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과거의 자신에게 소멸한 미래를 보았던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적극적으로 나서준 덕분이었다.
크롬 공주에게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셋이서 같이 책의 탑을 오르자는 제안을 했는데 처음에는 거부했다.
‘자신은 그런 경험이 없으며 아이언이 이제 프롬여왕의 대공이기도 하니 지극히 곤란하다는 태도였지.’
그러나, 곧 위험한 전장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을 알려주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참가한 크롬 공주였다.
그런 반응을 보면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가면 앞으로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억지로 하면 직렬 신력 연결의 출력이 절반도 안 나와.
자발적인 협력이 중요하다.
셋이든 넷이든 같이 올라야만 하는 이유와 성과가 필요해.
그러니 이번에 실패하면 다시 해봤자 실패다.
죽어도 해낸다.’
아이언의 강력한 의지가 황금 권능을 더욱 강화한다.
우두두두두둑! 우지지지직!
이제 팔꿈치까지 칭칭 감으면서 휘감고 올라온 에반젤리의 창신의 조임에 그렇게나 강력한 신체가 비명을 지른다.
그러나, 무너지거나 파괴되지는 않았다.
화아아아아아-!
창신의 힘에 검게 변색한 부위가 황금빛으로 휘감기면서 원상복귀을 시작했다.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강력한 창조력이 아이언의 육체를 회복하면서 강화하는 것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복제 에반젤리에서 뻗어 나온 황금 권능을 아이언이 일차적으로 받아내고, 정제된 황금 권능이 하복부의 원을 타고와서 그녀를 강화하는 중이었다.
혼자서는 감당 안 될 위력이나 조합권능을 가진 크롬 공주가 전력으로 돕는 중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으으응! 으으으으으응!”
물론 같이 신력 연결이 된 크롬 공주의 온몸도 황금 권능의 영향을 받아서 더욱 찬란한 황금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렇게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크롬 공주가 극적인 진화를 하고 있을 때 아이언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팔꿈치까지 올라온 복제 에반젤리가 드디어 어깨까지 올라와서 목을 노려왔기 때문이다.
‘거의 다 되었다.
그런데 이대로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복제 에반젤리를 뽑아낼 수는 있는데 그 순간 자신을 공격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마치 주인을 가리는 맹수처럼 싸워서 제압해야 하는가?
참으로 곤혹스럽군.’
자신 혼자라면 상관없지만, 유모들까지 대동한 상황에서 그런 드잡이질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혼자서는 여기까지 진행할 수 없는 아이언의 눈빛이 빛난다.
‘할 수 없지.
에반젤리가 꼭 창일 필요는 없다.’
아이언의 눈동자가 팔을 타고 올라와 목을 노리는 복제 에반젤리의 창끝을 노려본다.
변화를 시도하려는 순간 복제 에반젤리의 목표가 바뀌었다.
퓨슉-!
아이언의 눈을 향해서 달려드는 날카로운 창끝을 크롬 공주는 보았다.
연약한 점막으로 이루어진 눈은 어떤 생물이라도 최악의 급소였다.
아이언의 모습을 놓치지 않던 그녀가 끔찍한 광경을 예상하며 눈을 찔끔 감았다.
‘아아!’
그런데 분명 눈을 관통당했을 아이언의 비명이 터져 나오지 않는다.
살짝 눈을 떠보니 경악할만한 광경이 보인다.
“!?”
눈을 꿰뚫으려는 에반젤리의 창끝이 닫힌 눈꺼풀과 눈 자체의 방어력에 막힌 것이다.
“나를 얕보지 말아라.
이 정도 공격은 항상 받아왔고 이겨왔다.”
눈꺼풀로 창끝을 저지한 아이언의 은은한 분노가 섞인 음성에 하복부의 신력의 원으로 흘러들어온 황금 권능에 제정신이 아닌 시즈지조차 몸이 굳었다.
그런데, 하복부에서 이상이 있음을 깨달았다.
우우우우우우웅!
“아아아아아아!”
본격적으로 권능을 사용하는 아이언의 신령 크기가 성장하면서 신체도 커진다.
그것은 소년신의 작은 크기여서 그나마 버티던 그녀의 이성이 단숨에 날아갈 정도로 감각이었다.
아이언의 황금투기와 시즈지의 강대한 창조력, 크롬의 조합의 권능에 복제 에반젤리가 가진 황금의 불변(不變)이 뒤흔들린다.
그리고, 눈을 파고들던 복제 에반젤리가 서서히 뒤로 후퇴한다.
드디어 통제를 받아들인 것이다.
‘되었다!’
의지대로 복제 에반젤리의 조임이 약화하여가자 아이언은 기뻐서 춤을 추고 싶을 정도였다.
크롬 공주에게서 뿜어진 권능의 빛이 아이언의 손을 타고서 복제 에반젤리를 통째로 휘감았다.
지지지지지! 파파파팍!
휘감았던 손을 놓고 물러서려던 복제 에반젤리가 후퇴를 멈추었다.
그리고, 창신이 변형되면서 아이언의 오른팔을 감싼다.
그것은 손등부터 팔꿈치까지 덮은 권갑의 형태였다.
두둑! 드드드드드드드드-!
창끝과 창신이 변형되어서 아이언의 팔을 감싼 복제 에반젤리가 드디어 바닥에서 분리되었다.
