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절대계 창조주는 흥분이 되자 다시 떨어지려는 신체를 붙잡았다.
착! 척!
팔 다리를 다시 접합시키며 이를 갈면서 말했다.
“으드득! 십중심은 다른 영원체들의 반대를 물리치면서 정신체의 한계를 풀어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너는 저 무도한 자들을 처단하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말해보아라.
나를 배신한 십중심을 심판하고, 내가 만든 절대계의 모든 것이 강제로 빼앗기는 지금 상황을 벗어날 수 있다면 가릴 것이 없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떠올랐다.
“은혜를 모르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십중심을 용서하지 못한다는 심정은 저도 같습니다.
임무를 위해서 절대계에서 추방될 수 없으니 수단을 가리지 않겠습니다.
다만 처음 말씀드린 대로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방법도 마음에 안 드실 것입니다.”
“말하라!
비록 얼마 남지 않은 전력과 정기이나 모두 지원해 주마.”
“그럼 결과는 만족하실 것입니다.”
잔뜩 두들겨 맞고, 머리가 깨져서 솥에 들어가기 직전에 탈출한 사냥개의 송곳니가 빛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흐름은 바로 일대 흑염의 절대자에게 전해졌다.
“아우! 머리야!
이 자식이 정말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정말 감이 안 좋아.”
추방하지말자는 설득이 안 통하자 성질을 부리며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검편이 찾아온다.
흑염의 절대자의 개인 신전에 들어오자마자 화를 내면서 소리부터 쳤다.
“사고는 있는 대로 쳐놓고, 너는 팔자 좋게 술을 처먹고 있냐?
수습은 언제나 내 몫이냐?”
반대편에 앉아서 술병을 빼앗은 검편은 한입에 털어 넣었다.
탁! 벌컥벌컥!
아공간에서 커다란 상자 하나를 꺼내어서 바로 바닥에 뿌렸다.
“네 몫이다.
가져다주란다.”
좌르르르르르르르-!
바닥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액수의 정기 동전들을 본 흑염의 절대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실룩였다.
‘이놈들이 감히 나를 정기에 미친 용병신 취급을 해?’
어떤 용도로 주는 정기이며 왜 찾아왔는지 알았으나, 건네준 상대가 친구였기에 꾹 참으며 다시 술병을 잡았다.
검편은 한입에 마셔버린 술병을 내려놓으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흑염 군단의 유지비용은 우리가 분할 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네가 분배받을 절대계 영역이 안정되어 흑자가 되면 서서히 갚는 조건이다.
그러니 이제 다른 십중심들의 자극은 그만 좀 해!
이러다가 처단당한다.”
검편의 경고와 막대한 정기 동전은 앞으로 만족할만한 지원을 할 테니 개별행동을 하지 말라는 십중심의 최후통첩이나 마찬가지였다.
술병을 기울이는 흑염의 절대자의 눈썹이 꿈틀거렸으나 화를 내지는 않았다.
벌컥!
한 모금에 술병을 비워버린 흑염의 절대자는 아직도 상자에서 쏟아지는 정기 동전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카아아! 진짜 지배층이 되니 좋군.
용병신이면 꿈도 못 꿀 거액이 겨우 입을 다무는 대가로 쥐어지니 말이야.
그런데 자신들은 움직이지 않고, 친구를 보내서 정기를 줄 테니 가만히 있으라니 아주 멋져.
이래서 모두가 권력과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군.”
“루카!”
오랜 친우의 이름을 부르는 검편 아스나스의 마음도 편치 않았다.
‘세력 차이가 너무 크니 십중심의 집결에 응했는데도 변하는 것이 없구나.’
심부름꾼처럼 돌발행동을 일삼는 흑염의 절대자를 회유하고, 달래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에 술병을 잡았다.
벌컥! 벌컥!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서로 술을 마셔서 순식간에 비어가자 대기하고 있던 근원이 재빨리 들어와서 술상을 교체하고 물러선다.
술상에 다시 꽉 채워진 술병들을 본 검편 아스나스는 넌지시 묻는다.
“정말 감이 그렇게 안 좋아?
창조신 하나를 외계로 추방하는 것인데 우리에게 무슨 영향이 온다는 거야?”
가장 많이 흑염의 직감 덕을 보았으니 질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나도 이해는 안 가지만, 내 직감이 요란하게 경고한다.
오죽 시끄러웠으면 내가 이렇게 하겠냐?”
“으음! 다른 십중심들을 이해시킬 정도로 잘 설명할 수는 없냐?
너 흑염 정석을 쓸 정도로 공부를 아주 많이 했다면서?”
정신 쪽에도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의 저력을 잘 아니 나오는 질문인데 바로 부정의 답이 나온다.
