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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원한도 문제지만, 능력이 만만치 않아서 의형제를 맺은 존재들이 육마왕이다.
천군에서 적수가 없던 손오공조차 서열로 보면 막내였다.
‘하나도 강적인데 여섯이 한군데에 몰려있다.
그리고 나를 찾고 있지.
이건 아무리 내가 강해도 필패다.’
완전 부활했다가 영웅신들에게 두들겨 맞아서 조금은 겸손해졌으니 솔직히 열세를 인정하면서 방안을 제시한다.
“육마왕이 전부 재생되었으면 아무리 나라도 힘들다.
부활의 권능이 행성 전체에 걸려있는 이상 어차피 아무리 때려도 안 죽으니 쓸데없는 짓이지.
그러니 다른 방안을 생각해 보자.”
절대로 못 간다는 주저앉은 자세에서 모두를 돌아보면서 은근한 어조로 말한다.
“이 좁은 행성에 신족이 너무 많지 않아?
저 넓은 우주로 진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몰래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차원창세신 코아님을 가장 먼저 뵙고 개조 행성들의 지배를 노리자 이거야.
나를 몇 명만 도와주면 반드시 뚫어 보이겠다.”
그 말에 몇몇 관리신들이 동의를 표시한다.
“으음! 확실히 일리가 있소.”
“아무리 싸워도 승부가 안 나니 줄기를 올라가는 것이 우선이오.”
영웅신들이 지키고 있는 줄기를 약간의 도움만 주면 돌파하겠다니 확실히 매력적인 방안이었다.
그러나, 창조신 즉 신황이 되고 싶으면 다른 주신과 싸워서 이기라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언질을 받은 옥황상제는 물러설 수가 없었다.
‘여전히 잔머리는 잘 돌아가지만, 핵심이 멍청한 돌 원숭이 놈!
영웅신들을 제친다고 달의 신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모든 일족의 수장들이 가장 먼저 전력을 동원한 곳이 바로 줄기 제압이다.’
영웅신만이 아니라, 후계와 비밀병기까지 모두 동원하여 승부를 보려다가 전력이 비등하여 압도하지 못한 채 그대로 주둔시킨 상태였다.
‘거기는 이제 일족의 주신들도 수장들의 통합 인증이 적힌 통행증이 없이는 접근하지 못한다.’
후계들은 점점 굶어지는 줄기를 각자의 영역으로 나누고 수십 겹의 성채가 막아버리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통제가 곤란한 비밀병기까지 얽혀있어서 수장 혼자로는 함부로 할 수 없는 철벽의 요새가 된 것이다.
‘그들은 누구라도 힘으로 통과하여 올라가려는 존재들을 힘을 합쳐서 처단하는 중이다.’
거기에 차원창세신 코아님은 분명히 말씀하셨다.
다른 주신들을 압도할만한 강자가 아니라면 창조신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말이야.’
그런 사정을 설명할 수 없기에 손오공의 은밀 침투를 거절한다.
“어허! 이건 중국의 국교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들의 진군을 막고 있으면 바로 후속군을 보낼 테니 시간을 벌어라.”
그 대답에 손오공은 코웃음을 쳤다.
“에헤헤헤헤헹-! 나 이외의 지원군이라?
그래 놓고서 또 안 보내려는 것 아니야?
나 혼자도 충분하다고 핑계를 대면서 말이야.”
“그럴 리가 없다!”
“그럼 준비하고 있다는 후속군 천장의 이름이라도 말해봐.
육마왕을 상대로는 천병은 필요 없으니 그들만 데려가겠다.
그렇게 안 해주면 나는 못 가.”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알현실에 대자로 뻗어버린다.
옥황상제는 실제로 후속군은 준비조차 안 했고, 관리신들은 군사적으로 무능하니 답할 수 있는 존재는 한 명도 없었다.
“….”
옥황상제는 이제 완전히 알현실에 누워버리는 손오공을 보면서 이를 갈았다.
‘으득! 이 빌어먹을 돌 원숭이!
몇 번을 당하더니 이제 만만치 않구나.
중국의 국교가 되었으니 행성신을 상대로 시간만 끌고, 토벌하는 시늉만 하면 된다.
육마왕을 상대로는 같은 행성신인 이 녀석이 가장 적임자인데 이제 안 넘어가는군.’
그런데 누워있는 손오공의 감각은 이미 이랑진군이 있는 최전선에 가 있었다.
자신이 부추겨서 천계와 싸우다가 영구봉인해서 소멸당한 육마왕이 설치는 모습을 아주 멀리서 확인한 손오공은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휴우! 행성 위의 전투라서 이랑진군도 얼마 못 버티겠어.’
분명히 영구봉인되어서 소멸한 육마왕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강력하게 재생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강력함을 뽐내며 천군을 박살 내고 있었다.
‘천병들이 육마왕의 초월적인 권능과 거대 신체, 재생력에 형편없이 밀리는군.
이러다가 천계까지 밀고 들어오겠다.’
천계가 행성신들에게 무너지면 이미 포함된 자신도 무사할 수 없기에 손오공은 엉덩이를 털고서 일어섰다.
“그래! 간다! 가!
실속은 없지만, 이것저것 먹은 값을 하기는 해야지.”
“오-!”
