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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공주를 총함장으로 만들어 제국 본성으로 급히 진격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엄청난 초능력자에 저지당했으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총기함이 된 퀸 엘리자베스 호의 허공에는 수많은 함장이 나타나서 토의 중이었다.
“에메랄드 함장님. 제국에 저렇게 강력한 초능력자가 있다는 이야기는 없지 않았습니까?”
“저도 처음 보아요.”
해적 모자를 쓴 에메랄드 공주도 연합함대를 혼자서 막아서는 아이언의 출현에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일만 척이 넘는 함대와 맞상대할 수 있는 초능력자가 있었나?
이건 초능력의 범위를 넘어섰어.’
정체가 뭔지 짐작이 갔지만, 말해도 믿을 리가 없었다.
“제국 지역 전부에 장거리 공간이동이 막혀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기술입니까?
돌파할 방법이 없습니까?”
“은하계 절반을 공간 장악할 수 있는 기술은 제국에도 없어요.
아마도 제국 각 지역에 공간좌표를 혼란 시키는 기계 장치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모양이군요.”
각 중요 행성에서 사용하는 공간이동 방지장치를 언급하자 어느 정도는 이해한 함장들이지만 기가 막혀했다.
“도대체 얼마의 예산과 전력이 있기에 제국 전부에 방해를 걸 수 있는지요?”
“그럼 행성 간 물류가 완전히 멈추는데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여왕의 명령이라면 제국은 무조건 따릅니다.”
“….”
화상 회의를 하는 함장들이 잠시 말을 잊게 할 정도의 명쾌한 대답이었다.
에메랄드 공주는 우주 공간에 신계 주신용의 화려한 황금전신 갑옷과 투구를 쓰고, 절세 미소년의 굴을 드러낸 아이언을 확대했다.
그 모습을 본 함장들은 끔찍한 표정을 지었다.
“저 소년은 우주 공간에서 아무런 음식이나 공기의 보급도 없이 벌써 일주일을 버티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초능력자라고 해도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
에메랄드 공주는 이미 주신 이상의 고위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함장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열띤 토론을 하던 그들의 생각은 하나로 모인다.
“제국에서 완전한 초능력 기계 인간을 완성을 시킨 것입니다!”
“대함대를 튕겨내는 초능력이라니 실로 무서운 위력입니다.”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토벌하고 제국 본성을 파괴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초능력 기계 인간이 얼마나 늘어날지 모릅니다.”
고대문명을 멸망시킨 신족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로서는 이것이 최종결론이었다.
그러나, 고대문명의 후계자 중 하나인 프롬 여왕의 딸로서 아이언을 고위신으로 판정한 에메랄드 공주로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일만척의 함대를 혼자서 감당하는 상대가 초능력자나 기계인간일 리가 없잖아?
분명 신족의 주신이다.
주신 한 명에 의해서 제국보다 더한 문명을 이룬 고대문명이 멸망했다.
이건 정면대결로는 안돼.’
신앙은 신족의 힘이 된다.
그래서, 제국과 고대문명의 후계자들에 의해 철저히 은폐되어서 전설로도 희미한 신이라고 이야기해주어도 믿을 리가 없었다.
“함대를 밀어내는 능력은 커도 파괴하는 능력은 없소이다.”
“모든 초능력자와 함대를 동원해서 총돌격합니다!”
“이번이야말로 끝장을 봅시다.”
몇 번의 시도에도 커다란 피해를 받지 않자 간이 배 밖에 나온 함장들이었다.
이런 오판으로 다시 통하지도 않는 진격을 시도하려 하니 한숨만 나오는 에메랄드 공주였다.
‘휴유! 어떻게 신족이 제국의 편에 선 것일까?
그리고, 왜 우리를 공격하지 않지?’
최전방에서 선 자신을 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아이언의 의도가 너무나 궁금했다.
그리고, 그 의도는 고속이동을 해온 제국 전함에서 날아온 초능력자가 공손하게 두루마리 서류를 바침으로써 밝혀졌다.
“프롬 여왕님의 결재가 드디어 끝나셨사옵니다.
경하드리옵니다.
은하대공전하!”
“훗! 결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제국의 본성을 향해서 파죽지세로 밀려오던 연합의 대함대를 일주일이나 혼자서 막아낸 강력한 초능력자가 제국의 대공이 된다는 데 불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다만 내용에 문제가 있어서 공식적인 인증이 안되었는데 이제 끝난 것이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었나?
