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권 35권
진짜 골치가 아픈 표정이 된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영광의 의자에 기대면서 말한다.
“내가 외계 추방에 반대해도 아직 일곱 명의 찬성이 남는다.
나는 이걸 받고, 결정를 바꾼다 해도 다른 십중심은 변하지 않는다.
다른 존재들에게는 정점으로 익히지도 못할 흑염 권능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넌 반드시 외계로 추방될 거다.”
“누가 안 간다고 했습니까?
십중심 사장님들이 시작(始作)님을 외계에서 보호하고, 지원하라는 임무로 내리시면 임시 직원이 어떻게 거부하겠습니까?.
무엇보다 제가 아니면 누가 가겠습니까?”
“!?”
이 대답만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진짜 미친놈을 쳐다보는 표정으로 묻는다.
“흑염 권능의 폭주로 돌았나?
외계가 어떤 곳인지 모르느냐?
정기 자체가 없어서 정신체는 가자마자 신체부터 녹아 사라지는 곳이다.
어떤 강자라도 허신(虛神)이 되어버리고, 정기를 보급할 방법이 없기에 말소되는 운명을 피할 수가 없다.
네가 비록 이것저것 섞여서 붕괴 직전인 잡탕이지만 고위 현자라면 아주 잘 알 텐데?”
“너무 잘 압니다.”
“….”
회색의 절대자가 독설을 아무리 퍼부어도 무조건 당연하다는 평온한 대답이 돌아오기만 한다.
여기에 이해할 수 없는 막무가내의 협상 제안에 대화 자체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사라졌으나 흑염 정석을 봐서 다시 묻는다.
“내가 다른 십중심을 설득할 방법도 없다.
다른 십중심들과 나는 아무런 이해관계나 접점이 없어.
현자로서 입지도 최악이다.
앞과 뒤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설치면서 내가 불가능하다고 말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다닌 누구 덕이지.”
원래 흐름에서 십중심의 반란 방향을 주도했던 십중심이 일대 회색의 절대자였는데 지금은 현자의 정점이라는 자리만 채우는 정도였다.
‘나는 십중심의 창조주 반란을 피할 수 없으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집결을 방해하면서 천천히 인도하려 했다.
그래서 설치한 제한들을 차원창세신 코아가 전부 처리해버렸지.
훔쳐간 십중심의 책 탑도 회수해야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고위 현자가 십중심의 옆에 있으면 감당이 안 된다.’
바람의 절대자까지 억지로 움직여서 어떻게든 처리하려던 진정한 이유였다.
그런데 누구도 통과하지 못했던 영웅신의 심판에서 살아남아 이렇게 협상을 벌여오니 어이가 없는 일대 회색의 절대자에게 본격적인 제안을 걸어간다.
“다른 십중심은 상관없습니다.
혼자서 바로 하실 수 있는 도움을 원합니다.”
“그래서 뭐?”
워낙 제멋대로라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가 어렵자 슬슬 짜증이 난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신경질을 부리면서 존재감을 뿌렸다.
그러나,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주변에 차원 결계를 치고서 말한다.
“흑염의 정석의 대가로 ‘백 도어’의 사용권을 제게 주십시오.”
“!!!”
그 말에 너무 놀란 회색의 절대자는 영광의 자리에서 일어섰다.
“겨우 십삼 써클인 네놈이 어떻게 ‘백 도어’를 아느냐?”
벌떡! 파라라라라라라라-!
허공으로 떠오른 엄청난 숫자의 책들이 펼쳐지면서 차원창세신 코아를 정밀 분석을 시작한다.
그러나, 신령을 보호하고 있는 정보행성 코아의 방어막을 뚫을 수가 없었다.
차원권능에도 해석할 수 없는 부분을 확인하자 공격할 준비로 전환했다.
“네가 가진 것이 단순한 차원권능이 아니었구나!
외계에서도 버틸 수준이라고?
도대체 어떤 영원체가 그 정도 수준까지 세계를 파악했느냐?
역시 너는 위험해.”
책에 기록된 모든 권능과 마도가 발동될 준비를 한다.
구구구구구구구궁!
무영창으로 퍼부으면 어떤 존재도 무사하지 못할 위력인데 쏘지를 못했다.
