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영상으로만 보던 끔찍한 동무 지옥과 악마인 염라대왕의 모습에 기겁한 개척단의 간부들이 난리를 쳤지만, 소용이 전혀 없었다.
“자신은 모르지만, 인류 전체를 위협한 죄인들이니 철저하게 모시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가장 특별코스로 안내하겠습니다.”
“우아아아-! 재판을 원한다!”
“인권 유린이다!”
아무리 저항해도 마족으로 변해서 일반적인 초능력자와는 격이 다른 능력을 갖춘 악마들에게 모두 끌려갈 뿐이었다.
중앙신계를 총관리하는 잔다르크 천사는 저들의 죄목을 불러주고, 완전히 개심하여 성인 수준의 착한 사람이 될 때까지 하옥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멍청한 놈들.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께서 왜 직접 서열 일위라고 써놓으셨는지 예측을 했어야지.
질투를 잘못하다가 역풍을 맞으면 인생을 완전히 망친다.
무엇보다 이 행성의 주인공에게 덤비면 안 되지.”
주변의 질투와 견제는 인류의 서열 일위라는 위치가 불러들인 당연한 현상이지만 용서는 없었다.
차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풀어준 자신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언질까지 받은 염라대왕은 혀를 찼다.
“쯧쯧! 감히 창조주님이 되실 시작님을 방해할 생각을 하다니?
모르고 한 일이라서 감경은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대응하면 영원히 못 나간다.”
이번 죄인들은 겨우 시작의 흉을 몇 번 보았다고 끌려왔으니 딱하지만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중앙신계에 진짜 지옥이 완성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진짜 지옥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떻게든 동무 지옥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 모두 정리해고가 될 판국이다.’
악마가 되었다고 절망하던 독재자나 국민은 이제 없다.
처음에는 악마가 되어 절망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잘만하면 마족이 되어 마신까지 노려볼 엄청난 기회였다.
중앙신계의 일원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다.
‘악마가 최하위이지만, 분명히 정신체다.
육체의 노화나 질병도 없고, 굶주리지도 않으며 마력만 있으면 영원히 산다.
인제 와서 이것저것 제약이 많은 하위존재인 인간으로 돌아갈 것 같으냐?’
‘많은 죄인을 회개시켜 인간으로 돌아간 국민 중에서도 생활고와 육체의 고통에 질겁하여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악마도 할 만해.’
염라대왕과 옆에 있는 간부 악마들은 정식 마족이 되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을 각오가 넘쳤다.
그들은 지금도 전 행성의 나라의 지도자를 방문해서 영업 중인데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중이었다.
계약에 성공한 간부 악마들의 기쁨에 찬 음성 보고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염라대왕님! 드디어 대형계약입니다.
모든 중범죄 교도소의 죄수들을 넘겨주겠다는 나라를 마침내 발굴했습니다.”
“오오-! 바로 이겁니다!
저희가 생전에 죄인을 모두 회개시키면 죽은 이후에 가는 중앙신계의 지옥이 필요 없지요.
그럼 동무 지옥을 관리하는 저희가 당연히 진짜 지옥과 마족이 되는 것입니다.”
목표는 명확했고, 가능성이 넘쳤다.
수백만이 넘는 악마들을 통솔하기 위해서 중앙신계에 연결되었더니 슬슬 관리신의 면목을 보이는 과거 독재자였던 염라대왕은 힘차게 외쳤다.
“정식 마족과 지옥으로 인정받으면 인간이 다시 될지 모른다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대로만 가면 확실합니다.
모두 진정한 마족이 되기 위해서 힘내죠.”
“오-!”
그렇게 염라대왕과 악마들이 허겁지겁 범죄자들을 인도하려 출발할 때 그 나라의 교도소는 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행성인류는 모두 초능력을 각성한 상태인데 죄수인 자신들을 동무 지옥으로 보낸다고 하자 발악하듯이 덤빈 것이다.
여기저기서 번개와 물, 얼음이 일어나면서 교도소의 벽을 때린다.
꽈꽝-! 우르르르-!
이미 예상한 정부는 군대와 경찰을 총출동시켜서 포위하고 있었다.
범죄자를 먹여 살릴 예산이 아까우니 모두 때려잡아서 지옥에 넘겨버리는 정부의 명령을 받은 군인과 경찰들은 암담한 표정이었다.
초느역을 가진 죄수들의 지독한 저항에 골머리를 싸고 있었다.
