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화르르르르르르-!
파호톤의 양날에서 솟구친 검은 불길이 깃발처럼 황금 본성의 하늘을 뒤덮는다.
그리고, 수백 개의 검게 불타는 유성이 구름을 가르면서 대지로 내려꽂힌다.
“모두에게 소개하지.
십중심의 선봉이 될 흑염 군단이다.”
완전무장한 일천 명의 흑염 군단이 흑염의 절대자의 뒤에 도열 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휘이이이이이! 파아아앙!
영웅신들이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기세가 황금 본성을 뒤덮고, 자극을 받은 정예들이 황급히 뛰쳐나왔지만 십중심은 평온했다.
아무리 영웅신들이 뛰어나고 많아도 십중심들에게는 시간이 조금 걸리는 번거로운 상대에 불과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반란 직전에 세력 감소를 염려한 황금의 절대자는 천천히 말했다.
“이게 무슨 장난입니까?
차원창세신 코아가 했던 지원은 제가 부담할 테니 물러서십시오.”
흑염 군단의 엄청난 유지비를 차원창세신 코아가 신기를 팔아서 충당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이 흑염의 절대자가 이렇게 가호를 해주는 이유라고 알고 있기에 나온 제안이었다.
“고맙게 받지.
그런데 이녀석은 본래대로 반란이 끝나면 추방하면 좋겠어.
지금 이렇게 외계로 보내면 내가 굉장히 곤란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무슨 곤란인지 설명을….”
흑염의 절대자의 직감은 설명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이득을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황금의 절대자는 에반젤리를 쥐고서 더욱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
“개인의 사욕을 위해서 십중심 전부가 위험을 감수할 수 없습니다.”
“말을 잘 못 했군.
나만이 아니라 십중심 모두에게 해당이 되는 경고였다.”
“무슨?”
차원창세신 코아의 추방을 조기 집행하는데 십중심에게 무슨 문제가 발생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과는 알고 있으나 세부 과정을 설명할 수 없는 흑염의 절대자는 파호톤을 그대로 뒤로 던진다.
“일단 이것부터 확인해 보자.”
파파파파파파-!
늘어선 흑염 군단의 머리 위를 지난 파호톤은 바로 돌고 있던 차원창세신 코아를 덮쳤다.
파시!
당연히 피가 튈 줄 알았는데 차원창세신 코아의 모습이 유리처럼 깨어지면서 사라진다.
차원권능이 발동되면서 미세한 흔적조차 사라지자 흑염의 절대자는 파호톤을 되돌리면서 소리쳤다.
“젠장! 역시 얻어맞는 순간 가짜로 바꿔치기했구나.
보는 대로 순순히 잡아먹히거나 추방될 놈이 아니야.
그런데 어디로 갔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흑염의 절대자는 갑자기 머리를 움켜쥐면서 신음했다.
“으으윽! 내 직감을 벗어난 행동을 하려고 해?
이렇게 되면 골치가 아파진다.”
“!?”
흑염의 절대자는 이를 부득 갈면서 십중심을 보면서 삿대질을 했다.
“제길! 너희는 추방이나 처분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 이렇게 쉽게 결정하지.
이제까지 이런 방식으로 부하들을 잘 관리해왔을 것이다.
누구도 너희를 이길 수 없으니 얌전히 당했겠지.
그런데 사냥개를 잡으려다가 놓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배신한 주인의 목부터 물어뜯는단 말이야.”
“….”
“….”
차원창세신 코아가 설사 덤벼들어도 이렇게 십중심이 뭉친 이상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끝난 지 오래였다.
‘절대계를 인수하면 모든 권한이 넘어온다.’
‘외부의 존재인 차원창세신 코아를 찾아내서 추방하거나 소멸하는 일이 쉬워지지.’
‘곧 절대계가 우리들의 손에 넘어오니 안정이 최우선이다.’
이제 불안한 존재의 제거를 먼저 생각하는 열 명의 십중심 중 화를 내는 것은 단 한 명뿐이었다.
“아오! 설명을 할 수 없는데 이러면 안 된단 말이다!
추방 대신에 영역 하나 떼어주고 감시만 하는 정도는 그동안의 공을 보아서 해줄 수 있잖아?”
흑염의 절대자는 답답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른 십중심을 설득하려 했다.
“내 직감이 안 좋다고 하는데 왜 못 알아먹어?
지금이라도 그렇게 하자니까!”
