를 미뤄야 하니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아! 원조를 해주면 복수는 나중에 하겠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다른 신족에게는 제가 잘 설명하지요.’

‘이 배달신족의 변질자 자식.

다른 신족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얼마나 잘 사는지 보겠다.’

‘전쟁보다 평화죠.’

그런 대화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혀를 찼다.

“쯧-! 한꺼번에 부활시켰더니 문제가 많군.”

그는 천막 신전을 던져주고, 각 신족으로부터 압수한 개인신전과 주신전 사이를 거닐면서 생각에 빠진다.

각양각색의 양식과 권능을 가진 신전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된 거리는 아무도 없어도 장관이었다.

허나 고민이 많으니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다양한 신족을 모아놓으니 화합보다 대립을 부른다.

역시 공통의 적이 있어야 해.

시작님을 모실 용자동맹은 이런 일에 투입할 수 없다.”

신족들을 하나로 모을 대책을 생각하면서 중앙 신계를 개선하는데 필요한 자료와 권능을 수집하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결정을 내린다.

“그럼 역시 청혈의 일족이 정답인가?”

전신과 투신인 이상 싸움을 갈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평화를 바라는 시작의 요청을 따라주기 위해서 완벽하게 막아버린 부작용이 나타나자 차원창세신 코아는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은하계는 내가 전부 청소했다.

그럼 싸우고 싶어 하는 존재들을 전부 다른 은하계로 원정을 보내야 하겠군.”

바로 시작에게 보고하러 간다.

새로 만든 개척도시에서 천사들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외부는 허름하지만, 내부는 극도로 화려한 주신전에서 만족스럽게 휴식하던 시작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성체와 정신체를 모두 포함한 은하 원정군의 창설이요?”

“예.”

아직 행성인류는 행성 이동조차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 갑자기 은하계 너머로 신과 인류를 연합해서 원정군을 만들어서 보내겠다니 이런 배포는 전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시작이었다.

“적은 그 거대 벌레 괴물들이고요?”

“맞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청혈의 일족이라고 정했습니다.

신체가 분명하지만 벌레 형태로 퇴화가 되어서 부수면 파란 피가 흐르니까요.”

“….”

시작도 차원창세신 코아가 순식간에 으깨버린 벌레 괴물들과의 전투를 영상으로 보았다.

위성 크기의 벌레들이 엄청난 수가 몰려다니는데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에 별것 아니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와 공격 위력을 어느 정도 아는 시작의 생각은 달랐다.

‘별들을 붕괴시켜 공격하는 권능에 견딘 개체가 수백 개가 넘었었지.

일부는 행성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신력이 집중된 신력포를 버티어내고 도주했었어.

그렇게 강력한 일족에게 지금 싸움을 걸어야 한다니?’

세계를 파괴할만한 힘을 가진 십중심들이 경계하여 여기로 추방한 존재가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그런데 청혈의 일족은 잘 견디어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엄청난 무력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독심으로 십중심의 반란에 가장 혁혁한 공을 세운 엄청난 강자야.

강대한 절대계에서 십중심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한 존재였지.

절대계에서조차 아무도 막지 못했다고 했어.

일격조차 견딘 존재가 드물다고 알고 있었는데 청혈의 일족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공격을 세 번이나 견디어냈어.’

거기에 도주에 거의 성공할 뻔한 개체까지 있으니 이건 현재 인류나 신족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강적이었다.

“원정군만으로 이길 수가 있나요?”

“패배를 경험하라고 보내는 원정군입니다.

모두 혈기가 넘쳐서 사고를 치기 직전이니 강적에게 당하면 조용해지겠지요.

그리고, 언제인가는 충돌해야 할 적이니 지금 맛을 보는 것도 좋습니다.”

불만 세력을 밖으로 돌리면서 전투 경험을 쌓으려는 목적으로 만든 원정군이란 말이었다.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은하 원정군의 앞날이 걱정되는 시작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강요는 없습니다.

적절한 대가를 주면서 자원하는 존재들만을 모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의 불사불멸(不死不滅)을 모두 걸어줄 것이니 모두 무사히 돌아옵니다.”

“지금처럼 누구도 안 죽는다는 말이시군요.”

“물론입니다.

저의 신격을 넘어서는 존재가 직접 손을 쓰지 않는다면 그들의 생환은 확정입니다.

스스로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죽지 못합니다.”

“안 죽는 것이 아니라 못 죽는 것이군요.”

“정확하십니다.”

이러면 조금 안심이 되지만, 대수의 창조력을 익히면서 서서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시작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육체의 죽음을 방지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야.

정신체가 되려면 의지가 더욱 중요해.

