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형제의 우위를 다지고 있는데 위에서 엄청난 비명과 함성이 울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요새가 있는 줄기 상층부에서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엄청난 충격이 전해진다.
구구구구구궁!
권능으로 보호되는 줄기의 요새가 뒤흔들린다.
어마어마한 신력의 파장이 방어막을 관통한 것이다.
“뭐…뭐야?”
“결국에는 충돌했군.”
관측하고 있던 천별들의 다급한 보고가 줄을 잇는다.
“선발된 투신들이 태조신들과 대화 중 전투에 들어갔습니다.”
“전력신력전개 중입니다!”
우르르르르르르릉! 꽈지지지지지직!
줄기 중간에 마련한 요새가 송두리째 뒤틀리는 충격에 놀란 직계에 후계는 차근차근 설명한다.
“먼저 간 혈족 출신의 투신들은 사죄를 거부했다.
그래서, 태조신님들이 정면충돌했다는 보고다.
그 수정구를 보여드리면 너는 바로 통과될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다.”
“예!? 알겠습니다.”
후계가 불러낸 화면에는 줄기의 지형과 거대한 거인신들의 모습이 비친다.
거인신과 크기로 비교해 보면 개미와 같은 투신들인데 그들의 권능과 투기 앞에서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인다.
수장과 힘을 합쳐서 강행돌파를 시도했다가 산산조각이 날 뻔했던 후계의 간담이 써늘해졌다.
‘역시 최고의 투신들인가?’
이미 힘을 합치기로 했는지 병렬신력연결로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이는 중이었다.
후계는 줄기를 둘러싼 전장 위에 이동 루트를 그려주었다.
“우리의 선조신들은 이분들이시니 반드시 그쪽으로 달리면서 수정구를 드려라.
그리고, 일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해달라고 간청해라.”
과과과과과-! 우르르르르-!
선조신들과 혈족 출신 투신의 싸움이 점점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후계는 급히 말했다.
“역시 일족 최고의 투신들다운 능력이다.
저분들과 대등하게 싸우고 있다.
이러면 빠져나갈 수 있으니 어서 가거라!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처음 뵙고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야 한다!”
“옛! 형님!”
안전한 길과 아군의 존재는 이런 심각한 경쟁 상황에서 너무나 귀중한 정보였다.
일족의 지원이 얼마나 큰지 다시 뼈저리게 느낀 직계는 지체하지 않고서 줄기 위로 내달렸다.
후계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지막 전언을 날렸다.
“부디 신왕이 되어라.”
“예!”
그렇게 후계가 직계를 보낸 얼마 후 손오공이 혀를 길게 뽑으면서 헉헉거리면서 도착했다.
“헥헥헥! 더럽게 긴 줄기!
행성 밖이라 날지도 못하고 혼자 오르려니 더욱 지랄 같구나.”
다른 투신들은 힘을 합쳐서 추월했는데 혼자서 줄기를 기어오르다가 녹초가 되어버린 것이다.
후계의 눈빛이 차가워진다.
‘제천대성 손오공. 행성신 출신의 천계의 투신.’
손오공의 출신도 마음에 안 드는데 개조 행성의 신왕 선출전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서 이제 날아오르려는 귀여운 동생의 경쟁자였다.
저절로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통행증을 내놔라.”
조금만 지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은은한 투기를 보내는 후계에게 종이가 던져진다.
“통행증 여기 있다!
젠장! 끝까지 확인하는구나!”
“….”
손오공이 날린 통행증에 찍힌 수장들의 인증을 확인한 후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길을 열어주었다.
‘신계의 골칫거리로 소문난 손오공이다.
혼자서는 결코 신왕에 도달하지 못한다.’
줄기를 오르려는 수장과 영웅신, 후계들을 막아버린 선조신들이다.
어떤 투신도 혼자서는 힘으로 통과할 방법이 없기에 하는 대처였다.
이미 다른 영웅신들과 후계들을 이렇게 푸대접을 받으면서 거쳐온 손오공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서, 통행증을 다시 낚아채고서 내달렸다.
다다다다다다다다-!
손오공은 이미 후계와 직계가 나눈 대화를 들었기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다.
“빌어먹을! 동등한 기회이지만 출발점이 너무 다르다!
또 자기들끼리 해 먹겠다 이거냐?”
다른 경쟁자들이 같은 신족이라고 병렬신력연결로 앞서갔을 때부터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모두 박살을 내주고, 반드시 신왕이 되어주마!”
