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 대모 마하를 완전히 자신만의 유모로 만들고 지쳐서 완전히 뻗은 그녀를 침실로 옮겨놓은 아이언은 상쾌한 기분으로 삭월의 시즈지에게 향했다.
“시즈지 유모! 잘 끝났어요.”
“수고하셨어요.”
수많은 신족 중에서도 귀한 여창조신 대모 마하를 어떻게든 아이언의 완벽한 유모로 만들려고 조치를 취해왔던 시즈지는 질투를 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장대한 젖가슴 사이에 머리를 묻고서 생글생글 웃는 아이언의 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었다.
신계 주신의 대리인 그녀는 지금 아이언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서 감탄하고 있었다.
‘그새 더 강해지셨구나.
역시 뛰어난 유모가 많아야 해.’
안겨있기만 하는 것이 싫증이 난 아이언이 시즈지의 가슴을 만지자 그녀가 나직하게 말한다.
“이제 저보다 프롬 여왕을 조치하셔야지요.
그녀는 천국에서 상당히 오래 있었답니다.
유모로서 준비가 끝난 상태입니다.”
“으음? 그럴까요?”
여창조신이 대모 마하의 팽팽한 젖가슴과 엉덩이도 좋지만, 누구보다 풍만하여 장대한 느낌을 주는 삭월의 시즈지의 젖가슴에서 떠나기가 싫은 아이언이었다.
“지성체 신분으로 결혼까지 하셨으니 확실히 눌러주세요.”
“예!”
결혼식 때 보았던 웨딩드레스 차림의 프롬 여왕을 떠올린 아이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아이언이 유모들과 정기교류를 하면서 잠재력을 높여가고 있을 때 차원창세신 코아는 부지런히 세력의 기반을 만들고 있었다.
일단 정기 생산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차원권능으로 흐름에서 뽑아낸 행성의 위인들을 본격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한다.
일백 명 가까운 인간의 왕들을 시체 바꿔치기로 부활시킨 그는 실망의 한숨을 쉬었다.
“또 보통이로군.
이름값이 아깝다.
정치밖에 할 줄 모르는 이것들을 어디다 쓴다?”
그 말에 화려한 왕관을 쓴 청년왕이 분노해서 소리친다.
“짐이 누군지 아느냐!
중원을 통일시킨 위대한 황제로다!
이런 무례는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용서할 수 없다.”
생전에 쌓은 위업을 생각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주장일지 모르나 상대가 너무 안 좋았다.
거듭되는 뽑기 실패에 분노하기 시작한 차원창세신 코아의 광기가 어린 눈빛이 빛난다.
“그래 봐야 겨우 지성체지.
내게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고, 되살릴 수 있는 하찮은 존재다.
천국에서 아무리 만족하고, 지옥에서 쥐어짜도 정기 한 방울 나지 않는 인간들의 왕 주제에 감히 입을 놀리느냐?
일단 넌 벌레다!
네가 원하는 곤충이 되어라.”
“뭐!?”
존재를 변화시키는 고위 마도였지만, 평범한 지성체가 상대라면 영창도 필요가 없었다.
단지 의지만으로 불만을 표시한 왕의 신체가 퇴화를 시작한다.
“끄아아아아!”
뼈가 일그러지고, 근육이 수축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과드드드드드-! 우지지지지!
분명히 죽었는데 갑자기 전성기 시절로 부활해서 어리둥절한 왕들의 표정은 더없이 창백해졌다.
방금까지 자신과 함께 있던 만만치 않은 기세를 풍기던 왕이 진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매미의 울음소리가 울린다.
맴맴맴! 맴맴맴!
“흐응!”
“으으!”
날아가지도 못하고 바닥에 붙어서 비명처럼 울리는 매미 소리를 들은 왕들의 얼굴이 더없이 창백해졌다.
생전에 많은 끔찍한 광경을 보았지만, 인간이 벌레로 변하는 광경은 처음 본 것이다.
더구나 그 대상이 같은 신분인 왕이니 남의 일처럼 느낄 수가 없었다.
“매미냐?
입만 살은 보통왕에게는 참으로 어울리는구나.”
겨우 기분이 풀린 차원창세신 코아는 인간의 왕들을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너희가 행성에 내려가서 해줄 것이 있다.”
