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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769화 (1,679/2,000)

34권 35권

천연덕스럽게 동생으로 부르는 옥황상제의 얼굴이 한순간 일그러지면서 소리를 친다.

“역시 네놈은 순 말뿐이었어.

내 제안대로 도전은 이랑진군에게 맡기고, 너는 뒤에서 돕는 것이 낫겠지?”

“치이-!”

자신의 입으로 천계의 전면적인 지원을 받는 대신에 금고아를 쓰겠다고 했으니 벗어날 구석은 없었다.

더구나 이 자리에는 옥황상제만이 아니라 삼황(三皇)과 어느새 모습을 드러낸 오제(五帝)까지 있었기에 난동을 치기는 무리였다.

‘천계의 최고원로인 삼황오제(三皇五帝)가 모두 모였는가?

할 일이 끝났는데도 끈질기게 삶을 포기하지 않는 노물들이니 역시 부활했구나.’

노인의 모습인 삼황오제(三皇五帝)는 하나하나가 손오공에게 밀리지 않는 신격과 신력을 가진 존재들이다.

지성체 관리에 특화되어있는 관리신이며, 전문적인 투신이 아닐지라도 엄청난 난적이 될 수 있기에 손오공을 눈을 찔끔 감고서 지나치게 화려한 금고아를 들어 올렸다.

사용법과 효능이 그대로 머리에 스며든다.

‘이게 도대체 뭐냐?

법술 금고아?

이 황당한 위력과 제약은 뭐지?’

자신도 모르게 떨리는 손은 절대로 이 법술의 금고아를 써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듯했다.

‘제약이 신뢰인가?

만약 배신하면 머리를 반복해서 파괴한다고?’

부르르르르-!

신뢰를 배신하면 바로 머리를 조여 파괴하는 제약을 보자 당장에라도 내동댕이치고 싶었으나, 옥황상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죽거리는 말이 들려온다.

“신뢰의 준수가 법술을 강화하는 제약이다.

내가 과거 너에게 금고아를 씌우면서 했던 가장 큰 후회는 절망하지 말라고 신계에 큰 공을 새우면 자동으로 해제하는 조건을 달았다는 점이었다.

설마 그걸 벗으려고 과거 동료이자 의형제였던 행성신을 전부 쓸어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번 금고아의 해제조건은 오직 신황이 되는 것밖에 없다.”

“!!!”

손오공은 해제조건이 신황이라는 말에 들어 올리던 금고아를 놓칠 뻔했다.

‘신황이 말이 쉽지 수많은 신왕 중에서도 기적과 같은 확률로 나올 정도라고 한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보여주는 권능과 창조력을 생각하면 과연 누가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경지다.’

옥황상제는 양손으로 금고아를 들어 올리다가 얼굴 앞에서 멈춘 손오공을 보면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한다.

“신황은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영겁의 세월을 꾸준히 수련해야 도달할 수 있다.

경망스럽고 싫증을 잘 내는 너는 절대 무리다.

그러니 법술의 금고아는 네가 쓰지 말고, 이랑진군에게 양보해라.

항상 천계를 지켜온 저 아이라면 계약을 어기지 않고서 언제인가는 신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법술 금고아는 구속구가 아니라 영광스러운 왕관이 될 것이다.”

“….”

이랑진군은 옥황상제의 말에 오른쪽 무릎을 꿇으면서 외쳤다.

“충(忠)-! 부디 맡겨주십시오.”

이랑진군의 짧지만 단호한 대답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는 기백이 느껴졌다.

그리고, 옥황상제의 말대로 손오공은 뛰어난 재능으로 너무나 쉽게 지금의 경지에 올랐는데 아무리 수련을 해도 더는 강해지지 않아서 지쳐가고 있었다.

‘과연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주신인 신왕에서 발전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그 위인 창조신인 신황이라니?

과연 내가 도달할 수 있을까?’

신도 인간처럼 태어날 때부터 재능 한계가 부여된다.

‘인간은 환생이라는 잠재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가 있지만, 영원히 사는 신은 고정되어있기에 고위 경지에 올라갈수록 성장은 더욱 늦어지다가 아예 멈추어버린다.’

