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너무 큰 권능을 부여하는 법술 금고아라서 넙죽 받았는데 한치의 예외도 허락하지 않으니 아무리 생각해도 실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손오공이었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고서 화면 앞으로 나서서 치우를 노려보면서 말한다.
“배달신족이 받은 초월신기는 필중 금고아인가?
제약을 무서워하지 않고 날뛰는 것을 보니 위력도 그럭저럭 인 모양이군.
제약이 큰 만큼 효과도 크다는 사실은 알겠지?”
“….”
필중 금고아의 제약이 절대 약하지 않지만 귀중한 정보를 적에게 줄 리가 없는 치우였다.
자신감 있게 나선 손오공은 가볍게 법술 금고아를 쓰다듬으면서 외쳤다.
“나는 법술 금고아다!
수억이 넘는 중화신족의 법술 전부가 내게 있다.
보아라!”
법술 금고아에게서 눈이 멀듯 한 황금빛을 토해내었다.
그리고, 커다란 웃음소리가 울렸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구구구구궁-!
중화신족의 천막 주신전을 비추던 화면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으면서 영역 전부를 비춘다.
거기에는 황금빛 구름인 근두운을 탄 손오공이 커다랗게 웃고 있었다.
그의 뒤로 질서정연하게 허공에 도열 한 법술 금고아를 쓰지 않았지만, 완전 무장한 손오공이 수십만 명이 도열 하고 있었다.
“우하하하하하하-! 나의 분신의 숫자는 이제 일백만이 넘는다.
신격은 화신보다 떨어지지만, 모두가 실체와 권능을 가진 분신이다.
겨우 칠십이 개의 주신급 화신으로 덤비려면 얼마든지 해봐라.”
“….”
지평선 너머까지 끝도 없는 늘어선 손오공의 분신들이 일제히 웃는다.
우하하하하하하하-! 우르르르르르-!
단지 웃음만인데 세계수가 뒤흔들릴 정도였다.
일백만 명의 분신과 칠십이 개의 화신이 싸우면 어떻게 될지 분석한 치우는 인상을 굳히면서 다른 신왕을 쳐다보았다.
‘이러면 또 진다.
분신은 아무리 수가 많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병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
가상으로 치러본 전투에서 일백만의 분신을 불러내고 도망치는 손오공을 필사적으로 추적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분신들을 처리하면서 본신을 잡아내면 내가 이기지만 그동안 견딜 수가 있다는 보장이 없다.’
하위신 정도의 일백만 명의 분신들의 전투가 겁날 것이 없지만, 손오공을 전적으로 지원하는 중화신족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었다.
‘그때처럼 몰래 지원하겠지.
역시 나 혼자로는 안 돼.
도움이 필요하다.’
아까부터 중화신족과 다른 신족의 눈치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지만, 얼굴과 복장에서 부티가 줄줄 흐르는 환단신족의 신왕을 노려본다.
배달신족의 맥을 이은 환단신족의 신왕이며 도전자의 자격을 갖춘 강자였다.
‘저 녀석만 도우면 승산이 있다.’
치우의 기대를 받은 그는 눈길이 자신에게 오자 재빨리 은밀히 의지를 보냈다.
‘모처럼 부활하셨으니 제발 전쟁은 그만하시고, 평화롭게 사시죠.
행성 영역을 가지고 신족 끼리 치고받던 야만의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아주 작은 영역이라도 정기를 가공하고, 신기를 잘 만들어서 무역하면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습니다.
저에게 남는 투신들을 보내시면 마침 일손도 부족하니 잘 대우해 드리겠습니다.
군신도 잘 가르치면 괜찮은 관리신이 되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말은 이렇게 편하게 하지만, 아무리 보아도 삼황오제보다 환단신족의 신왕이 더 강했다.
초월신기까지 얻은 도전자는 어떤 신왕이나 고대신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느낌으로는 분명히 강하다.
그런데 이 녀석은 왜 이러는가?
왜 여기저기 눈치를 보지?
정말 배달신족이 맞는 것인가?’
황제와 패배하여 사라진 배달신족의 일파가 환단신족이니 분명 투신과 전신의 피가 강할 것이다.