차원창세신 코아가 흑염의 정석을 들어 올렸기 때문이다.
“윽! 너! 책을 내려놔라.
현자가 책을 방패로 삼다니 무슨 짓이냐?”
“좋은 방패입니다.
잘 써야지요.”
처단하려다가 방패로 삼은 흑염의 정석을 보고, 반사적으로 공격을 멈춘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차가운 음성으로 경고한다.
“이제 그런 짓은 안 통한다!
흑염 군단의 부군단장인 근원이 흑염 정석의 사본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자에게 받아내면 된다.”
흑염 군단의 영웅신 교재로 흑염 정석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이미 알려진 것이다
다른 존재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같은 십중심이면 사정이 달랐다.
‘절대 직감을 가진 흑염의 절대자가 이끄는 영웅신 군단에 도적질하려는 간 큰 존재는 없다.
하지만, 나라면 불가능은 아니지.’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절대계에서는 창조주와 자신 외에는 누구도 존재를 모르는 ‘백 도어’를 차원창세신 코아가 언급했으니 흑염의 정석의 원본을 못 얻는 한이 있어도 처단할 생각이었다.
‘그 전에 이 녀석을 처단한다.
백 도어까지 알다니 용납할 수 없다.’
그런데 이미 이런 반응을 예상한 차원창세신 코아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훗! 이게 원본입니다.
흑염 군단이 가지고 있는 사본은 복제한 것에 불과하지요.
똑같은 내용이 있는 사본이 있으니 원본은 없어도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주 큰 착오이십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없을 흑염의 절대자가 직접 저술한 원본을 이렇게 무시하다니 진짜 현자의 정점이 맞으십니까?”
“….”
오리진이나 구현자가 마도를 적어넣은 마도서나 비기가 기록된 비전이 가진 특수한 효과를 생각하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원전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크다.
흑염의 절대자가 부하가 익히게 원본을 복사했다면 사본에는 일부 내용의 누락이 있을 수도 있다.’
똑똑한 만큼 의심도 끝도 없이 커지면서 어떻게든 원본을 확보해야 하는 쪽으로 기울여진다.
결국, 두 손을 든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이를 갈면서 묻는다.
“으득! 어떻게 내가 ‘백 도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느냐?
절대계의 창조주와 벌써 거래를 한 것이냐?”
‘백 도어’는 흐름 저 너머에 있는 세계의 뒷문이며 창조주가 된 영원체들의 전용권능이었다.
회색의 절대자는 현자의 정점이 되면서 자유롭게 만들어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바로 진정한 그의 힘이었다.
십중심조차 존재를 모르는 권능을 알고 있으니 이런 추궁은 당연했다.
“회색 사장님은 아직도 절대계에 계시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다른 세계에서 임시 신체를 그렇게 본체처럼 조종 가능하다면 이유는 당연하지 않습니까?
세계의 경계조차 무용지물로 만드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계시다는 뜻이지요.
그럼 ‘백 도어’ 밖에 없습니다.
세계를 만든 창조주가 된 영원체만이 이용할 수 있다는 영원의 문이지요.
현자의 정점으로서 거기에 도달하신 모양이라고 추측했습니다.”
“하아. 넘겨짚었구나.
정신체가 ‘백 도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믿을 존재는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해서 내가 방심했다.
너무나 티를 내었군.”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나지막하게 탄식하면서 오른손의 약지 손가락만을 펴면서 말한다.
“내 ‘백 도어’는 특수하다.
모든 세계에 항시 열려있으면 시간과 공간의 통제조차 받지 않는다.
덕분에 나만이 모든 세계의 운명에서 분리되어있지.
이 사실은 영원체들조차 모르고, 알려져서도 안 된다.
황금의 절대자처럼 일반인이 아닌 너를 외계에서 불러들이면 바로 발각이 된다.’
“그럼 이것은 필요가 없으시겠군요.”
흑염의 정석을 다시 아공간에 넣으려 하자 회색의 절대자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러니 편도로 단 일 회다.
외계(外界)가 아닌 내부 흐름에 커다란 파문이나 문제가 생겨서 조사 자체가 불가능할 때에 잠시 열어주겠다.”
