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어디선가 삶은 옥수수를 꺼내서 인도 수장에게 넘긴 간디 천사는 대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무슨 생각이신지 나도 잘 몰라.
천사로 부활 이후에 여기 와서 지켜보란 지시만 받았거든.
너무 유명한 것도 문제야!
나도 다른 천사들처럼 전도하면서 실적을 쌓고 싶었는데 수장들의 자문역할이라니 말 다했지.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건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겠군.
잘못하면 다시 시체로 돌아가겠어.
이 맛있는 옥수수를 다시 못 먹게 되는 것은 싫으니 열심히는 해야겠지.”
유명세 덕분에 일할 위치를 잘못 배정받은 신세를 한탄하면서 옥수수를 베어 물은 간디 천사였다.
오도도도도도독!
옥수수알이 이빨에 씹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무례가 분명한데 간디 천사의 이름값이 높으니 모두 가만히 있었다.
“단지 이대로면 나처럼 무저항이나 비폭력으로 행동하면 철저하게 두들겨 맞겠어.
당장 세계수를 오르지 않으면 인류멸망은 아니더라도 배제는 확실하네.”
“!?”
천사로 부활한 성자가 해주는 말은 무게가 달랐다.
그리고, 전형적인 서양 금발 미인의 모습인 여천사가 공간이동으로 옆에 나타난다.
이제 공간이동 정도는 상식으로 아는 수장들은 놀라지도 않고 의문만 떠올랐다.
‘누구지?’
‘유럽계통의 천사인데?’
‘누구 아는 사람 없나?’
간디는 사진이 많이 남아있으니 바로 알 수 있는데 처음 보는 여성의 얼굴이었다.
그런데 입고 있는 플레이트 갑옷과 십자가가 그려진 망토를 본 프랑스 수장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설마? 설마?’
풍만하기짝이 없는 여성형 플레이트의 가슴에 프랑스 왕가의 문장까지 확인한 프랑스 수장이 인도 수장처럼 크게 외친다.
“오를레앙의 성녀시여! 그때처럼 조국을 구원해주소서.”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정말 곤란하군요.”
잔 다르크.
신의 계시를 받아서 프랑스의 백년전쟁을 끝냈으나, 모시던 왕의 배신으로 마녀로 화형당한 극적인 운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성녀의 등장이었다.
간디처럼 이름값 때문에 국제연합에 파견된 그녀는 천사가 되어서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휴우! 저도 힘이 없어요.
지옥의 화형 정도는 피하게 해드릴 수는 있는데 해드릴까요?”
“허어어억!”
그제야 나라를 구한 그녀를 배신한 것이 바로 조국 프랑스이며 국왕임을 상기한 수장은 입을 다물었다.
비록 힘이 없는 임시 천사라고 스스로 낮추어도 저들이 보이는 권능이라는 힘은 초능력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장들의 시야를 한 몸에 모은 인류에서 대표적인 성자와 성녀는 발언을 시작한다.
“차원창세신 코아님께서 전 인류에게 초능력까지 부여하는 투자를 했는데 세계수에 도달하지 못한다고 실망하셨어요.
그래서 인류심판에 대한 모든 성서와 성전들을 읽고 계세요.”
“어어억!”
“허허억!”
신들이 자신을 실망하게 하거나 배신한 인류에게 얼마나 잔혹하고 무섭게 처단했는지 잘 아는 수장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울렸다.
잔 다르크 천사는 간디 천사를 보면서 말한다.
“그분을 시중들게 뽑힌 천사들이 말하기를 차원창세신 코아님이 요즘 저희 쪽 성서들을 주로 읽고 계신다고 하더군요.
신벌을 내리는 부분만 찾아 읽으신다니 참으로 걱정이에요.
그쪽 성서에서 온화한 것은 없나요?
되도록 많이 얻어서 신계로 가져가고 싶군요.”