그런데도 싸우지는 않고 장사만 하려는 의지가 못마땅한 치우는 눈에서 진짜 불을 토해내면서 답변을 보낸다.
‘이제 일은 벌어졌다.
외면하지 말고 나를 도와라.
그럼 중화신족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같은 선조신을 가진 배달신족이 아닌가?’
‘아무 이득도 없는 전쟁을 하자면서 이유가 겨우 같은 선조신이라니요?
이것 참 곤란하군요.’
동맹 권유에 환단신족의 신왕은 부정적이었다.
중화신족의 전력은 너무나 잘 알았고, 무엇보다 이득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배달신족과 힘을 합쳐서 대륙을 도모해보자는 강경파와 신기와 정기를 비싼 값에 사주는 중화신족의 편을 들어야 한다는 대륙파가 난리를 치고 있다.
지금 동맹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잘못하면 당장 내전이 일어날 분위기에 골치 아픈 환단신족의 신왕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저는 배달신족이 아닌 환단신족의 신왕입니다.
일족의 운명이 걸린 일을 단지 선조신이 같다는 이유로 저 혼자서 멋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 전쟁은 승산이 적고, 명분이나 이익도 없습니다.’
이런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대답은 군신인 치우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네 이놈-! 복수는 아무 이득이 없으니 원수들에게 고개를 숙이자는 것이냐?
배달신족의 위대한 정복자의 기질은 어디 가고, 장사치의 말만 하느냐?
너는 저 넓은 중국대륙이 탐나지 않느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이 쏟아졌다.
‘현재 중화대륙은 인구가 많아져서 너무 관리하기가 힘듭니다.
정기를 생산하는 지성체보다 소모만 하는 지성체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반고가 활성화했던 땅의 정기도 약해져서 생산력도 저하되어 있습니다.
세계수가 생겼는데도 사막의 확장이 멈추지 않을 정도입니다.
현재 대륙의 상태를 다시 보십시오.’
환단신족의 신왕도 싸울 생각은 조금 있어서 이미 조사를 했는지 중국대륙의 지역 영상을 치우에게 보냈다.
화아아아아아아아-!
머릿속에 떠오르는 중국대륙의 모습에 치우는 할 말을 잃었다.
‘이럴 수가? 낙원이 황무지가 되었구나.’
‘그렇지요?
반고가 신체를 희생하여 만든 대지의 축복은 모두 고갈된 지 오래입니다.
모두 인구가 너무 많아서 너무 빨리 소모한 탓이지요.’
반고의 희생으로 밀림과 같은 녹음이 우거지던 숲은 사막으로 변해있었다.
여기에 씨앗만 뿌리면 알아서 자라던 옥토는 사라지고, 겨우 작물을 키울 수 있는 땅은 강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거기에 공해로 검게 물들어 썩어가는 강들과 주변 바다는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가장 축복을 받았다고 부러움을 사던 이 대륙이 어떻게 이런 꼴이 될 수 있는가?’
반고가 막 신체를 희생하여 생명력이 넘치던 과거의 중국대륙만을 생각하던 치우가 치를 떨 정도로 오염 상태는 심각했다.
그리고, 누렇고 검은 먼지가 도시 하늘을 가득 채우는 꼴까지 보니 갑자기 싸우겠다는 투지가 싹 사라졌다.
‘이렇게 무리해서 전쟁하려는 이유가 땅과 재물, 지성체의 확보였다.
그런데 이건 아무런 가치가 없는 영역이다.’
치우의 투지가 사그라지는 것을 눈치챈 환단신족의 신왕은 과장된 표정으로 기침하면서 말한다.
‘콜록! 콜록! 대륙에서 불어오는 미세먼지는 신에게도 지독하군요.
저를 국신으로 모신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저것의 해결을 원해서였습니다.’
‘….’
중국대륙에서 일어난 누런 먼지가 안개처럼 바다를 건너서 반도를 덮는 광경을 본 치우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제 그의 눈에도 중국대륙은 오염되어서 아무 쓸모가 없는 영토로 보인다.
‘에잉! 바람 방향만 반대로 하면 간단한데 중화신족이 난리를 치니 그것도 어렵습니다.
