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우우우우우웅-!
대수(大手)외에는 비교할 대상이 없는 차원권능의 창조력이 움직인다.
은하유성 아이언이 정보행성 코아에 올려놓았던 모든 기계의 설계도가 현실로 구현되는 데는 몇 초가 걸리지 않았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시간까지 조정하여 순식간에 수만 대를 넘어서는 용자왕과 영웅왕의 군단을 만들어낸 차원창세신 코아는 계속 구현을 반복하면서 중얼거렸다.
“아무런 노력 없이 강대한 힘을 얻은 인류가 어떻게 나올까?
과연 줄기를 오를 것인가?
아니면 국경선을 막고 있는 행성신부터 공격할까?”
모든 것은 선택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조종사가 없는데도 주신조차 위협하는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한 사자왕 가이의 기체를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자왕 가이의 원형이 참으로 이름이 높은 기체가 되었나 보군.
지금 상태로도 쓸만하겠어.”
어떤 거인신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게 일백 킬로미터로 제작된 영웅황제를 쳐다보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후후후! 어느 쪽이든 시작님에게 좋은 공부가 되겠지.
신의 기적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야.”
영웅황제의 조종자를 시작으로 설정하고서,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다.
“시작님을 조종사로 얻은 영웅황제는 이제 이동신계이자 생산공장이 되었다.
지금은 무리지만, 나중에는 모든 용자왕과 영웅왕의 부활을 통제하고 기계신체를 다시 만들어낼 수 있겠지.
이번 일은 시작님을 저 행성의 약속된 왕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은하유성 아이언이 지워진 흐름에서 흑염 도적단의 발목을 잡기 위해서 썼던 용자동맹과 영웅동맹이 일천억 년 전 과거의 외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원형인 용자동맹의 최강의 사자왕 가이는 지금 지극히 곤혹스러운 처지였다.
갑자기 나타난 천사들이 어디든 따라다니며 주변에서 합창하듯이 부르는 노래가 문제였다.
“사자왕 가이! 전설의 용자왕! 사자왕 가이!”
“전설의 용자왕이 지금 일어선다!”
천사들은 일반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데 목소리는 들렸다.
그런데 이렇게 노래하면서 따라오니 시선이 집중되어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거리를 걷는 지금도 사방에서 집중되는 시선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으아아아아악! 제발 그 노래는 부르지 마!”
“깨어나라! 용자들이여.
지금이 일어설 때다.”
이번에는 새로운 노래여서 확 쏘아주었다.
“젠장! 이번에는 이 절이냐?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이 절이 아닙니다.
전설의 용자왕 가이의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하는 새로운 주제가입니다.
귀찮으니 초기 과정은 생략하고, 크롬 여왕님의 심복에서 시작하라 하십니다.”
“그건 또 뭐야?
멋대로 남의 운명을 만들지 마라!”
바뀐 흐름에서도 가이는 돈이 없어서 완전히 기계 인간이 되지 못하고 개조 인간이 되었다.
그 이후 연합과 제국의 전쟁에서 용병이 되어서 잘 나갔는데 갑자기 나타난 변신 전함의 함대에 의해서 은하계가 완벽하게 정복된 이후로 실업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크롬 여왕은 개조 인간들의 일제 소집령을 내렸는데 가이는 당연히 안 나가고 잠적해 버렸다.
“무슨 교육을 한다고 초능력자들을 총소집하더니 이제 개조인간 차례냐?
가보았자 좋은 꼴을 못 본다.
보나 마나 위험분자들을 정리하는 모양인데 당할 수야 없지.”
용병단까지 해체하고 숨어든 가이 앞에서 천사들이 나타나서 크롬 여왕의 소환에 응하라고 권고한다.
당연히 거부하고 계속 도망치자 신계에서 무슨 연락을 받았는지 이렇게 쫓아오면서 이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오! 그 이름 최강의 용자왕!
이제 전설을 넘어서 신화가 되리라!”
“으아아아아! 신화는 또 뭐야?”
이런 낯부끄러운 노래를 한시도 쉬지 않고 배경음악처럼 계속 불러대니 전혀 있을 곳이 없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무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배경음과 함께 음성이 울린다.
두두두두둥!
“나의 이름은 사자왕 가이!
몸은 차가운 기계이나 영혼과 마음은 인간이다!
이 목숨을 바쳐서 무상의 정의로 인류를 구원하리라!”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 모르지만, 생생하게 울리는 자신의 영혼이 담긴 외침이었다.
아직 부족한 기계 몸만 잘 건사하면서 자신이 나온 보육원만 부양할 생각만 있는 가이로서는 기함할 일이었다.
“푸후후후후후-! 그만해!”
모두의 시선을 모으는 당사자로서는 죽을 맛이었다.