그런데 죽음의 반복은 의지를 꺾어서 자멸시킨다.’

물론 원정군의 창설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런 제안이 나온 이유는 이미 충분히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쟁을 원하는 강경파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신족들이 내전을 벌일 것이다.

이미 지성체까지 동원한 성전(聖戰)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내부 충돌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전쟁을 바라는 투신과 강경파들을 외부 은하계로 빼돌리자는 제안이니 반대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세요.

은하 원정군의 창설로 이 행성의 평화가 유지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어요.”

시작이 싫어하는 것은 죽음이며 무서워하는 것은 전쟁이었다.

그런데도 뜻밖에 빠르게 나온 시작의 허락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보고를 끝낸다.

“모든 것은 저의 이름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에게는 약간의 오명조차 생기지 않게 하겠습니다.”

“믿고 있어요.”

시작의 허락을 받아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은하 원정군의 창설을 신속하게 이루어낸다.

오래간만에 화면 가득히 모습을 드러낸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에 모든 인류와 정신체들은 귀를 기울인다.

긴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이 간단하게 통보한다.

“중앙신계 직속 은하 원정군을 만든다.

적은 세계를 좀먹는 청혈의 일족이며 목표는 다른 은하계의 확보와 견제다.

모든 일족은 최정예에서 자원하는 존재들을 선발해서 보내라.”

차원창세신 코아가 쓸어버린 벌레 괴물들을 떠올린 모든 존재는 최정예 전력의 자원자를 보내라는 소리에 멈칫했다.

‘별의 폭발에서도 살아남는 그 벌레 괴물들과 싸운다는 것인가?’

‘누가 그런 위험한 전쟁을 다른 은하계에서 하려고 하겠어?’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하지만, 명령한 존재가 무섭기 짝이 없었다.

‘하는 시늉으로도 해야 한다.’

‘일단 선출부터 하자.’

‘인원수만 대충 맞추면 되겠지.’

그런 모든 종족의 의지의 흐름을 읽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부정적으로 결론이 나오려 하자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후-! 내 명령을 못 따르겠다고?”

행성에 살고 있는 모든 존재 전체가 갑자기 겨울이 온 듯한 싸늘한 느낌을 받았다.

“좋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지.

나는 관대한 빛의 창조신이다.

무턱대고 자기의 의지를 밀어붙이는 독재를 할 생각은 없다.

그 상대가 신족이 아니라 지성체라고 해도 똑같다.”

웃으면서 하는 말인데 이미 몇 번 데인 경험이 있는 신왕과 고대신들은 소름이 쫙 올라왔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투기가 서린 눈빛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우리 속셈을 눈치채셨다!’

‘역시 신황님은 생각을 모두 읽는다.’

그들도 다른 은하계로 보낼 투신의 명단을 범죄신으로 채울 생각이었는데 당장 포기한다.

그리고, 부활해서 전투만을 원하던 강성 투신과 전신들에게 의지를 보낸다.

‘너희가 그렇게나 바라던 전쟁이다.’

‘누가 참전하겠느냐?’

신왕으로서 바로 명령하면 되기도 하지만, 워낙 위험한 전투라서 하극상이나 탈주가 벌어질 확률이 지극히 높았기에 일단 의사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청혈의 일족이라 정식으로 명명된 벌레 괴물들에 대해서 잘 아는 투신과 전신은 잠시 침묵했다.

‘….’

창조신계조차 사라지게 한 괴물이라서 너무나 위험한 전투였다.

그러나, 격렬한 전투를 바라는 본능이 꿈틀거린다.

‘투신은 싸워야 산다.’

‘전신에게 전쟁이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거기에 은하계의 모든 청혈의 일족을 혼자서 순식간에 쓸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의 힘이 결정하게 한다.

“거듭 말하겠는데 나는 독재를 할 생각이 없다.

은하 원정군의 참전자에게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을 걸어주고, 부활과 복귀를 보장하겠다.”

안전까지 보장하겠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도전자의 자격을 고민하다가 놓쳤다가 세계수 줄기에서 벌어진 격렬한 전투를 보면서 피가 뜨거워진 고위 투신과 전신들은 더는 참지 못했다.

‘내가 가겠소.’

‘하겠습니다.’

은하 원정군에 편입을 결심한 투신과 전신들이 하나둘씩 승인을 하고서 신왕들에게 보낸다.

강경파 신족들이 은하원정군에 명단을 올리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기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조화보다 투쟁을 선택한 모든 투신들이여.

스스로 의지로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한 강자들을 나는 축복한다.

나의 신성은 안주하지 않는 폭주로서 은하원정군에게 끝없는 진화가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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