이미 투신 참여자 명단을 바꾸어서 빠지려는 생각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줄기 최상층부에는 위성 크기의 수십 명이 넘는 거인신들이 버티고 있었다.
“저들이 선조신?
모두 주신 이상이다.”
황금안이 일렁이면서 줄기를 오가거나 날면서 전투를 벌이는 거인신들과 투신들을 파악한다.
“저런 거구로 용케도 정체를 숨기고 있었구나.
이번에 적이 거인신이라 이건가?
크기로는 질 수 없지!
카아아아아아아아-!”
푸아아아아아-!
삼십 킬로미터로 거대화된 돌 원숭이 괴수가 줄기를 잡고서 돌진한다.
공격을 몸으로 버티면서 올라가려는 생각이었는데 쉽지가 앉았다.
관망만 하던 거인신들의 눈이 갑자기 나타난 거대 돌 원숭이에게 쏠렸다.
“행성신이다!”
“신력의 지원을 받는 돌 원숭이 괴수면 손오공인가?”
“후-! 용케도 도착했군.”
파아아아-! 후우웅!
아무리 미워도 자신의 일족이다.
거인족의 신체조차 작아 보이며 충분히 감당하는 개조 행성의 권리를 탐내던 선조신들의 집중공격이 덮쳐온다.
“막아라!”
“순수한 신족이 아닌 존재는 신계로 올려보내서는 안 된다!”
거인신들이 각자의 무기를 빼 들고서 집중적으로 몰려간다.
그들은 엄청난 크기의 무기를 투척하기도 했다.
파파파-! 슈하하하-!
그런데 거인신 중에서 특히 거대한 인영이 앞질러서 떨어지듯이 내려간다.
“내가 맡겠다!”
거인족으로 신체를 만든 태조신들은 크기는 기본적으로 행성신의 본체보다 컸다.
원래 행성신들을 압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신체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삼십 킬로미터가 넘는 본신이 작게 느껴진 적은 처음인 손오공의 입에서 저절로 욕설이 흘러나온다.
“이런 제기랄! 또 나만 집중공격이냐!”
시야를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무기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그중 압권은 본신을 드러낸 손오공조차 작아 보이는 터무니없이 거대한 돌도끼의 일격이었다.
모든 거인신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거인신은 회심의 미소를 지르면서 돌도끼를 휘둘렀다.
“하늘과 땅을 나누는 나의 허락 없이 어디로 가느냐?”
갑자기 공간을 도약하면서 나타난 이 공격만은 손오공에게 피할 틈을 주지 않았다.
“넌 또 뭐야? 컥-!”
후아아아아아아앙-! 데에에에에엥
우주에서 울릴 리가 없는 굉음과 파동과 함께 어마어마한 질량이 손오공의 돌머리를 후려갈겼다.
코피가 뿜어지면서 눈에서 별이 번쩍였다.
“어어억-!”
천계에서 영단과 보물을 마구 훔쳐먹은 이후로 처음 당해보는 고통과 충격이었다.
주르르르르르-!
다행히 머리가 박살이 나지는 않았지만, 고개가 꺾이면서 줄기에서 한참을 미끄러진다.
데그그그그그-!
몇 번이나 굴러서 땅으로 떨어지다가 가까스로 줄기를 잡아서 모면한 손오공에게 거인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삼십 킬로미터의 거구조차 아기로 보이게 하는 일백 킬로미터가 넘는 거인신이었다.
“네가 손오공이냐?
나는 반고다!”
“큭! 천계의 선조신?
중국 대륙을 완성한 태조신?”
반고는 먼 과거에 자신의 신체로 사막이었던 중국 대륙을 지성체의 천국으로 만든 거인신의 이름이었다.
‘천계 출신의 선조신이 왜 나를 막아?
저들처럼 몰래 도와야 하는 것 아니야?’
다른 경쟁자인 혈족과 직계들이 멀쩡한 것을 보니 대충 상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기만 머리가 박살 날 뻔한 손오공의 마음속에서 울화통이 치솟아 오른다.
‘또 순수한 신족이 아니라고 이러는 것이면 가만 안 둔다.’
반고의 입에서 회한이 서린 음성이 흘러나온다.
“나를 아느냐?
그럼 내가 왜 이러는지도 알고 있겠지.
그런데 내 돌도끼를 맞고도 살아있는 행성신은 네가 처음이다.
과연 영원히 제압할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투신답다.
그러나 여기는 우주이고 신족의 주무대다.
너에게 승산은 없다.”
손오공의 머리 모양이 파인 돌도끼를 우주 공간에 내려찍는데 거대한 울림이 메아리쳐서 손오공을 밀어낸다.
