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지옥까지 생긴 마당에 신이 없다고 고집하는 불신자들은 지옥에나 가라는 말에 무신론자들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위성 화면에는 지옥에서 악마들에게 고문받는 사형수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이는데 저기에 들어가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보고 저런 지옥에 가라고?
지금 말 다했소!”
손에 총이 있으면 당장 쏴버릴 기세였는데 유신론자들은 냉혹하게 쏘아붙였다.
“신이 없다고 믿으면 지옥도 없다!
그런데 지옥에 가라는 것이 무신론자에게 무슨 욕이냐?”
“지금 신을 영접하겠다는 뜻인가?”
“으윽!”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연속되는 기적으로 신이 있다는 사실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인류의 지배층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려고 했다.
‘반격할 수 없으면 해결의 열쇠는 단 하나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약속이었다.
‘신계에 가장 먼저 도착한 인간과 행성의 관리를 상의하겠다.’
각 나라의 수장과 신학자들의 판단은 이 말은 바로 인류의 왕으로 삼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신과 괴수가 사투를 벌이는 광란의 바다를 넘어서 사십만 킬로미터가 넘는 나무를 기어올라야 하는 말도 안 되는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건 불가능해!’
‘아무리 초능력이 생긴 인류라고 해도 성공 확률이 희박하다.’
인공위성이 조사한 세계수와 신계를 연결한 투명한 줄기의 분석결과를 본 수장들의 얼굴은 비장하게 굳어진다.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군.”
“줄기 내부의 폭은 일 킬로미터로 넓고, 내부에 숨을 쉴 공기와 마실 물도 충분하오.”
저 통로가 식물의 줄기라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투명한 내부로 푸른 잎과 물도 흐르고 있었다.
통로 내부에 흡착하여 자라는 식물의 종류와 뿌리, 잎의 모습으로 행성과 똑같은 중력까지 작용하고 있음을 파악한 수장들은 암담하기만 했다.
“학자들의 말로는 중력이 지구 쪽으로 작용한다고 하오.”
“통로가 아니라 절벽이군.”
“그럼 기어 올라가야 한단 말이오?”
“사십만 킬로미터를 수직 등산을 해야 한단 말인가?”
가장 큰 문제는 터무니없는 거리였으며, 기계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비행기나 다른 장비는 신과 행성신의 격전으로 인한 태풍과 해일로 접근조차 못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사 킬로를 인력으로 오른다면 십만일이 걸리는군.”
“초능력을 사용하면 사십 킬로는 오를 수 있을 테니 일만 일이요.”
“그럼 대략 이십칠 년이군.”
“이거 미치겠군.”
다행인지 불행인지 신과 괴수들은 인간을 무시하거나 피해버린다.
그래서, 초능력자들이 폭풍과 해일을 뚫고서 몰래 숨어 들어가는 방법이 유일해 보였는 데 성공해도 삶의 절반을 바쳐야 한다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초능력자로 각성한 군인들에게 약 삼십 년이 걸리는 등반 임무를 맡긴다면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는 생각도 하기 싫었다.
‘바로 쿠데타겠지.’
‘국민들이 혁명이나 안 일으키면 다행이군.’
문제는 많으나, 행성의 왕의 자리를 양보할 수 없었다.
“혹시 다른 인원을 데리고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초능력자나 사람을 데리고도 장시간을 초고속으로 날 수 있는 초능력자는 없소?”
“그들로만 원정대를 구성하면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소.”
모든 인류에게 초능력이 생겼으니 잘 찾아보면 있을 수 있는데 다른 수장들의 반응은 살기가 넘쳤다.
“그들에게 누구를 데리고 올라가라는 거요?”
“설마 당신이 가겠다는 거요?”
“의결권도 없는 약소국 주제에 날뛰지 마시오.”
세계수의 상층부를 점유하고도 신계를 오르지 못하는 신족의 주신들이 겪고 있는 서로 발목잡기가 여기서도 발휘되고 있었다.
그렇게 신계 원정대의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다.
“천사입니다!
천사들이 도시에 나타났습니다.”
“뭐야?”
“뭐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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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나타났는데 천사라고 없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신의 벌을 주는 악마에 비해서 신의 은총을 부여하는 천사가 대중에게 어떤 파급력을 가지는지 잘 아는 지배층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큰일 났다!’
‘가장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총보다 빵이 더 위력이 크다.
‘급격한 변화에 한창 불안한 대중들에게 신의 구원을 약속하는 천사들만큼 매혹적인 존재도 없다.’
‘말만 그럴듯한 정치가보다야 훨씬 낫지.’
다급하게 현장을 파악한 그들의 눈에는 하얀 깃털의 날개와 빛의 원을 머리에 띄운 이야기 속 그대로의 천사가 하늘에 떠서 연설하고 있었다.
미남 미녀의 얼굴에서 경건한 음성이 울린다.
“이제 우리는 위대하신 신 앞에 무릎 끊고, 자신의 나약함과 죄를 고백함으로써 구원을 받아야 합니다.
신이 강림하시고, 전쟁과 다툼이 없어진 지금의 현실을 보십시오.
용서받지 못할 죄인은 지옥에 모두 던져졌습니다.
이제 남은 모두는 과거의 죄를 회개한 이후에 선행을 시작하면 천국이 눈앞입니다.”
천사의 손이 하늘의 천국을 가리키자 올려다본 사람들은 하나둘씩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한다.
낮에도 뚜렷이 보이는 신계와 천국의 쌍둥이 달에 모든 도시의 대부분 인간이 기도하는 모습을 본 국가 수장들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제길! 끝났다.’
