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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은 보물을 훔쳐먹은 이후에 천궁을 박살 내고 도주했다가, 이랑진군에게 잡혀 왔다.
분노한 옥황상제는 바로 모든 물질을 녹이는 태상노군의 화로에 넣어서 완전히 소멸시키려 했다가 위기에 완전히 드러난 손오공의 신령을 보고 동생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비록 행성의 정기와 아버지의 신체 사이에서는 태어났으나 손오공의 신령은 분명 내 동생이었다.
아버지를 배신한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동생까지 없앨 수 없지.’
그렇게 생각하고 봐주기 위해서 오행산에 봉인만 했는데 참으로 후회막급이었다.
‘저 신체는 누가 뭐라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과 같은 반고의 혈족이다.’
손오공은 원숭이 행성신이 아닌 옥황상제와 거의 똑같은 얼굴을 가진 신체로 뻔뻔스럽게 요구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내 자리를 다시 찾아야겠소.
힘이나 출신으로 보면 옥황상제 다음이 바로 내가 아니오?
그러니 천계의 지원을 나에게 집중시켜 주시오.
그럼 그 철 인형을 어떻게든 돌파해 보이겠소.”
“뭐! 뭐야? 네 이놈 손오공!
신황님의 말씀을 못 들었느냐?
이번에 실패하면 모두 끝장이다.”
육도윤회(六道輪廻) 투기장에 대해서 정보가 공개되었는데 들어간다면 대부분 신족이 소멸한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 행성의 일만 배가 넘는 개조행성의 가치를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투신을 보내야 한다.’
손오공의 도둑질과 속임수, 반역으로 얼룩진 과거 행적을 생각하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너의 삶은 어디에도 신뢰할 수 있는 구석이 조금도 없다.
내가 천계에 봉사할 기회를 몇 번이나 주었어도 자기 이익과 감정을 우선하면서 망쳤지.
그런데 너만을 전적으로 지원하라고?
도대체 어떻게 믿으란 소리냐?”
주변의 천장들이 모두 동의하는데 손오공은 강하게 나왔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살기와 투기에 아직도 비틀거리는 천장들을 흩어보면서 말한다.
“어허-! 이 꼴들을 보시오.
나 아니면 누가 가능성이 있소?”
“과거처럼 천계의 전력만 털어먹고, 행성으로 도망갈 생각이 아니겠지?”
처음 손오공이 신계에 임관했을 때 벌였던 짓을 생각한 옥황상제는 치를 떨면서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중화신족의 도움을 받아서 정문의 철 인형을 돌파하고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면 행성신만 챙기려는 수작이 아니더냐?
과거에도 네가 그 짓을 해서 천계가 휘청거린 사실을 잊었느냐?”
손오공이 훔친 천계의 비밀정보를 행성신에게 전부 공개해서 엄청나게 고생을 했던 기억이 생생한 옥황상제는 목에서 핏대가 오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손오공을 씁쓸한 표정으로 부정했다.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오.
내가 직접 영구봉인에 잡아넣은 행성신들이 나를 믿겠소?
이제 나는 천계의 편에 설 수밖에 없소.
그런 나를 이렇게 의심하니 천계를 위해 나선 이 도전자 손오공은 무척 기분이 나쁘오.
이러니 병력조차 없지 않소.”
손오공은 슬픈 얼굴을 했지만, 옥황상제는 속지 않았다.
“내가 천사들이라도 가르쳐서 채우라고 권유했더니 그건 귀찮다고 대답한 게 어디의 누구냐?
텅 빈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에서 빈둥거리던 네가 무슨 헛소리냐?
힘든 일만 하면서 아무 불평이 없는 네 조카의 발톱만큼이라도 천계에 도움이 되고 나서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해라.
그리고, 네놈이 부순 천궁의 복구예산을 몽땅 내가 냈다!
내가 형이라는 사실을 알고서 배 째고 안 물어냈지?
이 쳐죽일 동생 놈아! 그것부터 갚아라!”
손오공이 누가 보아도 반고의 혈족인 완전한 신족으로 돌아왔으니 동생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이제 황족으로서 의무와 보상을 강요하는데 역시 만만치가 않았다.
“천장에 불과한 내가 정기가 어디 있소?
아픈 과거는 빨리 잊고 다 큰동생에게 이놈 저놈 하지 맙시다.
항렬로 따지면 얼마 차이도 나지 않소?”
“그래서 덤비겠다고?
해보자! 이놈아!”
티격태격하는 손오공과 옥황상제는 형제가 아니라고 부인하기에는 너무나 닮아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중화신족의 고대신들은 잠시 고개를 젓다가 말렸다.
“옥황. 그만하시오.
일단 앞일부터 이야기합시다.”
“신황님의 분노가 크시니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합니다.”
“그래요. 더는 망설일 수가 없군요.”
일족의 신왕으로도 무시할 수 없는 삼황(三皇)의 발언에 옥황상제도 분기를 누르고서 이야기했다.
