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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신으로서 부여된 제일 의무는 세계의 관리였다.
행성을 엉망으로 만든 지성체의 처단도 주 임무였기에 저절로 살기가 돋는다.
스으으-!
행성을 조사하기 위해 펼쳤던 빛의 날개가 암흑의 날개로 전환되려 한다.
약간의 의지만으로도 팔십억의 인류가 시작을 제외하고 몰살할 수 있는데 아까 인사를 했던 시작의 부모가 걸렸다.
“흠.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지성체이시니 몽땅 처분하면 엄청 화를 내시겠지.”
현세계에서 유모들과 부딪치면 어느 정도 지성체가 가진 혈연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알고 있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처형을 멈추었다.
그리고, 달에 도착하여 푸른 행성을 쳐다본다.
신족의 눈으로 봐서는 발산하는 정기가 아무것도 없는 폐기물이었지만, 창조주로 만들 시작의 본성이기에 처분할 수가 없었다.
“상태가 엉망이지만 정기를 아껴야지
억지로 재활용을 해야 하겠군.
깨어나라.
신계”
오른발을 들어서 달의 표면을 내려찍는다.
구우우우우웅-!
종이 울리는듯한 장엄한 소리가 우주 공간에 퍼져나간다.
그리고, 갑자기 하늘을 덮은 빛의 날개에 놀라서 밤하늘만 쳐다보던 모든 인류의 귀에 강렬한 의지가 울린다.
‘나는 상급 창조신 차원창세신 코아.
외계에서 누구보다 위대하게 되실 그분을 위해서 이 쓰레기 같은 행성을 접수하여 관리해 주겠다.’
하늘을 뒤덮던 빛의 날개가 걷히면서 보인 밤하늘은 너무나 깨끗했다.
공해가 모두 제거되어 드러난 수많은 별의 무리에 찬탄한 인류의 눈에 아주 익숙한 달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갑자기 보인 별의 장관에 몽롱해진 모두의 눈이 전부 커졌다.
“달…달이 두 개다!”
“이럴 수가?”
공해와 도시의 불빛으로 가려진 밤하늘 사이에서도 언제나 고고하게 빛나던 달이 두 개로 늘어나 있었다.
게다가 쌍둥이처럼 똑같은 모습의 달들에게는 커다란 글자까지 쓰여 있다.
‘신계.’
‘천국.’
언어와 문자가 달라도 모두가 인지할 수 있는 의지가 깃든 문자였다.
갑자기 일어난 놀라운 사태에 모두가 멍해져 간다.
“….”
“….”
인간만이 아니라 숨어서 섞여 살던 무엇인가도 경악할 때 선전포고와 같은 음성이 울린다.
“후후후후후후! 내가 이 행성의 관리를 접수하는데, 불만이 있다면 누구라도 덤벼봐라.
나를 이길 수 있다면 기꺼이 물러나 주지.”
갑자기 나타나서 달을 두 개로 만들어버린 강대한 존재에게 덤빌 용기가 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도발과 같은 제안이 뒤따른다.
“나는 상급 창조신으로서 너희보다 강하고 관대하다.
약자인 너희에게 끝없는 기회를 주겠다.
내게 도전해서 진다고 해도 몸 성히 되돌려 주마.
세계수를 통해서 신계로 도전하는 존재는 누구도 죽지 않으리라.”
파아아아아-!
신계라고 적힌 달에서 황금빛의 광선이 쏘아지는 모습을 모두가 똑똑히 보았다.
무서운 외계인의 공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빛은 바다 한가운데 떨어졌다.
그리고, 바다가 진동을 시작한다.
드드드드드드드드득! 파아아아아아아아악-!
행성 전체가 진동하다가 바다의 표면이 해저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하늘로 튀어 오른다.
바다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대한 나무였다.
슈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바다에서 자라난 거대한 나무가 성장하며 잎으로 덮이고서 하늘 높이 치솟는다.
그리고, 나무의 끝에서 자라난 줄기는 신계라고 적힌 달에까지 가서 꽂혔다.
거대 나무로 인하여 달과 행성이 연결된 모습을 모든 인류는 어째서인지 눈앞에서 보듯이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세계수를 올라 신계로 오라.
이제부터 나의 파괴와 창조는 시작된다.
약자인 너희의 의지는 전혀 관심이 없으나, 처음 도달한 존재에게 나와 대화하여 조율할 기회를 주겠다.
이 비참한 행성에 사는 모든 존재의 대표로 삼아주겠다는 말이다.
대상은 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기한은 무제한이다.”
가까워 보이지만 달과 지구의 거리는 약 사십만 킬로미터다.
하루에 사십 킬로를 간다면 일만 일이 걸리는 엄청난 거리다.
그런데 가느다란 줄기 하나를 던져주고, 기어오르라고 하는데 황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충격적인 현상이 또 시작된다.
두우우우우우우우우웅-!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그것은 너무나 거대한 행성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암석 행성이었는데 신계라는 달에서 뻗어진 표면 전부를 덮을듯한 커다란 손이 어루만질 때마다 푸른 숲과 바다가 나타난다.
진정 기적이라고 할만한 행성 환경조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나는 인내심이 많지 않다.
어서 오르라.