‘이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인류 모두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충실한 신도가 되어버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의 기적인 세계수와 신계를 공격하라면 거꾸로 총을 쏘고도 남는 것이다.
이 모습을 어수선의 극치인 학교수업을 마친 후 돌아가며 본 시작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창세신 코아! 저들은 진짜 천사예요?”
부름에 바로 나타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숙여 인사부터 한다.
“창조주가 되실 시작님께 차원창세신 코아가 인사드립니다.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당연히 가짜 천족입니다.”
“그래요?
가짜군요.”
이제 차원창세신 코아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 파악한 시작은 머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목적 외에는 아무 생각 없어.
완전히 막무가내야.
같은 고위 정신체인데 황금의 절대자와는 너무나 달라.’
분위기 자체가 기세나 태도가 완벽했던 황금의 절대자와는 비교하면 완전히 천지 차이였다.
‘황금의 절대자 아리오리나가 걸작 조각상과 같다면 차원창세신 코아는 타오르는 화산이야.
주변의 여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서 목적을 위해서 폭주하는 기관차와 같아.’
성향이 불완전해도 가진 힘이 워낙 무지막지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 그 앞에서 가로막아봤자 산산조각이 난다는 사실을 파악한 시작은 저지를 포기한 지는 오래였다.
‘막으면 나 몰래 더 날뛸 것 같아.
그래도 약속대로 피해는 없으니까 다행이야.
이렇게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나를 창조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니 저지도 힘들어.’
그녀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외계를 완전히 점령해서 창조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 처음에는 비유나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며칠 만에 행성을 통째로 개선하는 능력에서 점점 실현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리고,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던 인류가 차원창세신 코아의 손에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서 많이 기대하는 중이었다.
‘내 세계가 절대계보다 나아질까?
그랬으면 좋겠어.’
절대계가 우주를 파괴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가 무수한 무서운 곳이지만, 활력과 수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느낀 그녀에게 바람이라 불리는 야망이 생긴 것이다.
시작의 옆에서 같이 걷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도시 위에 떠서 예배를 주관하는 수십 명의 천사를 가리키면서 말한다.
“저들은 자기희생을 한 의인들입니다.
죽은 의인들을 되살려서 일시적인 천족 자격을 부여했습니다.
정식 천족이 나오려면 한참 걸릴 것입니다.”
그 말에 시작은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하늘에 떠서 예배 중인 천사들을 올려다보았다.
절대계의 황금 본성에서 손님으로 대접받던 시절에 친하게 지냈던 존재들이 대부분 천족이었으니 반갑기까지 했다.
“임시 천사가 자기희생의 의인들이 부활한 모습이라고요?
그건 아주 잘 선택하셨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아직 지성체이신 시작님을 위해서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시작의 칭찬에 차원창세신 코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아무리 의인이라고 하지만 천족으로 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자격만 있고, 실적과 힘이 없으니 임시 부여입니다.
초능력자 중에서 초월자가 될만한 인재가 나오면 창조주와 신족에 대한 충성심과 실적을 확인하여 정식으로 천족으로 임명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황금 본성에서 지내시던 수준의 생활로 돌아가실 수 있으니 기대해주십시오.”
“너무 큰 사고를 치시면 안 돼요.”
“외계에 활동하는 창조신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움직이면 외계에서는 사고가 아니라 변혁이 되더군요.
저밖에 쓸만한 신이 없으니 너무 쉽다고 할까요?”
“그럼 저들은 뭔가요?
같은 신족이 아닌가요?”
세계수에서 거대 괴수들과 혈전은 계속 방송 중이었다.
그 화면을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 창조력이 없으면 신족이라고 말하기 부끄럽지요.
아무리 원형이라고 할지라도 참으로 부끄러운 권능과 무력입니다.
그러니 저들도 임시 신입니다.”
“또 임시예요?
너무하신 것 아니에요?”
시작이 보기에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인턴을 잔뜩 뽑아서 엄청난 격무를 넘기고 견디나 못 견디나 지켜보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읽은 차원창세신 코아는 다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저를 악덕 기업체 사장으로 생각하시면 정말 곤란하십니다.
누구라도 일정 기간동안 버티기만 하면 정식 신으로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어떤 기한이요?”
“인간이 자력으로 세계수를 올라서 신계에 도달할 때까지입니다.
금방입니다.”
무한 부활이 허락된 전쟁의 기간은 인간이 신계에 도달하기 전까지로 통보되었다.
서서히 답이 없는 전투에 지켜가는 신과 행성신들이 될 수 있는 대로 인간을 건드리지 않는 이유였다.
세계수와 가는 줄로 연결된 하늘에 보이는 달들은 항상 가깝게 보이니 시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집으로 향한다.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걸어가는 두 명의 머리 위에서 점점 늘어나는 임시 천족들이 경건하게 절하면서 경배한다.
이날을 역사는 이렇게 기록한다.
‘상급 창조신 차원창세신 코아가 온 넷째 날에 천사들이 나타나서 신의 위대함과 천국의 영광을 널리 알렸다.
그러자, 반수가 넘는 인류가 바로 기도하며 신을 받아들이니 신권(神權)의 지배력이 인권(人權)의 권력을 능가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행성은 신족의 관리에 들어갔다.’
이렇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순식간에 인류와 행성들을 손에 넣고 있을 때 은하유성 아이언은 영웅신 아오 시바의 모친이자 아수라 일족의 대모(大母)인 마하를 그녀에게 제공한 개인 신전에서 마주 보고 있었다.
반투명한 머리카락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드레스를 입어서 빙하의 여신처럼 투명하고 써늘한 분위기인 그녀는 원탁 앞에 앉아있는 아이언 때문에 지금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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