“예? 너무 하십니다!
흑염의 정석의 가치가 겨우 그 정도입니까?
최소한 세 번은….”
추가협상을 하려는데 일대 회색의 절대자의 눈동자가 회색으로 변하면서 외쳤다.
“그 외에 십중심의 책 탑을 훔쳐간 사실을 봐주겠다.
자료를 가지고 있어도 좋다.”
“그건 너무 쌉니다!
그런 책 탑은 저도 만들겠던데요.”
“뭐야?
겨우 흑염 권능을 익힌 너 따위가 내 책 탑을 평가 해?
그럼 직접 맛을 보아라.”
과과과과과과과과꽝-!
차원창세신 코아의 주변에 쇠사슬로 묶인 십중심의 책 탑이 포위하듯이 모습을 드러낸다.
좌르르르르르-!
서서히 쇠사슬이 풀려나가는 책 탑에서 차원권능을 발동할 엄두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존재감들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이건 뭐야?
단순한 자료가 아니었어?
설마 책 탑의 자료 자체가 마탑과 같은 신기의 일종인가?’
책 탑들이 현실에 구현된 모습은 분명히 마탑처럼 권능과 마력을 보조하는 절대기로 보였다.
“이것이 원본의 위력이다.
이 조건이 싫으면 네가 훔쳐간 십중심의 책 탑의 진정한 힘에 맞아 죽어라.
어차피 너는 제대로 익히지도 못하니 보관만 하는 서고 정도다.
여기저기 뿌리지만 않으면 봐주마.”
회색의 절대기가 없는 이유와 미완성의 원인을 파악하여 살짝 굳어버린 차원창세신 코아였다.
‘십중심의 책 탑이 회색의 절대기였구나.
십중심의 권능조차 모두 다룰 수 있는 것이 진짜 회색의 절대자의 힘인가?
목표가 너무 높잖아?
이러면 완성이 될 리가 없지.
이해할 수 없는 흑염과 발전 중인 바람은 영원히 불완전하니 말이야.’
그 말대로 자신의 신령 안에 있는 정보행성 코아와 똑같은 책 탑인데 마치 다른 물건처럼 보일 정도로 위력 차이가 컸다.
그러나, 내부의 흐름에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대혼란의 시기에 쓸 수 있는 편도 티켓과 이미 얻은 자료만으로는 물러설 수 없었다.
“협상 중에 폭력 반대입니다.
현자의 정점답게 말로 하시죠.”
“현자 주제에 힘을 우선시하고 멋대로 날뛴 너에게 그따위 말은 듣기 싫다.”
“왜 이렇게 저만 보시면 감정적이십니까?”
“네놈이 훔쳐간 십중심의 책 탑이 무슨 용도로 만들어졌는지 알면 그딴 헛소리를 못 할 거다.
흑염 정석의 대가로 모든 일이 없었던 것으로 해주마.”
“오!”
이제 회색의 절대자는 차원창세신 코아는 목숨을 노리지 않고 자료를 돌려받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십중심의 책 탑의 진실한 힘을 살짝 본 차원창세신 코아는 반색을 하면서 흑염의 정석을 넘긴다.
“그럼 좋습니다.
그런데 십중심의 책 탑이 원래 무슨 용도입니까?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셔야지요.”
차원창세신 코아가 정말로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자 흑염의 정석의 원본을 받아든 일대 회색의 절대자는 쏘아붙였다.
“네가 내 제자냐?
그리고, 익히지도 못할 텐데 자세하게 가르쳐 줄 필요가 있나?”
“제자를 한번 길러 보시죠.
수업료는 아주 비싸게 지급을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회색의 절대자는 회색 표를 하나 던지면서 손을 저었다.
“너 같은 골칫덩이 제자는 필요 없다!
이 편도 입장권이나 가지고 당장 꺼져!
세계의 경계가 내부 파열되는 순간에 뛰어들어서 찢으면 절대계로 돌아오는 길이 순간적으로 열린다.
그렇게 되면 운 좋게 돌아온 것으로 착각 하겠지.
물론 그 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저를 제자로 삼지 않으신 일을 후회하실 겁니다.”
“내가 악당이냐?
뭘 후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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