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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헛소리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최강의 투신이 대상이면 적어도 주신을 내보내야 하는데 패배하면 부하가 된다니 아무도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수장도 갈 생각이 전혀 없고, 고위신들은 강제로 시키면 덤빌 기세다.’
‘그럼 주신 이하가 대상이겠군.’
‘강하지만 없어도 되는 투신이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못 먹는 감을 찔러나 본다는 식의 선출이었다.
그것도 신황의 명령으로 강제로 승자의 부하가 되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었다.
수장은 최대한의 신언을 발휘하면서 외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도 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일족의 희망인 젊은이들이여!
나는 일족의 수장으로 개조 행성의 신왕이 될 기회를 젊은 투신들에 줄 것이다!”
우와아아아아-!
가진 것이 없기에 읽을 것도 없는 젊은 투신들이다.
그들의 힘찬 함성이 울린다.
이런 사정으로 출전권이 육마왕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면서 겨우 국경선의 영역을 확보한 손오공에게 돌아왔다.
그렇게나 원하던 신왕이 될 기회였지만 위험성을 파악했으니 당연히 옥황상제의 칙사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보고 개조 행성 신왕 선출전에 출전하라고?
최강의 신이면 당연히 옥황상제님이 아니셨나?
무조건 자기가 올라가서 신황이 된다고 줄기 근처에도 못 오게 영웅신들을 배치한 분이 누구시더라?
그런데 이렇게 쉽게 도전기회를 넘기시겠다?
행성신 출신인 나에게 너무 잘 해주시는 것이 아닌가?
원래 이런 달콤한 제안은 이랑진군이 전부 맡지 않았나?”
“이제까지 공…공적을 생각하신 조치입니다.”
관리신은 손오공의 살기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할 말을 해간다.
“하아? 천병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도 아까우냐?
이 기회에 치워버릴 심산이지?”
“천…천계 최고의 무장이신 제천대성(齊天大聖)님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랑진군님이나 다른 천장 분들은 육마왕을 제압한 공로를 인정하여 기회를 양보하신 것입니다.”
“에헤헤헤? 내 정식 직함이 투전승불(鬪戰勝佛)이 아니었나?
그런데 툭하면 제천대성(齊天大聖)이라며 추겨 올려서 사지로 밀어 넣는 것까지는 참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 한 명만 영광이고 나머지는 몽땅 절망인 곳으로 보내?
차라리 순천대성(順天大聖)이라 부르란 말이다!”
손오공은 옥황상제의 칙사고 뭐고 목을 잡아서 들어 올리며 물었다.
“옥황 어딨어?
이번에는 도저히 못 참겠다.”
과거 천계를 뒤집어엎던 행성신의 살기에 관리신은 바로 대답했다.
“알현실입니다!
최고의 여신을 선발하시는 중입니다.”
“젠장! 벌써 보고해버렸군.
가만두지 않겠다.”
천계의 알현실에 만신창이가 된 갑옷과 여의봉을 수선하지도 않고 쳐들어간 손오공은 다짜고짜 외쳤다.
“옥황! 이랑진군은 어딨나?
이런 좋은 일은 네 조카나 보내!”
모든 고위신과 여신들이 모인 알현신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우르르르르르르-!
무례함에 노기를 띠운 투신과 전신들이 일어서려 했으나 옥황상제의 눈짓과 의지를 받고서 바로 앉았다.
‘방해하지 마라.
반드시 한 명은 보내야 한다.
네가 갈 거냐?’
‘개국공신인 저에게 왜 이러십니까?
저는 천계와 옥황상제님을 수호해야 합니다.’
‘그러니 닥치고 앉아있어.
언제나처럼 비위를 맞추어서 나서게 하겠다.’
전장에 나가 있던 손오공은 모르지만 치열한 물밑 싸움 끝에 결정된 사항이었다.
물론 안 가려는 경합이었다.
‘누가 나올지 모르는 결전에 오직 단 한 명의 승자만 영광을 가진다.’
‘저 개조 행성을 개척해야 하는 패배자들의 운명은 참으로 끔찍하기 짝이 없군.’
