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차호는 솔직히 정신체가 창조주가 된 흑염의 절대자의 절대기인 파호톤의 제어에 완벽하게 성공하리라고는 믿지 않았는데 정말 의외였다.
제작자라고 해도 그 이상으로 진화한 신기를 통제하기는 힘든 것이다.
‘와아! 폭주의 기세만 꺾을 수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하네요.
역시 황금 권능답게 이름값을 해요.’
의외의 성과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낸다.
“현세계에서 거기까지 도달하다니 과연 흐름을 조정하려는 존재답군요.”
이제 대놓고 아이언의 정체를 까발린다.
그런데 아이언은 아무런 흔들림이 없이 왼손에 쥔 파호톤을 몇 번 휘두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황금 권능에 집중한 나와는 안 맞는다.
나를 주인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없다.’
아직 복제 에반젤리조차 완벽하게 다루지 못했기에 추가는 무리였다.
파호톤의 날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서 차호에게 내밀었다.
“일단 제어는 해놓았습니다.
다시 변형을 시도하지 않으면 폭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차호는 의아한 얼굴로 묻는다.
“헤에? 파호톤이 탐이 나지 않나요?
위력 자체도 절대계 최강의 절대기이지만, 흑염 군단의 광기를 제어할 수 있는 지휘부예요.
이게 있으면 흑염 군단을 손에 넣을 수도 있지요.
신세를 졌으니 원한다면 주선해 주지요.”
“….”
뜻밖의 제안에 잠시 할 말을 잃은 아이언은 잠시 생각에 잠긴다.
‘흑염 군단은 절대계 십중심 세력 중에서 최강의 소수정예이며 진리님조차 근절시키지 못한 강대한 세력이다.
내가 손에 넣으면 현세계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부정한다.
지금 자신의 위치는 무력으로 지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최상이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면 창조신장의 자리는 내 손에 들어온다.
황금 권능을 익힌 이상 창조주의 전권대리도 할 수 있다.’
지배자에게는 언제든지 파괴신이나 도적단으로 변할 수 있는 흑염 군단의 존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아이언을 지켜보는 차호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언제가 흑염 군단에게 다가올 흑염 권능의 폭주를 막아줄 절대기가 파호톤이다.
파호톤을 이렇게 통제할 수 있는 아이언이라면 새로운 군단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럼 절대계에 흑염 군단이 다시 가세하는 것이지.’
아이언이 일대 흑염의 절대자처럼 철저하게 흑염 군단을 통제할 수 있다면 모두 소멸시켜 칭호로 활용하는 방법보다 나은 새로운 선택지였다.
그러나, 아이언은 단호했다.
“저는 에반젤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흑염 군단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도적집단입니다.
그런 범죄신들을 부하로 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아이언은 지워진 흐름에서는 쓸만한 부하가 없어서 범죄신까지 받아들였다.
그러나, 더욱 강해져서 현세계의 희망이 되어 창조신계의 열렬한 지원을 받는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헤에? 부하의 능력보다 성향을 따지는 유형이었어요?
하긴 현세계에서 창조신장 이상의 위치를 약속받은 당신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부하가 아쉬운 상황이 아니겠지요.”
저금 의외였지만 이해한 차호는 아이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능력보다 성향이라?
영웅신이자 미래에서 온 조정자답게 아무리 강해도 세계에 방해가 된다면 처분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군요.
강자에게는 영광을 주고 약자에게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것은 진리 할아버님의 유일한 운영방침이지요.
물론 세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강자와 약자를 가리지 않고, 카르마의 부정으로 사라지게 돼요.
흑염의 절대자라는 확실한 통제자를 잃은 흑염 군단이 처단되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손가락으로 뺨을 긁으면서 곤란한 얼굴로 말한다.
“그들은 일족이 없는 영웅신들이라서 싸워서 뺏을 줄만 알지 만들 줄을 전혀 몰라요.