“행성신답게 다시 땅으로 돌아가 기어라!
개조 행성을 다스리는 신왕의 자리는 신족의 것이다!
그리고, 천계 출신의 투신도 허락하지 않겠다.”
줄기가 출렁이면서 충격파를 자아내자 손오공의 본신에 금이 쫙쫙 같다.
“아아! 제길! 또 그거냐!”
추하하하하하! 쿵-! 쿵-!
날지 못하는 상태에서 줄기를 의지하지 않으면 땅으로 떨어지는 행성신인 손오공은 분노하여 발악하듯이 외쳤다.
“반고! 나는 그대가 만든 천계의 투신이다.
그런데 왜 나를 앞장서서 막는가?
내가 신왕이 되면 천계에 큰 이익일 것인데 막을 이유가 없다!
나 역시 다른 투신들과 똑같이 일족을 위해서 우선권을 줄 것이니 비켜라.
천계 투신의 대표인 나를 선조신답게 도와줘!”
“허-! 당돌하군!”
선조신들이 은근히 자기 일족의 투신을 밀고 있다는 사실을 반고도 알고 있었다.
사죄와 함께 보상을 받고 노골적인 도움을 주려다가 다른 태조신들에게 막혀서 겸연쩍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거인신들도 많았다.
그러나, 반고는 흉흉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외쳤다.
“물론 나는 신족이다.
일족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나를 배신한 사과와 보상이 먼저이다.”
자신을 희생해서 대륙에 지성체의 천국을 만들어준 반고가 이렇게 나오니 행성신인 손오공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사태였다.
“천족이 무슨 배신을 해!
네가 신체를 희생해서 저렇게 풍요로운 대륙이 생겨나지 않았는가?
행성신과 지성체들 모두가 감사해서 사당까지 세웠다.
지금도 너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뭐가 문제냐?
왜 이렇게 방해를 해?”
반고는 수십억이 살 수 있는 대륙을 신체의 축복으로 만들어준 은혜로운 태조신이었다.
수십억의 인류를 살 수 있는 토지를 만들어준 은혜는 끝이 없었다.
‘신족에게 적대하는 행성신들조차 존경하는 반고이다.
그런데 왜 나를 막지?’
진심이 어린 외침에 반고는 커다란 머리를 내려서 본신을 드러낸 손오공을 내려다보았다.
진실을 파악하는 신족의 눈이 손오공을 흩고, 바로 혀를 찼다.
“쯧쯧쯧!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군.
그리고, 고위신 교육을 받은 적도 없어.
그러니 지배층이 자기희생을 한다는 철없는 소리가 나오지.”
정말 탁하다는 표정을 지은 반고는 주변 거인신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중화신족은 이번 도전은 완전히 포기했나 보군.
저번에 너무 세게 맛을 보여준 탓인가?
살살해줄 걸 그랬구나.
그럼 현재 황족을 두들겨 팰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이거 나만 거지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군.”
“푸후후후후-! 그래서 적당히 하라고 했지.”
“하하하하하-! 빌려주지 않겠네.”
반고의 농담에 이미 수장들에게 사죄와 함께 두둑하게 보물과 권리까지 챙긴 거인신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미 한번 소멸했다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창조력으로 부활한 거인신들에게 복수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이제는 자그마한 행성은 관심 없다.’
‘눈앞에 보이는 개조 행성들의 커다란 권리가 먼저다.’
한참을 거인신들과 같이 웃던 반고는 손오공을 내려다보면서 묻는다.
“너는 이름도 모를 부하들을 위해서 자기 한 몸을 바친 적이 있느냐?
어디서 입바른 소리를 하느냐?
내가 신체를 잘라서 대륙에 뿌렸던 것은 되도록 빨리 지성체를 증가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것이냐?”
“….”
반고가 정말 딱하다는 말투에 잠시 전투를 멈춘 태조신과 투신들이었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불살의 권능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슬슬 질려가던 판국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다가 자신이 만든 천계 소속의 투신이 오자마자 바로 튀어나간 반고의 행동과 저의도 궁금했다.
“너 정도의 고위 투신이면 행성 제압을 위해 거인신을 선택한 태조신들이 나중에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대충 사정을 알고 있어야 한다.
깃발을 보니 군부의 대표인가 본데 너 천계에서 왕따지?
선조신에게 아무런 보상도 없이 너를 도우라고 말하는 꼴을 보니 대화하는 상대가 하나도 없냐?
이것들이 행성신이라서 창조력도 부족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투신을 대표로 올려보내?
이게 말이냐 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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