부활한 성녀인 여천사들 중에서 뛰어난 존재를 뽑아서 신계 관리에 활용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간디 천사는 부러움이 섞인 음성으로 대답한다.
“허허! 성녀의 기대를 배신해서 미안하지만, 신의 심판의 무서움이 우리라고 다르겠소이까?
자비가 근본이라고 하나 지옥은 우리가 가장 상세하지 않소.
다른 종교도 비슷하니 될 수 있는 대로 안 가져가는 것이 좋을 거요.”
“하아. 정말 곤란하군요.
신계에 모인 성서와 경전들에서 너무 험악한 심판방법만 나와요.
이러다가는 대홍수 때처럼 방주를 만들게 하거나 그게 싫으면 종교개혁부터 해야 할 지경이에요.”
“그건 노아와 루터 천사가 맡으면 잘할 수….”
민감한 부분이 나왔는데 성서에서 나오는 참혹한 인류멸망을 떠올린 수장들의 시체와 같은 얼굴을 본 간디 천사는 서둘러서 말을 바꾸었다.
“그나저나 신계에서 일하게 된 성녀 천사들이 참으로 고생이 많군.
그런데 그쪽 성서의 심판에 관심을 보이신다니?
설마 대홍수나 불벼락을 내리시지는 않으시겠지?”
대홍수의 방주라는 완벽하게 절망한 수장들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질문이었는데 더한 대답이 들려온다.
“일단 빨리 세계수에 도착하지 않으면 행성 환경에 피해가 없게 발기부전과 임신 불가능부터 조치하실 생각이세요.”
“허어? 전 인류의 남성을 성불구로 만드신다고요?”
거기에 불임까지 거시겠다니?
전 인류가 성불구에 불임이 걸려버리면 일백 년 안에 전멸은 확정이지 않소?”
간디 천사가 질린 표정으로 말하자 잔 다르크 천사는 십자가가 새겨진 망토를 몸에 두르면서 말한다.
“일백 년이나 걸릴까요?
그분의 조치가 떨어지면 인류는 일 초안에 멸망합니다.
이렇게 직접 전했는데도 말을 안 들으면 책임자들에게는 직접 제재방안을 고려하시겠지요.”
“!!!”
차원창세신 코아가 천사란 입장이 있으니 국가 수장들이 없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천사들의 대화는 소름이 끼치는 내용투성이였다.
잔 다르크는 다시 신계로 공간 이동하면서 마지막으로 통보한다.
“세계수에 현생 인류를 어떻게든 도달하게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신을 실망하게 한 여기 있는 모두는 저처럼 화형입니다.
일단 지시하신 대로 성불구부터 적용을 시키고, 화형 체험을 시켜드리지요.”
“에에에엑!”
“허어어억!”
차원창세신 코아의 직접 지시를 받게 된 잔 다르크의 파란 눈빛이 붉게 빛나는 순간 모두가 화형에 처하는 환상이 밀려온다.
영화로만 보았던 마녀의 화형대에 자신들이 묶여있었다.
위성화면 너머로만 보았던 지옥의 악마들이 신이 나 장작을 쌓으며 불을 불이니 불길을 솟아오른다.
화르르르르르륵-!
“크아아아아-!”
“까아아아아-!”
발끝부터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에 처절한 비명을 지르는 수장들에게 지옥의 악마들이 환호한다.
“착해져라!”
“회개해라!”
아주 짧았지만 미칠 것 같은 화형 체험을 끝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몸은 그대로 있었다.
‘모든 것은 환상이었구나.’
‘그럼 성불구는?’
‘내가 불임이라고!’
아직 팔팔한 수장들이 몰래 자신의 성기를 자극했지만 아무런 자극은 고사하고 하반신에 감각조차 없었다.
‘안 서!’
‘이건 진짜다!’
진짜로 성불구에 불임이 되고, 지옥에서 화형 되는 경험까지 겪은 수장들의 눈빛에 드디어 황금빛이 어렸다.
“이런 젠장! 이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
“해군보고 민간 배들의 접근을 막으라고 해!”