하지만, 차원창세신 코아가 만들어 준 신기를 착용한 흑염 군단의 위용을 본 십중심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절대급의 신기와 전신 갑옷으로 무장한 영웅신 군단이 일천 명이다.
선봉에 세울만한 정예군단을 실제로 만들어왔군.’
‘모두 차원창세신 코아의 지원입니다.’
‘그보다 제멋대로인 영웅신들을 수족처럼 지휘할 수 있는 흑염의 절대자가 더 큰 문제다.’
‘차원창세신 코아의 창조력에 영역까지 쥐어지면 어디까지 발전할지 알 수가 없어.’
차후에 십중심의 세력 균형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기에 설득이 통할 리가 없었다.
전부 무시하고서 그 자리에서 흩어지려 한다.
나중에는 분노가 폭발한 흑염의 절대자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만약 이 일로 내게 피해가 오면 가만히 안 둔다.
너희는 언제 날을 잡아서 모두 박살을 내주겠어!
모두 내 말 명심해라!
난 당하면 반드시 갚는다.”
동료로서 있을 수 없는 살벌한 협박까지 날아들자 황금의 절대자와 대신은 고개를 저으면서 의견을 나눈다.
‘흑염이 이번 조치가 무척 서운한 모양이군요.
흑염 군단의 사정이 도움이 없으면 아주 힘든 모양입니다.’
‘영역이 없어서 그럴 것입니다.
나중에 지원을 많이 해주면 풀리겠지요.’
흑염 군단을 만들다가 힘들어서 하는 소리로 치부했으나, 절대 직감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기에 탐색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아예 흔적조차 발견이 되지 않자 당황했다.
“절대계의 칠 할을 차지하는 십중심의 영역에서 흔적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다른 구역도 전혀 모르겠다는 연락이 와?”
충성 점검도 할 겸 절대계 정신체 종족을 통째로 움직였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신계를 이용한 흔적이 아무 데도 없다.”
“아무리 차원권능이라고 하지만, 이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차원창세신 코아는 영원체들의 거주구로 다시 숨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는 바람의 절대자의 살의가 어린 공격에 의식을 잃자마자 바로 발동된 차원권능으로 가짜와 바꿔치기했다.
그리고, 상황을 보다가 황금 본성을 빠져나와서 투덜거리는 중이었다.
“아아! 제자가 사부보다 강해질 가능성을 보이면 누가 인정을 해준다고 했더라?
바로 제거하려 달려들지.
역시 소설의 주인공처럼은 안 돼.
현실에서 통하지 않은 자기개발서처럼 이계에서 수집한 책들은 몽땅 쓰레기였어.”
대련 중에 위기를 느끼고, 바람의 절대자의 태극천검(太極天劍)을 일시적으로 봉인했는데 위협을 느낀 그의 손에 죽을 뻔한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덕분에 즉각 추방으로 결정된 사실까지 파악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고개를 저었다.
“젠장! 외계로 갈 준비는 끝났으니 출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절대계를 떠나면 안 돼.
최소한 창조주에 대한 반란이 끝나고, 진리님이 잉태되는 모습까지는 봐야 한다.
저들은 감시가 없으면 어떻게 바뀔지 몰라.”
자신들의 세력과 이익을 우선하여 약속과 계약을 멋대로 바꾸는 일대 십중심들을 믿을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일대 흑염의 절대자조차 의도가 의심스러워진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였다.
“이렇게 되면 나도 비상수단이다.
십중심을 돕는 플랜 A는 중지하고, 절대계 창조주 편에 붙는 플랜 B로 간다.”
영원체 거주구 침입은 이미 경험이 있고, 혼자이니 오히려 쉬웠다.
개인 신전에서 태극천검(太極天劍)에 의해서 조각난 몸을 이어붙이느라 이를 악물고 있는 절대계 창조주 앞에 미소를 지으며 나타난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처음 인사드립니다.
미래 다른 세계의 영원체를 모시는 차원창세신 코아입니다.”
절대계 창조주는 영원체도 출입하기 힘든 자신의 개인 신전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정신체에게 살짝 놀랐지만 곧 태연하게 묻는다.
“차원창세신 코아라면 황금 세력에서 활약한다는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정체 모를 창조신으로 알고 있다.
십중심의 편이라면 적인 나에게 무슨 용무냐?”
