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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각오한 사항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들으니 짜증이 확 밀려오는 십중심들이었다.
그런 동료들의 반발을 무시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힘으로 권력을 잡았으니 반란이 끝없이 일어날 것이다.
신족이나 마신족을 전부 없앤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종족이 탄생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너 같은 존재가 외부에서 몰려온다.
그들이 너처럼 우리가 아닌 약한 세력만을 노린다면 막을 수가 없다.
힘만으로는 결코 창조주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는 이유다.”
“후후! 패배는 시간문제일 뿐이지요.
십중심 사장님 정도라면 거의 영원에 가깝게 끌고 가시겠지만, 영원체이신 창조주님에게는 아주 유리한 승부입니다.
그럼 조항을 볼까요?”
스으으으!
첫 번째 조항은 간단했다.
‘절대계 구 할을 십중심이 창조주로서 관리하고, 일 할은 신족이 그대로 관리한다.’
회색의 절대자가 보인 조항도 똑같았다.
도저히 협정문이라고 볼 수 없는 내용에 모두가 머리를 부지런히 굴릴 때 두 번째 조항이 보인다.
‘상호의 동의로 전쟁을 개시한다.
먼저 전쟁을 일으킨 존재는 창조주의 자격을 박탈한다.’
황당한 내용을 읽은 십중심들이 발끈하려 할 때 회색의 절대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뭘 노리고 있나?
왜 여기서 상호동의가 나오나?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말이다.”
“회색 사장님이 보여주시면 답변하죠.”
회색의 절대자의 두 번째 조항이 드러난다.
‘선제공격하면 창조주의 자격이 박탈된다.’
전쟁 방지 내용은 비슷하지만, 전쟁을 벌일 명분을 약세인 신족이 열어놓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창조마신황 코아는 눈을 빛내면서 말한다.
“선제공격 금지가 벌써 나온 걸 보니 세 번째 조항은 없으시겠군요.”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 상황이 오면 둘 중 하나는 소멸한다.
협정 당사자가 없는데 무슨 내용이 더 필요한가?”
회색의 절대자가 협정서에서 손을 치우자 정말 단 두 줄이 전부이고 서명만이 남아있었다.
그걸 본 창조마신황 코아는 웃으면서 말한다.
“후후후! 진짜 십중심이시라면 이렇게 나오셔야 하지요.
약자일수록 말과 조건이 많은 법입니다.
그럼 저의 세 번째 조항입니다.”
손바닥을 완전히 치워버리자 정말 세 번째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연장전 협정은 바람의 가문이 주관한다.’
‘!?’
이것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회색의 절대자는 바람의 절대자를 쳐다보았다.
“바람의 가문이 십중심과 창조주의 협정을 주관할 수 있다니?
이게 무슨 뜻이지?
파워 오브 엠블렘.”
“….”
바람의 가문은 당연히 바람의 절대자와 떼어놓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창조마신황 코아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바람의 가문이 십중심을 능가하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 있나?
바람의 절대자도 아주 특이한 경우다.
그것이 혈족에게 연속될 리가 없어.’
바람의 절대자의 아들이 반영원체이며 불가해의 팔시조(不可解의 八時調) 중 대를 이어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혈연유전(血緣流轉)을 모른다면 이해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잠시 의미를 생각하던 바람의 절대자는 천천히 말한다.
“나는 십중심 중 하나이다.
내가 창조주님의 편을 들 리가 없다.
그럼 태어나지도 않은 내 아들이 연장전 협정을 감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글쎄요.
저는 꼭 넣고 싶군요.”
갑자기 배신의 의혹을 받게 된 바람의 절대자는 미묘한 웃음을 짓는 창조마신황 코아를 당장 베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방금 대화를 들어보니 창조주와의 전쟁은 피하면서 내실을 다져야 했기에 꾹 참고서 명확하게 선언했다.
“원한다면 해주지.
그러나, 나와 내 아들이 창조주의 편을 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일방적으로 신족의 위법만을 감시하겠다는 선언이었으나 창조마신황 코아는 바로 서명했다.
“그럼 결정되었군요.
이 연장전 협정은 창조주님께 전권을 받았으니 제가 대리 서명하겠습니다.”
사사사사사사사-!
정말 창조주의 신력 파장으로 경쾌하게 쓰이는 서명을 본 십중심들은 인상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녀석이 무슨 생각이지?’
‘갑자기 바람가라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바람의 절대자의 아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바람의 절대자가 아무리 강해도 셋 이상은 필패였다.
그러니, 그보다 약한 후계가 추가해도 십중심의 단결된 힘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거기에 조항은 너무 간단한 내용이라서 논의를 하거나 조정할 필요조차 없다.’
앞으로 영원한 전쟁을 위해서 창조주의 자격을 받아서 힘을 더욱 키워야 하기에 불필요한 전쟁을 피하려는 십중심은 미련 없이 서명했다.
스스스스스!
너무나 간단하게 절대계의 창조주 자리가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대신(大神)과 대수(大手)에게 권한을 이양받은 일원(一圓)까지 서명을 끝내자 최종적으로 황금의 절대자만이 남았다.
‘일 할은 어쩔 수 없는가?’
