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여기저기서 험악한 소리가 튀어나오면서 외계 종족의 약진을 모른척하는 신과 행성신들을 성토한다.
저들의 정체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많이 헌금을 냈는데 그냥 보내시는 거야?”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종교인들에게 중과세합시다.”
표류 종족이 세계수를 오를수록 실망한 국민의 압박도 커진다.
그러니 어떻게든 방해를 해야 하는데 저 폭풍과 해일을 뚫고서 군대를 보낼 방법이 없었다.
“세계수로 가는 바닷길은 모두 폭풍과 신들의 전쟁으로 막혔다.”
그렇다고 신에게 기도하면 인간의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이 알아서 하라는 무정한 대답만 돌아왔다.
“으으윽! 신전을 급조한다고 투자한 예산이 아깝다.”
“그래도 신탁은 내려주셨으니 그만 투덜거려!”
“신을 욕하면 내려진다는 신벌이 안 무서우냐?”
이런 간단한 대답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부랴부랴 천사들이 말하는 신전을 기존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어낸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것저것 공물을 바치면서 주신들의 영 시원찮은 대답을 끌어낼 수 있었다.
“분명히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바라지 말라고 했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방법이 있다는 소리인가?”
“어떻게 하라고?
우린 저런 우주선이 없잖아?”
표류 종족들은 대형 우주선을 무식하게 돌진시켜서 그 자재로 지원도시를 만들고,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투입했다.
과학문명이 떨어지는 행성 인류는 절대로 따라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자꾸 이상한 상황이 의외의 곳에서 터져 나온다.
비서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와서 외친다.
“뭐? 민간인들과 대기업들이 멋대로 움직여?”
“세계수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고!”
“이번에 어떤 놈이 정보를 흘렸어?”
세계수는 행성의 정기와 태양을 이용하여 강한 정기를 뿜어내면서 지성체가 살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인류에게 초능력을 각성하게 할 정도로 강대한 정기를 가진 세계수의 가치를 눈치챈 지배층들만 연구하면서 은밀하게 공유하고 있었는데 또 새어나간 것이다.
바다 중심부에서 몰아치는 폭풍과 해일로 그동안 묶여있던 배들이 일제히 출동하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작은 배 위에는 초능력자들이 커다란 물병을 들고, 폭죽을 터트리면서 축제 분위기였다.
“돈 벌러 가자!”
“약간만 먹어도 한 달 동안 배고픔을 멈추게 해주는 껍질이나 젊어지게 만들어 준다는 가지를 얻을 수 있다면 한평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세계수 주변의 바닷물만 떠와서 팔아도 대박이다!”
쉽게 큰돈을 벌 생각에 들뜬 그들도 신과 행성신이 일으킨 폭풍과 해일 앞에서는 용기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꿀꺽! 이거 안될 것 같은데?”
“저 안에서는 절대로 안 죽는다니까 밀어붙여!”
“인생은 한방이야!”
물론 현실은 잔혹했다.
과과과과과과과과과-!
바다에 들어가자마자 작은 고깃배는 하늘로 날려지고, 물에 모두 빠졌다.
“우가가가가가가! 역시 안 되냐?”
“어푸어푸! 내가 이런 고깃배로는 안 될 것 같다고 했지?”
폭풍과 해일로 인하여 단숨에 침몰하는 수많은 배를 본 수장들의 머리는 이제 깨질 것 같았다.
표류 종족들을 불러온 이유가 개조 행성 거주자를 정하기 위해서이며 지금도 천사들에 의해서 냉정하게 평가가 내려짐을 알고 있기에 급했다.
“저런 미친-!”
“당장 막아!
이게 무슨 추태냐?”
재물과 욕망에 찌들어 자살 행위 같은 짓을 반복하는 종족이 높은 평가를 받을 리가 없었다.
다급하게 해군을 연결하여 통제하게 했는데 고깃배들 사이를 뚫고서 거대한 그림자가 보인다.
“저건 또 뭐야?”
“유조선?”
항공모함이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는지 유조선들이 사방에서 밀려든다.
거기에 덩치로는 무엇보다 큰 호화유람선까지 동원되어서 돌진을 시작한다.
당연히 강력한 초능력자들이 배를 보호하고 있었다.