“저것들이 미친 듯이 날뛰는데?
희생이 크겠어.”
“어차피 죽지 않으니 대형 무기를 사용해서 처리하자.”
군대 지휘관의 제안에 경찰 지휘관은 고개를 저었다.
“여론이 심상치 않으니 최대한 조용하게 넘기라는 지시야.
원래대로 수면 가스를 사용해서 모두 이송했으면 참 편했는데 고약하게 되었어.”
“간수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정보가 유출되어서 이런 난리를 치는 거야?”
두 지휘관은 도끼눈을 한 채 구석에 찌그러진 교도소장을 노려보았다.
싸늘한 날씨인데 땀을 뻘뻘 흘리던 그는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진실 초능력으로 모든 간수를 점검했는데 절대로 우리 쪽이 아닙니다!
지시가 내려오는 과정에서 유출된 겁니다.
신의 이름에 맹세코 재판에서도 그대로 선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끝까지 저에게 비밀 유출 책임을 묻겠다면 신성재판을 신청하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신들의 등장에 사회는 격변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인간 재판관과 검사를 믿지 못하고, 신에게 심판을 요청하는 신성 재판이었다.
법관 대신에 재판의 신이 직접 나서서 주관하는 만큼 지성체의 어떤 범죄도 틀릴 리가 없어서 유행처럼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치이이-! 또 신성 재판인가?”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신을 잘 모셨지?”
신성재판에 의해 완벽하게 판정된 사형이나 무기징역 범죄자를 동무 지옥으로 바로 넘기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국가에서 모든 교도소를 폐지하고, 범죄자들을 동무 지옥으로 이관시키는 정책의 공개는 엄청난 파장을 만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벌였는지 정치가들의 머리를 해부하고 싶다.’
‘보나 마나 자신들만은 지옥에서 배제해달라는 요구를 했겠지.’
‘아니면 죽으면 악마가 되게 해달라고 했던가.’
요즘 정치가들 옆에서 고위악마들이 보험상품을 팔듯이 달라붙어서 로비한다고 하니 대충 짐작은 가는 일이었다.
그렇게 벌어진 대형사고는 부하들의 몫이라는 것이 커다란 문제였다.
“일단 원인 파악은 나중에 하고 간첩들의 통제는 어떻지?
필사적으로 뚫고 들어 오려고 한다는데?”
“일단 막고 있다.”
“비행형과 은밀형 초능력자 간첩들이 특히 까다롭다.
완전히 공개되면 파장이 크니 어떻게든 막으라는 지시다.”
“대책은 세워두었어.”
그렇게 다른 나라 간첩들을 막을 대책을 의논하고 있는데 갑자기 작은 폭발음이 터진다.
퍼어어어-! 퍼어어엉-!
군대 지휘관은 그 소리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잡았다. 쥐새끼들.”
지휘화면을 보니 작은 구덩이가 여기저기 파여 있고, 신음을 지르는 인간들이 몇 명 쓰러져있었다.
발목이 날아가서 신음하는 모습을 보니 바로 상황파악이 되어서 어이가 없어진다.
“지뢰를 깔았어?”
“어차피 안 죽잖아?
간첩이고 원상복귀가 되는데 못 쓸 이유가 없지.
뭐하나?
저 녀석들 주변에 박격포를 날려서 산산조각 내버려!”
“예-!”
화면 여기저기서 커다란 폭발과 충격이 일어난다.
발목이 날아간 인간들이 원래대로 돌아오다가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가는 모습에 경찰 지휘관은 신음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으이그! 안 죽는다고 살상 무기를 막 쓰는군.”
“킬킬킬킬! 훈련이랍시고 가짜 모형으로 시늉만 하다가 직접 사용하니 속이 다 시원해.
군인은 원래 이래야지.
이제야 사는 것 같아.
저 범죄자들도 경찰은 제압이 무리일 것 같으니 우리가 하지.”
살기까지 내뿜는 군대 지휘관은 참모들에게 명령했다.
“경고시간이 끝났다.
저것들은 사람으로 볼 수 없는 악질 범죄자다.
모두 산산조각내서 컨테이너에 담아서 지옥으로 보낸다.”
그 말과 동시에 박격포가 쏘아지고, 기관총이 불을 뿜는다.
죄수들은 초능력으로 저항하려 했지만, 아직 개발 중인 그들의 힘으로는 과학무기를 막아낼 수 없었다.
“으아아아아! 우리도 국민이다.”
