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그렇게나 바라는 새로운 모성의 획득이 너무나 쉽게 다가온다.
더구나, 가장 시급한 고갈된 물자보충까지 허락하자 감격한 그들은 모두 감사를 표시한다.
잠시 후 감정을 정리하고서 위성형 이민선으로 가장 큰 세력을 갖춘 표류 종족의 대표가 나서서 말한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으면 좋겠습니까?
우주에서 가장 큰 신전을 만들어 바치면 되겠습니까?
저희 모두는 충실한 신도가 되었습니다.”
생존이 절실한 표류 종족들은 차원창세신 코아를 진정한 신으로 받아들였다.
나름대로 신족이 바라는 표류 종족의 조치에 만족하고서 지침을 준다.
“너희는 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너희의 육체와 영혼은 아무런 정기가 없는 최악의 상태이다.
그러니 빨리 새로운 세계수의 정기를 마시고, 활기를 되찾아서 인구를 늘려라.
어서 강해져라.
내게는 그것이면 된다.”
“알겠습니다.”
화아아아아아아아-!
스물여섯 쌍의 빛의 날개가 전개되면서 차원권능이 발동된다.
“모두 이 행성으로 이동시켜줄 것이니 바로 시작하라.”
허공에 떠 있는 화면들이 흔들리면서 행성 표면의 거대한 이민선과 이민 위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나는 신계에서 진정한 용사들을 직접 볼 날을 기대하고 있겠다.”
“위대하신 차원창세신 코아님의 뜻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행성 주변을 포위한 일만 척 이상의 이민선과 이민위성은 초능력을 각성하여 들뜬 인류를 다시 뒤흔들었다.
시작은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로 등교하려는데 텔레비전에서 호들갑스러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리자 쳐다보았다.
투명한 방어막 너머에 나타난 수많은 우주선을 비춘 여아나운서는 감격한 음성으로 울먹이면서 말하고 있었다.
“저 우주선들을 보십시오.
인류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넓은 우주라도 이제 전혀 외롭지 않습니다.”
세계수가 있는 바다 위의 우주로 모여든 우주선들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물과 공기가 소용돌이치면서 빨려들어 간다.
삐이이이이이이-! 슈하하하하하하-!
견인 빔으로 물과 공기를 흡수하는 우주선들을 잠시 멍한 모습으로 쳐다본 여아나운서는 수천 척의 강하정이 일제히 발사되자 비명을 질렀다.
“까아아아아아아! 외계 약탈자들이었어요!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정부는 뭐 하고 있나요?
군대는 어디 있지요?”
난리가 난 화면에서 시선을 거둔 시작은 식사하면서 멍하게 있던 부모에게 인사를 하면서 집을 나선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그래.”
시작의 부모는 외계 침략자가 나타났는데도 너무나 태연한 딸에게 이상함을 느꼈다.
‘저 아이가 많이 이상해요.’
‘뭐가?
초능력을 얻었다고 사고를 치는 다른 애들보다는 나아.
당신처럼 호들갑을 떨지 않아서 좋은데 뭘 그래?’
‘이이가!’
차원창세신 코아와의 만남은 기억이 지워진 상태였다.
그리고, 이렇게 급변하는 세계에서 저런 무덤덤한 태도가 낫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집 밖을 나온 시작은 바로 하늘의 신계를 쳐다보면서 외쳤다.
“차원창세신 코아! 저들은 또 뭐예요?”
시작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럴 수 있는 원흉은 한 명밖에 없었다.
과연 바로 하늘에서 나타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공손한 어조로 보고를 시작한다.
“예!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
저들은 행성 인류의 경쟁자들입니다.
세계수를 오르면서 육체와 영혼을 단련하라 했더니 행성의 지배층들은 포기 상태입니다.
역시 자극이나 라이벌이 없으면 발전도 없어서 불러들였습니다.”
“아아! 그러세요?
경쟁자가 너무나 많군요.”
겨우 그런 이유로 하나의 종족도 아니고 수천 종족을 불러들였다니 다시 머리가 아파지는 시작이었다.
그동안 꾹 눌러놓았던 불만을 이야기한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정기와 초능력이 생겼으니 알아서 발전할 수 있지 않아요?
꼭 이렇게까지 개입을 하셔야 해요?”
“그럼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립니다.
그냥 내버려 두면 이대로 만족하고 살려고 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더구나 초능력을 사용하는데 수련을 하지 않으면 육체와 영혼의 괴리로 자멸할 수 있습니다.
좋은 말로는 하지 않으니 이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심하잖아요!”
불평을 이야기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의 말이 맞는다는 사실은 시작은 잘 알았다.
‘세계수의 정기로 초능력을 얻은 인류는 진화했지만, 주어진 힘이기에 영혼의 수준은 그대로야.
이대로는 모두의 육체가 붕괴할 수 있어.’
강력한 초능력이 허약한 육체에 엄청난 부하를 준다는 사실을 차원창세신 코아가 부여한 창조권능으로 알고 있는 시작은 다시 묻는다.
“저들의 통제는 확실하겠지요?
저들과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늘에서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수천 척의 강하정을 걱정스럽게 쳐다본다.
그러나, 이미 안주하지 않는 폭주로 조치해놓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자신 있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의 권능을 받아들이고 신도가 된 이상 저의 의지를 거역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들의 행동반경은 제가 세계수에 주변에 만들어 준 섬과 세계수로 한정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는 어떤 활동도 할 수 없습니다.