육체가 되살아 난 탓인가?
그래도, 내용을 보니 확실하게 결심이 섰나 보군.”
우주 공간임에도 서류가 펼쳐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좌아아아아아-!
모든 인간이 볼 수 있게 거대하게 투영된 서류를 천천히 읽어간다.
내용은 많았지만 간단하게 정리하면 내용은 이러했다.
‘은하유성 아이언을 제국의 은하대공으로 임명한다.
이 시간 이후로 은하대공은 제국의 모든 여왕과 공주의 후견인이며 대공이다.’
제국의 여왕과 공주에게 한꺼번에 대공이 생겼음을 선포하는 공식 서류였다.
띵-!
당사자인 에메랄드 공주로서는 머리가 멍해지는 순간이었다.
은하유성 아이언이라는 초능력자가 주신이라고 짐작하고 있기에 그녀가 파악한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지금만이 아니라 이후의 여왕과 공주 전부를 신족에게 첩으로 바치겠다는 뜻이잖아?
어떻게 이런 문서를 공식적으로 통보할 수 있지?’
여왕과 공주들의 통합 대공이 생겼다는 말에 경악한 모두의 눈에 프롬 여왕의 서명이 찬란하게 빛났다.
모녀가 한 남자를 남편으로 삼는다는 도덕을 떠나서 거기에는 어느 순간 사라진 크롬 공주의 서명까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제국의 후계자가 돌아온 것이다.
‘크롬 언니까지 이 말도 안 되는 계약에 서명했다는 말인가?’
수명이 없는 정신체인 신족과의 계약은 무섭다.
결코, 대가 없이 되돌릴 수 없으며 죽음마저 넘어서서 영원하다는 사실을 알기에 두렵기까지 한 그녀에게 아이언은 두루마기 서류를 다시 접어서 아공간에 넣었다.
“프롬 여왕과 결혼식은 일주일 뒤다.
제국의 모든 귀족과 군대가 집결한다.
그때까지 평화 기간이다.”
왜 제국의 함대가 본성으로 물러갔는지 알게 된 모두의 귀에 똑똑히 아이언의 의지가 울린다.
그리고, 행성을 집어삼킬 정도의 커다란 황금빛 회오리가 우주 공간을 뒤흔든다.
“이제부터 전쟁을 벌이면 처분한다.”
아이언에게 발사된 거대한 투기 회오리가 연합 함대를 스쳐서 지나간다.
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주 전함들이 여파를 견디지 못해 뒤틀리고, 반파되는 함정이 나올 지경이었다.
“우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일만 척의 정예 함대가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을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본 아이언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탁!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중앙 신계로부터 대규모의 차원 이동이 시작되었다.
슈아아아아아! 파파파파파파파!
전장 십 킬로미터의 보조 무장까지 완전히 갖춘 용자동맹의 변신전함들이 대규모로 이동해온 것이다.
창조신을 뛰어넘는 창조력을 발휘하기 한 삭월(朔月)의 시즈지와 아이언이 협력하고, 조합의 권능을 사용하는 크롬 공주가 가세하여 완성도는 더욱 올랐으며 숫자도 일만 대를 초월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연합 함대에 전면에서 포진하고, 일제히 변형을 시작한다.
차아아아아! 비이이잉! 차아아앙!
거대 인형 병기로 순식간에 변형을 마친 변신전함이 일제히 들고 있는 거대 포를 연합에 조정한다.
“이건 마음에 들어.”
변신전함의 함대가 단숨에 연합함대를 제압한 모습에 만족한 아이언은 외쳤다.
“여기는 총제독에게 맡기겠다.
전쟁 금지라는 명령을 어기면 모두 처분해.”
“예! 은하대공 전하!”
아이언의 신력으로 젊어진 총제독이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경례하면서 대답한다.
변신전함의 함대에는 인공지능이 조종하고 있어서 모두가 일제히 경례하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이…이럴 수가?”
주신의 개입이라서 힘든 싸움을 각오했지만, 설마 이런 대함대를 동원할지 몰랐던 에메랄드 공주는 당황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화상통신에 더욱 놀란다.
“에메랄드 공주님. 총제독입니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총제독!? 그 모습은 뭐죠?”
노인이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친분이 깊었기에 바로 알아본 에메랄드 공주였다.