수십 년 만에 주신이 된 뛰어난 신족이라 할지라도 수억 년이 지나도 신황이 못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나의 급속한 성장은 주신에서 멈추었다.

신계의 성장 도움을 받아도 조금씩밖에 늘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신이 나의 그릇의 한계인 모양이다.’

이런 상황이니 신황이 되지 못하면 못 벗는 금고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금제였다.

스르르르-!

팔에서 힘이 빠지면서 천천히 땅으로 내려지는 금고아를 본 옥황상제는 눈을 감으면서 말했다.

“손오공은 포기했다.

이제 중화신족의 개조행성의 신왕 도전자는 이랑진군이다.

절대로 패배하지 않겠다는 계약의 증거로 법술 금고아를 쓰고서 도전하라.

그럼 중화신족은 모든 것을 너에게 주겠다.”

“충(忠)-! 명을 받들겠나이다.”

이랑진군을 일어서서 넋이 나간 표정이 된 손오공에게 접근한다.

거의 땅에 내려놓을 듯이 떨어진 금고아를 회수하려는 순간 시간이 정지했다.

구구구구구구구궁-!

의지가 꺾인 손오공의 머리에 벼락과 같은 의지가 울린다.

“세계가 약하니 개체도 나약한가?

투신의 원형 중 하나인 손오공이면서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구나.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

나를 너무 바쁘게 하는구나.”“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

손오공은 이미 한번 들었던 의지였기에 시간이 멈추어버린 주변을 돌아볼 여력도 없이 그대로 엎드려 절한다.

그 앞에 영광의 의자에 앉아서 황금 연기로 휘감긴 모습을 투영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실로 귀찮다는 듯이 말한다.

“신뢰를 강제하는 법술 금고아 따위를 도대체 왜 두려워하느냐?

써주거라.

그걸로 중화신족의 모든 지원을 얻을 수 있다면 싼 대가이다.”

“저는 천계에서 중요시하는 이랑진군과는 다릅니다!

저걸 쓰면 어떤 더러운 짓을 해야 할지 모릅니다.

실제로 저걸 벗기 위해서 전 제 의형제와 부하들을 영구봉인시켜야 했습니다.”

인간들이 서유기로 미화된 지독한 행성신 토벌전을 생각한 손오공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한다.

“중화신족이 저를 믿지 못하는 것처럼 저 역시 저들을 믿을 수 없나이다.”

그 말에 투신의 원형인 손오공을 강화하기 위해서 부여되는 필수적인 시련을 떠올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웃으면서 금고아를 쳐다보았다.

“후후. 겨우 머리를 조이는 제어인데도 말이냐?

신체를 녹이고, 신령을 말소시켜버리는 카르마의 부정에 비하면 애들 장난감이구나.

그런데도 그렇게 무섭단 말이지?

지금의 너를 황금착각이 보면 기겁하겠군.

참으로 우스워.

후후후후후후-!”

“….”

차원창세신 코아의 비웃음 소리를 들으면서도 손오공은 꼼짝할 수가 없다.

지금 상황은 금고아에게 아픈 경험이 있는 손오공에게 최악이었다.

‘법술 금고아는 아무리 보아도 옥황만이 아니라 삼황오제(三皇五帝)까지 개입했다.

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물건이니 이걸 쓰면 난 확실히 자유를 빼앗긴다.

쓰지 않는다면 지금처럼 감시를 받는 삶을 이어가겠지.

이것 또한 선택의 순간이다.’

어떻게든 가지고 싶으나 신뢰의 제약이 무서운 손오공은 괴로워한다.

시간이 정지된 공간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목소리는 잔잔하게 흘러간다.

이미 거의 포기한 손오공에게 장난스러운 음성으로 들렸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아무리 신계의 보물이지만, 구속구치고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신격도 높구나.

법술 금고아는 너의 생각대로 거기 있는 삼황오제(三皇五帝)와 옥황이 힘을 합쳐 만든 신기가 맞다.

그리고, 내가 완성을 시켜 주었지.

각 신족들이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절망하기에 내려준 초월 신기중 하나다.”

“그…그렇습니까?”

법술 금고아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손오공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아직도 모르겠느냐?

