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줄기와 연결된 중앙 신계의 정문이 열리기 시작하자 화들짝 놀란 선조신들이 필사적으로 신기를 키워서 여의봉을 깎아내리기 시작한다.
꽈꽝! 까드드드드득! 꽝! 가가가가가-!
행성신과 신족에서 최고수준의 무지막지한 힘이 충돌한다.
일백 미터의 강철의 거구라고 해도 저 앞에서는 의미가 없어 보였는데 최강의 용자왕으로서 유일하게 출전을 허락받은 사자왕 가이의 기계신체와 인공지능은 달랐다.
“흥! 정말 쓸데없는 크기로군.
좋은 표적이야.”
끼이이이잉! 위이이이이!
아직 조종사는 없지만, 자리에 있는 모든 동맹의 기계신체 중 최강의 존재로 인정받았기에 기세가 남달랐다.
“조종사의 부재로 투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투기만 사용하는 소올 스톤이 아닌 신력과 마력까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갓 스톤이 심장으로 있는 이상 전투는 문제는 없다.”
구궁! 구궁!
가슴의 심장 위치의 박힌 갓 스톤이 신력을 흡수하여 무진장한 권능과 신력을 만들어낸다.
검은 망토가 더욱 크게 펼쳐지면서 깃발처럼 용자동맹 사자왕 가이의 이름을 알린다.
펄럭-! 파아아아아아-!
중앙 신계의 정문에서 홀로 걸어 나온 기계신을 보고서 멈칫한 칠마왕과 선조신들에게 선전포고를 하듯이 외친다.
“나는 용자동맹의 사자왕 가이의 기계신체다!
신계 주신님의 명령으로 너희에게 진정한 정의의 힘을 보여주겠다.”
이계에서 단독으로는 어떤 창조신과 초월자도 이기지 못했다는 용자동맹의 최강의 용자왕이 외계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모습은 모든 인류에게 보였는데 일부에서 극도의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지금 벌어지는 사태가 재미있기만 한 철없는 어린아이들이었다.
“와아-! 진짜 로봇이다!”
“괴수에 거인이 나오더니 이제 거대로봇까지 나온다!”
“와! 신난다!”
중앙 신계의 정문이 열리자 잔뜩 긴장했는데 쪼그마한 기계신의 출현에 열이 받은 거인신과 칠마왕의 매도가 쏟아진다.
“지성체의 과학 문명으로 만들어진 기계신이 감히 누구 앞에서 떠드느냐?”
“신 앞에 고개를 숙이지 못할까?”
“철인형 주제에 어디서 나대느냐!”
“작고 약하면 닥치고 숨어있어.”
이 폭언에 대응한 사자왕 가이의 외침은 어른까지 열광시켰다.
“작다고 얕보지 마라!
용기와 우정만 있다면 어떤 거대한 적도 쓰러트릴 수 있다.
그리고 여기 있는 나는 용자왕 가이!
용기의 화신이다!”
파아아아아아아아-!
사자왕 가이의 갓 스톤이 조종자가 없는데도 투기를 내뿜으면서 강화되기 시작한다.
“이 기계신체는 인간이 만든 지혜와 의지의 결정!
나야말로 진정한 인류의 힘이다!
그리고, 개인이 작다면 힘을 모으면 된다.
와라! 기간틱 배틀 쉽!”
슈하하하하하하-!
중앙 신계의 정문에서 거대한 변신 전함이 날아오면서 사자왕 가이의 기계신체에 그대로 흡수된다.
“용기와 우정의 힘을 보여주겠다!”
십 킬로미터가 넘는 특제 변신 전함과 합체되어서 거대해진 가이에게 이제 어른들까지 두 팔을 들면서 열광을 시작한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전함과 합체한다!”
“진짜다!
진짜 합체 로봇이 나타났다.”
그 광경을 차원창세신 코아는 시작의 집의 식탁에서 부모들과 식사를 하면서 보고 있었다.
경과보고와 함께 대수의 창조력을 전수하려고 예의를 갖추어서 정문을 노크했는데 마침 식사시간이라고 동석을 권유받아서 앉게 된 것이다.
사자왕 가이의 폭주에 겸연쩍은 말투로 변명을 해주었다.
“저 녀석이 예전에 원래 안 그랬는데 이제는 막 나가네요.
그새 성향이 많이 바뀐 모양입니다.”
“….”
“….”
회색의 로브를 뒤집어써서 얼굴과 존재감을 가리고 있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을 모르는 존재는 이제 행성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수상쩍기 짝이 없지만, 시작의 지인이라기에 식사초대를 했다가 대화를 하면서 정체를 파악하고 바짝 얼어붙은 부모들을 바라보는 시작의 얼굴은 암담하기만 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저런 로봇까지 나오면 절대계 이상의 대혼란이야.’
중앙 신계의 정문의 상황은 하늘에서 재생되고 있는데 그걸 잡아서 비추는 뉴스화면에서는 진짜 열혈 로봇 애니처럼 음악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돌풍! 열풍! 폭풍!
드디어 나타난 전설의 용자왕!
최강의 용자! 사자왕 가이!
진격이다!
진정한 용기와 우정의 힘을 누가 막으랴!”
“….”