현세계에서 각자 일족을 만들어서 자력갱생을 시도만 했어도 복귀를 시켰을 것인데 도적군단이 되어버리니 진리 할아버님도 참으로 실망하시더군요.
칭호로 처분하기에는 참 아까운 정예 전력인데 말이죠.”
약간 고민을 하는 표정을 한 차호는 다시 이야기했다.
“파호톤을 통제할 수 있는 아이언이라면 새로운 흑염 군단장이 될 수도 있겠지요.
소유권을 넘겨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당대 계승자인 제 제안이라면 진리 할아버님도 승낙하실 거예요.
그러나, 도적단이 되어버린 흑염 군단의 복속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니 제 고민을 해결해준 대가를 다르게 치러주지요.”
불길이 사라진 파호톤을 다시 받아든 차호는 아공간에 집어넣고서 오른손을 폈다.
스으으으으-! 후우웅-!
황금빛이 집중되면서 구 형태가 떠오른다.
아이언은 익숙하나 터무니없이 거대한 차원권능의 응집에 조금 놀랐으나 곧 설명을 기다렸다.
차원권능을 물질화 단계까지 유형화시킨 차호는 자랑스러운 어조로 설명한다.
“이건 제가 연구하고 있는 차원공통원소라는 것이에요.
모든 세계에 공통으로 작용할 수 있는 기초가 되고, 기본적인 기능은 권능의 불완전한 부분을 완전하게 하지요.”
후우우우웅-!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구가 차호의 손바닥 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이걸로 신체를 완성하면 어떤 세계에 가도 바로 전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숙달된다면 모든 세계의 제어와 법칙을 교환해버리는 권능을 발휘하겠지요.
저는 이 단계를 차원창세(次元創世)라고 이름 붙였어요.
흑염 군단 대신에 이걸 직접 보고 배울 기회를 주지요.”
“!?”
일천 명의 영웅신 군단과 동등한 대가가 겨우 불완전한 권능을 학습하는 기회라는 사실에 아이언은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듣자마자 무엇인가 마음속에서 진한 떨림이 섞인 음성이 울려 퍼졌다.
‘차원공통원소의 원형이다!
아무런 제어나 보안이 없는 근본이로구나!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것은 신령과 결합한 정보행성 코아 너머의 외침이었다.
강력한 분석권능이 아이언의 통제를 벗어나서 폭주하듯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왜 그러느냐?
정보행성 코아?
뭘 하려는 것이냐?’
‘도전하라!
익혀내라.!
정보행성 코아가 아이언의 제어를 벗어나서 신체를 통제하려 하고 있었다.
아이언은 복제 에반젤리를 권갑의 형태로 손에 넣고, 황금 후계급의 황금 권능까지 익혀냈는데 그대로 제어권이 넘어간다.
‘정보행성 코아에 이런 위력의 강제권능이 숨겨져 있었구나!’
파호톤까지 통제하여 자신감이 다시 넘치려던 아이언에게 다시 불안감을 선사할 정도로 정보행성 코아에서 발동되는 제어권능은 막대했다.
아이언의 몸에서 강력한 분석권능이 발동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차호는 승인했다.
“얼마든지 시도해도 좋아요.
최초의 단계이니 아마도 지극히 불안정할 거예요.
세계 그 자체가 될 차원권능에 모든 세계에 통용될 공통성까지 포함 시켰기에 마력도 필요하고, 그 이상의 신력도 요구되지요.
거기에 투기까지 들어가니 정신체는 참 익히기가 곤란하겠더군요.
아마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하겠지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 완성할 수만 있으면 당신은 모든 세계에 위협이자 축복이 되겠지요.”
“으으으윽!”
정보행성 코아로부터 정보가 역류하면서 차호의 손에 떠오른 황금구 형태의 차원공통원소의 원형을 분석한다.
이제까지 순수한 황금빛이었던 아이언의 눈동자에서 검은 불길이 일렁이면서 타올랐다.