신족의 힘이 일 할로 급감하는 행성의 저항력으로 대륙을 제압하는데도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그런데 일반 행성의 일만 배가 넘는 행성을 지성체가 살 수 있게 안정화하려면 어떤 고생을 해야 할지 눈에 선했다.
옥황상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먼저 발견했다.
“어서 오게!
육마왕은 패퇴시켰다는 낭보는 잘 들었네.
역시 천계 최강의 투신 제천대성(齊天大聖)다운 무위네!
능력으로 보면 당연한 인사인데 뭐가 불만인가?
그리고, 이미 명단 보고가 올라갔네.”
“뭐야! 누구 마음대로?”
발작하려는 손오공에게 옥황상제는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언제나 신왕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나?
그런데 고위신은 고사하고 지원하는 천병이 없어서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지.
우수한 부하를 얻을 이런 좋은 기회는 다시 없네.”
“….”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성질을 터트리려던 손오공은 등의 깃발을 펴면서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천계에 있는 열 개 군부 중 하나인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의 대표자리였다.
“순천대성(順天大聖)으로 방금 바꿨어!
나는 앞으로 순천대성(順天大聖) 손오공이다.
앞으로 사고를 치지 않고, 말 잘 들을 것이니 다른 놈을 보내.”
“어?”
뒤에는 아무도 없는 대표자리에 앉은 손오공의 등에 메고 있던 깃발에 정말 순천대성(順天大聖)으로 적혀있었다.
손오공의 능력은 탁월하지만 통제하기 힘든 것 때문에 싫어하던 옥황상제는 잠시 갈등했다.
‘앞으로 충성하겠다고?
이러면 조금 상황이 달라진다.’
천계의 어떤 세력과 연결점이 없으면서 단독으로도 강력하기 짝이 없는 손오공이 충신이 된다면 엄청난 이익이었다.
그러나, 다른 고위천장들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면서 시선을 피하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천장들을 강제로 보냈다가는 바로 다른 일족으로 도망칠 기세군.
그렇다고 이랑진군을 보낼 수는 없지.’
이랑진군이 비록 반신이지만, 여동생의 아들이며 친조카라서 황족에게 든든한 전력이었다.
아쉬움을 참고서 말한다.
“이랑진군은 육마왕과 싸운 여파로 치료 중인데 그대는 무사히 돌아왔지.
이러니 신계 최강의 투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손오공일세.”
“아 좀!”
창피를 무릅쓰고 칭호까지 바꾸었는데 상황이 변하지 않자 발작하기 시작한 손오공이었다.
“그렇게 싫다면 직접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뵙고 말씀드리게.
통행증을 써주지.”
“응?”
영웅신과 후계들이 완전히 장악하여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줄기다.
이미 한번 올라갔다가 두들겨 맞고서 쫓겨나왔는데 선선히 통행증을 고쳐주겠다는 말에 손오공의 눈동자가 굴렀다.
“정말이냐?
내가 먼저 올라가도 돼?”
신계에 줄기를 타고 올라온 신에게 앞으로 운영방침을 상의하겠다는 선언은 유명했다.
모든 신은 신황에게 조언을 주는 참모가 신왕 이상의 직위라고 판단했지만, 수장들의 생각은 달랐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하는 일이 워낙 규모가 크니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 큰 것이다.
‘행성도 아니고, 항성계가 통째로 조작되고 있다.’
‘조언을 잘못했다가는 큰일 나겠군.’
‘잘못 걸리면 죽는다.’
엄청난 권한이야 얻겠지만 어지간한 주신은 업무에 그대로 압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깔끔하게 욕심을 접은 옥황상제는 바로 허락했다.
“상관없네.
나는 최고의 여신을 뽑는 일 때문에 바빠서 직접 할 수가 없어.
그렇지만, 다른 수장들의 승인도 받을 수 있게 연락을 해주지.”
“좋아! 내가 가서 신황님을 뵙고, 참가 투신의 명단을 바꾸겠다.”
“그렇게 하게.
대신 참가할 투신의 동의부터 얻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게.”
“그건 또 뭐야?
위에서 시키면 그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니야?
투신이잖아?”
승자의 부하가 되는 승부에 순순히 참전하겠다는 고위 투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단호한 어조로 말한다.
“우리는 힘을 우선하는 마신족이 아닌 명분을 중시하는 신족이니 당연한 일이네.
