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갓 오브 서바이버-1761화 (1,671/2,000)

34권 35권

도전자들이 미우나 고우나 일단은 자기가 지배하는 일족의 투신이다.

개조행성의 신왕이 되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고, 투자하면 두 배로 수익을 돌려주는데 망설일 필요가 없어진 신왕들이었다.

그래서 선조신들에게 한걸음에 달려가서 고개부터 깊숙이 숙였다.

“그때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얼마든지 분을 풀어도 좋으니 부디 도전자를 도와주십시오.”

“….”

신왕들은 대부분 과거에 정기를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부친을 배신한 직계들이다.

선조신들은 당장 씹어 삼키고 싶었으나, 영악하게도 모두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사죄하자 그럴 수가 없었다.

거인신이 살기에는 기존의 행성이 너무 작아서 개조행성의 거주권이 필요한데 바로 옆에 신왕이 될지 모르는 도전자가 있는 것이다.

‘일족의 신왕을 바로 앞에서 먹어치웠다가는 개조행성에서는 발도 못 붙일 판국이다.’

‘이놈의 자식들이 단체로 몰려와?’

‘한 놈이라도 치면 동시에 덤비겠다는 뜻이겠지?’

의도가 환히 보였기에 사죄의 증거라고 바리바리 싸서 들고 온 신기와 보물로 분을 삭이면서 중앙신계를 쳐다본다.

어떤 징조나 전언도 없었지만, 의도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신황이시여. 여기서 용서하란 뜻입니까?’

자신들을 부활시켜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의 하강과 공격을 금지했다.

그리고, 활동영역을 세계수 줄기로만 한정한 의미가 전면적인 복수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내심을 읽지 못할 거인신들은 없었다.

‘신황님들에게는 지성체나 신족의 숫자가 전부이지.’

‘늘어나기만하면 간섭하지 않으신다.’

개조행성에서 자신들만의 세력권을 구축하는 방안을 상의하고 있던 거인신들은 신왕이 될 도전자 투신들에게 통 큰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좋아!

과거는 잊어주겠다.”

“반드시 승리하라.”

“감사합니다!

선조신들이여!”

그렇게 신왕들이 직접 사죄하여 선조신들과 가졌던 과거의 원한이 봉합되고, 도전자들은 당당하게 신계의 정문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기 위한 일족의 정예들이 잔뜩 붙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일족의 도전자들이 통과하는 와중에 유일하게 투기를 일으키면서 대치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었다.

본신인 돌원숭이 괴수 모습을 드러낸 손오공과 중화신족의 선조신인 반고였다.

손오공보다 거대하여 내려다보는 반고가 이제는 딱한 눈빛을 하면서 묻는다.

“휴우-! 중화신족의 도전자 돌 원숭이 손오공.

아직도 빈손이냐?

거기에 이번에는 너 혼자냐?

육마왕이라는 의형제는 어떻게 했냐?”

“….”

손오공은 육마왕에게 두 번이나 도움을 받아서 거인신들의 저지를 뚫고서 중앙신계의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힘을 합친 칠마왕이 사자왕의 기계신체를 이기지 못해 갈가리 찢겨서 대륙에 뿌려지는 치욕을 당해버렸다.

신계의 지원으로 먼저 회복한 손오공은 더는 의형제들에게 도와달라고 할 염치가 없어서 홀로 도전한 것이다.

붕붕붕붕-!

이제 본선의 상태로도 쓸 수 있게 된 여의봉을 회전시키면서 반고를 노린다.

자신의 일족 도전자는 신왕의 사죄와 보물을 받고서 통과시켜준 거인신들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둘의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거참! 이렇게 되면 너와 나만 우습게 되었다.”

“젠장! 그럼 비켜!”

반고는 이제 혼자만 일족의 도전자를 막게 되었으니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금 정기를 많이 먹는다고 아비를 이 꼴로 만들어버린 옥황 녀석은 여전하구나.

사죄하기가 그렇게 힘들더냐?

신왕의 체면이 일족의 운명보다 우선 한다는 뜻이겠지.”

지독하게 이기적이고, 판단력이 재빨랐던 자신의 직계를 떠올린 반고의 눈빛은 흉흉해지면서 돌도끼를 움켜쥐면서 외친다.

“그럴수는 없지!