“일단 육마왕부터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로 불러들여.
그들과 행성신으로 선조신님들을 돌파해라.”
“그들에게 금고아는 절대 씌울 수 없소.”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저렇게 험악하게 나온 이상 도전자는 더욱 기세등등할 수밖에 없었다.
옥황상제는 어이가 없어서 더욱 목소리를 높인다.
“이 망할 동생놈아-! 지금도 벅찬데 신력까지 얻을 그 괴물들을 어떻게 통제하려느냐?
아니군!
중앙신계가 다시 생긴 이상 이제 나 혼자서 고민할 필요는 없다.
만약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에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 네놈을 잡은 것처럼 중앙신계에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영구봉인감옥에 전부 처넣겠다.
물론 연대책임이자 지휘책임을 물어서 수장인 너도 함께다.”
“그…그건 좀 곤란한데요.”
과거에 창조신계에서 파견을 나온 창조신에게 엉망으로 당한 기억이 난 손오공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성질이 괄괄한 육마왕들이 천계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할 리가 없어 보인 것이다.
이래서는 결말이 안 날 것 같자 삼황(三皇)이 다시 나서서 조율한다.
“육마왕들은 제천대성부에 들여서 천계의 지원을 받게 하되 지금은 내부에는 들어올 수 없소.”
“손오공이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면 허락하는 것으로 합시다.”
“그건 좋습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에 손오공이 반색하면서 반겼는데 삼황(三皇)의 삼엄한 눈빛이 손오공에 향한다.
“그대는 개조행성의 신왕이 될 자신은 있는가?”
“실패하면 신력의 일 할을 잃고, 복구할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동안 신왕이 된 다른 신족은 앞서나가겠지요.”
중화신족의 개척기를 담당한 삼황(三皇)의 말은 옥황상제와는 또 다른 무게가 있었다.
그들은 엄한 음성으로 손오공에게 말한다.
“이번에 개조행성의 신왕을 배출할 신족이 앞으로 세계를 관리한다.”
“그대의 손에 중화신족의 미래가 걸렸다.”
“과연 일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바쳐서 싸울 각오는 되어있나요?”
“….”
손오공의 표정은 심각하게 굳어졌다.
‘설마 이런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다.
행성신으로 대부분 살았던 내가 천계를 위해 희생할 생각이 당연히 있을 리가 없지.’
거짓을 이야기하면 삼황(三皇) 정도의 고위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서 곤란 해하는데 이랑진군이 나서서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이 돌 원숭이가 못하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중화신족을 위해서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승리하여 개조행성의 관리권을 가져오겠습니다!”
누가 보아도 믿음직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진심임을 파악한 삼황과 옥황상제는 지극히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분위기가 이랑진군으로 몰려가자 대답을 망설이던 손오공은 눈을 찔끔 감으면서 말했다.
“수많은 약속보다 하나의 행동이 더 명확하겠지.
나는 금고아를 다시 쓰겠소이다.”
“!!!”
“!!!”
금고아가 어떤 물건이며 손오공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아는 모두가 경악한다.
그리고, 손오공은 불타오르는 시선으로 이랑진군을 쳐다보면서 말한다.
“네가 나 대신 금고아를 하겠다면 도전자를 양보하겠다.
어떻게 할 테냐? 조카?”
“….”
손오공 같은 독종조차 굴복시킨 금고아의 위력을 잘 아는 이랑진군은 대답할 할 수가 없었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옥황상제가 금고아를 꺼내 든 것이다.
손오공은 금고아를 누구보다 두려워했다.
하지만, 행성신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신족이 된 지금은 마음대로 벗을 자신이 있었기에 쓰겠다고 자청한 것이다.
‘지금 난 신족이다.
조금만 더 강해지면 옥황의 신격을 능가하니 그가 만든 금고아의 제어 따위는 쉽다.
어떤 신기도 제작자보다 상위 존재를 구속할 수는 없지.’
더구나 육도윤회(六道輪廻)의 투기장에서 승리자가 되면 다른 도전자들의 신력과 권능 일 할을 받아서 승급은 확정이다.
당연히 옥황상제보다 강해지는 것이다.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면 바로 금고아를 벗을 수 있으니 아무런 손해가 없지.’
그렇게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손오공에게 어쩔 수 없이 행성신을 배신하게 한 끔찍한 구속구인 금고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이상하게 모양이 화려하면서 반짝거렸다.
‘뭐? 뭐야?’
보석까지 장식이 되어있는 모습이 아무리 보아도 단순한 금테가 아니라 왕관 같은 모양이었다.
번쩍-! 번쩍-! 번쩍-!
거기에 바닥을 알 수 없는 신력과 신격이 느껴졌다.
오싹-! 오싹-!
바라보기만 해도 소름이 밀려오는 것이 심상치 않은 금고아였다.
드디어 걸렸다는 회심의 표정을 하고있는 옥황상제에게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묻는다.
“형님. 금고아의 모양과 성능이 조금 이상….”
“어이구! 동생! 그래서 안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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