투신은 특히 권리보다 의무가 먼저이지만 선택의 자유를 부여해야 하지.
이런 일이 귀찮은 절차나 소모적인 논쟁으로 보일지도 모르나 아주 중요하네.
하급자의 마음은 아주 복잡한 법이니 말이야.
이걸 모르면 짐승의 왕은 될 수 있어도 절대로 신왕이 될 수 없을 것일세.
신족이 왜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지 이번 일로 깨달았으면 좋겠군.
제천대성(齊天大聖) 손오공.”
“….”
스스로 순천대성(順天大聖)으로 깃발을 바꾸었어도 과거의 날뛰었던 행동으로 여전히 이름이 따라온다.
그리고, 옥황상제나 다른 신장들이 방해하지 않아도 제천대성부(齊天大聖府)에 아무도 오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손오공은 굳은 얼굴로 통행증을 쥐고서 나섰다.
“그럼 올라가겠다.”
“건투를 비네.”
그렇게 손오공이 폭풍처럼 왔다가 나가자 모두 다시 떠들썩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더욱 화기애애해진 천계의 알현실의 분위기를 파악한 손오공은 이를 악물었다.
또 당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으득! 두고 보자!
내 방식대로 반드시 신왕이 되어서 코를 납작하게 해주마!”
신족이 되었으니 과감하게 힘으로 해결하는 자신의 방식을 포기하고, 여론을 중시하라는 옥황상제의 충고를 따른다고 해도 신왕이 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오히려 단점을 극대화해서 자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옥황상제의 승인이 난 통행증을 쥐고서 다른 일족의 수장에게 향한다.
물론 과거에 저지를 일이 많아서 환영은 받지 못했기에 힘으로 밀고 들어갔다.
“까불지 마! 이 병신들아!”
신궁의 정문에서 받는 집중검문을 참지 못해서 폭발한 손오공은 단숨에 위병과 수비병을 때려눕혀 버린다.
그리고, 몰려드는 투신들을 피해서 알현실에 몰래 침입한 손오공에게 외눈박이 수장이 기가 막혀서 말한다.
“옥황상제의 연락을 받아서 방문을 알고 있기는 했는데 또 정문을 부수었나?
이러면서 제천대성(齊天大聖)이 아니라 순천대성(順天大聖)인가?
위장도 희한하군.”
“쳇-! 그러게 누가 막으래?”
본래 성질이 어디 가는 것이 아니기에 벌어진 일이다.
외눈박이 수장은 특유의 눈동자를 빛내면서 손오공의 변화를 확인했다.
“거참! 그래도 마음을 고쳐먹으려 하기는 했군.
신족의 망나니가 이러다니 세상에 별일이야.
그럼 방문 목적을 다시 보자.
줄기를 통과하여 제출된 명단을 바꾸려 한다니?
그쪽은 참으로 빠르게 결정했군.
이럴 때는 부러워.”
지혜를 얻기 위해서 눈까지 바친 외눈박이의 수장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인장을 찍어줄 기미가 없었다.
“신황님을 처음 뵐 기회는 소중하지.
더구나, 정문을 파괴하고 신들을 팼으니 공짜로는 안 되겠어.”
이걸 빌미로 어떻게 부려먹을까 하는 의도가 역력하자 손오공은 여의봉을 꺼내서 그대로 땅에 박았다.
꽝-! 우르르르르-!
알현실이 진동하는 가운데 손오공의 투기 서린 목소리가 울린다.
“이제 나의 가장 높은 하늘은 위대하신 신황 차원창세신 코아님이다!
강자에게 영광을 부여하겠다는 그분의 방침을 따르겠다는 뜻이다!
힘으로 막기에 힘으로 해결했다.
이게 뭐가 문제냐?”
손오공의 상대가 될만한 영웅신과 후계가 모두 줄기에 모여있으니 자기 한 몸은 언제든지 뺄 수 있기에 하는 위력시위였다.
그런데 외눈박이 수장은 커다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노선을 갈아탔나?
참으로 극적이군.
이런 변화가 라그나뢰크보다는 좋지.
큰일을 앞둔 지금 쓸데없는 피해를 보기 싫으니 도장을 찍어주지.”
“엥?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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