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뜻밖의 행성신들의 출현에 투덜거리던 거인신들은 중화신족의 모습이 없자 영 의욕이 없어 보이는 반고를 재촉한다.
“반고! 전투준비를 해라.
이건 너희 중화신족이 뿌린 결과다.”
“설마 중화신족에게 복수하겠다고 저 행성신을 통과시켜줄 생각은 아니겠지?”
“그건 용납할 수 없다.’
반고가 거인족 중 가장 크고 세다고 대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각 신족의 태조신으로서 서로의 드높은 자존심으로 인하여 느슨한 친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 동료의 추궁에 반고는 돌도끼를 더욱 키우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럴 리가 있나?
일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신체를 산산이 분해 당해서 뿌려진 내 분노는 그렇게 싸구려가 아니야.
적어도 주모자인 삼황 놈들을 씹어먹기 전에는 안 풀려.”
“그래야지.”
과거의 원한을 상기한 반고가 살기를 드러내며 앞장서자 다른 거인신도 호응해서 외친다.
“좋아! 모처럼 주신 이상의 신격을 가진 행성신들이 상대다.”
“저들은 요새를 지키는 꼬맹이들도 막지 못했다.
방심하지 마라.”
“전장이 우주인 이상 우리가 질 요소는 어디에도 없어-!”
거인신들의 돌진에 신족이 행성을 제압하겠다고 처음 강림했던 순간이 떠올린 육마왕은 거의 동시에 외쳤다.
“우주의 기생충 놈들! 너희 세계로 돌아가라!
이 행성은 우리 것이다!”
“너희 없이도 잘 먹고 잘살고 있었다!”
“네놈들의 관리 따위는 필요 없어.”
거기에 따른 신족의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우리는 창조주님을 모시고 세계를 관리하는 영광스러운 신족이다.”
“행성을 조정해서 지성체를 늘려 정기를 생산하게 하는 일이 우리의 신성한 의무다.”
“정기가 풍부해야지 세계는 발전하고 유지된다.”
“너희처럼 아무런 쓸데없는 생명체로만 방치를 하는 것은 커다란 죄악이다.”
“스스로 관리하지 않겠다면 우리가 하겠다.”
행성신과 신족의 이런 대화와 함께 나오는 결론도 같았다.
“그럼 모두 죽여서 대지의 비료로 삼아주마!”
행성신에게 신족은 우주에서 날라온 침략자였고, 신족에게 행성신은 애써 만든 밭을 망치는 맹수였다.
서로가 친해질 수 있는 구석은 전혀 없는 것이기에 용서가 없는 충돌이 일어난다.
꽈꽈꽈꽈꽈-! 두두두두두둥-!
손오공을 포함한 칠마왕이 거인신들과 격돌하는 모습은 모든 지성체와 정신체에게 상공에 입체적으로 보인다.
하늘 가득히 펼쳐진 입체화면의 제공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마도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후후후! 그런대로 볼만하구나.
피지배자에게 사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일도 지배층의 의무이겠지.
마음껏 즐겨라.”
수인 형태인 칠마왕과 거인신들이 휘두르는 거대한 병기에 본신의 신체가 터져나간다.
우주에서도 밀리지 않는 칠마왕의 저력에 선조신들은 놀랐다.
서로의 권능을 합쳤는지 행성 표면을 떠났는데도 힘의 하락이 거의 없었다.
더구나, 신족처럼 비행까지 자유로웠다.
“이놈들이 감히 잔재주를 부려!”
놀라운 하늘 권능을 가진 붕마왕이 뒷줄에서 다른 칠마왕을 지원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선조신들이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
“으드드득! 저 새 머리만 잡으면 끝난다.”
칠마왕의 맨 앞에서 맹공을 받아내는 우마왕의 혼철곤(混鐵棍)이 몇 개의 신기를 동시에 튕겨내면서 반격한다.
그 뒤에 기회를 노리고 서 있던 육마왕의 기습에 선두에 서있던 선조신의 신체는 아차 하는 순간에 치명상을 입었다.
“컥-! 이들은 다른 행성신들과 다르다.”
“집단전에 익숙해!”
서로 힘을 합쳐서 숫자와 지형의 우위를 무효화시킨 칠마왕의 신기가 어지럽게 휘날리면서 거꾸로 선조신들을 몰아붙인다.
차차차차차챙! 꽈꽈꽈꽈꽈꽝-!
“너희 신족의 인해전술 따위는 과거에 이미 극복했다!”
“힘을 합칠 수 있는 것은 너희만이 아니야!”
각자가 강할 뿐만 아니라 신족의 병렬신력연결과 비슷한 합동권능까지 사용하는 칠마왕의 위력을 본 반고는 욕설을 내뱉었다.
“제길! 내가 너무 활성화 시켰어!”
자신의 신체를 전부 흡수한 중국 대륙의 영향이 지성체의 증식만이 아니라 행성신까지 강화한 것을 파악한 것이다.
선조신들은 칠마왕의 흉폭한 기세에 불리함을 깨달았으나 물러설 곳이 없었다.
‘우리 뒤에 바로 중앙 신계가 있다.’
‘이들을 차원창세신 코아님에게 보내서는 안 돼!’
그들을 재생시킨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명령은 신왕의 자격이 없는 자를 통과시키지 말라는 단순한 지시였다.
그런데 행성신을 힘에 밀려서 통과시키는 날이면 밑에 있는 신족조차 볼 면목조차 없는 것이다.
“행성신은 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반드시 지나가고 만다!”