아무도 없다면 내 뜻대로 너희를 관리하겠다.”
그 별 하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이어서 몇 개의 거대행성이 나타나자 행성의 인류는 저항을 포기했다.
너무나 규격이 다르기에 어떤 대응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들의 뇌리로 마지막 전해진 말이 결정적이었다.
“원칙은 오직 하나!
강자는 존재하고, 약자는 사라지리라.”
가장 먼저 신계에 도착한다면 준다는 행성 대표를 얻기 위해서 각 나라에서는 신계에 가기로 황급히 결정한다.
약소국은 황급히 등산 장비를 갖추고 강대국은 유인 우주선을 발사할 준비를 시작했다.
혹시나 하면서 개인적으로 세계수로 가는 인간들에게 충격적인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세계수 주변에는 이미 선객들이 있었다.
“바다 위를 뛰고 있어.”
“거기는 겨우 걸어 다닌다고?”
여기를 봐라!
맨몸으로 하늘을 난다.”
정기가 고갈되어 인간들 사이에서 숨죽여 살던 수많은 신이 물 위를 질주하거나 하늘을 가득 메우면서 세계수로 향한다.
세계수 주변은 행성의 생명력과 태양 빛으로 만들어낸 정기가 가득 찬 상태였다.
그 덕분에 정기를 충전하여 원래의 권능을 되찾은 신들은 환호하면서 바로 충돌했다.
정기가 없어서 권능을 발휘하지 못한 덕에 겪은 설움과 꾹꾹 참아온 분노가 마주치자 폭발한 것이다.
바다는 이미 그들의 전쟁터였다.
화아아아아아아아-! 구구구구구구궁-! 꽈꽈꽈꽈꽈꽈꽈꽝-!
세계수를 올라가서 갑자기 나타난 창조신을 만날 존재는 단 하나였기에 양보할 수 없는 승부였다.
하늘을 날 수 있는 고위신과 주신들의 싸움은 특히 화려했다.
기나긴 세월을 살아온 신일수록 오랜 감정까지 겹쳐서 욕설까지 오고 간다.
“비켜라! 이 발정 난 후레자식아!”
“아무것도 없어서 눈깔까지 팔아먹은 병신 주제에 감히 그따위로 지껄이다니?
털 하나까지 지져주리라.”
“아직도 겨우 그거냐?
이거 정전기지?
그걸로 네 할아비의 안 서는 그거나 자위해줘라.”
실로 오래간만에 권능을 마음대로 사용하고, 거기에 인간사회에 살면서 수시로 충돌한 해묵은 은원까지 겹쳐서 용서가 없다.
“킬킬! 이것 참 미안하다.
네가 배신한 아비가 잘라서 없지?
하여간 아무것도 안 해도 잘 먹고 사는 남유럽은 인간이나 신이나 항상 그 꼴이지.
음란한 돼지 새끼들!”
“닥쳐! 훔치는 것밖에 모르는 도적들아!
아무것도 없는 북유럽 따위는 줘도 안 가진다.”
“도적이 아니라 정벌군이다!
훔치는 것이 아니라 정복이다!”
특히 서로 인접해서 마찰이 많던 지역을 대표하는 주신들의 싸움은 그야말로 장관이자 혈투였다.
경쟁자를 처단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능력이 없어서 내버려 둬 버린 부하들에게 아직 힘과 권위가 살아있음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꾸 거대 암석 행성을 공간이동을 시켜서 거주 가능한 행성으로 만드는 창조신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머물고 있음을 느꼈기에 대충 할 수가 없었다.
‘저분이 이 싸움을 보고 계신다.’
‘진짜 창조신이라면 이런 행성 따위는 관심도 없으실 것이다.’
‘지금도 유인 행성을 늘리고 있으시니 잘만하면 이런 별 하나는 쉽게 내주시겠지.’
창조신들은 과거에도 번거로운 행성이나 지성체 관리에는 관심이 없어서 믿을만한 주신들에게 하사하고 정기만 일정 부분 받았다.
주신들은 충성을 바치거나 능력을 보이면 바로 행성 신계의 신계 주신의 자리까지 바랄 수 있기에 치열하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대륙 일부가 아닌 이 별 전체를 손에 넣는다.’
‘그러면 나도 저런 창조신이 될 수 있어.’
행성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창조신의 권능에 가슴이 뛴다.
정기고갈로 허신이 되기 직전까지 몰렸던 그들에게 너무나 쉽게 모두를 되살린 위대한 창조신에 도달할 수 있다면 못할 것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각 대륙을 주관하던 과거의 주신들이 치열한 공방전을 하는 와중에 기회를 잡은 고위신들이 세계수를 타고 오른다.
그들에게는 왕좌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나도 신왕이 된다!”
“현재는 싸우지 마라!”
“결판은 신계 앞에서 한다.”
주신들이 싸우고 있는 틈을 보았고, 그들에게 걸리면 끝장임을 알기에 서로 다투지 않고 다급하게 질주한다.
다다다다다다다-!
자신들이 결전을 벌이는 틈을 타서 많은 신이 개미떼처럼 세계수를 오르는 광경을 본 주신들은 분노했다.
“이것들이! 움직이지 말라고 했거늘!”
“멈추지 못할까?
그것이 반역이란 사실을 알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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