선장실에서는 사색이 된 선장과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써서 척 보아도 암흑가의 인물로 보이는 청년이 병색이 완연한 날카로운 인상의 노인이 나온 화면을 보면서 설득 중입니다.
“보스-! 이건 너무 무모한 짓입니다!
저 폭풍과 해일을 못 견디고, 해군도 모두 물러섰습니다.
이러면 모두 죽을 겁니다.”
그러자 화면의 노인이 분노가 폭발해서 고함을 질렀다.
“저 폭풍 안에서는 아무도 안 죽어!
해군 중 누구도 죽은 사람이 없다니까 무조건 시도해!
항공모함은 어느 정도 견디었다니 유조선도 가능할 것이다.
선금부터 챙긴 선원들이 못하겠다면 총알의 맛을 보여줘!”
“히이이이이!”
어느 정도 삶을 포기한 눈빛을 한 암흑가 청년의 부하들이 슬금슬금 물러서려는 선장과 선원에게 권총을 겨누었다.
바다에 세계수가 생긴 이후로 발생한 폭풍으로 장거리 운행이 거의 없어서 슬슬 전업을 준비하고 있던 유조선 선장은 후회막급이었다.
‘아! 젠장! 어째 너무 거금을 주더라.
이것들은 바다의 무서움을 전혀 몰라!’
‘이제 어쩌실 겁니까?
이 유조선으로는 얼마 못 가서 뒤집힐 겁니다.’
‘책임지십시오! 선장님!’
‘설마 저 안으로 돌진하자는 미친놈들일 줄은 몰랐지!’
어떻게든 배의 항로를 돌려보려고 해도 같이 참석한 암흑가 놈들이 눈을 부라리니 그럴 수가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물론 책임자인 암흑가 간부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배를 빌린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금 내가 암으로 죽기 직전인데 돈이 문제야?
내가 죽으면 네가 조직을 이어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자꾸 반대하면 병들어 죽기 전에 너부터 죽여준다.”
몇 년을 암으로 투병하다가 초능력을 얻고서 잠깐 건강을 되찾았다 재발해버린 암흑가 보스의 눈빛은 광기까지 흘렀다.
그리고, 이어지는 암흑가 보스의 말은 갈수록 몽롱해졌다.
“내 후계자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세계수의 잎과 영원한 젊음을 보장한다는 세계수 열매를 가져온 자로 하겠다.”
“그건 헛소문….”
그러자 노인이 화면에 신경질적으로 무엇인가를 잔뜩 던지는 모습이 보였다.
퍼어어어-!
어디서 갑자기 힘이 생겼는지 미친 듯이 날뛰는 노인은 한이 맺힌 듯 외쳤다.
“내가 세계수 잎을 먹고 암이 낫는 걸 직접 봤다!
열매를 먹고서 나보다 더 늙은 주제에 청년이 되는 모습까지 보았다!
네놈처럼 거짓이라고 말하는 참모들의 말을 듣고서, 겨우 몇억 불이 아까워서 망설였다가 육십도 안되어서 죽게 생겼단 말이다!”
보스를 모시던 참모들이 갑자기 익사체험을 하러 가는 것과 같은 이 배에 태워져서 의아했던 암흑가 청년이었다.
그리고, 그제야 불로 불사의 만병통치약이 정말 있겠느냔 보스의 질문에 당연히 없다고 대답한 기억도 떠올랐다.
‘제길! 설마 진짜가 있었나?
그래서 책임자가 나였군.’
측근이니 암으로 보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완치할 기회가 있었는데 놓쳤다면 미쳐서 날뛸 일이었다.
‘그나마 지옥이 생기고, 악마들이 돌아다니는 세상이 되어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끔찍한 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다.’
사형을 받으면 산채로 지옥에 끌려가서 고문을 받으니 어떤 악인이라도 중범죄를 함부로 저지를 수 없었다.
그러나, 괴롭힘은 더욱 집요해졌음을 파악한 암흑가 청년은 이제 물러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서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보스!
반드시 세계수의 열매를 손에 넣어서 돌아가겠습니다.”
“빈손으로는 절대로 돌아오지 마라.
성공할 때까지 도전해!”
일방적으로 끊긴 통신화면에 암흑가 청년은 이를 부득 갈고서 선장에게 말한다.