권능으로 구현한 신체이기에 피와 살이 터져나가는 대신에 구성하고 있던 돌과 금속이 박살이 난다.
꽈드드드드드-! 퍼어어어억-!
피는 튀지 않지만,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수 킬로미터가 넘는 거체들이 전쟁을 벌이는 모습에 겁에 질린 인류에게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울린다.
“이런! 큰일이 날 뻔했군.
전투장면은 미성년자 관람 불가로 하라신다.
십팔 세 이상으로 시청으로 제한하지.”
그 말과 동시에 모든 미성년자의 시야에서 하늘에 비추던 전투장면이 사라지고 푸른 하늘과 거대한 중앙 신계만 보인다.
신족조차 어린 소년신은 지금 장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모두가 오싹해진다.
‘수십억 인류의 시야를 나이 별로 마음대로 조정해?’
‘그럼 모두 시각장애인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잖아?’
지금 자신들의 변화를 이끄는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의 무서움을 서서히 깨닫고 있는 인류와 신족이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는 시작에게 올라온 요구사항을 계속 접수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류와 신족, 행성신들 사이에 힘의 격차가 너무 크니 조정해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이건 아무리 보아도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아요.”
인간이 벌레처럼 보이는 수 킬로미터의 거체들이 치고받는데 끼어들 엄두가 날 리가 없었다.
실제로 줄기를 오르는 일이 지성체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인식되는 상황이었다.
“옆에 친구한테 살짝 물어봤는데 상대가 저러면 인간은 꿈도 희망도 없데요.”
차원창세신 코아도 타천사와 위인들까지 부활시켜서 많이 뿌렸는데 뚜렷한 도전이 없는 현 상황에 타개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판국이었다.
“꿈과 희망이라?
그건 참으로 힘들지요.
그러나, 용기가 부족하다면 안성맞춤인 수단이 있지요.
마침 잘 되었군요.
슬슬 풀려고 했습니다.”
“예?”
좋은 기회가 왔다고 굉장히 좋아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를 보는 시작은 은근히 불안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확인을 시켰다.
“행성이나 인류에게 피해를 주면 안 돼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런 일은 제가 전문입니다.”
호언장담하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영광의 자리에서 일어나서 원탁 앞에 섰다.
그리고,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불러온 설계도를 뚫어지라 주시한다.
고도의 과학 문명과 신력이 합쳐진 결과물들이었다.
“어디 보자.
역시 용기라면 용자왕이지.”
미래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형태가 많아진 용자왕의 설계도 중에는 영웅황제의 설계도가 있었다.
‘인형병기형 이동신계. 영웅황제.’
간략하게 제목이 적혀진 설계도를 확인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용자왕과 비슷한 영웅왕도 이상하기는 한데 이건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내가 만든 용자왕의 개량판 같기는 한데 이게 과연 쓸만할까?
이동형 신계 노릇을 하느라 상당히 기능이 제한되어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신령연옥과 비슷한 기능까지 있군.
일단은 그대로 창조해볼까?”
흥미가 생긴 차원창세신 코아는 창조력으로 설계도를 그대로 구현시키기 시작한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설계도가 하늘로 날아오르면서 알현실에 영웅황제와 영웅왕, 용자왕들을 찍어내듯이 만들기 시작했다.
크기는 수 킬로미터가 넘는 거체를 가진 행성신과 거인신들에 비할 바 없이 작으나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주신을 능가하는 기계신의 군단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조종사가 없기에 기존 탑승자의 성격을 기본으로 만든 용자왕들의 인공지능들이 일제히 기동하면서 외친다.
“우리는 인류의 희망이자 구세주! 용자동맹!”
“무상의 정의로 세상을 구원하리라.”
가슴에 사자의 머리가 그려진 갑옷을 입은 사자왕을 선두로 하여 정렬한 용자왕들을 쳐다본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구세주라고 대놓고 지껄여?
이렇게는 안 했는데 어째 더 악화되어 있다.”
용자동맹은 신족이 배제되어 그렇지 않아도 피폐할 현세계에서 독점하는 세력이 없게 일부러 이렇게 만든 조직이기는 하다.
그렇기는 한데 영 상태가 안 좋은 것이다.
“이런 거친 성향이라니?
용병신들을 조종사로 삼은 것인가?
이러면 쓰기가 어려운데?
여기와 비교해서 이 녀석들은 어쩌려나?”
용자동맹이 개인의 특색이 짙은 용병집단 같다면 영웅동맹은 완전히 똑같은 제식을 갖춘 기사단이었다.
과거 탑승자의 성격을 그대로 구현한 것은 영웅동맹도 같았기에 바로 대답이 들려왔다.
“위대하신 창조주를 찬양하라.
영웅동맹의 영웅왕들이 신계 주신님을 뵈옵니다.”
“흐음. 주신이나 천족을 영웅왕의 조종사로 삼았군.
그리고, 대부분 지배층 성향인가?
이러면 너무 극단적인데?”
영웅동맹의 조종사들을 단숨에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방금 만들었는데도 서로에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영웅동맹과 용자동맹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경쟁을 시켰구나.
그럼 통제는 문제가 거의 없겠어.
다른 설계도도 나름대로 제어장치가 잘 되어있어.”
같은 조직이라고 억지로 융화시키는 방법은 문제가 많다.
어차피 마찰이 일어날 바에는 경쟁자로 만들어서 발전을 가속하기 위해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조종사를 나누어 운영한 이유를 알게 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 미래는 어리석지 않았어.
그럼 양산을 시작하자.
시작님이 원하시는 대로 나약한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주도록 하지.
악몽과 절망이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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