언제부터 옥황이 너를 그렇게 걱정해주더냐?

신계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 넌 영원히 신황이 될 수 없으니 포기하고 충성을 바치는 조카에게 금고아를 양보하라니?

중화신족은 가족과 형제 간에 참으로 우애가 깊었구나.

감동적이야.”

“!?”

그 말에 벼락을 맞은 표정을 지은 손오공은 막 손에서 떨어지려는 금고아를 꽉 움켜쥐었다.

너무 끔찍한 기억이 있는 금고아이기에 긴장하여 놓쳤던 미심쩍은 부분들이 모두 새롭게 다가왔다.

‘신황님의 말씀대로다.

이건 법술만 강화하는 금고아가 아니다.

천계 그 자체가 담겨있다.

천계의 지원을 모두 사용자에게 집중시키는 기능까지 가진다!’

법술 금고아는 옥황상제와 삼황오제가 개조행성의 신왕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그동안 침묵하면서 어렵게 만들어낸 비장의 신기였다.

‘이걸 쓰는 존재는 중화신족의 신왕이 되어서 모든 권능과 신력을 발휘할 수 있다.

왕관처럼 보이는 그대로 이건 중화신족 신왕의 상징이다.’

새로운 사실을 파악한 손오공은 법술 금고아를 꽉 움켜쥐었다.

“후후후후후후-! 이제 알겠느냐?

법술 금고아는 초월 신기로서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을 모실 직속 신왕의 증거가 될 것이다.

물론 개조행성의 신왕이 된 이후의 일이고, 일족을 배신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강제력도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성능에 비교하면 그 정도 제약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손오공에게 열망이 끌어 오른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성장을 단숨에 끌어올리고, 겨우 칠십이 개에 불과한 법술을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중화신족의 왕관이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아! 다시 말하지만 네가 옥황이나 삼황오제(三皇五帝)보다 강해져도 자력으로는 벗을 수 없다.

오직 신황이 되어야만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다.

이제 선택은 너의 몫이나 조언을 하자면 신황은 투신의 원형 중 하나인 너에게 쉬운 일이다.

내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니 올바른 길로 가거라.”

장래 신황이 될 수 있다는 보장을 받은 손오공은 떨리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감…감사합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이시여.

반드시 이 은혜를 갚겠나이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기대와 호의를 받아본 손오공에게는 감격하여 진심으로 한 말이다.

그 모습과 말에서 진리에게 차원의 마도서를 받은 과거의 자신을 느낀 차원창세신 코아는 간단하게 대답해주었다.

‘누구보다 강해져서 신황이 되어라.

그게 보답이다.

너는 할 수 있다.’

‘옛!’

파-! 스르르르르-!

중화신족의 왕관이기도 한 법술 금고아를 양손으로 다시 움켜쥔 손오공의 힘찬 대답과 함께 시간이 흐른다.

그리고, 전신에서 가공할만한 투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손오공!?”

“으음? 우와-!”

접근하려던 이랑진군을 뒤로 날려버릴 정도로 강대한 투기였다.

투하-! 파아아-!

주변 투신들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천천히 다시 법술 금고아를 써가는 손오공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말한다.

“나는 항상 금고아를 쓰고서 했던 모든 일을 후회했소.

그때는 머리를 조이는 고통을 이길 수가 없어서 벗을 수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었지.

그래서 의형제를 배신하고 동료를 처단했소이다.”

가늘게 떨리는 눈초리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벗은 이후에도 그 기억이 나를 괴롭혔소.

그래서 나는 천계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오.

텅텅 빈 군부는 내 마음이었소이다.”

옥황상제는 서서히 손오공의 머리에 올려지는 금고아 왕관을 보면서 너무나 당황했다.

이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사태였다.

‘이게 어떻게?

손오공이 저걸 바로 쓸 생각을 할 수 있지?

설마 기능을 전부 파악했나?

그럴 리가 없다.

저건 평범한 보물이 아니라 신황 차원창세신님의 권능까지 담긴 초월 신기다.

내가 저걸 얻으려고 얼마나 사정했으며 받은 뒤에 분석해도 불가능했는데 저렇게 쉽게 파악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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