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초능력자들이 사용하는 초장거리 공간이동과 유사한 공간 문을 보면서 넌지시 묻는다.
“그런데 정말 미래에 내가 저런 낮 뜨거운 대사를 말하고 다니냐?”
과학의 발전으로 음성변조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천사가 재생하는 음성과 이번에 나타난 인형 병기가 들려준 음성은 분명 조작할 수 없는 자신의 투혼이 느껴졌다.
상급 천사들이 나타나서 신속히 크롬 여왕에게 자발적으로 가라고 권하면서 했던 말이 머리에 메아리친다.
‘용자왕이 되는 내 미래를 더 나은 모습으로 앞당기기 위해서라고 하던가? ’
천사는 용자왕이 언제 완성이 되었는지 몰랐는데 갑자기 나온 질문에 놀란 표정이 되어서 대답했다.
“위대하신 신계 주신이신 아이언님께서는 그렇다고 하십니다.
대사는 녹음해 주신 것이지만, 노래는 지어주신 것입니다.”
“처음에는 천사더니 이제는 신이냐?
그리고, 신이 왜 남의 주제가를 만들어서 천사에게 부르게 해?
할 일이 그렇게 없어?”
그 말에 곤혹스러운 미소를 지은 천사가 말한다.
다른 존재가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당장 신벌을 내리겠지만, 중앙 신계의 무력의 한 축을 담당할 용자동맹의 용자왕이라면 아슬아슬한 허용선이었다.
“아직 어리셔서 그렇습니다.
용자동맹의 최강의 용자왕이시기에 다른 용자들에 비해서 특혜를 받으신 것이니 감사하셔야 합니다.”
“응?”
그제야 다른 개조 인간들에게도 천사들이 보내졌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다른 용자왕…아니 개조 인간들은 어떻게 했는데?”
이제 슬슬 입에 붙기 시작한 용자라는 단어에 혼란해 하면서도 정확하게 묻는다.
그러나, 중급 천사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신계 주신의 명령 불복종의 처분은 지성체는 무조건 지옥입니다.
일단은 크롬 유모님인 내리신 집합명령이기에 지옥으로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만 상당히 감점되었습니다.
일반 용자들은 아무런 공적을 쌓지 못하고 죽으면 모두 지옥행입니다.”
“그…그래? 명령 불복종은 지옥이라고?”
“당연합니다!”
천사의 가혹할 정도로 냉정한 대답에 일순간 할 말이 없어지는 가이였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들어서 여기까지 챙겨온 사자 갑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으면서 묻는다.
“지옥이 진짜로 있나?”
“용자동맹의 주둔지가 지옥입니다.”
“….”
눈앞에 천사가 있고, 미래를 알려주는 신도 있다고 한다.
그럼 지옥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는데 하필 주둔지가 지옥이라니 어이가 없어진 가이에게 중급 천사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고통을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지옥의 악령들과 관리자인 마족조차 어쩌지 못하는 힘을 가진 용자동맹입니다.
지옥이 용자동맹의 주둔지인 이유는 단지 이제 받으실 기계신체에 마력과 투기를 원활하게 보급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도 지옥은 영 아니다.”
처음 입어보는 갑옷인데도 마치 수없이 탈착해 본 것처럼 빠르게 입을 수 있었다.
“젠장! 이건 또 왜 이렇게 익숙하지?
몸에 달라붙는 것 같아.”
찰칵! 찰칵! 펄럭-!
검은 사자 갑옷을 다 입자 마치 살아있는 듯이 가슴의 사자의 머리가 벌려지며 포효한다.
카오오오오오오오오오-!
갑옷에 연동되어 인형 병기의 사자 머리도 움직이면서 울부짖는다.
“으윽-!”
영혼을 뒤흔들고 본능을 자극하는 울부짖음이었다.
펄럭-! 펄럭-!
갑옷과 인형 병기의 검은 망토가 같이 펼쳐지며 하늘에 휘날린다.