“지옥으로 보내지 말아줘!”
총탄과 폭탄으로 구멍이 나고 조각난 죄수들을 불도저와 대형트럭들이 와서 한꺼번에 담아서 컨테이너 속에 넣어버렸다.
겹겹이 쌓여서 상자 속에서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범죄자들이 모습이 마치 지옥의 한 장면과 같아서 지휘관들은 몸을 떨면서 중얼거렸다.
“으으음! 저 꼴이 안되려면 죄를 절대로 짓지 말아야겠어.”
“그래서 범죄자가 거의 사라졌다고 하더군.”
“잘못하면 경찰은 모두 실업자가 되겠어.”
“아무도 못 죽이는 군인이라고 다를까?”
이제까지 밀리기만 했던 경찰 지휘관의 뜻밖의 반격에 군대 지휘관을 크게 웃었다.
“응? 푸하하하! 그것도 맞네.
핵무기조차 의미가 없는 존재들을 상대로는 군대가 쓸모가 없지.”
그렇게 대답한 군대 지휘관은 화들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면서 외쳤다.
악마들이 정치가들에게 로비하는 세상이니 지금 말을 누가 듣고 있다고 해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아-! 아닙니다!
절대로 신님들께 반항하려는 게 아니라고요.”
신에게 반역하는 죄는 잘못하면 영원히 지옥에 갇히는지도 모르는 대죄라는 사실을 모르는 인류는 이제 없었다.
실제로 신은 이미 죽었고, 저들은 외계인이라고 방송에서 외친 일부 과학자가 바로 동무 지옥에 던져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회계를 마친 군대 지휘관은 입이 간지러운지 망설이다가 속삭이듯이 말한다.
“이건 아직 비밀인데 군대가 대폭 확장될 거야.
장래가 없는 경찰을 그만두고 군대로 와.”
중범죄자를 제압하면서 경찰 지휘관이 인재라는 사실을 파악했기에 하는 제안이었다.
그런데, 경찰 지휘관으로서는 놀랄 일이었다.
“응? 싸울 국가가 있나?
사방의 국경은 전부 행성신에게 막혔잖아?”
각 나라의 국경이나 공유지는 수 킬로미터가 넘는 거대 행성신들이 활보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았다.
‘행성신들은 비무장의 민간인 교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지시대로 내버려 두지만, 무장한 인간의 군대는 들어가는 순간 벌떼처럼 달려들어서 파괴한다.’
이런 상황으로 각 국가는 막대한 예산만 잡아먹는 군대를 유지할 필요가 있나 무척 고민하는 중이었다.
‘어떤 나라의 군대도 국경선을 넘을 수가 없다.
국가 간의 전쟁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상황이라서 군대를 감축해야 한다는 여론인데 갑자기 확대라니?
무슨 일이지?’
궁금하다는 얼굴을 한 경찰 지휘관을 본 군대 지휘관은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서 손을 내밀라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잠깐 망설이다가 내민 경찰 지휘관의 손바닥에 글자를 썼다.
‘성전(聖戰).’
신의 이름으로 벌이는 전쟁을 위해서 군대를 확장한다는 뜻이었다.
“뭐야? 왜?”
“국신(國神)님의 신탁이 내려졌어.
다른 나라에 파고들어서 신도를 늘리라고 말이야.
그럼 당연히 전쟁이지.
국경선의 행성신은 신님들이 알아서 처리한다고 하시는군.”
“에?”
신도를 늘리기 위한 전쟁을 한다는 군대 지휘관의 말에 어이가 없어진 경찰 지휘관이었다.
그리고, 이런 나라의 변화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바로 전달되었다.
국신이 된 주신들을 화상회의로 소집한 그는 일단 용건부터 꺼냈다.
“아직 지성체를 제대로 늘리지도 못했는데 팍팍 줄일 성전(聖戰)의 시작이라?
망하기 딱 좋으니 하지 말아야 할 짓은 골라서 하는구나.
누가 시작했느냐?
어서 말하지 못할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기분이 아주 좋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를 챈 일족의 신왕들은 침묵했다.
그러나, 각오를 굳혔는지 무소의 뿔이 달린 청동 투구를 쓴 군신이 고개를 들면서 발언한다.
“지금 지나신족의 영역 대부분은 원래 저희 배달신족의 것입니다.
그런데 중화신족이라고 자칭하면서 날뛰는 꼴을 더는 불 수가 없으니 부디 성전(聖戰)의 승인을 부탁드립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