자기들이 원인이면서 피해를 본다고 못하게 하다니 참으로 고약합니다.
영해로 멋대로 들어와서 무단 어업도 해대니 참으로 민폐지요.’
‘그럼 공격하자!’
전쟁의 명분을 찾았다는 치우의 말에 환단신족의 신왕을 코웃음부터 쳤다.
‘허허? 겨우 먼지와 물고기 때문에 전쟁을 하자고요?
만약 이긴 다음에는 어쩌실 겁니까?
제 신민들을 저 오염된 대륙 속에서 살라고 하면 당장 국신부터 갈아치울 것입니다.
이 녀석들은 이미 국신을 외국신으로 바꾼 전적이 있어요.
에잉! 하여간 지성체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
자기의 신민들도 오염지역에서 살라고 하면 그럴 것이라 예감이 든 치우는 듣고만 있었다.
‘저렇게 공해와 쓸모없는 땅만 가득한 중국대륙을 점령해서 어디다 쓰려고 하십니까?
개조행성을 차지하시면 이 오염된 행성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저처럼 신기와 물건을 만들어 다른 신족에게 팔면서 이득이나 챙기시죠.
전쟁의 아픈 과거를 잊으십시오.
저들보다 잘사는 것이 가장 큰 복수입니다.
신족 모두가 그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난을 퍼붓던 다른 신왕들이 이상하게 조용했다.
환단신족의 신왕의 달래는듯한 이상적인 말에 치우의 눈빛에서 더욱 불길이 뿜어진다.
이 의견이 다른 신왕이 개입한 일이라는 확신이 선 것이다.
‘말하는 투를 보니 네가 상전으로 모시는 것이 중화신족만이 아니구나.’
아까부터 환단신족의 신왕에게 눈치를 부지런히 주고 있는 몇몇 신왕을 확인한 치우의 추궁에 순순히 인정했다.
‘상전이 아니라 혈맹입니다.
중화신족에게 몰려서 반도 끝까지 몰렸는데 구원해준 믿음직한 아군들이기도 합니다.
현재 이 행성의 절반 정도를 장악한 패권세력에 동맹으로 들어갔으니 운이 아주 좋았습니다.
저들과의 동맹과 지원, 무역 덕분에 저희 환단신족도 칠 위 안에 들어가는 강한 신족입니다.
그리고, 고객이지요.
저희 환단신족의 저력은 세계화와 무역시대에 활짝 피어나서 사상 유례없는 번영을 이루었습니다.
이게 모두 무역의 힘이니 전쟁은 그만두시고 같이 동참하시죠.’
‘으으으으-! 네놈은 도대체 장사치냐 신왕이냐?
여기저기 알랑거리면서 아부하고,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장사를 하자고?
넌 자존심도 없느냐?’
당장에라도 소리를 치고 싶지만, 다른 신왕에게 의도를 들킬 수가 없어서 끝까지 의지를 보낸다.
‘무엇보다 너는 강하다.
그런데 왜 고개를 숙이냔 말이다?
나와 손을 잡으면 누구도 우리 배달신족을 무시할 수 없다.
힘을 합쳐서 싸우고 정복하자!
우리는 대륙을 질타했던 자랑스러운 배달신족이다.’
노골적으로 나오는 부추김에 환단신족의 신왕을 고개를 저었다.
‘전 환단신족입니다.
그리고, 장사가 어때서요?
쓸데없는 전쟁보다 백배 낫습니다.
이제 그만하시지요.
끝까지 싸우겠다고 고집을 부리시면 신황님에게 벌을 받아서 미이라가 됩니다.’
‘으으으윽! 멍청한 놈!’
단호하기 짝이 없는 거절이었다.
환단신족의 신왕은 치우가 분노하려 하자 재빨리 말을 돌린다.
‘원하신다면 바라시는 지원은 바로 해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원조조건은 신왕이 결정될 때까지 더는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개조행성에 들어가시면 반드시 상환하셔야 합니다.
이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신족이 집중적으로 배달신족을 공격할 것입니다.
저도 경제와 정치적인 입장이란 것이 있으니 이해를 바랍니다.’
“으으으음!”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