인형 병기의 얼굴은 기계 인간처럼 금속 가면이었는데 지금의 가이 얼굴로 변했다.
우우우우우웅-!
일백 미터가 넘는 인형 병기가 사자 갑옷을 입은 자신을 복사하듯이 변한 모습에 가이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난이 아니군.”
갑옷과 인형 병기의 휘날리는 검은 망토에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글씨로 용자동맹 사자왕 가이의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천사들의 동원과 이런 엄청난 인형 병기의 동원은 지배층의 놀이로 생각하기에는 규모가 너무나 다른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수없이 천사들에게 들었던 자신의 미래가 흘러나온다.
“사자왕 가이.
세계의 약자들을 포악한 강자들에게 무상으로 지켰던 최강의 용자왕.
그게 바로 나인가?”
일백 미터가 넘는 사자왕 가이의 기계신체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하늘에는 몸체에 용자동맹이라는 글씨가 적혀진 거대한 검은 변신전함 한 대가 있었다.
은하계를 순식간에 제압해버린 변신 전함을 보는 사자왕 가이의 눈빛이 투기에 물든다.
“그래. 비록 받은 힘이나 발버둥이라도 한번 해보자.
최소한 절대적인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휘이이이이잉! 파파파파파파-!
그 말대로 용자동맹은 현 세계를 떠돌며 오백억 년 동안이나 어떤 세력의 독재도 용서하지 않았다.
지성체를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강자의 가혹한 지배에서 구해내어 이계(異界)의 구원자로 자리 잡았던 용자동맹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외계에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구현한 용자왕들의 인공지능은 조종자들의 신념과 정의까지 그대로 이어받았다.
은하유성 아이언이 넘긴 조종사들이 성격까지 적용했기에 영웅왕들과 마찰을 빚는 중이었다.
중앙 신계의 정문은 구현화 된 영웅왕과 일반 영웅기체들이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밀고 나가려는 용자왕들을 막아서는 중이었다.
“비켜라. 영웅왕들!
신계 앞이 전쟁터가 되고 있는데 왜 우리의 출전을 막나?”
“신계 주신님의 명령이 없이는 누구도 나갈 수 없다.”
영웅왕들도 아직 조종자는 없으나 탑재된 인공지능들은 자신의 창조주인 차원창세신 코아를 최우선으로 하여 움직인다.
거기에 원래 조종사인 신족의 주신과 천사가 된 초능력자들이 조직을 우선하는 생각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명령체계와 임무가 정확히 구분되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합친 칠마왕은 선조신들을 밀어붙이면서 중앙 신계의 입구까지 왔다는 점이었다.
인정받기 위해 공을 세울 기회만 노리는 용자동맹으로서는 참기 힘든 상황이다.
“신계가 침략당하는데 지금 명령만 기다릴 생각인가?”
“싸우기 싫다면 비켜라.
신계 주신님께 용자동맹의 힘을 보여드리겠다.”
생전처럼 인정받기를 원하는 용자왕들의 인공지능들이 나서자 일반 영웅기체로는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천사의 대표가 된 잔 다르크를 새로운 조종자로 받아들인 영웅왕이 전면으로 나서면서 용자왕들을 막아선다.
“용자동맹은 가만히 있으라.
신계를 지키는 것은 영웅동맹의 신성한 임무이니 싸워도 우리가 나서겠노라.
그러나, 출전하라는 신계 주신님의 명령이 없으셨다.”
영웅왕들과 일반 기체는 조종사로서 차원창세신 코아가 과거에서 부활시킨 영웅 천사들을 받아들여서 어느 정도 본래 위력을 발휘하는 상태였다.
싸우면 조종자가 없는 용자동맹이 불리하지만, 이대로 물러서면 용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용자동맹.
자발적으로 무상의 정의로서 세계를 위협하는 강자와 싸우는 투사로다.”
“세계를 신계로 정의했을 때 우리가 싸울 권리가 있다.”