개량된 사자왕 가이가 설마 자기 주제가와 배경음악까지 재생할 줄 몰랐던 차원창세신 코아는 잠시 멍해졌다가 빈 밥그릇을 내밀면서 말한다.
“흠흠! 미래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용자동맹이 정말 재미있어졌군요.
원래 상당히 차가운 심판자 분위기로 만들어두었는데 아주 밝아졌어요.
그런데 밥이 아주 맛있습니다.
가족의 식사는 처음이라서 기분이 무척 좋군요.
무슨 소원이 있으시면 말씀하시죠.
대접을 잘 받았으니 되도록 좋게 이루어드리겠습니다.”
지금 행성을 뒤흔드는 모든 기적을 만든 위대한 신의 허락이었다.
시작의 부모는 반사적으로 언제나 바라던 일을 말하기 시작한다.
“아예! 그럼 이번에 반드시 진급과 복권 당첨을….”
“가족이 건강하고 아무런 사고가….”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행성의 지도를 펴면서 대답했다.
“겨우 진급이라니 소심하시군요.
어디의 왕으로 만들어드릴까요?
아무 나라나 찍기만 하세요.
건강을 원하시면 불사불멸(不死不滅)을 걸어드리면 될까요?”
“그래도 됩니까?
그럼 가장 센 미….”
또 폭주하는 과다 소원 성취는 시작에게 당연히 막혔다.
“아빠! 엄마! 그만 하세요.”
인간이 도전할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더니 열혈 합체 로봇이 튀어나온다.
그러니 부모의 너무 가벼운 요청에 깜짝 놀란 시작의 제지에 겸연쩍은 표정이 된 부모들은 말을 바꾸었다.
“왕은 필요 없습니다.
제가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아 승진하겠습니다.
돈은 역시 아끼고 모아야지요.
복권보다 적금을 부지런히 넣겠습니다.”
“잘 먹이고 부지런히 운동시키겠어요.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지요.”
차원창세신 코아는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자기 밥그릇에 밥을 채우면서 말했다.
“그럼 조금이라도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가셔서 정밀진단을 받으세요.
특히 귀중한 시작님의 부모님들은 병원을 무서워하면 안 됩니다.
여러분께 무슨 일이 생기면 사고사나 병사가 없다고 죽음의 법칙을 조종해야 하니 주의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바로 내일 갈게요.”
자신들이 정말 병사하거나 사고사를 당하면 행성에서 그런 죽음이 사라질 것 같은 예감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작의 부모였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황급히 식탁을 치우고 차를 내온다.
기간틱 배틀 쉽이 합체하여 거대화된 사자왕 가이의 기계신체가 칠마왕과 충돌하는 모습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감탄했다.
“호오. 조종자가 없는데도 저 수준의 위력이라니?
어지간한 주신은 박살을 내겠는데요.”
“아아! 저건 너무 심하잖아요?”
푸하하하하하-! 슈르르르르르-!
칠마왕이 힘을 합친 여의봉이 사자왕 가이의 가슴의 사자 입에서 방출된 화염에 녹아내려 버린다.
“권능으로 강화한 여의봉이 불에 녹아?”
“뭐…뭐야? 단순한 철인형이 아니다!”
그리고, 갈기 부분에서 쏘아지는 대형 빔 포 공격은 칠마왕을 기겁하게 하였다.
“이 빛줄기는 또 뭐야?”
투하하하하! 파파파파팟!
본신을 이룬 암석과 금속이 빛줄기에 관통당하며 증발하자 정체를 파악할 수가 있었다.
“신력포?! 저 철인형은 주신 이상의 신격을 가졌다!”
“주신 이상의 신격을 가진 기계신이 있다고?”
일반 신족은 신력 소모가 극심하여 사용하지 않지만, 위력은 뛰어난 신력포다.
그런 원거리 공격을 연발하는 기계신체 앞에서 커다란 체구와 합공의 불리함을 느낀 칠마왕이 다급히 사방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흩어져!”
“모여있으면 위험하다!”
그러자, 사자왕 가이의 손가락이 활짝 펴지며 끝에서 요란한 굉음이 울리면서 무수한 탄환이 작렬한다.
“소용없다!
일 초에 백만발의 탄막이나 먹어라!”
뚜다다다다다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팡-!
폭우처럼 쏟아지는 부포의 연속사격에 본신이 허무하게 구멍투성이가 되자 기겁한 칠마왕들이 이제 도주를 시작했다.
“우가가가가가각! 이건 또 뭐야?”
“신력을 실은 물리공격을 어떻게 이렇게 난사를 해?”
“총탄이다!
막지 말고 피해라!”
본신조차 위협하는 연속 포격에 물러서는 칠마왕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받은 차를 우아하게 마시면서 말했다.
호로로로로로!
“신력이 깃든 과학병기만큼 행성신들에게 난적은 없지요.
더구나 불사불멸(不死不滅)이 걸려있는 이상 조종사가 전투를 포기하지 않는 한 패배는 없습니다.
시작님의 지시대로 용기의 화신인 용자동맹을 구현했습니다.
저들은 인류에서 자격이 있는 용사들을 자신의 조종자로 삼아서 줄기 등반에 도전하게 할 것입니다.”
“아아! 분명 맞기는 해요.”
부엌에서 차원창세신 코아의 눈치를 보는 자신의 부모를 본 시작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휴우-! 평범한 삶은 끝났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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