어지간해서는 천계의 일에 안 움직이는 손오공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주변 관리신들도 반색했다.
미우나 고우나 이럴 때는 가장 믿음직한 투신이었다.
“오! 역시 천계 최고의 투신!”
“자칭 제천대성(齊天大聖)다우시오.”
“그 말을 하면서 자꾸 사지로 몰아넣을 거면 순천대성(順天大聖)이라고 불러!”
옥황상제와 관리신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으면서 벌레를 씹은 표정이 된 손오공은 한달음에 전장으로 이동한다.
신경질을 내면서 최전선에 도착한 손오공은 일단 전투상황부터 다시 살폈다.
“에이! 젠장! 빌어먹을!”
본체인 수 킬로미터가 넘는 괴수로 변한 육마왕이 천병을 무자비하게 도륙하는데 행성 전체에 걸린 부활권능이 아니었으면 이미 전멸하기 직전이었다.
“으윽! 이 요괴들이!”
“기생충 주제에!”
한때 자신을 곤란하게 했던 이랑진군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육마왕에게 난타를 당하는 모습을 직접 보니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무참하게 집중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니 영웅신들에 의해서 쫓겨났던 줄기의 중간에 시선이 갔다.
“휘유유유! 젠장! 위나 아래나 강적들투성이네.
불경을 구하러 다닌다는 핑계를 대고서 여기저기 약한 상대만 치고 다닐 때가 좋았어.
저것들을 어떻게 한다.
나를 보면 반드시 갈아 마시겠다고 한꺼번에 덤빌 텐데 말이야.”
손오공은 신계에 항복하면서 의형제까지 맺은 육마왕을 배신한 전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눈에 띄면 당장 집중공격을 당할 수 있으니 멀찌감치서 상황을 보면서 대책을 강구를 하려는데 바로 옆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손오공에게는 지긋지긋한 인연인 돼지와 물귀신 사제들이었다.
‘이것들이 천계에 오자마자 또 달라붙는구나.’
천계에 돌아갔으면서도 식탐을 버리지 못해서 인간의 몸에 돼지의 머리를 한 저팔계가 채근한다.
“원숭이 사형! 안 가시면 또 난리가 날 겁니다.
어서 가서 싸우십시오.”
“이 돼지 사제야! 이건 사전 정찰이라는 거다.
너는 지금은 시식관리이지만, 과거에 천장이었는데 안 싸울 생각이냐?
또 감시만 할 거냐?”
행성신 저항군 분쇄 임무를 훌륭하게 마친 공로로 저팔계는 봉양 음식을 관리하는 정단사자(淨檀使者)가 되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잘 나가는 수군 장수였으니 충분히 전력이 될 수 있는데 바로 뒤로 빠진다.
“평범한 무관이었던 제가 육마왕을 상대로 무슨 힘이 되겠습니까?”
“젠장맞을! 그럼 닥쳐!”
저팔계는 전투는 하지 않는 관리가 되어서 별 도움이 안 되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손오공은 바로 포기했다.
대신 은근한 어조로 금신나한(金身羅漢)이 되었으면서 해골 목걸이를 아직도 걸고 다니는 사오정에게 말한다.
“사오정 사제는 바다로 들어가서 정찰이라도 해보지?”
“죄송하지만 무리입니다.
제가 물에 들어가면 행성신들에게 바로 먹힙니다.”
손오공 정도나 되니 안 들키고 정찰을 하지 자신은 감당하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섬보다 큰 거대한 상어가 되어서 바닷속을 통째로 뒤집고 있는 복해대성 교마왕 (覆海大聖 蛟魔王)을 보면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속이 뒤집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무능한 사제들! 고자질이나 인질이 되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뭐야?
그때와 하나도 안 변했잖아?”
저팔계의 축 늘어진 뱃살을 양손으로 당기면서 소리부터 쳤다.
“어이구!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 이 뱃살을 보게?
그때도 이랬으면 당장 잡아먹히고 뼈도 안 남겠다.”
“….”
“….”
과거 한창 행성에서 설치던 손오공은 천계에 잡혀서 오백 년 동안 산 밑에 봉인되었다가 소멸을 앞두고서야 천계에 투항했다.
‘나는 천계에 충성을 맹세해서 영구봉인에서 풀려난 후 제어구인 금고아를 억지로 쓰게 되었다.
절대로 벗을 수 없는 금고아로도 부족해서 정신교육용 간수와 감시원까지 붙였지.
다음에는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간다는 명분으로 대륙을 횡단하면서 천계에 투항하지 않은 행성신들을 제압하는 임무를 해야만 했다.
지독한 놈들!’
그때 달라붙은 감시원들이 이 사제들인데 아직도 참으로 불만스럽기 짝이 없었다.
‘사부와 사형 좋아하네!
잔소리와 민폐 외에는 무능한 이것들 때문에 몇 배나 힘들었어.’
악연도 인연이라고 사형제로서 친해지기는 했는데 역시 껄끄럽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금고아의 통제 권한을 가져서 가장 귀찮게 하던 삼장법사는 고급관리가 되어 여기서 빠졌으니 다행이기는 했다.
한껏 투덜거리면서도 홀로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이것들이 아직도 쓸모가 없네.
내 덕에 출세한 이후에 도대체 뭐했어?
다시 내게 빌붙을 셈이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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