상관없다!

중화신족의 도전자는 절대로 통과하지 못한다.”

위이이이이잉-! 붕붕붕붕붕-!

풍차처럼 휘둘러지는 돌도끼와 손에서 원을 그리면서 여의봉이 서로 교차하면서 공방을 주고받는다.

거대화된 신기에 실린 막대한 물리력을 알기에 서로 충돌을 피하면서 본신만을 노린다.

과르르르르릉-! 우르르르르릉-!

서로 아슬아슬하게 회피하면서 맹공을 교환한 반고는 은은한 놀람을 피어 올렸다.

‘벌써 우주에 적응했나?

대단한 행성신이로군.’

손오공이 처음에 보였던 우주에서 허둥대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신족처럼 능수능란하게 권능까지 활용하면서 주변 우주를 날고 있었다.

줄기에 연연하지 않고 우주 공간에 우뚝 선 손오공의 본신을 본 반고는 자신도 우주 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물리적인 발판이 없어도 되는가?

행성신 괴수 주제에 우주에서 꽤 하는구나.”

“퉤-! 자꾸 괴수라고 낙인을 찍지 마라.

나야말로 천계와 하늘을 떨게 한 제천(齊天)…순천대성(順天大聖) 손오공이다!

천계 오대군부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를 통괄하는 수장이며 투전승불(鬪戰勝佛)이라는 정식 신명도 있다.

그러니 나도 신족이란 말이다!”

분명히 돌도끼는 피했지만, 여파로 내상을 입은 손오공의 본선이 피가 섞인 침을 뱉는다.

이제 거인족처럼 피와 근육으로 이루어진 완성도 높은 거대 신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가슴 부근에 여의봉이 스친 자국이 그어진 반고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서 혼잣말을 했다.

“그런가?

행성신이 스스로 신족으로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거기에 오대 신장까지 올라갔어?

그게 가능했던 일었던가?”

행성신이라면 마구 죽이기만 하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 반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쿡쿡쿡쿡! 그랬었지.

전투력이 약한 녀석이라서 계략을 잘 사용하고, 적을 회유해서 써먹기는 했다.

그래도 모자라서 직계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는데 앞장서서 내 뒤통수를 치고 신왕이 될 줄은 몰랐었어.”

아무리 보아도 영웅신급의 행성신을 이렇게 회유해서 써먹다니 놀랄 지경이었다.

그러나, 곧 담담하게 말한다.

“신족으로 전향하고 아무리 고위직이 되어도 네가 행성신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여기를 통과하여 중앙신계의 투기장에 도착하면 다른 신족 출신의 집중공격을 받게 된다.

그렇게 되면 네가 개조행성의 신왕이 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겠지?

어리석지는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발악을 하지?”

“큭-!”

지독하기 짝이 없는 현실의 강조에 손오공의 본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집중견제를 받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도전자 명단을 바꾸려고 왔는데 열이 받아서 깜빡해버린 것이다.

반고는 딱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너는 두 번이나 중앙신계의 정문에 도착했다.

그 정도면 잘했다.

어차피 혼자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임무였으니 누구도 너에게 뭐라고 할 수 없다.”

거인신들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자 반고의 뒤로 정렬을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의 신기를 꺼내서 공간을 내려찍는 것으로 의지를 대변한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쿵-!

“돌아가거라.

행성신은 통과시켜 줄 수 없다.”

거인신들이 대열을 갖추자 손오공을 이를 악물었다.

으드드득-!

상황은 최악이었다.

‘육마왕의 도움을 받아서 힘을 합치면 거인신들을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와중에 막대한 신력을 사용하여 사자왕의 기계신체에 제대로 대항을 하지 못한다.

이대로는 다시 반복할 뿐이다.’

중앙 신계의 정문에 도착하는 다른 도전자들을 쳐다보는 손오공의 눈에서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이이-! 일족의 지원을 받은 저들은 너무나 쉽게 통과한다.

같은 도전자인 저것들은 꽃길인데 왜 나만 가시밭길이다.’

분을 못 이겨서 부들거리는 손오공은 여의봉을 꽉 움켜쥐고서 전투태세를 갖춘다.