“….”
왕이었던 존재로서 자존심으로 공포심를 누르고 올려다본다.
일부러 존재감을 지운 차원창세신 코아는 쾌활한 어조로 말한다.
“인간을 이끌고, 세계수를 등반하라.
그리고, 줄기를 타고서 신계에 도착하라.
그럼 나는 그를 행성의 지성체 대표로 삼겠다.”
바닥이 투명해지며 세계수와 신계인 달을 연결하는 투명한 줄기가 보인다.
그리고, 화면이 점점 확대되며 세계수에 자리 잡은 신족의 도시와 뿌리에서 기어오르는 거대 괴물들을 본 왕들의 얼굴은 이제 시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분명 신과 괴물들이다.’
‘뭐가 저렇게 많고 커?’
‘저기를 돌파해서 줄을 타고서 오르라고?’
‘거리가 도대체 얼마야?’
거기에 상상도 못 한 고등 문병을 가진 외계 종족까지 보이자 입을 안 벌릴 수가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설명을 시작한다.
“전 인류에게 초능력을 각성시켰다.
너희가 용자나 장수라고 불렀던 존재가 기본적인 평민 수준이니 힘을 잘 모은다면 어려움을 없을 것이다.
정기란 생명체가 진화하고자 하는 의지에 육체가 반응하여 영혼을 키우는 힘이다.
투쟁이야말로 진화를 다시 일깨우는 가장 빠른 길이지.”
“거부권은 있습니까?”
어떤 왕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매미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묻는다.
거기에 대한 답은 바로 나왔다.
“그럼 투자한 정기는 회수하겠다.
어떤 벌레를 좋아하느냐?”
“….”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몽땅 벌레로 만들어서 본보기로 삼는다는 뜻이었다.
목소리에 섞인 광기에서 진심임을 파악한 모든 왕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커다란 목소리가 울린다.
“시끄럽다!
그만 울어라!”
매미가 무엇인가에 눌려 으깨진다.
우지지직! 맴! 맴! 매-!
귀를 괴롭히는 끔찍한 소리에 모든 왕의 고개가 공손하게 숙인다.
왕들의 뛰어난 정치 감각으로 이 이상의 망설임은 자살 행위임을 파악한 것이다.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모든 인간의 왕이 고개를 숙이자 매미가 되어서 밟혔던 왕도 부활했다.
아무리 혈기가 좋아도 벌레가 되어서 밟혀 죽은 끔찍한 경험은 누구라도 공손하게 만들기 충분했기에 같이 고개를 숙인다.
모든 인간의 왕의 머리 위로 차원창세신 코아의 음성이 울린다.
“나는 너희를 전부 부활시켰다.
죽지 않게도 만들었지.
그러나, 인간이 아닌 벌레가 된 상태에서 의지를 가진 영원한 생명을 줄 수도 있다.
행성의 대표가 될지 영원히 벌레가 될지는 너희가 하기 나름이다.
왕으로서 신분은 내가 보증해서 원래대로 복구될 것이다.
그러니 바로 나라를 접수하고 전력으로 세계수를 공략하라.
가거라!”
투명한 바닥이 이제 커다란 구멍으로 바뀌었다.
줄기를 따라서 까마득한 푸른 행성이 보였다.
왕들은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설마 여기를 뛰어내려서 행성으로 가라는 것인가?’
‘그럴 리가 있나?’
직접 보니 아무리 보아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게 먼 거리였다.
행성이 동전만 하게 보이는 암흑의 우주에 몸을 던질 정도로 간 큰 왕은 여기 없었다.
그런데 살기가 번들거리는 음성이 울렸다.
“나는 칠십오억 명의 인류에게 강제로 초능력을 부여해주었다.
이런 투자를 했는데 지배종족도 못 되고, 만약 세계수도 못 오른다면 무척 실망할 것이다.
모두 처벌을 할 수 없으니 무능하고 겁쟁이인 지배층에게 대가를 받아내야 하겠지.
그런데도 왜 안 가지?
설마 내가 던져주기를 바라는 것이냐?
왕도 겁쟁이냐?
전혀 가망이 없구나.”