“배운 기억은 싹 지웠어.
내 직감에 영향이 올 수 있으니 다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흑염 군단 때문이다.
에라이-! 또 그런다!”
흑염의 절대자가 갑자기 혀를 차면서 술병을 창문 밖으로 던져버린다.
부우우우우웅! 쨍깡! 으억!
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누군간의 비명이 거의 동시에 울렸다.
그리고, 다급하게 들어온 근원에게 은은한 투기를 보이면서 외친다.
“방금 맞은 녀석은 또 종족으로 돌아가서 제멋대로 살려고 했다.”
이미 몇 번 벌어졌던 일이기에 바로 잡으러 뛰쳐나간 근원의 뒤로 몇 명의 영웅신들이 따른다.
“끌어다가 다른 생각을 다시는 못 하도록 혹독하게 굴려.
아니라고 부정하면 내게 끌고 와.”
“예!”
흑염의 절대자는 투덜거리면서 다시 술병을 잡았다.
“미친놈 같으니라고!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전혀 모르는구나.
나도 숨을 죽이고 사는데, 겨우 영웅신 주제에 마음대로 날뛰려고 해?
종족하고 같이 자살하려고 하나?”
“호오? 이런 식으로 통제하고 있었군.”
검편이 주변을 보니 검은 전신 갑옷을 입고서 산을 들고 뛰어다니는 모습들이 보였다.
흑염 군단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고서 피식 웃으며 말한다.
“훗! 모두 자신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이제 제자와 가족 때문에 고민했던 내 심정을 알겠냐?”
“쳇! 곧 정리가 끝나.”
“그런데 벌써 탈영병이 이렇게 많다니?
이래서야 선봉을 맡겠나?
내게 넘기는 것이 어때?”
흑염 군단이 완성된다면 가장 세력이 약한 십중심은 이제 겨우 종족의 제압을 끝낸 검편이었다.
‘일백 명 남짓한 제자들로는 역부족이다.
일족의 정예들은 전력으로 기대할 가치도 없다.’
그로서도 나중에 세력의 우수 순위를 결정한 전공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흑염의 절대자는 코웃음을 쳤다.
“흥! 흑염 군단의 완전통제는 시간문제일 뿐이야.
영웅신이 잘나 보았자 일반신보다 약간 강한 정도이니 말이야.
한참은 더 커야 골치 아플 것 같다.”
“후! 그렇기는 하지.”
종족의 운명을 좌우할만한 강함을 가지며 종족전쟁을 일으켜 절대계를 파괴로 몰아넣었던 영웅신들을 덜 자란 아기 취급을 하는데도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다시 술 한 병을 비운 검편은 침착한 목소리로 묻는다.
“절대계를 손에 넣은 우리는 어떻게 되는가?
너의 절대 직감의 결과를 듣고 싶다.
분탕을 치고 있는 너를 다른 십중심들이 아낌없이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잠시 응답을 하지 않는 흑염의 절대자는 술병을 내려놓으면서 말한다.
“최악이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우리 편에서 있을 때는 좋게 개선되려 했어.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꼬여버렸다.”
“겨우 창조신 하나 때문에 우리의 운명이 바뀐다고?”
“무슨 소리야?
십중심의 운명은 원래 안 좋았어.
더 오를 수 없는 정점에 도달한 우리가 갈 길은 반드시 벼랑과 같은 내리막이다.
창조주의 권리까지 나누어 가지면 더 올라갈 곳이 있나?
서로가 싸우거나 영원체들과 드잡이질을 하다가 사라지겠지.
그래서 내가 모이지 않으려 했다.
파멸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까.”
“으응?”
이상할 정도로 설명을 잘하는 흑염의 절대자를 처음 본 검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진작 이렇게 말하지 그랬어?
지금처럼 설득했으면 통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공부한 기억을 전부 안 지웠나?”
“모두 삭제했는데 지식이 흔적처럼 남아있는 모양이다.
덕분에 직감의 반응이 느려져서 바람의 절대자에게 삼 초 만에 죽을 뻔했다.”
“어? 파호톤 덕분에 우세한 것이 아니었어?”
직감이 인식하기도 전에 죽음의 기운을 두르고, 목을 섬뜩하게 베어오던 태극천검(太極天劍)의 칼날을 떠올린 흑염의 절대자는 인상을 마구 찡그렸다.
“신기는 어디까지나 보조이고 직감이 주력이다.
지식의 흔적으로 내 직감의 공격 파악이 아주 미세하게 늦어졌어.
이러면 다른 십중심과 싸우다 아차 하다가 죽을 것이니 다시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제 다시는 공부를 하지 않을 거야.”
그 말에 검편의 얼굴도 일그러졌다.