“통제를 안 따르면 해적이다!
쏴 버려!”
솔직히 돌파방법은 이미 알고 있었다.
단지 여파가 걱정되어서 하지 못했었다.
“모든 항공모함을 쇠사슬로 연결해서 폭풍을 버틴다.”
“각국의 공간이동과 비행 초능력자들을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긁어모아!”
“물이나 공기를 제어할 수 있는 초능력자는 모두 징병해!”
“인류의 해군은 힘을 모아서 전력으로 세계수로 돌진한다.”
여섯째 날에 세계의 모든 항공모함이 쇠사슬을 묶이고 일단 군 소속의 초능력자들을 태우면서 태풍을 향해서 전진한다.
갑자기 잠잠해진 폭풍으로 순조롭게 항해하던 그들을 갑자기 불어닥친 더욱 거센 바람이 반겼다.
그런데 참으로 웃기게도 구름이 글자를 만들고 있었다.
“연환계에는 동남풍 화공?!”
“황하는 불타고 있는가?”
“이차 적벽대전!?”
“인류의 것은 인류에게 되돌려 준다.”
“이건 또 뭐야?”
화르르르르!
마치 화공을 하는 것처럼 불타는 고깃배들이 항공모함을 향해서 몰려온다.
항공모함이니 작은 배야 당연히 무시할 수 있지만, 유조선과 유람선은 달랐다.
분명 침몰했을 거대한 배들이 불타면서 묶인 항공모함으로 달려드는데 이런 공포도 없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진짜 화공이다!”
“피해라!”
회심의 수단으로 내놓은 쇠사슬로 묶어놓은 항공모함 수십 대는 회피력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돌진해오는 유조선과 유람선에 충돌하여 불타서 가라앉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이 모습은 모든 인류에게 생중계가 되었다.
“킬킬킬킬! 카카카카카카! 푸하하하하하하!
직접 공격을 하지 말라고 했더니 간접공격이라니?
이것들이 꽤 하는구나!
크하하하하하!”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으니 시작의 방에서 같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항공모함들이 불타자 배를 잡고 웃어젖히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책상에서 공부 중이던 시작은 이마를 꾹 누르면서 말한다.
“으음! 신족들이 왜 인류의 접근을 막는 것인가요?”
어차피 아무도 죽지 않으니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제는 무덤덤해진 시작이었다.
지금은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선 방해하고 나선 신족의 생각이 신경이 쓰였다.
커다랗게 웃다가 시작의 물음에 정색하고서 바로 설명에 들어간다.
“신앙을 거의 잃고서 허신 직전까지 몰렸던 신족입니다.
그 상태에서 인간들 틈에 섞여 살면서 시달리더니 여기 인류에게 어지간히 원한이 쌓인 모양입니다.
행성신까지 몰래 돕는 모습을 보니 현재 인류에게 상당히 불만이 많은 것 같군요.
직접 개입을 금지한 제게 찍힐 위험까지 감수할 정도라면 심각한 수준입니다.”
행성신들이 은근슬쩍 끼어들어서 파도를 높이는 모습을 본 시작은 이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관리자가 될 신족과 행성신들이 이런 식으로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는 것이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간접적으로도 막지 말라고 할까요?
아니면 그냥 걸어서 세계수에 도착하게 뿌리를 대륙들에 연결할까요?
명령만 하십시오.”
만약 그렇게 되면 뿌리와 연결된 곳에서 벌어질 끔찍한 일을 파악한 시작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냥 이대로 두세요.
어차피 죽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서로 감정을 풀면 좋겠지요.”
“창조주다우신 시야과 지시이십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공부 열심히 하십시오.
좋은 성적을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멋들어지게 인사를 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의 신계로 돌아가는 공간이동을 한다.
황금 빛무리만 남기고 사라진 모습을 시작은 고개를 흔들면서 책을 펼쳤다.
‘내일부터 시험 기간이라서 다른데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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