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잠시 후 사자왕의 더욱 커다란 음성이 쩌렁쩌렁한 음성이 울린다.
“밟아도 뿌리 뻗는 잡초들이 감히 나의 구세주의 길을 막아?
이번에는 사지 멀쩡하게 안 보낸다.”
“누가 잡초냐?”
바로 격돌하는 굉음이 울리는데 그것은 금속과 돌이 으깨지는 소리였다.
따따따따땅! 우지지지직!
그런데 사자왕의 기계신체에는 칠마왕의 어떤 공격도 무용지물이었다.
“제길! 또 부딪치자마자 무기만 박살이 나나?”
“뭐가 이렇게 단단해?”
“권능도 안 통해!”
“반드시 상처라도 낸다.”
시끄러워지자 소음을 막아버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의자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면서 중얼거렸다.
“진짜 내가 이렇게 구태의연하고 치사한 방법을 안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군.”
심각한 얼굴이 된 그는 행성 전체를 대도시를 확인하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따아아아악!
가벼운 소리가 울리는데 천사들에게는 천둥소리처럼 울렸다.
‘뭐…뭐가 벌어질까요?’
‘아! 제발 홍수만은 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불벼락도 싫어.’
대홍수를 경험했던 고대 영웅들에게 가장 두려웠던 천벌들을 하나둘 생각하는데 그들의 눈에 그들의 눈에 이상한 숫자들이 보인다.
행성을 비추는 화면에 보이는 인류의 머리 위에 모두 빛나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저건 뭐지?’
‘신계 주신님께서 하신 일인가?’
거리를 돌아다니던 사람들도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각자의 머리를 쳐다보면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파란빛의 숫자는 칠십오억의 숫자에서 계속 변동하고 있는데 그 앞에 빨간빛의 숫자는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빨간빛의 숫자가 똑같은 번호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순간 천사들은 온몸을 와들와들 떨었다.
‘설마? 설마?’
단순한 숫자였지만, 그들의 뇌리에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결론이 나온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 인류에게 새로운 시스템이 잘 적용된 사실을 확인하고서 선언했다.
“모든 행성 인류에게 능력평가를 시행해서 등수를 매겼다.
너희의 머리 위에 있는 파란 숫자는 전체 인구 숫자이고, 빨간 숫자는 너희의 서열이다.
객관성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인간의 지력과 체력, 근력을 측정해서 만든 서열이니 말이다.”
이제까지의 변화가 자신과는 상관이 없어서 무감각해진 행성 인류에게 날벼락과 같은 선고였다.
특히 서열이 낫은 인류의 표정은 혼이 나갈 지경으로 창백해졌다.
“!!!”
“!!!”
인류와 천사만이 아니라 행성신과 신족까지 창백해져서 오랜 전투를 멈추고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말투로 설명을 이어간다.
“겨우 세계수조차 하나 못 오르고 중앙신계에 도착하지 못하는 너희에게 실망했다.
내가 모시는 분은 강자에게 영광을 주시고, 약자에게 기회를 주신다.
그러나, 세계에 도움이 안 되는 강자와 노력하지 않는 약자에게는 공평한 처벌을 내리신다.
그것은 영원한 심판으로서 그 내용은 지성체는 모르는 것이 좋겠지.
앞으로 인류는 상위 서열을 가진 강자만이 대우받을 것이다.
십만 분의 일 이상의 상위 서열이라면 안심해도 좋다.
그들은 용자동맹이 지킬 것이다.’
거대한 행성신을 압도하는 용자동맹의 기계신의 가호가 내려진다는 뜻이었다.
등수가 그 안에 들어간 인류는 환호하나 들어가지 않은 대부분 사람의 안색은 새까맣게 변해간다.
직접 말은 안 하지만, 그 이하 서열은 방치와 심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나는 관대하니 약자에게 기회를 주겠다.”
가볍게 손바닥을 행성을 향해 뿌리자 황금빛의 코인이 생성되어 비처럼 쏟아진다.
“인구가 칠십오억이니 구원받을 수 있는 코인을 일만분의 일인 칠십 오만 만개를 주겠다.
이것은 구원의 증표이니 강자가 아닌 노력하는 약자만이 얻을 것이다.”
세계수와 바다에 뿌려진 황금빛 코인이 번쩍인다.
환한 낮인데도 어디서나 보이는 머리 위의 서열과 구원 코인의 존재는 모든 인류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행성 인류와 정신체 모두에게 나직하게 묻는다.
“이래도 안 오를 것이냐?
언제쯤 나는 인류와 신의 대표를 볼 수 있는가?
나를 더 기다리게 하면 내가 겪었던 영원한 심판을 모든 존재가 경험하게 될 것이다.”
최종경고에 인류와 신족의 양상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등수를 숨길 수 없는 인류는 경악해서 이 조치를 성토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등급이 워낙 낮아서 발언권이 점점 사라졌다.
상위 등수인 부하가 하위 등수인 상사에게 대놓고 덤비는 일이 만연하는 가운데 흩어져서 각자 이익을 추구하던 인류의 지도층은 다시 모였다.
그리고, 만장일치로 세계수 등반을 위한 인류군의 창설을 지시했다.
대부분 정치가의 등수가 낮아서 칠십오만 위에 들어가지 못한 점이 결정적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원 코인을 확보하라.”
“그것은 인류의 공동자산이다.”
상위 등수를 가진 인류는 모두 천재로 인정받는 과학자나 운동선수였기에 모두가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있었다.
선물처럼 느껴지던 초능력으로 파악되던 상대의 강함과 약함이 등수로 완전히 밝혀진 셈이었나 사회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너무 차이가 나는 하위 등수와 상위 등수의 결혼이 깨어지거나, 낮은 등수의 상위자가 쫓겨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발생하는 것이다.