‘바람의 절대자와 한판 붙었는데 새로 얻은 절대기 파호톤으로 우위를 잡았다고 하더니 그것이 아닌 모양이군.
하긴 싸움을 너무 쉽게 물러났어.
이대로 싸우면 진다고 파악해서 피한 거로군.
본능으로 싸우는 흑염 권능에서 절대 직감이 약해지면 진짜 곤란하기는 하지.’
신경질적으로 술병을 들이킨 흑염의 절대자는 열이 받는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젠장! 내 직감이지만 도저히 못 믿겠네!
왜 자꾸 도우라는 거야?
아무리 강해도 겨우 창조신이다.
그런데 반드시 추락할 십중심의 운명을 해결할 열쇠가 될 수 있다니?
십중심까지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들쑤시며 다녀서 감당이 안 되는 데 말이야.”
“십중심은 이대로 가면 언제인가는 반드시 파멸한다.
해결방법은 차원창세신 코아의 도움인가?
아니면 훼방인가?”
“그건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데 내 직감이 경고한다.
거의 망한 것 같기는 한데 잘 구슬리면 기회는 있다고 말이야.”
이 정도까지 심각하게 이야기하면서 알아듣게 설명과 대안을 제시하는 흑염의 절대자를 본 적이 없는 검편은 진중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그렇다면 좋다.
이대로 다른 십중심들에게 전하고 다시 이야기를 해보지.”
“하려면 빨리해!
될 수 있는 대로 외계로 추방하지 말라고 전해.”
손을 내저으면서 가라는 시늉을 하자 일어서는 검편에게 추가로 말한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거기로 가면 뭔가 벌어진다.
은하계를 하나 줘서 원하는 대로 하면서 머물게 하는 방법이 좋겠다.”
“응? 은하계를 주라고?”
창조신에게 항성계도 아니고 은하계를 통째로 넘겨주라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기억을 정밀삭제하기 시작하는 흑염의 절대자를 보고서 회의실로 이동한다.
방금 나왔던 대화를 녹화해온 영상으로 모두 지켜본 십중심들은 논의를 시작한다.
“흑염의 절대자의 직감은 정점에 도달한 십중심은 반드시 추락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건 모두가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습니다.”
이제 십중심의 수장으로서 회의를 주관하는 황금의 절대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다른 십중심은 경청하면서 자신들만의 생각에 빠졌다.
“최악의 결과를 피하려면 차원창세신 코아에게 은하계를 주고서 거기서 살게 하라고 합니다.”
거의 몰락한 신족의 창조신에게 은하계를 주는 것은 부하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으나 가진 능력과 공적을 보면 무리는 아니었다.
그리고, 사냥개를 잡아먹는 주인이라는 말까지 들은 황금의 절대자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절대계를 손에 넣으면 지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당장 필요하다면 제가 지급하겠습니다.
그러기 전에 현자의 정점이신 회색의 절대자의 의견을 들어보지요.”
“….”
시한폭탄처럼 곤란한 사항의 결정이 자신에게 넘어오자 살짝 인상을 쓴 회색의 절대자는 낭랑한 음성으로 대답한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정보가 너무 적다.
목적이 불분명하고, 성향도 불안정하다.
창조신이 어떻게 그런 경지에 도달했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영원체를 모시는 정식 창조신이라는 점이다.
반드시 영원체의 편을 들게 된다.”
황금의 절대자와 다른 십중심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을 정확하게 찍어낸 회색의 절대자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창조신장과 마신황제의 급작스러운 소멸로 거의 궤멸이 된 신족과 마신족이다.
만약 그들이 차원창세신 코아로 인하여 본래의 힘을 되찾으면 곤란하다.
조직의 운명은 수장의 성향과 능력에 걸려있으니 가능할 수도 있다.
추방하자는 결정의 원인이 이것이 아닌가?”
거기까지 이야기한 회색의 절대자는 고개를 저었다.
“분명히 이야기하지.
나는 차원창세신 코아가 그렇게 흐름에 간섭할 수 있다고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차원권능으로 혼자서 날뛰어봤자 십중심 네 명이 포위하고 나서면 끝이다.
절대계의 통제권이 우리 손에 들어오면 차원창세신 코아는 아무것도 못 해.
이건 단지 보기 싫고 껄끄러운 존재를 치우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회색의 절대자도 추방에 동의하셨습니다.”
“착각하지 마라!
그것은 내 자료 회수가 불가능해 보이니 완전히 파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확실히 선을 그은 회색의 절대자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이 말한다.
“어떻게 다른 세계의 창조신이 절대계의 신족과 마신족의 수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런 일이 발생할 리가 없지 않은가?
창조주가 미치지 않는 한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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