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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오브 서바이버-1706화 (1,616/2,000)

34권 35권

이제까지 적대하던 천족의 수장인 워터 문이 많은 고위 천족을 동원하여 삼엄한 표정으로 하나하나 예식절차부터 치장까지 챙기는데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 뒤에는 서서히 최상급 여신의 존재감을 보이는 삭월(朔月)의 시즈지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 여성이 상급 여신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무슨 육체가 저런가?

도저히 인간으로 볼 수가 없구나.’

일반 여성의 세 배가 넘는 젖가슴과 엉덩이를 가졌으면서 완벽한 균형미를 갖춘 초월적인 최상급 여신의 신체는 경이로웠다.

‘더구나 이런 존재감이라니?

놀라워.’

그녀의 아름다움과 기세는 아직 초능력자인 프롬 여왕의 기를 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결혼식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삭월(朔月)의 시즈지는 아이언에게 정장을 정성스럽게 입혀주면서 말한다.

“대중 앞이니 특히 주의하셔야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언을 연인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아이처럼 소중히 여기며 신족에게 지성체의 신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질투심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보다 빛나게 만드는데 신경을 쓸 뿐이었다.

그런 마음을 잘 아는 아이언은 안심시킨다.

“지성체의 숫자는 아무리 많아도 제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긴장할 리가 없지요.”

프롬 여왕은 기계 시녀들이 즐비하던 황궁이 천족과 마족으로 가득 차자 과연 자신의 선택이 옮았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너무 급작스럽구나.

힘의 차이는 명백하고 이익이 되니 막을 생각은 없다.’

그런데 고민을 할 겨를도 없었다.

완전한 기계인간이 되면서 떠났던 인물들이 계속 돌아오고 있던 것이다.

“크롬 유모님께서 오셨습니다.”

“아!”

은거한 후계자까지 복귀했으니 아이언의 약속은 전부 이루어졌다.

그런데 크롬 공주를 대하기가 힘들었다.

공주들의 아버지인 전 대공을 공개 처형했다는 사실이 육체로 부활하자 너무 아프게 다가온 것이다.

‘너무나 성급했다.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대공이 저질렀던 범죄는 제국의 법으로 당연히 사형이지만, 모든 제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개처형까지 했으니 공주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거기에다 처녀 시절로 돌아왔고, 갑자기 새로 결혼까지 하는 상황이니 더욱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흰색의 정장 드레스를 입고 공주의 관을 쓰고 들어온 크롬 공주는 지극히 덤덤했다.

그녀는 신계 주신의 유모 권한으로서 전 대공이 이미 무난한 환생까지 끝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언의 권세와 성향을 잘 아니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쪽이었다.

“정말 아름다우세요.

축하드려요. 어마마마.”

죽은 육체에서 부활까지 직접 목격했으니 생과 사의 기준조차 모호해진 그녀에게 모친의 재혼은 별다른 의미가 없던 것이다.

‘아이언님이 통합대공이라는 조항이 걸리지만, 어차피 초월자가 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죽음과 노화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육체 대신에 불사의 초월자로서 한 걸음만 남겨놓은 크롬 공주였기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크롬 공주의 존재감에 프롬 여왕은 놀라면서도 기꺼이 축하를 받는다.

형식적인 축하가 원망이나 저주보다는 훨씬 나았기 때문이다.

“이해해주어서 고맙구나.”

“당연한 일이에요.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어요.”

제국을 위해서 한 결정이었지만, 친부를 공개사형하는 짓까지 했는데 이렇게 다시 돌아와서 위로까지 해주니 고맙기까지 했다.

워터 문은 프롬 여왕의 신부치장을 마치고 정중하게 물러나면서 말한다.

“결혼식 이후 신혼여행은 중앙 신계의 천국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천국에서 머무는 동안 부활한 육체를 완전히 하시면 됩니다.”

이 말에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신혼여행까지 마음대로 정했는가?”

자신의 의지와는 결혼식이 전혀 상관없이 진행되는데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이쯤에서 뭔가 제한을 걸려고 하는데 만만치 않았다.

“기계인간에서 육체로 부활했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가짜나 위장한 기계인간이라는 소문이 도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지성체에게 어떤 반대 여론도 없게 완벽한 결혼식을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기계인간에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고, 노화 역행기술이 있다고 믿을 것입니다.”

“으음!”

제국을 떠났던 인재들이 돌아오는 이유를 잘 아는 프롬 여왕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족의 수장으로서 지성체 관리에 경험이 많은 워터 문은 빈틈없이 설명을 시작한다.

“완벽한 인간으로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신혼여행 기한은 초월자가 되실 때까지 무기한입니다.

신족 유모로서 준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십시오.”

이 정도까지 오면 정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럼 제국은 누가 다스리나?

은하대공께서 하시나?”

더는 계약결혼이 아니었다.

제국 본성이 일주일째 결혼식 준비로 떠들썩하고, 전쟁 중이던 전선과 식민행성도 축제 분위기였다.