“신계 앞에서 감히 전투를 벌이는 저들을 악으로 규정한다.”
“명령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너희 영웅동맹과는 생각이 다르단 말이다!”
쿠쿵! 쿠쿵! 파파파파파파-!
기계신체이면서도 투기를 내뿜기 시작한 용자동맹이 강제로라도 정문을 통과하려 하자 영웅동맹도 참지 않는다.
“막아라!
필요하다면 파괴해도 좋다!”
잔 다르크 천사는 행성의 수십억 인류는 무시할 정도로 갈수록 커지는 중앙 신계의 힘과 영향력에 커다란 두려움을 느꼈다.
통제를 포기하려 하다가 주신을 능가하는 영웅왕의 조종사가 되어 합당한 힘을 갖추게 되자 더욱 냉정하고 단호해져서 바로 토벌명령을 내린다.
“명령에 따르지 않는 용자동맹을 쳐라!”
그러자 영웅왕과 일반영웅 기체의 갓 스톤이 공명을 시작한다.
우우우우우웅-!
용자동맹이 투기를 주로 사용한다면 영웅동맹은 신족처럼 신력이었다.
중앙 신계에 가득 찬 강대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신력을 흡수하여 기동하는 영웅왕들의 기세는 확실히 용자동맹의 상위에 있었다.
그러나, 역경이나 고난에 처할수록 강인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용자의 천성이기에 그대로 구현된 용자왕들의 기세도 폭등한다.
“영웅동맹과는 현세계와 똑같은 악연이다!”
“반드시 이겨주지!”
용자왕들의 몸에서도 신력이 뿜어지기 시작한다.
자신이 만든 용자왕의 강화와 다양성에 흥미를 느낀 차원창세신 코아가 갓 스톤을 개량해서 탑재시켜버린 것이다.
“갓 스톤의 신력은 이제 용자들에게도 부여되었다.”
“이제 너희에게 밀릴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비키지 않으면 언제나처럼 밀고 나가겠다.”
불사불멸(不死不滅)의 권능이 구현된 기계신인 이들에게 후퇴란 없었다.
특히 주신의 기억이 가득한 영웅왕의 조종사로 선택된 천사들에게 더욱 그러했다.
“해볼 수 있으면 해봐라.”
먼 미래의 현세계에서 동맹 간에 벌어졌던 오랜 경쟁과 투쟁의 기억까지 계승한 그들이 서로를 향해 공격하려는 순간 차원창세신 코아의 명령이 떨어졌다.
“가장 강한 사자왕 가이만 나서라.
네가 주장하는 무상의 정의를 모두에게 보여라.”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중앙 신계의 거대한 정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끼이이이이이이이-! 파아아아아앙-!
열린 정문 너머로 삼십 킬로미터가 넘는 돌 원숭이 괴수로 변한 손오공이 수백 킬로미터가 넘게 키운 여의봉을 꽉 움켜잡고 휘두른다.
부우우우우웅-! 휘이이이이이잉-!
그런데 손잡이를 잡은 것이 혼자가 아니었다.
한없이 길어진 여의봉을 칠마왕이 모두 부여잡고서 힘을 합치고 있었다.
“으라라라라라라라라-!”
여의봉에 얻어맞은 선조신들의 비명이 울린다.
“커어어어어어억-!”
투하하하하하하! 파가가가가가가강-!
칠마왕의 권능과 완력이 여의봉에 모여서 선조신들을 날려버리는 중이었다.
“으으으-! 어설픈 흉내가 아니다.”
“힘을 합칠 수 있는 행성신들이 있다니?”
처음 보는 행성신들의 합공에 선조신들이 돌파당하고 만다.
칠마왕의 권능을 전부 받아들여서 산맥처럼 커진 여의봉이 전후좌우로 휘둘러지니 선조신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중앙 신계 앞까지 밀렸다!”
“어서 밀어내!”
“정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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