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현세계에 떨어진 직후의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현재의 은하유성 아이언이 칠 초 만에 패배해서 소멸한 충격적인 모습을 직접 본 시즈지는 수단 방법을 가릴 생각을 버린 지 오래였다.
‘다른 유모들이 어떻게든 전력으로 협조하게 저와 크롬이 만들겠어요.
그러니까 아이언님은 수련에 집중하시면 돼요.’
‘그…그럴까요?’
이것도 크롬 여왕이 마련한 방안이기도 했다.
황금 책탑을 아이언과 같이 오르면서 각자의 권능이 강화된 그녀들은 아이언의 흥망이 얼마나 세계에 여파가 강한지 깨달았다.
‘아이언님이 소멸하면 은하계 정도가 아니라 세계가 치명적으로 뒤틀릴 정도야.
그 와중에 희생자의 수는 셀 수도 없겠지.
그러니 일반적인 도덕이나 관념을 고집해서는 안 돼.’
그래서 에메랄드 공주가 지극히 위험해지자 바로 프롬 여왕을 완전한 유모로 만들자는 계획을 크롬 여왕이 제안하고 시즈지가 추진한 것이다.
‘일단 아이언님에게 안겨서 상승효과를 겪은 프롬 여왕은 이제 유모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럼 에메랄드 공주만 남았지.’
에메랄드 공주도 아직 인간이나 아이언의 유모가 되기에 충분한 정기와 신력을 가진 몸이 된 것이다.
함대지배의 초능력이 권능으로 진화되며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한 그녀의 육체를 바라본 아이언은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프롬 여왕의 상체를 옆에 눕혔다.
아이언의 정기를 한껏 흡수한 프롬 여왕의 육체는 분석의 초능력을 권능으로 진화시키는 중이었다.
프롬 여왕이 새롭게 부활하면서 젊어졌기에 마치 자매처럼 보이는 그녀들을 본 아이언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졌다.
‘지워진 흐름에서는 원래 크롬 공주가 이 자리에 있었지.’
우주해적단을 전부 잡아들여 과거를 정리하기 위해서 무리를 했던 에메랄드 여왕을 치유하기 위해서 크롬 공주가 했던 일을 이번에는 프롬 여왕이 자청했다는 점만 달랐을 뿐이다.
다른 길을 걸었는데 비슷한 상황에 마음이 답답해져 왔다.
‘진정 흐름은 벗어날 수 없는가?
나 역시 변화를 흐름을 이기지 못하면 허신이 된다.’
차원권능으로 과거를 변화시키다가 시간의 흐름에 붙잡혀서 허신이 되어버린 존재들이 떠올린다.
‘차원권능을 절정까지 익히면 모두가 과거 변화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실패하고 사라졌지.
나 또한 약하면 그렇게 되겠지.’
프롬 여왕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 시즈지는 그녀의 신체를 풀어주었다.
원래 입고 다니던 푸른 드레스까지 만들어준 시즈지는 조심스럽게 아이언의 상태를 살피면서 말한다.
“수고하셨어요.
뒤는 저에게 맡기세요.”
“예. 그럼 저는 수련하러 갈게요.”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가 유모가 될 정도로 진화를 시켰지만, 안정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미련 없이 떠나는 아이언이었다.
시즈지는 각자의 권능의 빛에 휩싸인 프롬 여왕과 에메랄드 공주를 보면서 허공을 보면서 말했다.
“이들은 지워진 흐름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아이언님의 도움이 되기에는 우리는 아직도 너무나 부족하구나.
청춘의 환상 크롬도 그렇게 생각하니?”
그러자 마치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크롬 여왕이었다.
그녀는 빛에 휩싸인 자신의 모친과 여동생을 복잡한 시선으로 쳐다보면서 말한다.
“예. 파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저희는 더욱더 노력해야 해요.
삭월의 시즈지.”
이렇게 하자고 제안까지 한 그녀였으니 책임감을 느낀 것이다.
‘흔들려서는 안 돼.
이미 한번 있었던 일이야.’
크롬 여왕은 아이언과 하복부 신력원을 직접 접촉을 반복한 결과 현자의 재능이 깨어나면서 흐름을 읽기 시작했다.
황금 책탑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시즈지와 같이 안겨서 가는 일이 많아지니 가장 명확하게 읽은 흐름은 바로 아이언이 칠 초 만에 소멸한 흐름이었다.
아이언이 지금 소멸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너무나 잘 아니 망설임이 있을 수가 없었다.
초월자가 되었지만 아직은 지성체 시절의 감정이 많이 남아있기에 착잡한 마음으로 한껏 흐트러진 모습인 프롬 여왕을 챙긴다.
‘지금을 더 좋게 하는 데 집중을 하자.
분명히 변화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차원권능을 가진 초월자가 되어 흐름을 읽게 된 그녀에게 지금의 삶은 몇 번이나 반복하는 느낌을 주었기에 더욱 마음을 다잡았다.
‘내 감각이 맞는다면 이번이 마지막이야.
더는 세계가 견디지 못하고 초기화된다.’
이계의 회색 후보였던 청춘의 환상 크롬의 재능이 활짝 개화하여 유추한 결과에 초조해하고 있었다.