화르르르르-!
차원공통원소를 남김없이 분석하려는 듯이 검붉은 눈빛이 겹치면서 발산된다.
그러나, 십중심조차 전부 파악하지 못한 차원공통원소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으으으윽!”
너무 강한 분석권능이 발동되어 무리가 가해진 눈동자에 파열하는듯한 무서운 고통이 전해진다.
그러나, 정신체의 한계를 넘은 방어력과 내구력을 갖춘 신체는 황금 권능으로 감당하면서 분석을 계속해간다.
‘이건 내 분석능력이 아니다.
누군가 가세하고 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야!’
조합권능을 가진 청춘의 환상 크롬으로부터 정보행성 코아에 최소한 둘 이상의 다른 접속자가 있음을 들어서 알고 있는 아이언이었다.
‘크롬 유모가 아마도 다른 시간대의 나로 보인다고 했다.
같은 존재이기에 스스로는 잘 파악할 수 없다고 말이야.
도대체 이 녀석들이 내 신체로 무슨 짓을 하는 것이지?’
눈에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감지는 않았다.
단순한 차원권능의 집합체로 보이는 차원공통원소의 구체가 얼마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파악한 것이다.
‘얼마 전의 나였으면 눈이 폭발했다.
어렵지만 전부 보아야만 한다.
저것은 순수한 차원공통원소의 원형이자 순수한 집합체다.
그대로 익힐 수만 있다면 내게 부여된 가호 이상의 단계로 갈 수 있다.’
아이언은 차원공통원소라면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러나, 차호에 의해서 부여된 수준이기에 해석에 무리가 있었는데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우지지지지! 파파파파파!
과거 현재 미래가 전부 연결된 정보행성 코아의 전력기동으로 한계를 초월한 분석권능이 발동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왔다.
주르르르르-!
아이언의 뺨을 타고서 흐르는 핏줄기를 본 차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후후! 역시 필사적이군요.
흐름의 조정자라면 차원공통원소의 가치를 알아줄 거로 생각했지요.”
“으으으윽!”
한계를 초월한 분석권능의 발동에 잘못하면 눈이 터져나갈 위기인 아이언은 신음하면서 주시할 뿐이었다.
차호는 또 뜻밖에 차원공통원소를 익혀내려 하자 안심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흑염 군단을 잡을 준비는 다 된 셈이군요.
원래 계획과는 다르지만, 이러면 강하게 추진할 수 있겠군요.
여파가 크겠지만, 결과만 좋으면 되니 모두 만사형통이에요.’
차호의 뇌리에 자신의 반려 후보가 생각이 났다.
거신족에서 가장 뛰어난 여신답게 더없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행성 크기의 육체는 아무리 해도 감당이 안 되었다.
‘으윽! 파호톤을 잃어버리면 바로 큰일이니 천만다행이에요.
그녀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커야지 어떻게 해보지요.’
거신족의 여신의 신격도 높아서 신체를 완전하게 거신족의 크기로 키우지 않으면 진짜 아들을 볼 수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만든 차원공통원소였는데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서 몰입하는 중이지요.
차원공통원소만 완성하면 영원체조차 어떤 종족과도 아이를 만들 수 있어요.
그리고, 세계의 차이를 무효화를 시키니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많아지겠지요.’
그렇게 거신족 반려와 만들 아이와 차원공통원소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차호와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어떻게든 익혀내려는 아이언의 시간은 길게 흘러갔다.
그리고, 그 영향은 차원창세신 코아에게도 전해진다.
“큭! 또 이상한 정보가 흘러들어오는군.
이번에는 또 뭐야?”
정기가 없는 외계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게 만들어준 차원공통원소가 요동치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나 자신의 분석능력이 정보행성 코아로 전부 빨려들어 갔음을 파악하고 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분석권능의 강제 징수냐?
아주 제멋대로군.
미래 자식이 또 무슨 짓을 벌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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