완벽을 추구하는 황금의 절대자로서는 참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였다.
‘세력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창조마신황 코아 같은 존재가 있는 이상 절대계가 파괴될 수 있다.’
저울질을 하면서 고민에 빠지다가 창조마신황 코아에게 말한다.
“만약 여기서 당신과 창조신장, 마신황제가 전부 봉인되면 어떻게 됩니까?
창조주의 개입은 방지될 것입니다.
성멸(星滅)도 언제인가는 작동 불능이 되겠지요?
그리고, 저 정도 전력이 전부라면 일 할을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투는 창조마신황 코아와 신족의 전력이 약하다고 판단될 때 시행될 방법이었다.
그리고, 외부에 대기 중인 주신들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으나 전력으로는 약했기에 나온 생각이었다.
그 말에 이미 서명한 다른 십중심의 생각도 급속하게 전투 쪽으로 흐른다.
‘그렇군.
끌고 온 전력은 주신이나 동급의 마신뿐이다.’
‘창조신이나 마신왕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대세를 아는 것이지.’
주신과 마신만으로 이루어진 신족의 전력은 참으로 보잘것없었다.
협상하기로 했지만,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운 다른 십중심들이 서서히 투기를 일으킨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에반젤리의 깃발이 바로 펼쳐질 듯이 떨리자 창조마신황 코아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카하하하! 역시 황금 회장님.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군요.”
크게 웃은 창조마신황 코아는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익힌 차원권능은 제가 온 세계에서는 겨우 주신장 정도입니다.
상급 창조신으로 인정받게 한 권능은 따로 있지요.
그걸 믿고서 저들은 여기에 모였습니다.”
창조마신황 코아가 본래의 세계에서는 겨우 상급 창조신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부드러운 목소리가 울린다.
“뭘 무서워하느냐?
이미 잊었느냐?
창조주님의 가호를 받은 너희는 약하지 않다.”
그 말에 존재감을 완벽하게 드러낸 십중심에게 힘들어하던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이를 악물면서 투지를 드러낸다.
“으으으으윽!”
“크으으으으!”
그런 그들에게 창조마신황 코아의 빛의 날개와 암흑의 날개가 전력으로 전개되면서 휘감아 간다.
“창조주님의 가호를 받으면서 평화를 대가로 노예가 되느니 싸우다 죽겠다는 맹세를 잊지 마라.”
구구구구구궁!
그 순간 스물여섯 쌍의 권능의 날개와 한 개의 투명한 투기의 날개가 모습을 드러낸다.
“십사 써클?”
“말도 안 돼!”
제대로 전승을 받지 못해서 십삼 써클의 끝자락에 불과하던 창조신장과 마신황제가 순식간에 십사 써클로 올라선다.
경악한 십중심에게 창조마신황 코아의 음성이 울린다.
“이 권능의 명칭은 창조신의 군세(Troop of creation god).
그 능력은 신족을 일 써클만 상승하는 간단한 광역축복입니다.
제가 십사 써클이니 십삼 써클이면 십사 써클까지 됩니다.
범위는 지역우주이고, 대상은 무한대입니다.”
“!!!”
이렇게 대규모로 일 써클을 상승시키는 광역축복을 들어본 적도 없는 십중심은 믿을 수가 없었다.
‘영역이 지역 우주에다 대상의 제한이 없는 일 써클을 상승시키는 광역축복이 존재한다니?’
‘정신체의 권능이나 연산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외부에 감각을 돌려보니 대기 중이던 모든 주신과 마신이 창조신과 마신왕으로 승급되어 있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
일백 배 이상 차이가 나던 전력의 비율이 단숨에 십 분의 일로 줄어버린 상황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외부의 수많은 주신과 마신들의 권능의 날개가 두 배로 늘어났다.’
존재감도 늘어난 것을 확인하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 써클 상승이 맞다!’
‘그래 보았자 축복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이다.’
‘본래 창조신이나 마신왕에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할 것이다.’
경험이나 단련의 수준을 바꿀 수는 없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거기에 변고가 일어난다.
뒤에서 대기하던 측근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른 것이다.
“컥! ”
“윽!”
십중심이 다급하게 뒤돌아보니 측근들은 마치 무엇인가에 억압되는 듯이 몸 전체가 뒤흔들리고 있었다.
창조신마황 코아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킬킬! 저보다 상위의 경지이신 십중심 사장님들은 영향이 없군요.
하지만 저들은 저보다 하위이지요.
그런 적들에게 일 써클을 하락시키는 광역저주이기도 합니다.”
그 말에 측근들이 다급하게 권능의 날개를 전개해서 방어하려 했는데 정말 열세 쌍만이 펼쳐질 뿐이었다.
“이럴 수가?
이렇게 권능의 수준이 떨어지다니?”
“이런 저주가 있었는가?”
단숨에 발휘할 수 있는 권능이 반 토막이 나서 전력이 급감한 측근들을 쳐다보면서 창조마신황 코아는 천둥처럼 울었다.
“푸하하하하하하! 신계 주신일 때는 이런 광역지원은 쓸모없는 권능이라고 자조했는데 창조마신황 코아가 되어보니 아주 쓸만하군요.
절대계에 주신이나 마신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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