겸연쩍은 표정이 된 총제독은 고개를 깊숙이 숙이면서 대답한다.
“은하대공이 되신 아이언님께서 육체 재생과 노화 역행기술을 제공해주셨습니다.
비록 이백 년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젊음을 유지하는 놀라운 기술입니다.
그래서, 기계 인간이 되었던 제국 귀족도 모두 새로운 육체로 갈아탈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영광스럽게도 제가 첫 번째 혜택을 받았습니다.”
“….”
노화만이 아니라 죽음과 삶을 조정할 수 있는 신족의 권능을 아니 놀랄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신족이 개입할 줄 몰랐던 에메랄드 공주에게 더욱 충격적인 말이 전해진다.
“프롬 여왕님께서도 다시 전성기 시절의 육체로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의 초능력이 느껴지지 않으십니까?”
“….”
확실히 완전한 기계인간이 되면서 희미해졌던 혈연의 느낌이 어느 순간부터 다시 강해지기는 했었다.
‘제국 본성에 가까이 가서 생기는 감각인 줄 알았는데 다시 인간으로 부활하셨단 말인가?’
프롬 여왕의 불치병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아는 그녀에게 거짓말 같았지만, 신족의 개입이라면 모든 설명이 되었다.
그리고, 통합대공이라는 어처구니가 없는 직위가 왜 생겼는지 파악한 에메랄드 공주는 다급하게 외쳤다.
숫자도 비슷한 거대 인형 병기들에게서 심상치 않은 존재감까지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 후퇴!”
신족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승산이 없으니 현명한 판단이었다.
공간좌표가 이상이 없는 지역으로 공간이동으로 도주하는 연합 함대를 막지 않은 총제독은 느긋하게 말했다.
“에메랄드 공주님! 일주일 후의 결혼식에 꼭 참석하셔야 합니다.”
“….”
뭔가 상황이 지극히 이상하게 꼬였음을 깨달은 에메랄드 공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 정도의 힘의 차이를 보았으면서도 아직 전투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본 총제독은 약간의 수작을 부린다.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지요.’
바쁘게 도망가는 연합 함대에서 안면이 있는 제독들에게 자신의 노화가 역행되는 영상을 보낸 총제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은하대공님과 여왕들님께 충성하면 젊음이 보장된다.
초능력자로 태어나지 않아도, 기계 인간이 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육체이지.
이걸로 은하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처녀 시절로 돌아온 프롬 여왕의 모습과 과감한 기술 공개에 제국의 모든 귀족이 열광했던 광경을 떠올리면서 마냥 환하던 총제독은 어느 문제에서 인상이 찡그려졌다.
‘끄으응! 은하대공님이 여왕님과 공주님의 후견인까지는 좋은데 진짜 대공이면 곤란해.’
은하대공은 여왕과 공주의 통합 대공이라는 선언에 당연히 난색을 보이던 귀족들이었다.
그런데 아이언이 일주일간 연합의 함대를 저지하면서 보인 무지막지한 초능력과 제공한 변신전함의 대함대에 놀라서 닥치고 받아들이게 된 상황이었다.
‘흐음! 육체 재생과 노화 역행이라는 기술을 가지고, 이런 변신전함의 대함대와 강대한 초능력을 가진 은하대공이시면 자격은 충분하시다.
제국만 부흥하면 상관이 없겠지.’
젊어진 육체는 열정과 무모함까지 다시 가져왔는지 다시 투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설사 반란이 일어나도 인공지능으로 통제되는 변신 전함들만 있으면 상관없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제국 본성에서는 거창한 결혼식이 준비 중이었다.
후계자를 얻기 위한 전 대공의 결혼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규모와 화려함에 프롬 여왕조차 당황할 지경이었다.
처음처럼 단출한 형식적인 행사만 할 생각이었는데 수많은 천족들이 몰려와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 것이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
생전 처음 입어보는 파란색의 결혼식 드레스와 끝없이 이어지는 장신구에 질릴 지경이었다.
그러나, 신부를 꾸미는 임무를 받은 천족의 수장 워터 문은 단호했다.
“프롬 여왕께서는 신족의 지배자 중 한 분이시며 최고위 창조신이신 은하유성 아이언님의 유모라는 본인의 위치를 자각하셔야 합니다.
은하대공이 지성체에 개입하기 위한 형식적인 신분이라고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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