처음에는 도전자 명단을 바꾸러 갔다가 흠집도 못 내고 져버린 철 인형에게 본때를 보일 생각으로 가득 차서 다시 올라왔는데 또 차별을 받으니 눈이 뒤집힌 것이다.

“크아아아아아-!”

괴성을 지르면서 돌격하려는데 익숙한 존재감이 뒤에서 느껴진다.

우우우우우우우웅-!

그것은 강대하기 짝이 없는 신력들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천계의 투신들이 몰려오는 중이었다.

구구구구구궁! 구구구구구궁!

신기로 완전무장한 천계의 군대는 줄기 전부를 뒤덮으면서 상승한다.

선두에 선 투신에게 병렬신력연결를 실시하고 있는지 가장 앞선 투신에게 무시무시한 투기가 느껴졌다.

수만이 넘는 하위투신의 신력과 권능을 지원받은 주신 이상의 투신을 본 거인신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것들은 또 뭐야?”

“한판 해보자 이거냐?”

“중화신족은 참 무모하기 짝이 없군.”

칠마왕의 통합 권능에 돌파를 허용했지만 어디까지나 거대한 행성신의 물리력 때문이다.

일반 신족이 아무리 수가 많아도 거인신의 거체를 이겨내기는 힘들었다.

반고는 드디어 중화신족이 확실한 반응을 보이자 오히려 기뻐했다.

다른 선조신처럼 사과는 선물을 받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억울했기 때문이다.

“오냐! 덤벼라!

원하는 대로 싸워주마.”

반고의 관심이 천계 군대로 향하자 맨 선두에 선 투신을 본 손오공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이랑진군이군.

그래 네가 나설 줄 알았다.

이런 기회는 원래 너의 것이었지.”

과거 자신을 한번 이겼던 옥황상제의 가문의 강대한 반신이 드디어 나선 것이다.

완전무장한 이랑진군의 온몸이 진동하면서 커진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드드득-!

행성신처럼 거대한 본신을 불러낸 이랑진군은 괴수가 되지 않았다.

돌원숭이 괴수인 손오공보다 더욱 커다란 모습이 되면서도 완벽하게 전신 갑옷까지 확대한다.

반고에게 지지 않을 정도의 크기인 거인신이 되어서 이마의 세 번째 눈을 빛내면서 외친다.

“천계의 지배자이자 위대한 신왕이신 옥황상제께서는 도전자의 교체를 바라는 투전승불(鬪戰勝佛)의 뜻을 받아들이셨다.

물러서라. 손오공.

이제부터 내가 도전하겠다.”

손오공은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가 신족이 벌벌 떨던 벌레 괴물들을 몰살시킨 영상을 공개했던 때부터 이 사태를 예상했었다.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힘이라면 개발을 완료한 개조행성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

그런 좋은 기회를 내게 줄 리가 없다.’

그러나, 자신만이 아니라 의형제에게까지 수치를 안겨준 사자왕이라는 철 인형에게 복수하기 전에는 쉽게 물러날 수 없었다.

여의봉으로 천계의 군대를 가리키면서 외친다.

“옥황상제가 이미 보고된 도전자 명단을 바꿀 수 없다고 해서 내가 신황님을 직접 뵙고 교체한다고 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누구의 마음대로 바꾸었나?

그리고, 나는 결판을 볼 상대가 정문에 있다.

그러니 너야말로 물러서라. 이랑!”

“철없는 돌 원숭이! 이건 네가 잘하는 도둑질과 분탕질하고는 차원이 다른 중대한 일이다!”

다른 일족의 부하가 될지 모르는 힘든 결심을 하고, 모처럼 거대화까지 했는데 손오공이 막아서자 분노의 기색을 숨기지 못한 이랑진군이었다.

그도 역시 거대화시킨 신창을 겨눈다.

“너는 이미 몇 번이나 실패하면서 천계에게 수치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아직도 주제 파악을 못 하나?

자기 군부도 못 채우면서 더 높은 신왕을 욕심내는 것은 아니겠지?”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비난이었기에 귀를 후비면서 대답한다.

“너도 옥황의 사죄문과 뇌물은 가져오지 못했구나.

그리고, 휘하 병력만 허락받았나?

행성신 출신인 나는 그렇다 치고, 아무리 절반이지만 자기 조카인데 지독하군.

넌 나보다 딱 절반 정도 낫구나.”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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