마침내 황금 책탑의 중간을 가로막았던 복제 에반젤리를 여왕들의 도움을 받으며 변형까지 시켰지만, 손에 넣은 것이다.
“오오오-! 됐다!”
복제 에반젤리로 만들어진 권갑은 의도대로 손등과 팔목을 거쳐서 팔꿈치까지 덮은 작은 방패가 되었다.
그리고, 유일한 약점인 오른손 약지의 끝을 손가락을 타고 달라붙은 창끝이 가리키고 있는 형태였다.
“좋았어!
이걸로 비장의 수단이 생겼다.”
양손으로 환호할 지경으로 기뻐하는 아이언이었다.
그렇게 아이언의 모든 결합을 받아들인 크롬 공주의 온몸이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눈도 지그시 감은 채 백금빛으로 일렁인다.
강대한 최고위 창조신의 정기를 받아들여서 존재 자체가 진화하려는 징조였다.
정기교류로서는 지극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아주 잘 되었군요.”
“그래요.”
크롬 공주의 조합권능 기초를 더욱 튼튼히 만들기 하기 위해서 초월자가 되는 도움은 금지했기에 아직 지성체다.
그런데 지금 받은 정기로 진화한 조합권능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었다.
‘조합권능은 비록 복제이지만 황금의 절대기 에반젤리마저 변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정도로 권능이 강화되어 진화하면 초월자가 되었을 때 최상급 여신조차 뛰어넘을지 모른다.
그리고, 상위신은 하위신의 통제를 받지 않지.’
크롬 공주의 조합권능이 삭월의 시즈지의 창조력마저 넘어설 기미가 보였기에 한 마리를 한다.
“이래도 괜찮으시겠어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아이언의 말에 삭월의 시즈지는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제가 더 노력하면 돼요.”
신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창조력 자질을 가지고, 아이언의 도움으로 최상급 여신까지 빠르게 올라선 자신감이었다.
바쁜 개인수련 때문에 신계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아이언으로서는 반갑기 짝이 없는 대답이었다.
“후후! 저의 첫 번째 유모다워요.
그럼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드릴게요.
자요.”
아이언을 더없이 자애로운 얼굴로 쳐다본 시즈지는 생각한다.
‘아아! 내 사랑하는 아이!
다시는 잃지 않겠어.’
본래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죽은 아기를 신체의 재료로 삼아서 현신한 나타난 아이언을 갓난아기부터 직접 키운 그녀에게 아이언의 허무한 소멸을 지켜본 기억은 커다란 충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이언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할 각오는 한지 오래였다.
그런데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워낙 큰 정신체의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는 길은 본인이 강해지는 것뿐이었다.
‘모두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야 해.’
아이언 혼자만이 아니라 든든한 세력이 받쳐진다면 생존확률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크롬 공주를 설득하여 같이 책의 탑을 오르는 정도는 이제 그녀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아이언이 복제 에반젤리를 삭월의 시즈지와 크롬 공주의 도움으로 손에 넣었을 때 차원창세신 코아는 드디어 외계로 가는 문 앞에 섰다.
황금의 절대자가 에반젤리의 깃발에 담긴 영원권능과 이번에 받은 창조주의 권리로 손쉽게 열은 외계로 가는 문은 처음 보는 흉험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오 시바! 대책은 확실한데 엄청 불안하네?’
구구구구구구구구궁-!
원래 외계에서 와서 집에 간다고 십중심에 손을 흔드는 시작에게는 아무런 불안감이 없었다.
그러나, 정기가 고갈된 외계는 정기로 사는 정신체에게는 사형장과 같았기에 느끼는 위기감이다.
‘지금이라도 멀리 도망칠까?’
직접 마련한 바람의 절대자의 창조주 개인신전에서 진리의 수정은 최상의 상태로 끝났다.
푸하하하하하하하-!
절대계의 정기를 탐욕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한 외계의 문을 직접 보니 이제 탄생할 진리가 성장할 때까지 절대계에서 숨어 살 생각을 하기 시작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이거 안 좋아!
들어가면 진짜 순식간에 녹아버리겠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의 비웃는 소리가 의지로 들린다.
‘킬킬! 겁먹었냐?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것이 어때?
그럼 흑염 영역의 이인자로 앉혀주마.
너 대신 외계로 갈 대타도 준비해놓았으니 바로 뒤돌아서 나와라.’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들어 준 창조주용 개인신전이 아주 마음에 들고, 쓸만한 창조신을 결국 못 구한 흑염의 절대자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이미 이런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십중심이 전부 집결해서 감시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차원권능으로 도주하여 버틸 수는 있지만, 창조마신황 코아로서 계약을 준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자신을 외계로 추방하는 데 성공한 회색의 절대자의 미소를 쳐다보며 속으로 이를 가는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젠장! 두고 보자.
그렇게나 애지중지하는 십중심의 책 탑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잘 써주마.’
그렇게 차원창세신 코아가 망설이고 있을 때 여유로운 시작은 받은 선물을 모두 아공간에 챙기고 앞장서서 들어간다.
정신체가 아닌 그녀의 눈에는 바로 자신이 살던 도시의 거리와 정경만 보이니 두려울 필요가 없었다.
“모두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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