저들이 세계수를 올라가면서 자극을 받은 행성 인류가 도전하여 신계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시면 됩니다.”
“너무 급한 것이 아니에요?”
“물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지요.
지금 깊은 바다로 나아가지 않으면 나중에는 배가 뒤집힙니다.”
“무슨 배요?”
비유가 아닌 사실의 은유임을 파악한 시작의 물음에 차원창세신 코아가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풋! 눈치를 채셨군요.
외계의 지배자들이 저의 존재를 눈치챘습니다.
곧 새까맣게 밀려올 것입니다.”
“!?”
물론 발각된 것이 아니라 표류 종족을 찾으면서 차원권능을 뿌려서 끌어왔지만 거기까지 말할 차원창세신 코아가 아니었다.
‘일단 서로 잘 모를 때 뒤흔들어야 한다.
정기 보충이 힘들고, 행성 방위병력이 완성이 안 되었는데 본대가 진심으로 달려들면 곤란해.
나는 괜찮지만, 이 행성은 반드시 파괴된다.’
끌어들인 것은 이 지역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아주 일부였다.
거대한 벌레 같은 몸체를 이끌고 공간 이동해 오는 외계 지배층의 접근을 파악하고 있는 그로서는 서둘 수밖에 없었다.
‘행성 방어체계를 완성하고 나는 출전한다.
그나저나 오래간만의 특식에 좋아 날뛰는군.
킬킬킬! 어서 와라.’
내 생각대로라면 정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속으로 좋아하면서 외계의 지배자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작에게 차근차근 설명부터 해간다.
“현재 외계의 지배층은 정신이 아닌 육체로서 한계를 넘어 진화한 존재들로 보시면 됩니다.
저희 정신체에게는 세계를 좀 먹는 암 덩어리로 치부하는데 전부 그걸로 지배층들이 이루어졌더군요.
지금 이 행성으로 한창 이동해 오고 있습니다.
도착하기 전까지 어느 정도 행성 방어전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제가 마음껏 싸울 수 있습니다.”
“협상은 할 수 없어요?”
전투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시작에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되묻는다.
“외계에 정기가 없는 이유가 정기를 탐낸 그들이 지성체만이 아니라 행성까지 전부 먹어치웠기 때문인데도 말입니까?
행성들은 저들에게 살아남기 위해서 정기를 발산하지 않게 변화되었습니다.
그 결과가 정기가 완전히 고갈된 현재의 외계입니다.
외계의 지배층들도 대가는 치렀습니다.
정기가 고갈되었으니 비대해진 육체를 감당할 수 없어서 가장 유지가 간단한 벌레로 전락해버린 것이지요.
이성도 증발해서 본능만 남을 정도입니다.”
“!!!”
뜻밖의 사실에 경악하는 시작에게 차원창세신 코아는 위성 크기의 애벌레들이 공간이동을 반복하면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의 세계수로 억지로 행성의 정기를 깨웠고, 정기가 풍부한 행성을 정말 오래간만에 감지한 저들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 행성을 먹어치워 허기와 이성을 되찾으려 할 것입니다.”
“세계수를 취소하면 되잖아요.”
“훗! 그러면 저들처럼 모성을 잃게 됩니다.
경쟁자로 삼을 표류 종족들이 너무 많다고 하셨지요?
모두 여기 외계 지배층 탓입니다.”
차원창세신 코아는 손가락을 하늘 위에 가득 찬 표류종족의 우주선들을 가리킨다.
“외계 지배층들의 주식이 바로 지성체가 가득 찬 행성입니다.
정기가 없으니 물질과 육체만으로 배만 채우는 것이지요.
저들은 그렇게 되기 전에 탈출한 생존자들입니다.
대략 일백억 정도의 인구가 모이면 자연재해처럼 덮쳐서 행성째로 삼킨다고 하더군요.
시작님의 행성은 막 식사대상이 되기 직전이었습니다.
이런데 무슨 이야기가 되겠습니까?”
“아!”
현재 인류가 칠십오억 명이다.
그러니 저들이 행성을 먹어치우러 오기까지 이십오억 명만이 남아서 종말이 가까웠다는 선고에 머리가 아찔했으나 무너지지는 않았다.
외계와 비교할 수 없이 강력한 존재들이 넘치는 절대계를 뒤흔들었다는 차원창세신 코아의 무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막을 방법이 없나요?”
“후후! 제가 누구인지 잊으셨습니까?”
차원창세신 코아의 로브로 가린 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입이 미소로 지은다.
시작은 안심이 되면서도 불안해서 묻는다.
“그건 문제가 아니군요.
피해 없이 이길 수 있나요?”
“시작님의 본성과 영역의 방어체계가 완성되면 바로 출장을 갈 생각입니다.
변변한 권능도 사용하지 못하고 이성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거대한 육체 능력만 남아있는 외계의 지배층들은 저의 상대가 못됩니다.
그러니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차원창세신 코아의 장담에 한결 마음이 놓인 시작이었다.
그런데 경고를 하듯이 차원창세신 코아가 말한다.
“저들의 흉한 모습이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정기가 넘치는 행성을 원하는 만큼 시작님도 저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전멸시킬 수는 없으니 양해하십시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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