거기까지 들은 인간의 왕들은 눈을 찔끔 감고서 열린 구멍으로 하나둘 몸을 던졌다.
좋게 보내달라고 버티어보았자 들어줄 존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파파! 파팟!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존재가 부여한 영원한 생명은 과연 대단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이나 피부를 얼리는 한기도 순간이었다.
“오오! 놀랍다!”
“이것이 신의 힘!”
대기권을 돌파하면서 생기는 열기조차 순식간에 적응을 완료한 육체는 더욱 강해지면서 행성의 표면을 향해서 급속도로 떨어져 간다.
그리고, 그들을 중간에서 기다리는 타천사들이 있었다.
“준비되었습니다.
우리의 왕이시여!”
“오신다!
받아!”
검은 날개를 가진 타천사(墮天使)들이 부활한 자신의 왕들을 발견하고 기뻐하면서 받아낸다.
왕들은 날아다닐 재주가 없으니 땅에 그대로 처박힐 각오를 했는데 다행히 구출되어서 기뻐했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익숙한 얼굴들을 보면서 재회를 기뻐한다.
“그대들도 부활했군!
진정 기쁘도다!”
“다시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전하-!”
낙하하던 왕들을 받아낸 타천사들이 여기저기서 인사하는 소란이 일었다.
그들은 다시 삶과 목적을 얻었기에 바로 자신들의 나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위성으로 지켜보던 인류연합의 지배층들의 얼굴은 이제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이 되었다.
특히 아직 왕정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의 수장들은 당장에라도 심장을 움켜쥐고 쓰러질 지경이었다.
부활한 왕들이 초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에 신의 보증이라서 가짜 왕이라고 할 수가 없던 것이다.
아직 입헌군주제인 영국의 총리는 속이 뒤집힐 것 같은 표정으로 지으면서 한탄한다.
“인제 와서 아서왕 님이라고!?
바이킹도 없는데 어쩌라고?”
옆의 프랑스의 대통령은 고소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한다.
“너는 그래도 낫다.
우리는 나폴레옹이란다.
세계대전이라도 일으키려나?”
“무슨 헛소리!”
민주주의가 장착된 나라의 입장으로서 옛 왕의 부활은 거의 의미가 없었기에 여유가 있었다.
“이미 우리 손으로 끝장낸 황제를 데리고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우리가 결정해도 순순히 정권을 넘겨줄 수 있을 것 같나?”
“신계에서는 무슨 생각이시지?”
모두의 눈이 이제 천연덕스럽게 의장의 허공 위에 떠 있는 간디 천사에게 간다. 그는 여전히 옥수수를 먹고 있었다.
오물! 오물!
뭐가 그렇게 맛이 있는지 계속 먹어대던 간디는 모두의 시선을 느끼자 그제야 중지하고서 말했다.
그리고, 대머리를 빛내면서 말했다.
“민중을 이끌고서 앞으로 나서서 싸울 왕들이 돌아왔어.
이제 관리인 우리는 세계수에 관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모든 것은 돌아온 왕들이 알아서 할 것이니 나라의 안정에만 힘을 쏟으면 되겠군.”
그 말에 몇몇 수장들이 정색하면서 말한다.
“무저항으로 권력을 넘기라는 말씀이십니까?
저희가 하려 해도 국민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몇몇 독재국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민의 투표로 뽑힌 지배층들이었다.
그러니 당연한 질문이자 반론이었다.
“어허! 아무리 평화로운 권력 이양이라 해도 무저항이 함부로 쓸 수단이 아니지.
아무런 저항 없이 굴복하면 반드시 숙청으로 되돌아오니 말이야.
그런 걸 바라시지는 않네.”
“그럼 어떻게 막으란 말씀이신지요?”
과거에 사라진 황제와 왕들이 돌아와서 민주정부가 압수한 왕족들의 재산만 돌려달라고 해도 멀쩡한 나라가 드물었다.
힘으로 억누르려고 해도 그 뒤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있으니 그럴 수가 없어서 지극히 곤란한 것이다.
간디 천사는 오랜 경험으로 그들의 심정을 알아채고서 조언을 했다.
“저들은 타고난 왕일세.
방해만 하지 않으면 스스로 알아서 할 것일세.”
“그게 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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