도망치듯이 건물에서 나오면 이제 즐기는 듯이 노래하는 천사들을 말리는 음성에서 점점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네…네놈들은 악마냐?”
그러자 정색을 하면서 품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명함을 빼 든다.
“중앙 신계의 정식 중급 천사입니다.
여기 신분증도 있습니다.”
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당연히 알 리가 없는 가이는 보지도 않고 외쳤다.
“그런데 왜 죄가 없는 인간을 이렇게 괴롭혀?”
전쟁이지만 살인을 직업으로 하는 용병으로 살면서 아무런 죄가 없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죄가 없지는 않으신데요.
참 많이도 죽이….”
“스읍!”
옆에 있던 하급천사가 입바른 소리를 한마디 하다가 도끼눈을 한 중급 천사의 기세에 식겁했다.
“실례했습니다. 사자왕 가이님.
이것은 모두 가이님을 위해서입니다.
크롬 여왕님께 가시면 모든 것이 잘 해결됩니다.
전설의 용자왕은 신화로서 사라진다는 세 번째 시즌은 보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으으으윽!”
무슨 소리인지 모르지만 이대로는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가이는 인정했다.
그렇다고 함정일 것이 분명한 크롬 여왕의 소환에 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젠장!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살면 그만이다.
나는 개조 인간이다.
옷이 조금 문제지만, 몇 년이라도 끄떡없다.”
그러자 천족들이 재빨리 사자왕 가이의 갑옷을 가져온다.
“약한 옷이 문제이십니까?
그럼 이것을 입으십시오.
사자왕 가이님.”
사자 머리가 포효하는 검은 색의 전신 갑옷을 본 가이는 어이가 없어진다.
‘번쩍이는 모양이 심상치 않은 고급 갑옷인 것은 확실한데 너무 눈에 띄어서 제정신으로 입고 다닐 수가 없다.’
위장복만 걸치는 개조 인간으로 보는 시각에는 마치 나 여기 있다고 선전하는듯한 동물 인형 옷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에 끌려서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허어? 이것들이 미쳤냐?
이런 우스운 걸 입고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
“한번 입어보시면 앞으로 평생 입고 다니실 정도로 편안합니다.”
“사자왕 가이님의 운명의 갑옷이지요.”
그 말대로 너무나 흡족해서 들어서 살짝 들어 올리면서 투덜거린다.
“이 무거운 걸 입고 어떻게 다녀?”
그러자 천사들은 드디어 걸렸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착용하시면 무게가 사라집니다.
이걸 입고 있으시면 태양이나 블랙홀 속에서도 멀쩡해지실 것입니다.”
“내가 그런 위험한 곳을 왜 들어가?”
“스스로 많이 들어가셨다고 합니다.”
“그러면 더 안 해!”
부끄럽기 짝이 없는 천사들의 배경음악과 대사 남발에 결국 시내에서 못 살고, 황야에서 노숙을 시작한 사자왕 가이였다.
그렇지 않아도 실업자에 은하계의 지배자가 된 크롬 여왕의 개조 인간 호출을 거부한 도망자 신세가 되었는데 천사들이 자꾸 부추기자 짜증이 극도로 나서 외쳤다.
“나를 방해하는 악은 전부 사라져라-!”
자꾸 악이니 정의이니 귀에서 반복하는 천사들에게 영향을 받아서 사라지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과 동시에 하늘이 갈라졌다.
구구구구궁! 구구궁-!
그 사이에서 튀어나온 일백 미터 크기의 인형 병기가 지축을 뒤흔들면서 가이의 앞의 땅에 내려앉는다.
무슨 작용인지 지진과 충격음은 요란한데 먼지조차 일어나지 않는 인형 병기의 출현장면에 잠시 할 말을 잃는 가이였다.
“….”
“….”
천사들도 이건 예상을 못 했는지 멍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인형 병기에게서 커다란 외침이 울린다.
“용자동맹 사자왕 가이 강림!
약자를 괴롭히는 악은 어디냐?”
귀청이 터질듯한 고함이 평야를 뒤흔들고 가이의 의지가 백지장이 된다.
“아아! 또 내 미래의 대사냐?”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들이 깜빡이면서 방위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보이자 허탈한 표정이 된 가이는 천사들에게 말했다.
“이 녀석까지 곁에 있으면 숨지도 못해.
이제 황야에서도 쫓겨나겠군.
너희가 이겼다.
가자!
가!”
성질이 나서 외치는 가이와 달리 천사들은 환호하면서 부지런히 공간이동의 문을 열었다.
“와-! 드디어 끝났다!”
“애들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힘들었어.”
“오글거리는 대사는 어떻고?”
“으! 천사의 몸에서 닭살이 일어나는 것은 처음 봐.”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