이렇게 행사가 거창하니 진짜 남편이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기에 호칭은 정중했다.

워터 문은 예상했다는 듯이 크롬 공주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일단 신체를 만드셔야 하니 제국은 크롬 유모님께 맡기십시오.

위대하신 신계 주신께서는 현세계를 구할 개인수련을 하셔야 하기에 지성체의 나라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세계를 구한다고?”

그 말에 삭월(朔月)의 시즈지의 도움을 받으며 신랑 복장을 하고 있던 아이언은 나직하게 말했다.

“흑염 군단이라고 절대계에서 현세계로 넘어와서 약탈을 벌이는 도적세력이 있어요.

그들에 의해서 현재 세계의 절반이 황폐해져 갔는데 그걸 제가 막았지요.

그때는 끝장을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해야 해요.”

탁탁!

가볍게 결혼식 정장을 두들긴 아이언은 황홀하게 빛나는 금발을 손으로 정리하면서 말한다.

“흑염 군단을 완전히 현세계에서 배제하지 못하면 정기고갈로 멸망할지도 몰라요.

영웅신이 일천 명이나 되니 완전히 잡을 방법이 없었는데 절대계에서 도움을 준다고 하더군요.

아주 위험하겠지만 중요한 임무이지요.”

은하계 규모를 넘어서는 너무나 커다란 일이라서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프롬 여왕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한다.

“그들을 완전히 토벌하면 저는 창조신장이 될 수 있어요.

창조주님의 대리가 되어서 현세계를 완전히 관리하는 것이지요.

거기에 비하면 이 은하계는 너무나 작아요.

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기가 저의 본거지이고, 유모들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입니다.

신혼여행이 끝나면 바로 은하제국을 만들어 드릴 것이니 마음껏 다스리세요.”

“….”

은하계의 지배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유모들을 위해서는 하는 일이라는 말에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마치자 천족인 워터 문만이 아니라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크롬 공주마저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를 한다.

“모든 것은 위대하신 신계 주신의 뜻대로.”

약간의 의심이나 의혹도 없는 인사였다.

세뇌를 당했는지 아니면 강압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프롬 여왕에게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설마 천족에게 이렇게 존경을 받는 존재가 있다니?

그리고, 크롬 공주마저 완전히 신뢰하고 있어.’

이제 그녀에게도 아이언이 세계 전부를 구하고, 관리하는 창조신장이 된다는 말이 거짓으로 전혀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허리를 숙이며 길을 만들자 아이언은 프롬 여왕에게 오른손을 내밀면서 말한다.

“결혼식 시간이 되었군요.

가실까요. 프롬 여왕.”

“….”

이렇게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가 왜 이렇게 자신에게 잘 해주는지 모르지만,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은하대공.”

키의 차이가 있어서 허리를 가볍게 숙이며 아이언이 내민 손을 잡은 프롬 여왕은 결혼식 장소로 들어섰다.

패색이 짙은 전쟁에서 갑작스러운 종전과 여왕의 결혼식에 열광한 국민의 환성이 울렸다.

와아아아아아아-!

본성으로 밀려오던 연합의 함대까지 은하대공과 직속함대가 물리쳤다는 정보를 듣자 암울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그렇게 프롬 여왕과 아이언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을 때 창조마신황 코아는 십중심과의 협상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

장소는 신족 영역의 경계지역이었고, 재집결한 십중심과 정예들이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내뿜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두 번은 당하지 않는다는 듯이 신족 영역을 통째로 고립시키는 차원 결계를 지켜본 창조마신황 코아는 혀를 찼다.

“쳇! 회색 사장님의 작품인가?

내 차원권능을 완전히 봉쇄하는 광범위 결계를 이렇게 치시다니?

무시무시하군.”

이미 몇 번 찔러보았는데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다.

투덜거리는 혼잣말에 뒤를 따르던 마신황제가 웃으면서 대답한다.

“킬킬킬킬! 이미 모든 대책을 세워놓으셨으면서 무슨 약한 말씀이십니까?”

창조대신 성멸(星滅)을 복원하고, 십중심 세력에 반대하는 전력을 모으면서 어느 정도 친해져서 나온 격의 없는 대화였다.

“후후후후! 약하면 좋은 점이 있구나.

저걸 못 보다니 말이야.”

“예?”

창조마신황 코아는 십사 써클에 도달한 존재만이 인지할 수 있는 회담 장소를 둘러싼 열 개의 커다란 투신의 환영에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외계로 가는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준비를 철저히 했군.

외계의 문까지 준비했다.

여기서 나를 외계로 바로 보낼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곤란합니다!

회담 장소를 변경하시지요.”

십중심과 맞상대하고도 무사한 창조마신황 코아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깨달은 창조신장이 만류했다.

그러나, 현실을 지극히 냉혹했다.

“우리가 열세라서 어쩔 수 없다.

무슨 희생을 치러도 일 할의 독립영역을 얻는 데에 집중한다.”

“예!”

“후우우우우! 참으로 성급하군.

여기서 끝낼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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