하위 서열에 비관하여 여기저기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무시무시한 혼란에 경악한 시작은 차원창세신 코아를 긴급호출했다.
“이…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세요?
죽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이 다르잖아요.”
여기저기서 자살하는 광경을 비추는 뉴스를 너무나 담담하게 지켜보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보고를 시작했다.
“쓸데없는 저항을 하는군요.
제가 통제하는 세계에서 적자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모든 지성체는 제게 받은 정기이상을 만들기 전까지 죽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말대로 다리에서 뛰어내린 자살자가 물을 먹으면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빌딩이나 자동차에 뛰어들어 엉망이 되어 죽었던 사람들도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면서 멀쩡하게 부활한다.
그리고, 죽음의 후유증인지 더 낮아서는 등수에 경악한다.
그렇게 시작과의 약속을 억지로 지킨 차원창세신 코아는 그녀의 머리 위의 숫자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서열 일위는 역시 시작님이십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이번 인류의 서열화 조치는 중앙 신계에 인류대표가 도착하는 순간 협의해서 풀겠습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판단한 시작은 결심했다.
“제가 도전하겠어요.”
원래 성장 한계가 없는 시작이었다.
그런데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받은 인류 최고의 재능과 초능력은 대수의 권능과 만나면서 어지간한 고위신 수준을 넘어섰다.
그리고, 이렇게 등을 떠미니 더는 버틸 수 없음을 파악한 것이다.
치원창세신 코아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한다.
“인류의 최고서열인 시작님을 위해서 모든 동맹의 용자와 영웅, 천사들이 도울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상위 서열도 따르겠지요.
이제 지성체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경험해보십시오.
창조주가 되실 때까지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
그 말대로 이미 상위 서열끼리 교류와 연합이 시작되고 있다.
그리고, 일위로 판명된 시작은 행성 인류의 관심과 환호의 대상이었다.
‘좋은 것만이 아니야.
천사들의 보호가 아니었다면 위험한 경우도 많았어.
하위 서열로부터 원망이나 질시도 많이 벌어지고 있었다.
‘능력이 전부 공개된 이상 가만히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해.
이걸 거부했다가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몰라.’
이번 서열화 조치도 차원창세신 코아가 그녀를 위해서 판을 만들어준 것이었다.
‘쓸데없는 시험과 공부만 반복하는 평범한 생활도 싫어.’
그렇게 평범에서 벗어나 그 위로 향하려는 시작이었다.
그리고, 중앙 신계의 지원까지 시작에게 직결시켜 변화를 끌어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신속하게 조치한다.
“시작님이 도전을 결심하셨다.
모든 용자는 그분의 명령을 따르라!
그리고, 저 약해빠진 인류를 진화로 이끌라!”
오오오오오오-!
그 말에 모든 용자동맹의 기계신체들이 환호하면서 행성 표면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용자왕들은 대기명령을 받았다.
왜 그런지는 오랜 경험으로 알 수 있었기에 사자왕을 타박했다.
‘그놈의 구세주 타령은 이번에는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지!
이번에도 우리가 주인공이 아니야!’
‘또 대기다!
아마 부하들이 감당하지 못할 위기상황이 아니라면 출전기회도 없겠지.’
‘이걸 어떻게 책임질 거냐?’
끈질기게 달려들던 칠마왕을 이번에는 두들겨 패서 산산조각내어 대륙에 뿌려버린 사자왕은 팔짱을 낀 채로 말한다.
‘진정한 용자는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는 거다!
그래서 신화가 되는 것이지.’
자자자자자자자장-!
의지로 전달되는 비장한 배경음악에 다른 용자왕들은 포기한 표정이 되었다.
‘아이언님이 사자왕의 능력과 기를 너무 키워주셨어.’
‘우우! 그때 어떻게든 말렸어야 했는데 이게 무슨 꼴인가?’
‘설마 이렇게 구세주 증후군이 걸릴 줄 알았나?’
용자동맹의 다른 용자들이 모두 덤벼도 지금의 사자왕을 어쩔 수가 없었다.
말릴 존재가 없어서 기고만장해진 사자왕은 이제 하늘에 오른손을 치켜들면서 외친다.
“무상의 정의야말로 용자의 진정한 진리!
그걸 관철한 용자의 삶에 어떤 후회도 없다!
용자동맹의 용자들이여!
인류를 이상향으로 인도하라!”
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바보의 억지도 이룰 능력이 있으면 이렇게 무섭다.
용자동맹의 전면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없이 무상의 정의를 관철해온 사자왕을 기억하는 용자들은 환호로서 답했다.
그런 모습에 용자왕들의 인공지능은 암담함만을 느꼈다.
‘용자에게 이상향이 무슨 소리냐?
전쟁터겠지.’
‘원래 우리 임무가 반드시 생기는 저항과 불만 세력을 규합하여 전면에서 싸우게 하는 역할이었어.’
‘테러보다 전쟁이 좋다는 의도였지.’
‘덤으로 관리영역에 저항군이 만들어질 정도로 무능하고 부패한 제국 귀족들도 처분하고 말이야.’
지금도 생생한 현세계에서 아이언에게 받은 첫 임무를 떠올린다.
수많은 제국 귀족 중에서 악명높은 군벌 귀족들의 사진이 용자왕들에게 뿌려진다.
그리고, 중앙신계 인공지능의 음성이 전달된다.
‘은하제국의 암적인 귀족들입니다.
이들의 행성에 가서 불만을 가진 시민들을 선동하여 반란을 일으키면서 완전히 정리하라는 크롬 여왕님의 분부이십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