‘반드시 이 반복을 끝내야 해.’
그러니 모친과 동생을 억지로라도 아이언의 유모로 만들 생각을 하고 추진한 것이다.
그렇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은하유성 아이언으로 떨어진 오백억 년 후의 현세계가 요동친다.
그리고, 마신황제와 공멸하여 진리에 의해 구해져서 일천억 년 이전의 절대계로 보내진 원래의 아이언은 차원창세신 코아가 되어서 언제나처럼 혼자서 분투하고 있었다.
‘정신체들은 그런대로 정리되었는데 지성체들이 문제다.’
가장 수가 많은 행성 인류가 도무지 세계수에 도전할 엄두를 내지 않는 것이다.
“정기가 너무나 안 오르는군.”
동맹의 일반 기체까지 직접 하사했는데 시답지 않게 일반 기체를 몰래 분해해서 연구하려만 하지 도전하지 않는다.
덕분에 정기수준은 도착하기 직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으득! 이대로는 개선될 여지가 없다.
내가 투자한 정기가 얼마인데 아직도 이렇게 엉망이야?
겨우 이 수준으로 쓸데없는 짓이나 하면서 내 말을 무시한단 말인가?
하여간 지성체들은 좋은 말로는 안 돼.”
투자를 엄청나게 했는데 마구 하락하는 주가를 보는 심정이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이를 부득 갈았다.
“으득! 아무리 시작님 때문에 사정을 봐주고 있지만 내가 적자를 보다니?
이것들을 확 쓸어버려?
차라리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
적당한 신벌이 어디 있더라?”
이 행성에서 신들이 내렸던 신벌을 종합선물처럼 몽땅 준비하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빛을 살벌하기만 했다.
“고르지 말고 전부 써볼까?
어차피 내 마도로 절대로 안 죽지.
몇 번이나 죽음을 겪어야 이것들은 정신을 차릴까?”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천사들은 벌벌 떨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간 형태의 기계 몸으로 대전을 지키고 있던 사자왕 가이의 기계신체가 한발 앞으로 나서면서 외친다.
“오오! 위대하신 신계 주신님을 실망하게 했으니 이것은 진정한 세계의 위기이구나!
인류의 멸망이 바로 코앞입니다.
나약한 인류를 부디 용서하시고 구원의 기회를 내리소서!
지금이야말로 최강의 용자왕인 사자왕이 구세주로서 나서겠습니다.”
인류의 구세주란 단어가 메아리처럼 반복되는 동시에 웅장한 배경음악이 연주된다.
그리고, 사자왕의 주변으로 벼락이 떨어지면서 바람이 망토를 휘날린다.
다다다다다다-! 구구구궁-! 번쩍! 번쩍! 휘이이이이잉-!
이제 조명과 바람까지 동원하는 심혈을 기울인 연출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살짝 어이가 없어졌다.
“그놈의 구세주 타령은 도대체 어디서 입에 배웠느냐?”
너 원래 이렇게 막 지르는 캐릭터였냐?
원래 조금 더 심각하고 진중한 성향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서 이렇게 되었나?”
“무슨 말씀이신지?
전 원래 이랬습니다.
무상의 정의를 집행하는 용자를 강조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연출은 필요합니다.
필요하시면 저의 구세주로서의 기록을 모두 공개하겠습니다.”
뻔뻔스럽기까지 한 사자왕 가이의 인공지능의 반응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어차피 지워진 흐름일 것이니 설명은 됐다.
그런데 네가 가면 중앙 신계는 누가 지키냐?
허락도 없이 날아드는 침입자들은 쳐내야 할 것 아니야?”
선조신들을 밀어붙이고 신계 정문까지 온 칠마왕을 언급하는 말에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 그 덩치만 큰 짐승들이요?
톡톡히 맛을 보여주었으니 당분간 안 올 것입니다.
제가 구세주로서 강림해서 활동하는 동안은 이상 없습니다.”
사자왕은 거대화한 칠마왕의 본신을 신력이 포함된 빔 포와 총탄의 폭우로 갈가리 찢어버리고, 작아진 신체를 세계수 밑으로 던져버렸다.
비록 죽지는 않으나 상당한 타격을 받았기에 도전할 엄두를 낼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그러나, 차원창세신 코아의 로브에서 드러난 입술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과연 그럴까?
너는 잡초와 같은 존재들의 독기를 모르는구나.
과거와 아주 큰 차이점이로다.
어느 시대의 내가 이렇게 곱게 부하를 길렀을까?
지금의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인가 보군.
너를 찾는다.
나가봐라.”
“예?”
그 말과 동시에 은은한 굉음과 충격이 울린다.
구구궁-!
“으아아아아-! 나와라! 이 철인형 사자 머리 자식아!”
“아무것도 못 하고 패배하다니 내 생전에 이런 수치는 없었다.”
“신족보다 먼저 반드시 고철로 만들어주마!”
여전히 힘찬 칠마왕의 목소리에 잠시 침묵한 사자왕의 기계신체는 허리를 팍 숙이면서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인사를 올리면서 물러났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구세주는 다음에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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