“창조신이 어찌 창조주에게 반역하겠습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했다면 저는 이미 신계의 창조신 자격을 잃었을 것입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쪽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나 이제 끝났습니다.
일단 저의 사정부터 보여드리겠습니다.”
정신방어를 거의 풀자 단숨에 정체와 의도를 파악한 절대계 창조주는 바로 경계를 풀었다.
“너는 다른 세계의 창조신이며 차원권능과 영원체의 권능으로 시간을 거스른 존재였구나.
절대계와 연관된 세계의 미래에서 왔느냐?
미래의 흐름을 위해서 밝힐 수 없으나 모시고 있는 영원체와 연관된 이 절대계의 번영을 위해서라고?
자신이 아닌 창조주를 위해서 존재조차 지워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니?
대단하고 대견하구나!”
차원권능을 익힌 존재의 마지막은 대부분 자신의 과거를 수정하려다가 거세진 흐름의 반발에 먹혀버리는 결말이다.
거기에서 벗어났던 적이 누구도 없기에 차원권능에서 과거 조정은 금기나 마찬가지였다.
“시간의 패배자가 되는 위험을 알면서도 자신이 아닌 모시는 창조주를 위해서 과거 변화를 시도하다니?
놀랍구나.”
애지중지 키우던 십중심에게 반역을 당한 입장으로서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세계는 다르나 정식으로 신계에 포함된 창조신은 영원체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안심하면서 칭찬을 한다.
“창조주를 위해서 희생을 자처하다니 참으로 기특한 창조신이구나.
나를 능가할 힘이 생겼다고, 외계의 존재까지 끌어들여서 반역하는 저 배은망덕한 십중심들하고는 전혀 달라.”
“창조주님을 대리하여 세계를 관리하는 영광을 받은 신족으로서 존재를 건 충성은 당연한 일입니다.”
“과연 신족이다.
이제는 인정하겠다.
힘보다 충성이 먼저이다.”
절대계를 파멸시킬 종족전쟁을 멈추기 위해서 십중심을 만들었다가 완전히 배신당해버린 절대계 창조주의 눈빛과 대사는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차원창세신 코아가 보내는 의지와 정보를 받아서 해석을 시작한다.
“외계의 존재까지 동원하여 나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난 저 십중심을 끝장낼 비책이 있다고?
허어? 미래에는 방법이 있는 모양이구나.”
정신체의 신체 한계가 풀린 십중심들이다.
놀라운 재능으로 영원체를 뛰어넘은 힘을 가져버려서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사실을 잘 아는 절대계 창조주로서 기쁘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영원체 거주구에서 날뛴 파워 오브 엠블렘 덕분에 이제 다른 영원체들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다.’
바람의 절대자에게 덤빈 영원체들은 죽음의 기운이 서린 태극천검(太極天劍)에 절단당해 일시적으로 죽어버린 신체를 회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투 외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처음 죽어보더니 완전히 질려버린 것이다.
이제 영원체들이 연합해서 십중심을 타도할 방법은 없다.
절대계를 십중심과 함께 통째로 폐기하자는 방안까지 나오고 있다.’
완전 실패를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었으나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럴 수는 없다.
내가 절대계의 창조주가 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쏟아부었는데 이렇게 포기할까?
차라리 잠시 물러서서 상황을 본다.’
절대계 창조주가 같은 편으로 이해할 정도의 선별된 정보와 사전 설명을 모두 끝난 차원창세신 코아는 가볍게 오른쪽 무릎을 꿇으면서 말했다.
“십중심을 제압할 방법이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시간과 투자가 아주 많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방식도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겁니다.”
“흠-! 겨우 그 정도인가?
그러면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절대계 창조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창조주를 모시는 정식 창조신이지만, 다른 세계의 존재다.
그것도 미래에서 온 존재가 제시하는 방법이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인계날짜까지 강제로 잡힌 상황이다.
십중심의 집결로 칠 할 이상의 영역이 넘어가서 거부할 방법이 없다.’
정신체들에게 강제로 지배권을 넘겨야 한다니 영원체로서 있을 수 없는 수치였다.
‘워낙 전력 차이가 크니 피할 도리가 없구나.
더구나, 회색의 이그드라실에 당하면 언제 풀려날지 모른다.’
봉인되기 싫으면 억지로 넘겨야 한다는 분노가 결심을 이끈다.
‘이제 방법은 상관하지 않겠다.
내가 만든 존재들에게 이런 치욕을 당하다니!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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