“으득! 본 대로 물러날 방법이 없소.
당신이 평생을 바다에 살아서 어떤 폭풍일지라도 정면돌파할 수 있다고 했으니 믿어보겠소.”
“그…그건!”
당연히 의뢰를 따기 위한 허풍이었다.
선장은 아직 돌입도 하지 않았는데 조각배처럼 출렁이는 유조선을 느끼니 간담이 써늘해지고 있었다.
‘이건 미친 짓이야.
당장 뱃머리를 돌려야 해.’
그러나, 이제는 선원들조차 분노하는 기색과 함께 암흑가 인물들이 권총을 겨누는 모습을 보니 어쩔 도리가 없이 폭풍 속으로 밀고 들어간다.
그와 비슷한 장면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는데 몇 척 있는 호화유람선은 상황이 달랐다.
환자인 것은 맞지만 온화한 인상의 노인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꼭 네가 가야 하겠느냐?
너 말고 보낼 사람은 많다.
지금이라도 돌아오너라.”
앞에 서 있는 젊은이도 귀공자의 전형처럼 보이는 미남이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대답한다.
“이번 일에 저희 그룹의 미래가 걸렸습니다.
세계수를 오르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잎과 열매를 확보하겠습니다.”
복잡한 후계자 문제를 단번에 정리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노인도 고개를 끄덕인다.
“알았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심하거라.”
“예! 전진하라!
우리는 반드시 성공한다.”
“옛! 도련님!”
오랜 충복인 선장은 힘찬 구령과 함께 전력으로 폭풍 속으로 몰고 들어간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과 욕망을 심은 배들은 모두 해일 속으로 향한다.
도전자인 그들을 반기는 것은 갑자기 커진 수십 미터가 넘는 파도였다.
구르르르르르르-!
산더미 같은 해일이 유조선과 유람선을 모두 집어 삼켜버린다.
“우와아아아아악!”
“허어어어어억!”
승부를 가리지 않는 상태에서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지 않는 신족과 행성신들의 심술이었다.
그들은 침몰하는 배들을 보면서 웃고 있었다.
‘표류 종족이야 개조행성으로 거주민 자격으로 갈 것이니 통과시켜 주었지만, 가호를 받는 행성 인류는 다르지.’
‘직접 손만 안 대면 된다.’
행성 인류가 신계에 도착하면 대표 종족으로 임명될 것이 분명하니 정확하게 우열이 가려질 때까지 막아야 했다.
그리고, 오랜 원한이 있었다.
“너희는 안돼!
신앙심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주제에 어디까지 퍼지려고 해?”
“행성을 오염시키는 해충들 같으니라고!”
“모성부터 개선하기 전에는 어림도 없다.”
정기가 강력한 수많은 종족을 가진 엄청난 크기의 개조행성의 신계를 욕심내기 시작한 신족과 행성신들은 이때만은 일치단결했다.
그렇게 신분과 출신은 달라도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든 현실은 공평하게 잔혹했다.
수백 대가 넘는 유조선과 유람선이 일순간에 침몰하는 꼴을 본 수장들은 절규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
“자꾸 추태를 부리지 말란 말이다!”
“지금까지도 너무 위험해.”
언제부터인가 회의실의 허공 위에 있는 참으로 유명한 대머리 천사가 참으로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차는 모습을 보니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었다.
“쯧쯧쯧! 저런 욕심들은 내 생전과 전혀 변하지 않았군.”
사진에서 튀어나온 모습이니 정체를 단숨에 파악한 인도 출신의 수장이 이제 울 듯한 얼굴로 외쳤다.
“간디님! 천사가 되셨으면 조국을 위해서 도와주십시오.”
인도의 위대한 성인이라고 불린 그가 천사로 부활한 것이다.
그러나, 전해지는 이야기와는 달리 참으로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한다.
“차원창세신 코아님에 의해 천사로 부활한 내가 뭘 어떻게 하겠나?
거기에 난 최하급도 아닌 임시 천사이네.
수습 과정에서 잘못하면 다시 썩어버린 시체로 돌아가니 너무 큰 것을 바라지 말게.
옥수수는 많이 줄 수 있지.”
“그…그런! 직접 조치가 불가능하시면 뭐라고 조언을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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